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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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시의 정원
by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앨리슨 커닝햄에게
그대의 아이로부터
오랜 밤 뜬눈으로 지새우며 내 하찮은 몸을 돌보아 주신 일, 편치 않은 길 위에서 나를 이끌어 주신 그 따뜻한 손길, 읽어 주신 이야기책들, 달래 주신 모든 아픔들,
슬프고 행복했던 옛날의 그 모든 인내와 사랑을 위해, 나의 두 번째 어머니, 나의 첫 번째 아내여, 내 어린 날의 천사여, 아프던 아이가 이제 다 자라 늙었으니, 유모님, 그 손에 든 작은 책을 받으소서!
하늘이여,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필요할 때 이처럼 다정한 유모를 만나게 하시고, 내 노래에 귀 기울이는 어린이마다, 환하고 따뜻한 아이방에서, 나의 어린 날을 기쁘게 해준 그 다정한 목소리로 이 시를 듣게 하소서!
R. L. S.
차례
앨리슨 커닝햄에게
I 여름의 잠자리 II 한 가지 생각 III 바닷가에서 IV 밤의 어린 생각 V 어린이의 모든 의무 VI 비 VII 해적 이야기 VIII 먼 나라 IX 바람 부는 밤 X 여행 XI 노래 XII 어른이 되면 XIII 신나는 놀이 XIV 배들은 어디로 가나? XV 이모의 치마 XVI 이불 나라 XVII 꿈나라 XVIII 내 그림자 XIX 규칙 XX 착한 아이 XXI 잠자리에서의 탈출 XXII 행진 노래 XXIII 암소 XXIV 행복한 생각 XXV 바람 XXVI 추억의 물방앗간 XXVII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XXVIII 먼 나라 아이들 XXIX 해님의 여행 XXX 가로등 점등인 XXXI 내 침대는 배 XXXII 달 XXXIII 그네 XXXIV 일어날 시간 XXXV 거울 강 XXXVI 요정의 빵 XXXVII 기차 안에서 XXXVIII 겨울 XXXIX 건초 다락 XL 농장아 잘 있거라 XLI 북서항로 1. 잘 자 2. 그림자 행진 3. 항구에 닿아
홀로 있는 아이
I 보이지 않는 놀이 친구 II 나와 내 배 III 나의 왕국 IV 겨울의 그림책 V 나의 보물 VI 블록 도시 VII 이야기책 나라 VIII 불꽃 속의 군대 IX 작은 나라
정원의 날들
I 밤과 낮 II 둥지 속 알 III 꽃들 IV 여름 햇살 V 말 없는 병정 VI 가을 모닥불 VII 정원사 VIII 역사적 유물들
헌정시
I 윌리와 헨리에타에게 II 어머니께 III 이모에게 IV 미니에게 V 나와 이름이 같은 아이에게 VI 독자에게
어린이 시의 정원
I 여름의 잠자리
겨울에는 밤에 일어나 노란 촛불 아래 옷을 입지. 여름은 영 딴판이야, 해가 있는데 자러 가야 하니까.
자러 가서 창밖을 보면 새들이 나뭇가지에서 펄쩍펄쩍, 거리에선 어른들 발소리가 내 옆을 지나쳐 가는 소리.
하늘이 이렇게 맑고 파란데, 나는 놀고 싶어 죽겠는데, 낮에 자러 가야 하다니, 당신도 억울하지 않아요?
II 한 가지 생각
세상이 먹을 것 마실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면 참 좋아. 그리스도인이 사는 곳마다 어린이들이 감사 기도를 드리고 있잖아.
III 바닷가에서
바닷가에 내려갔더니 나무 삽을 하나 쥐어줬어 모래사장을 파라고.
컵처럼 빈 구멍마다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어, 더 들어올 수 없을 때까지.
IV 밤의 어린 생각
밤마다 엄마가 불을 끄면 날이 밝은 것처럼 선명하게 사람들의 행렬이 눈앞에 펼쳐져.
군대며 황제며 왕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들고 낮에는 볼 수 없는 웅장한 모습으로 지나가.
잔디밭의 큰 서커스에서도 이런 구경거리는 없었어. 온갖 짐승과 사람들이 모두 그 행렬 속에 있거든.
처음엔 조금 느리게 움직이다가 점점 더 빨라지고, 나는 그들 곁에 바짝 붙어서 잠의 마을에 다다를 때까지 함께 가.
V 어린이의 모든 의무
어린이는 언제나 사실만 말하고, 불리면 대답하고, 밥상머리에서 예의 바르게 굴어야 해. 적어도 할 수 있는 만큼은.
VI 비
비가 사방에 내리고 있어, 들판에도 나무에도, 여기선 우산 위에 내리고 바다 위 배들에게도 내려.
VII 해적 이야기
셋이서 그네 옆 풀밭에 떠 있어, 셋이서 저 너른 들판 바구니 위에. 바람이 불어와, 봄바람이 불어, 풀밭엔 파도가 일어, 바다의 파도처럼.
오늘 우리는 어디로 떠날까, 이렇게 떠 있으니, 날씨를 살피며 별을 따라 키를 잡고. 아프리카로 가볼까, 배를 저어 프로비던스로, 바빌론으로, 말라바르로?
야호! 바다 위에 함대가 노를 젓는다, 풀밭의 소떼가 우르르 돌진해 온다! 빨리 도망쳐, 저놈들 완전히 미쳤잖아, 문 빗장이 항구고 정원이 바닷가야.
VIII 먼 나라
벚나무 위로 기어 올라간 건 다름 아닌 나. 두 손으로 줄기를 붙잡고 먼 나라를 내려다봤어.
이웃집 정원이 눈 아래 펼쳐졌어, 꽃들로 예쁘게 꾸며진,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참 기분 좋은 곳들도 많이.
잔물결 치는 강이 흘러가 하늘의 파란 거울이 되는 것도 봤어. 사람들이 읍내로 걸어 들어가는 먼지 나는 길도.
더 높은 나무를 찾을 수 있다면 더 멀리 더 멀리 볼 수 있을 텐데, 강이 어른이 되어 배들 사이로 바다로 흘러드는 곳까지,
양쪽 길이 모두 요정 나라로 이어지는 곳, 어린이들이 다섯 시에 저녁을 먹고 장난감들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그곳까지.
IX 바람 부는 밤
달과 별이 사라지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밤이면, 어둠 속 빗속을 밤새 한 남자가 말을 달려 지나가. 밤이 깊어 불이 다 꺼지면, 그는 왜 내내 갈로프를 치며 달리는 걸까?
나무들이 소리 높여 울부짖고 바다에서 배들이 출렁일 때, 큰길을 낮고 크게 달리며 갈로프를 치며 지나가. 갈로프를 치며 가더니 다시 갈로프를 치며 돌아와.
X 여행
일어나 훌쩍 떠나고 싶어 황금 사과가 열리는 곳으로, 다른 하늘 아래 닻을 내린 앵무새 섬들이 있는 곳으로, 코카투와 염소들이 지키는 가운데 고독한 크루소가 배를 짓는 곳으로, 햇살 속에 사방으로 펼쳐진 동방의 도시들이 수 마일씩 이어지고 모스크와 미나레트가 가득한 모래 정원 사이에 자리잡은 곳으로, 바자르에 먼 곳에서 온 진귀한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곳으로, 만리장성이 중국을 에워싸고 한쪽엔 사막 바람이 불고 다른 쪽엔 북소리 종소리 북적이는 도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불처럼 뜨겁고 넓기로는 영국만 하고 첨탑처럼 높이 솟은 숲이 있어 원숭이와 코코넛, 흑인 사냥꾼들의 오두막이 있는 곳으로, 나일강에 울퉁불퉁한 악어가 누워 눈을 깜빡이고 붉은 홍학이 눈앞에서 물고기를 낚으며 날아다니는 곳으로, 근처와 먼 정글 어디에나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바짝 엎드려 귀를 세우고 사냥꾼이 다가오지 않나, 가마 안에서 흔들리는 나그네가 보이지 않나 살피고 있는 곳으로, 사막의 모래밭 한가운데 버려진 도시가 서 있어 그 아이들이, 천한 이도 왕자도, 오래전에 어른이 되어버렸고 거리도 집도 발소리 하나 없고 아이도 쥐도 한 마리 없으며 밤이 고요히 내려앉아도 온 도시 어디에도 불빛 하나 없는 그곳으로. 어른이 되면 나 그리로 가리, 낙타 대상을 이끌고. 먼지 낀 어느 식당의 어둠 속에 불을 피우고, 벽 위의 그림들을 보리라, 영웅들과 전투와 축제들을. 그리고 한 구석에서 찾아내리라 옛날 이집트 소년들의 장난감들을.
XI 노래
작은 새는 알록달록 알과 나무 위 둥지 노래를 불러. 선원은 밧줄과 이것저것 바다 위 배에서 노래를 불러.
멀리 일본의 어린이들도 노래 불러, 스페인의 어린이들도 노래 불러. 손풍금 아저씨의 오르간도 빗속에서 노래를 불러.
XII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된 뒤엔 아주 의젓하고 훌륭해질 거야, 그리고 다른 아이들한테 말해줄 거야 내 장난감에 손대지 말라고.
XIII 신나는 놀이
우리는 계단에 배를 만들었어 뒷방 의자들을 모아서, 파도 위를 항해하려고 소파 방석을 가득 채웠지.
톱도 가져오고 못도 몇 개, 아이방 양동이에 물도 담고. 톰이 말했어, “사과 하나랑 케이크 한 조각도 가져가자.” 그걸로 톰이랑 나는 차 마실 때까지 항해하기엔 충분했어.
며칠이고 며칠이고 항해했는데 정말이지 최고의 놀이였어. 그런데 톰이 굴러 떨어져 무릎을 다쳤고 그러자 나 혼자만 남았지.
XIV 배들은 어디로 가나?
강물은 짙은 갈색, 모래는 황금빛. 끝없이 흘러흘러, 양쪽엔 나무들.
초록 잎이 둥둥 떠가고, 거품으로 만든 성, 내가 띄운 배들이 가는데, 다 어디서 돌아오나?
강은 계속 흘러서 물방앗간 지나, 골짜기를 내려가고 언덕을 내려가고.
강을 따라 내려가면 백 마일도 더 되는 곳, 다른 어린이들이 내 배를 찾아줄 거야.
XV 이모의 치마
이모가 움직일 때마다 드레스가 이상한 소리를 내. 바닥을 끌며 따라오다가 문을 지나 덜컹덜컹 뒤따라오거든.
XVI 이불 나라
아파서 누워 있을 때 머리맡에 베개 두 개를 두고 장난감들을 곁에 늘어놓아 온종일 즐거웠어.
때로는 한 시간쯤 납 병정들이 각기 다른 군복과 훈련 대형으로 이불 언덕을 넘어가는 걸 바라봤어.
때로는 배들을 함대로 내보내 이불 시트 사이를 오르내리게 하고, 나무며 집이며 꺼내다가 도시들을 여기저기 세우기도 했어.
나는 베개 언덕에 앉은 크고 고요한 거인이었어, 눈앞에 골짜기와 평원이 펼쳐진 즐거운 이불 나라를 내려다보면서.
XVII 꿈나라
아침부터 낮 동안은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밤마다 나는 멀리 꿈나라로 훌쩍 떠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서 가야만 해, 꿈의 시냇가를 따라 꿈의 산비탈을 오르면서 홀로.
거기서는 뭐든 참 이상해, 먹는 것도 보는 것도, 아침까지 꿈나라에서는 무서운 것들을 잔뜩 보게 돼.
아무리 길을 찾으려 해봐도 낮에는 다시 돌아올 수 없어, 그리고 거기서 듣는 이상한 음악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가 없어.
XVIII 내 그림자
나한테는 나랑 들락날락하는 작은 그림자가 있어, 그놈이 뭐에 쓸모가 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어. 발꿈치부터 머리끝까지 나랑 꼭 닮았는데, 내가 침대로 펄쩍 뛰면 그놈도 앞서 펄쩍 뛰어.
제일 웃긴 건 자라는 방식인데, 제대로 된 아이들처럼 언제나 느리게 크는 게 아니야. 어떤 때는 고무공처럼 쑥 키가 커졌다가, 어떤 때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작아져 버려.
어린이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는 전혀 몰라, 온갖 방식으로 나를 바보로 만들기만 하지. 뒤에 바짝 붙어 따라다니는 걸 보면 겁쟁이야 완전히. 그림자가 나한테 찰싹 붙는 것처럼 유모한테 그리 붙으면 창피할 텐데!
어느 이른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보니 미나리아재비마다 빛나는 이슬이 맺혀 있었어. 그런데 내 게으른 작은 그림자는, 잠꾸러기처럼, 나보다 먼저 집에 남아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지.
XIX 규칙
매일 밤 기도를 드리고, 매일 밥도 챙겨 먹어. 착하게 지낸 날엔 밥 먹고 나서 오렌지 하나를 받아.
깔끔하지도 단정하지도 않은 아이, 장난감도 먹을 것도 잔뜩 있는, 그 애는 틀림없이 말썽꾸러기야. 아니면 가난한 아빠를 둔 아이이거나.
XX 착한 아이
아침이 되기 전에 일어났는데, 온종일 기분이 좋았어, 나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웃으며 신나게 놀았지.
이제 해가 숲 너머로 기울어 가는데, 착하게 잘 지냈으니 기분이 참 좋아.
시원하고 보드라운 침대에 깨끗한 시트까지 준비됐어, 이제 잠자리로 가서 기도도 잊지 말아야지.
내일 해가 뜰 때까지는, 못된 꿈도 무서운 것도 나타나지 않을 거야.
새벽에 깨어날 때까지 잠이 나를 꼭 안아줄 테고, 정원 라일락 숲에서 개똥지빠귀 노래 소리를 듣게 될 거야.
XXI 잠자리에서의 탈출
응접실이랑 부엌 불빛이 새어나왔어, 창문 커튼 사이로, 창살 사이로. 저 위 높은 하늘엔 별들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수천만 개나 됐어. 나무에 잎이 그렇게 많은 적도 없고, 교회나 공원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적도 없었어, 나를 내려다보는 별들의 무리만큼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눈을 깜빡이며.
큰개자리, 북두칠성, 오리온자리, 그리고 다들, 선원의 별, 화성까지, 하늘에서 빛나고, 담 옆 양동이엔 물이 반쯤 차고 별들이 가득. 어른들이 마침내 나를 발견하고 소리치며 쫓아왔어, 곧 나는 침대에 쏙 들어갔지. 그래도 눈 속에는 환한 빛이 남아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별들이 빙글빙글 돌았어.
XXII 행진 노래
빗을 가져와 연주해 봐! 행진이다, 출발! 윌리는 스코틀랜드 모자를 비딱 쓰고, 조니는 북을 두드려.
메리 제인은 부대를 지휘하고, 피터는 맨 뒤를 맡아. 발을 맞춰, 씩씩하게, 모두가 척탄병!
가장 군인다운 자세로 빠른 걸음으로 행진! 냅킨이 깃발처럼 막대 위에서 펄럭여!
영광도 전리품도 이만하면 충분해, 위대한 지휘관 제인! 마을을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XXIII 암소
빨간색 흰색 얼룩무늬 다정한 암소, 온 마음 다해 사랑해. 사과 타르트에 얹어 먹으라고 힘껏 크림을 내줘.
여기저기 음매음매 울며 돌아다니지만, 길을 잃는 법은 없어, 상쾌한 바깥 공기 속, 맑은 낮 햇살 아래.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내리는 비에 흠뻑 젖으면서, 들판 풀 사이를 거닐며 들꽃을 뜯어 먹어.
XXIV 행복한 생각
세상엔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가득한데, 우리 모두 왕처럼 행복해야 하지 않겠어?
XXV 바람
높이 연을 날리는 모습도 봤고 새들을 하늘에서 이리저리 날리는 것도 봤어. 사방에서 네가 지나가는 소리, 풀밭 위로 스치는 치마 자락 같았어. 오 바람아, 하루 종일 부는 바람아, 오 바람아, 이렇게 크게 노래하는 바람아!
네가 한 일들은 다 봤는데, 넌 언제나 제 모습을 숨기지. 밀치는 것도 느끼고, 부르는 소리도 들었지만, 네 모습은 도통 볼 수가 없어. 오 바람아, 하루 종일 부는 바람아, 오 바람아, 이렇게 크게 노래하는 바람아!
오 이렇게 세고 차가운 너, 오 불어오는 바람아, 너는 어린이니 어른이니? 들판과 나무의 짐승이니, 아니면 나보다 힘센 어린이니? 오 바람아, 하루 종일 부는 바람아, 오 바람아, 이렇게 크게 노래하는 바람아!
XXVI 추억의 물방앗간
경계를 넘는 건 용서받지 못할 짓, 나뭇가지 꺾으며 기어서 아래로, 정원 담장 틈 사이로 빠져나가, 강둑을 따라 우리는 내려가.
여기 천둥 같은 울림의 물방앗간, 거품의 신비가 가득한 보(洑), 여기 수문 아래로 흐르는 물살. 집에서 가깝지만 정말 신기한 곳이야!
마을 소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언덕의 새 울음도 점점 잦아들어. 방앗간 주인 눈은 먼지로 흐릿하고, 맷돌 소리에 귀도 멀었지.
세월이 흘러도, 강 위의 물레방아는 오늘날 우리 아이들처럼 돌고 돌아, 우리 소년들 모두 떠난 한참 뒤까지도 영원히 쏴쏴 거품을 내며 돌아갈 거야.
인도로 갔다가 바다를 건너 집으로, 영웅이 되어 병사가 되어 우리 모두 돌아오겠지. 그래도 우리는 낡은 물레방아가 여전히 돌고 있는 걸 볼 거야, 강물을 휘저으며 거품을 내면서.
싸우다 화해하며 내가 너에게 준 콩, 지난 토요일 네가 준 구슬을 나는 아직도 갖고 있어. 이제 나이 들어 의젓하게 차려입고, 여기서 다시 만나 옛날을 떠올리자.
XXVII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얘들아, 너희는 아직 아주 작고, 뼈도 아주 약하잖아. 훌륭하고 의젓하게 크려면, 사뿐사뿐 얌전하게 걸으려고 노력해야 해.
밝고 조용하게 지내야 하고, 소박한 음식에 만족해야 해.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순수하고 정직한 어린이로 남아 있어야 해.
행복한 마음, 환한 얼굴, 풀밭에서 신나게 노는 것, 옛날에 어린이들은 그렇게 해서 왕도 되고 현인도 됐어.
하지만 심술 맞고 말 안 듣는 아이, 지나치게 먹어대는 아이, 그런 애들은 절대 영광을 바라지 마. 그 애들 이야기는 완전 딴판이거든!
못된 어린이, 울보 아기들, 다들 거위와 멍청이로 자라나, 나이가 들수록 조카들한테도 미움을 받게 돼.
XXVIII 먼 나라 아이들
인디언 아이도, 수족도, 크로족도, 얼음 나라 에스키모 아이도, 튀르크 아이도, 일본 아이도, 오! 나처럼 되고 싶지 않아?
진홍빛 나무도 봤잖아, 바다 건너 사자도 봤잖아. 타조 알도 먹어봤잖아, 거북이를 뒤집어 놓기도 했잖아.
그런 삶도 참 멋지지, 하지만 내 삶만큼 좋진 않아. 먼 곳에 있지 않아도 되는데 낯선 땅이 지겨웠던 적도 분명 있었겠지.
너희는 이상한 것들을 먹어야 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 너희는 파도 위에 살아야 하지만, 나는 안전하게 집에서 살지. 인디언 아이도, 수족도, 크로족도, 얼음 나라 에스키모 아이도, 튀르크 아이도, 일본 아이도, 오! 나처럼 되고 싶지 않아?
XXIX 해님의 여행
내가 밤에 베개에 누워 있어도 해는 잠자리에 들지 않아. 지구를 돌고 돌며 아침 또 아침을 만들어 내거든.
우리가 이 집에서 햇살 속에 화창한 정원을 뛰어노는 동안, 인디언의 작은 잠꾸러기들은 뽀뽀를 받으며 잠자리에 들고 있어.
저녁에 내가 차 자리에서 일어나면 대서양 너머 새벽이 밝아오고, 서쪽 나라 어린이들은 모두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있어.
XXX 가로등 점등인
차가 거의 준비됐고 하늘에서 해도 졌어. 리어리가 지나가는 걸 보러 창가에 설 시간이야. 매일 밤 저녁 차 시간이면, 자리에 앉기 전에, 등불과 사다리를 들고 그는 거리를 올라와.
톰은 마부가 되겠다고 하고 마리아는 바다로 가겠다고 해, 우리 아빠는 은행가인데 세상에서 제일 부자야. 하지만 나는, 좀 더 커서 내가 할 일을 고를 수 있다면, 오 리어리, 밤마다 당신과 함께 가로등을 켜러 다닐 거야!
우리는 참 운이 좋아, 문 앞에 가로등이 있으니까, 리어리가 수많은 등불처럼 우리 집 등불도 켜줘. 오! 등불과 사다리를 들고 서둘러 지나치기 전에, 오 리어리, 작은 아이를 한번 봐주고 오늘 밤 끄덕여 줘!
XXXI 내 침대는 배
내 침대는 작은 배 같아. 유모가 내가 탈 때 도와줘. 선원 외투를 입혀주고 어둠 속으로 출발시켜 줘.
밤이 되면 배에 올라타 육지의 친구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해. 눈을 감으면 항해를 시작해 더 이상 보지도 듣지도 못해.
때로는 침대에 물건을 가져가, 신중한 선원들처럼. 웨딩케이크 한 조각이나, 장난감 한두 개 정도.
밤새 어둠을 가로질러 항해하고, 마침내 낮이 다시 오면, 부두 옆 내 방에 무사히 있어, 배도 제자리에 있어.
XXXII 달
달은 복도에 있는 시계 같은 얼굴이야. 정원 담 위 도둑들에게 빛을 비추고, 거리와 들판과 항구 부두에도, 나뭇가지 위에서 잠든 아기 새들에게도.
낑낑대는 고양이, 끽끽대는 쥐, 집 문 앞에서 짖는 개, 낮에는 침대에서 자는 박쥐, 모두 달빛 속에 나가길 좋아해.
하지만 낮에 속하는 것들은 모두 달을 피해 웅크리고 자고, 꽃들과 어린이들도 눈을 감아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XXXIII 그네
그네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 건 어때, 파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거? 오, 그게 어린이가 할 수 있는 것 중 제일 신나는 것 같아!
하늘 높이 올라 담 너머까지, 저 멀리 넓게 볼 수 있어, 강도 나무도 소도 모두 시골 풍경이 한눈에.
초록 정원이 내 발 아래, 갈색 지붕도 아래에.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내려와!
XXXIV 일어날 시간
노란 부리 작은 새 한 마리 내 창턱에 폴짝 앉더니, 반짝이는 눈을 기울이고 말했어. “부끄럽지도 않니, 이 잠꾸러기야!”
XXXV 거울 강
강물이 미끄러지듯 흘러가, 여기선 잔물결, 저기선 반짝임, 오 깨끗한 자갈! 오 매끄러운 물결!
꽃잎이 떠가고, 은빛 물고기, 공기처럼 맑은 조약돌 웅덩이. 어린이라면 누구나 저 아래 살고 싶겠지!
우리 색깔 있는 얼굴이 보여, 흔들리는 물 위에 떠서 시원한 곳 아래, 어둑하고 아주 시원한.
바람이나 물결이 일면, 솔새가 내려앉고, 송어가 풍덩, 순식간에 펼쳐지면서 모든 게 사라져 버려.
동그라미들이 서로를 뒤쫓아. 아래는 밤처럼 까매져, 마치 엄마가 불을 꺼버린 것처럼!
잠깐만 기다려봐, 얘들아. 퍼지는 원들이 사그라들면, 시냇물도 그 안의 것들도 곧 다시 맑아질 거야.
XXXVI 요정의 빵
이리 올라와, 먼지투성이 발들아! 먹을 요정의 빵이 여기 있어. 여기 내 아늑한 방 안에서, 얘들아, 마음껏 먹어. 금작화의 황금빛 향기와 소나무 그늘을 맛봐. 배불리 먹고 나면, 요정 이야기를 듣고 또 해봐.
XXXVII 기차 안에서
요정보다 빠르고, 마녀보다 빠르게, 다리, 집, 울타리, 도랑이 쓱쓱. 전투 중인 군대처럼 돌진하며 초원을 가로질러 말과 소가 달려가. 언덕과 들판의 모든 풍경이 몰아치는 빗속처럼 빽빽이 날아가고, 또다시 눈 깜짝할 새에, 색칠한 기차역이 휙 지나가.
여기 혼자서 기어오르고 뛰어다니며 딸기를 따는 아이가 있어. 여기 서서 멍하니 바라보는 나그네가 있고. 데이지 꽃 목걸이 만들 초록 풀밭도 있어! 여기 길 위에서 달아난 달구지, 사람과 짐을 싣고 덜컹덜컹 달려가고. 여기는 물방앗간, 저기는 강. 하나하나 잠깐 보이다가 영원히 사라져!
XXXVIII 겨울
겨울 해는 늦잠꾸러기야, 서릿빛 불덩이 잠꾸러기, 한두 시간 깜빡이다가, 핏빛 오렌지처럼 다시 져버려.
별들이 하늘에 있는 이른 아침, 어둠 속에서 나는 일어나, 오들오들 떨며 알몸으로 차가운 촛불 옆에서 씻고 옷을 입어.
활활 타는 난로 곁에 바짝 앉아 꽁꽁 언 뼈를 좀 녹이거나, 순록 썰매를 타고 문 밖의 더 추운 나라들을 탐험해.
나갈 때면 유모가 나를 목도리와 모자로 꽁꽁 싸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태우고, 코 속으로 서릿바람 후춧가루를 불어 넣어.
은빛 잔디 위에 까만 발자국, 내 입김이 뽀얗게 피어올라, 나무도 집도, 언덕도 호수도, 웨딩 케이크처럼 하얗게 서리가 내렸어.
XXXIX 건초 다락
기분 좋은 들판 가득 풀이 어깨 높이까지 자랐는데, 빛나는 낫들이 넓게 퍼져 베고 또 베어 말렸어.
초록빛 달콤한 향기 나는 그 풀들을 수레에 싣고 집으로 왔어. 여기 산꼭대기처럼 쌓아 올렸어 등산가처럼 돌아다니라고.
여기는 맑은 봉우리, 녹슨 못 봉우리, 독수리 봉우리, 높은 봉우리. 이 산 속에 사는 쥐들도 나보다 더 행복하진 않을 거야!
오, 거기를 기어다니는 게 얼마나 신나는지, 오, 놀기에 얼마나 좋은 곳인지, 달콤하고 어스름하고 먼지 날리는 공기 속, 행복한 건초 언덕!
XL 농장아 잘 있거라
마차가 마침내 문 앞에 왔어. 어린이들은 서둘러 올라타 손에 입맞추며 다 함께 노래해: 안녕, 안녕, 모든 것아!
집과 정원, 들판과 잔디밭, 우리가 그네처럼 매달렸던 들판 문, 펌프와 마구간, 나무와 그네, 안녕, 안녕, 모든 것아!
이제 영영 잘 있어, 건초 다락 문 앞 사다리야, 거미줄이 가득 달린 건초 다락아, 안녕, 안녕, 모든 것아!
채찍이 탁 울리고 우리는 떠났어. 나무도 집도 점점 작아지고, 마지막으로, 나무 굽이를 돌며 노래해: 안녕, 안녕, 모든 것아!
XLI 북서항로
1. 잘 자
환한 등불이 안으로 들어오면, 해 없는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밖의 들판과 골목 위로 유령 같은 밤이 다시 찾아와.
이제 난롯가에서 불씨들이 튀는 걸 보고, 창유리에 우리 얼굴이 지나갈 때마다 그림처럼 비치는 걸 봐.
정말로 자러 가야 하나? 그럼 어때, 일어나 씩씩하게 가자, 두려움 없는 발걸음으로 자러 올라가는 긴 어두운 복도에 맞서자.
잘 있어, 형아, 누나, 아버지! 난로 곁의 즐거운 자리여! 너희가 부르는 노래, 들려주는 이야기, 먼 내일까지, 잘 있어!
2. 그림자 행진
집 사방에 칠흑 같은 밤이 둘러쳐져. 창유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빛을 피해 구석구석 기어들어, 촛불을 따라 움직여.
내 작은 심장이 북처럼 두근두근, 도깨비 숨결이 머리카락에 닿아. 촛불 주위로 구불구불 그림자들이 모여, 계단을 따라 행진해 올라가.
난간 기둥 그림자, 등불 그림자, 자러 가는 아이의 그림자. 못된 그림자들이 쿵, 쿵, 쿵 다가와, 머리 위엔 새까만 밤.
3. 항구에 닿아
마침내 내가 눕는 방으로 두근두근 떨리는 발걸음이 다가와, 차갑고 어두운 곳을 벗어나 따뜻하고 환한 내 방으로 들어와.
무사히 도착해서 우리는 돌아서서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막고, 지나온 모든 위험을 뒤로하고 마침내 행복한 문을 닫아.
그러다 엄마가 자러 지나갈 때, 발소리 죽이고 살금살금 들어와서, 나를 보면 따뜻하게 곤히 자고 있지, 꿈나라에 막 닿아 있어.
홀로 있는 아이
I 보이지 않는 놀이 친구
어린이들이 잔디밭에서 혼자 놀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놀이 친구가 불쑥 나타나. 어린이들이 기쁘고 외롭고 착할 때, 아이들의 친구가 숲에서 걸어 나와.
아무도 그를 듣지 못하고, 아무도 보지 못해,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 없는 모습이야. 하지만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혼자 놀 때면, 밖에서든 집에서든 반드시 곁에 있어.
월계수 잎 사이에 누워 있기도 하고, 풀밭을 뛰어다니기도 해. 유리컵 소리를 냈다 하면 노래를 불러. 이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때면, 아이들의 친구가 반드시 옆에 있는 거야!
작게 있기를 좋아하고, 크게 있기는 싫어해, 네가 파놓은 굴속에 들어와 사는 게 바로 그야. 주석 병정 놀이를 할 때 프랑스 병사 편을 들어서 언제나 지는 것도 그야.
밤에 네가 자러 가면 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도 그야. 장난감들이 어디에 있든, 찬장이든 선반이든, 친히 돌봐주는 것도 그야!
II 나와 내 배
오, 나는 작고 깔끔한 배의 선장이야, 연못 위를 항해하는 배의. 내 배는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데, 조금 더 크면 그 비밀을 알아내고 말 거야, 더 멀리 항해시키는 방법을.
키를 잡은 인형만큼 작아지고 싶어, 그 인형이 살아 움직였으면 좋겠어. 인형이 옆에서 도와주면 항해를 떠날 거야, 즐거운 바람이 불고 배가 출렁출렁 나아갈 때.
오, 그때 내가 갈대와 부들 사이를 항해하는 걸 보게 될 거야, 뱃머리에서 물이 노래하는 소리도 들리겠지. 인형 선원과 함께 항해하고 탐험해서, 어느 인형도 발 딛지 않은 섬에 상륙해, 뱃머리에서 동전 대포를 쏘아 올릴 거야.
III 나의 왕국
반짝이는 물가 샘 아래로 아주 작은 골짜기를 찾았어, 내 키만 한 곳. 주변에는 헤더와 가시금작화가 여름 꽃을 피우고 있었어, 노란 것도 빨간 것도.
작은 웅덩이를 바다라고 불렀어. 작은 언덕들이 나한텐 커 보였어, 나는 아주 작거든. 배도 만들고, 마을도 만들고, 굴도 위아래로 다 뒤졌어, 하나하나 이름도 붙였지.
사방이 모두 내 것이라고 했어, 머리 위 작은 참새들도, 작은 피라미들도. 여기는 내 세상, 나는 왕이야. 나를 위해 벌들이 노래하러 오고, 나를 위해 제비들이 날아다녔어.
이보다 깊은 바다도 없고, 이보다 넓은 평원도 없으며, 나 말고 다른 왕도 없다고 했어. 마침내 저녁이 되어 집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 차 마시러 집에 오라고.
일어나 작은 골짜기를 떠나야 했어, 보조개처럼 오목한 샘도 떠나야 했어, 헤더 꽃들도 떠나야 했어. 아아! 집에 가까이 다가가니, 유모가 얼마나 크게 보이던지. 방들이 얼마나 크고 시원하던지!
IV 겨울의 그림책
여름이 사라지고 겨울이 와. 서리 내린 아침, 시린 손가락, 창가의 울새, 겨울 떼까마귀, 그리고 그림 이야기책들.
물이 돌처럼 얼어서 유모랑 나랑 걸어 다닐 수 있어. 그래도 흐르는 시냇물은 그림 이야기책 속에 있어.
예쁜 것들을 모두 치워도, 어린이의 눈을 기다리는 것들이 있어. 양과 양치기, 나무와 지팡이가 그림 이야기책 속에 있거든.
세상의 온갖 것들을 볼 수 있어, 가까이 먼 바다와 도시, 날아다니는 요정들 모습까지, 그림 이야기책 속에.
어떻게 칭찬해야 할까, 난롯가에서 보내는 행복한 날들, 아이방 구석에 안전하게 앉아, 그림 이야기책을 읽는 그 시절을?
V 나의 보물
상자 뒤쪽에 간직한 이 도토리들, 주석 병정들이 다 쉬고 있는 그 곳, 가을에 유모랑 내가 주웠어, 바닷가 우물 있는 숲에서.
이 피리는 우리가 만든 거야 (얼마나 맑은 소리인지!) 마당 끝 들판 가에서. 플라타너스 가지로, 내 칼로, 유모가 만들었어, 유모 혼자서!
흰색 노란색 회색이 섞인 이 돌멩이, 얼마나 먼 곳에서 발견했는지 말도 못해. 지치고 추웠지만 들고 왔어, 아빠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분명 금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 보물 중 으뜸은 마지막 것이야. 이런 걸 가진 어린이는 별로 없거든. 그건 자루도 날도 갖춘 끌인데, 진짜 목수인 아저씨가 만들어 준 거야.
VI 블록 도시
블록으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성이랑 궁전, 사원이랑 항구. 비가 계속 오고 남들은 돌아다녀도, 나는 집에서 만들며 행복해.
소파는 산, 카펫은 바다, 거기에 내 도시를 세울 거야. 교회, 물방앗간, 궁전까지, 내 배들이 정박할 항구도.
기둥과 담벼락을 가진 웅장한 궁전, 꼭대기엔 탑 같은 것도 있고, 계단이 가지런히 내려오면 장난감 배들이 항구에서 기다려.
저건 항해 중이고 이건 정박해 있어. 갑판의 선원들 노랫소리 들어봐! 궁전 계단을 봐, 왕들이 선물을 들고 오가고 있잖아!
이제 다 했어, 무너뜨리자! 순식간에 도시가 쓰러져. 블록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면, 바닷가 내 도시에 뭐가 남았지?
그래도 봤던 그대로 다시 보여, 교회와 궁전, 배와 사람들, 살아있는 한 어디에 있든, 바닷가 내 도시를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야.
VII 이야기책 나라
저녁이 되어 등불을 켜면, 부모님은 난로 곁에 앉아. 집에 앉아 이야기하고 노래하는데, 아무런 놀이도 하지 않아.
이제 작은 총을 들고, 어둠 속에서 벽을 따라 기어가 숲길을 돌아서 소파 뒤쪽으로 빠져나가.
거기 밤 속에, 아무도 못 보는 곳에서, 내 사냥꾼 야영지에 누워 읽었던 책 속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자러 갈 시간이 되어.
여기가 언덕, 여기가 숲, 여기가 별들이 빛나는 내 고독한 곳. 저기 강가에선 으르렁대는 사자들이 물을 마시러 와.
저 멀리 다른 사람들이 보여, 마치 불빛 환한 야영지에 누운 것처럼. 나는 인디언 척후병처럼 그들의 일행 주위를 어슬렁거려.
그러다 유모가 나를 부르러 오면,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와서, 뒤를 돌아보며 자러 가 사랑스런 이야기책 나라를 돌아봐.
VIII 불꽃 속의 군대
거리에 등불들이 반짝이고,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파란 저녁 빛이 서서히 내려앉아 정원 나무들과 담장 위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붉은 불꽃이 빈 방을 물들여. 따뜻하게 천장을 비추고 책들의 등을 깜빡깜빡 밝혀.
불꽃 속 타오르는 도시의 탑과 첨탑 사이로 군대가 행진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다 보면 군대도 사라지고 광채도 꺼져.
그러다 다시 빛이 살아나. 환상의 도시가 또 불타오르고, 붉게 달아오른 골짜기 아래로, 봐! 환상의 군대가 행진하며 가!
깜빡이는 불씨야, 솔직히 말해줘, 저 군대들은 어디로 행진하는 거야, 네 화로 속에서 무너지는 저 불타는 도시는 어디야!
IX 작은 나라
집에 혼자 앉아 있다가 지루해지면, 눈만 감으면 돼, 하늘을 항해하며 날아가. 멀리멀리 항해해서 즐거운 놀이 나라로, 작은 이들이 사는 머나먼 요정 나라로. 클로버 꽃봉오리가 나무가 되고, 빗물 웅덩이가 바다가 되고, 잎사귀들이 작은 배가 되어 조그마한 항해를 해. 데이지 나무 위로 풀밭을 뚫고, 머리 위 높이 뒤영벌이 윙윙대며 지나가.
그 숲 속을 이리저리 거닐고 다닐 수 있어. 거미랑 파리를 보고, 개미들이 행진하며 지나가는 것도 봐, 초록 풀밭 거리를 따라 발로 꾸러미를 나르면서. 무당벌레가 앉은 수영풀에 앉을 수 있어. 마디진 풀줄기를 타고 올라가 높은 곳에서 하늘을 가로질러 제비들이 날아가는 걸 볼 수 있어. 동그란 해가 굴러가지만 나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그 숲을 지나가다 보면 거울 속처럼, 윙윙대는 파리와 데이지 나무와 아주 작아진 내가 보여, 발아래 빗물 웅덩이 위에 아주 선명하고 또렷하게 그려져. 잎사귀 하나가 물결에 밀려 내 발 앞에 닿는다면, 얼른 그 조그만 배에 올라 빗물 웅덩이 바다를 둥실 떠다닐 거야.
작은 생각 많은 것들이 앉아 있어 그 풀밭 해안가에. 사랑스런 눈을 가진 작은 것들이 내가 항해하는 걸 놀라서 바라봐. 초록 갑옷을 입은 것들도 있어. (분명히 전투에 나갔다 온 것들이야!) 저마다 빛깔이 다른 것들도 있고, 검정과 진홍, 금빛과 파랑. 날개 달린 것들은 훌쩍 사라져버려. 그래도 모두들 다정하게 바라봐.
다시 눈을 뜨면, 모든 게 환히 보여. 높고 텅 빈 벽, 드넓고 텅 빈 바닥, 서랍과 문에는 커다란 손잡이들. 의자에 잔뜩 올라앉은 큰 어른들이 바느질하고 헝겊을 꿰매면서 쉬지 않고 쓸데없는 말만 해, 내가 오르면 언덕이 될 것들이. 아, 그랬으면! 내가 될 수 있다면, 빗물 웅덩이 바다의 선원이 클로버 나무 타는 꼬마 등반가가, 그리고 잠꾸러기가 되어 돌아와 밤늦게 자러 가는 그 아이가.
정원의 날들
I 밤과 낮
황금빛 낮이 저물면, 닫히는 문 너머로, 아이도 정원도, 꽃도 해도, 덧없는 것들은 다 사라져.
그림자가 쌓여 가고 빛살이 줄어들수록, 저녁 옷자락 아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려.
정원은 어두워지고, 데이지는 오므라들고, 아이는 잠자리에, 모두 잠드네. 복도 바퀴 자국엔 반딧불이, 창고에선 쥐들이 부산하게.
어둠 속에서 집집마다 빛나고, 부모님이 촛불을 들고 오가다가, 신성한 밤이 온 세상을 덮으면 침실 문고리가 돌아가.
마침내 낮이 시작돼 동쪽이 밝아오면서, 생울타리와 가시금작화 사이에서 잠든 새들이 깨어나.
어둠 속에서 사물의 형체들이, 집, 나무, 울타리가, 더욱 뚜렷해지고, 참새 날개가 창턱을 두드려.
그것들이 하품하는 하녀를 깨우고, 그녀가 문을 열면, 정원의 빈터에는 이슬이 내리고 아침이 활짝 펼쳐져.
저기 내 정원이 다시 자라나 초록빛 장밋빛으로 물들어, 저녁에 창 너머로 내 눈에서 사라졌던 것처럼.
저녁에 접혀 감추어졌던 그대로, 장난감처럼, 이제 빛나는 하늘 아래 낮빛으로 빛나고 있어.
모든 길, 모든 화단, 장미 빛깔 하나하나, 이슬 맺힌 파란 물망초 하나하나,
“일어나!” 그들이 외쳐, “미소 짓는 골짜기에 낮이 왔어. 우리는 아침 북을 울렸어. 놀이 친구야, 우리 편으로 와!”
II 둥지 속 알
새들은 맑은 날 내내 퍼드덕 다투며 월계수 천막 같은 정자 안에서 놀아.
나뭇가지 갈래에 갈색 둥지가 놓이고, 파란 알 네 개를 어미 새가 품어.
우리가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어리석게 지켜보는 동안, 알 속에서는 안전하게 새 아기들이 자라고 있어.
이내 연약한 알들이 톡 깨지며, 뛰어올라 사월 숲을 온통 노랫소리로 들끓게 하겠지.
우리보다 어리고, 얘들아, 더 연약하지만, 곧 파란 하늘 속에서 노래하고 날아다닐 거야.
훨씬 나이 많고, 더 크고 더 힘센 우리도 머지않아 저 작은 새들을 내려다볼 수 없게 될 거야.
새들은 날아오르겠지 노래 지저귀며 저 높은 곳 너도밤나무 꼭대기를 향해.
우리가 아무리 지혜롭고 그럴듯한 말을 해봐도, 우리는 두 발로 터벅터벅 걸어가야 해.
III 꽃들
유모한테서 배운 이름들이야. 정원사의 가터, 목자의 주머니, 총각 단추, 아가씨 속저고리, 그리고 아씨 접시꽃.
요정 사는 곳, 요정의 물건들, 들벌이 날아드는 요정 숲, 조그만 여인들을 위한 조그만 나무들. 이건 틀림없이 다 요정 이름이야!
그늘진 요정들이 집을 짓는 작은 나뭇가지 아래의 작은 숲. 장미빛 또는 백리향, 작은 나무 꼭대기에선 용감한 요정들이 올라와!
어른들 나무도 예쁘지, 하지만 가장 예쁜 숲은 이거야. 내가 이렇게 크지만 않았다면 여기서 영영 살았을 텐데.
IV 여름 햇살
해는 크고 넓게, 텅 빈 하늘을 유유히 건너가. 파랗고 빛나는 날들 동안 빗방울보다 빽빽하게 햇살을 쏟아내.
그늘진 거실을 시원하게 하려고 블라인드를 더 꽉 당겨도, 해는 한두 군데 틈새를 찾아내 황금빛 손가락을 밀어 넣어.
거미줄 낀 먼지 가득한 다락방도 열쇠 구멍으로 밝혀주고, 기와 모서리 갈라진 틈으로 사다리 있는 건초 다락에도 미소를 보내.
그 사이 황금빛 얼굴을 사방으로 내밀며 정원 땅 구석구석을 비추고, 담쟁이덩굴 가장 깊은 구석까지 따뜻하고 반짝이는 눈길을 보내.
언덕 위로, 파란 하늘 따라, 틀림없는 발걸음으로 밝은 하늘을 돌며, 아이를 기쁘게 하고, 장미를 물들이며, 세상의 정원사인 해는 오늘도 가.
V 말 없는 병정 잔디를 막 가지런히 깎았을 때, 잔디밭을 혼자 걷다가, 잔디 속에 구멍을 발견해 병정 하나를 땅속에 묻었어.
봄이 오고 데이지 꽃이 피어났어. 풀들이 내 비밀 장소를 감추고, 초록 바다처럼 풀이 퍼져나가 잔디밭을 내 무릎 높이까지 뒤덮었어.
풀 아래 홀로 누워 납빛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며, 진홍 외투, 뾰족한 총을 들고 별과 해를 향해 있어.
풀이 곡식처럼 익으면, 낫을 다시 갈면, 잔디밭을 말끔히 깎으면, 내 구멍이 다시 나타나겠지.
틀림없이 찾을 거야, 내 척탄병을 찾아낼 거야. 그 사이 많은 게 오고 갔지만, 내 병정은 말이 없을 거야.
봄의 풀밭 숲 속에서 작은 것으로 살아왔어. 만약 솔직히 말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을 거야.
별빛 어린 시간들도 보았고 꽃들이 피어나는 것도 보았어. 풀밭 숲 속으로 지나가는 요정 같은 것들도.
침묵 속에서 떠드는 벌과 무당벌레 소리도 들었을 거야. 나비가 혼자 누워 있는 그 위를 날아갔을 거야.
아는 것을 한 마디도 말해주지 않아, 알고 있는 것 모두 한 마디도. 선반 위에 올려두고, 이야기는 내가 직접 지어야겠어.
VI 가을 모닥불
다른 정원들에서, 그리고 골짜기 언덕 위로, 가을 모닥불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즐거운 여름도 가고 여름꽃들도 모두 가고,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회색 연기가 높이 솟아.
계절의 노래를 불러요! 저마다 밝은 것이 있어! 여름엔 꽃, 가을엔 모닥불!
VII 정원사
정원사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아. 자갈길에서만 걸어다니라고 해. 연장을 치우고 나면, 문을 잠그고 열쇠를 가져가.
까치밥나무 줄 뒤 저 너머에, 요리사 말고는 아무도 못 가는 곳, 텃밭 깊숙이, 그가 파는 게 보여. 늙고 진지하고, 검게 탄 크고 큰 사람.
초록, 빨강, 파란 꽃들을 파는데 말 걸기도 싫어해. 꽃을 파고 풀을 베고,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아.
어리석은 정원사! 여름도 가고, 발가락 시린 겨울이 오면, 헐벗고 갈색이 된 정원에서 수레를 내려놓아야 하잖아.
자, 이제 여름이 머물러 있는 동안, 이 정원의 날들을 활용해야 해. 오, 얼마나 더 현명해질 텐데, 나랑 인디언 전쟁 놀이를 하면!
VIII 역사적 유물들
짐 삼촌, 이 정원 땅, 지금 삼촌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거니는 이곳은, 잊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용감한 전투가 지고 이긴 곳이야.
여기서는 살금살금 걷는 게 좋아. 내가 앞에서 안전하게 행진할 테니. 여기가 바로 마법의 땅이거든, 꾸물거리는 사람은 모두 곯아 자는 곳이야.
여기는 바다, 여기는 모래, 여기는 소박한 목동의 땅, 여기는 요정 접시꽃들, 그리고 저기는 알리바바의 바위야.
그런데 저 너머 봐, 저 높은 곳에 꽁꽁 얼어붙은 시베리아가 있어. 나는 거기서, 로버트 브루스와 빌헬름 텔과 함께 마법사의 주문에 묶여 있었지.
헌정시
I 윌리와 헨리에타에게
오랜 기쁨의 이 시들, 집과 정원 놀이 이야기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이가 둘이라면, 나의 사촌들이여, 오직 너희 둘뿐이야.
초록 정원에서 너희는 나와 함께 왕과 왕비가 되고, 사냥꾼, 병사, 선원이 되었지, 어린이들이 되는 수천 가지 것들이 되었어.
이제 어른들의 자리에서 우리는 조용히 쉬며, 창가에 앉아 우리의 뒤를 잇는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봐.
“시절이 있었지,” 금빛 머리가 되돌릴 수 없이 말했어. 하지만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도, 사랑을 남겨.
II 어머니께
어머니도 내 시를 읽어주세요, 잊을 수 없는 옛 시절을 위해. 그러면 어쩌면 다시 한번 들릴 거예요, 마루 위를 뛰어다니던 작은 발소리가.
III 이모에게
“이모들 중 으뜸이여,” 나뿐만 아니라, 이모의 열두 아이들 모두가 외쳐.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했나요? 이모 없는 어린 시절이란 게 있을 수 있나요?”
IV 미니에게 커다란 침대가 놓인 빨간 방, 어른들만 누울 수 있던 곳. 너와 내가 잠시 함께 누웠던 작은 방, 그리고 순박한 구혼자로서 내가 네 손을 점잖게 청했던 곳. 온 방에 그림을 붙여 놓고 블라인드에 나뭇잎 그림을 그린,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큰 낮 아이방. 거기서 눈 뜨고 바람에 흔들리는 정원 소리를 듣는 건 참 기분 좋았어. 누워서 천장의 그림들을 보는 것도 좋았어. 세바스토폴 전투며, 담장의 미소 짓는 대포들, 대담한 사다리 공격, 돌진하는 배와 우는 양들, 발목까지 물에 차는 행복한 어린이들, 웃으며 첨벙거리는: 이 모든 것이 깨끗이 사라졌어. 낡은 목사관은 오늘 바뀌었어. 달라진 얼굴을 하고, 낯선 사람들을 품고 있어. 강은 물방앗간에서 물방앗간으로, 아직도 우리 어린 시절 정원 곁을 흘러가. 하지만 아, 우리 아이들은 이제 물 있는 문에서 그것을 바라볼 수 없어! 주목나무 아래, 지금도 있는, 우리의 유령 목소리들이 공중을 떠돌아. 우리가 아직 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 소리가 외치는 걸 들을 수 있어: “바빌론은 얼마나 멀까요?”
아, 충분히 멀지, 내 사랑, 여기서 멀고도 멀고, 그래도 넌 더 멀리 갔구나! “촛불 들고 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옛 노래는 이어져. 나는 모르겠어, 어쩌면 갈 수 있을지도. 하지만 얘들아, 제대로 들어봐. 아,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영원한 새벽이, 틀림없이, 언덕과 들판 위로 밝아올 거야. 그리고 별과 촛불을 모두 꺼버릴 거야, 우리가 다시 젊어지기 전에.
먼 인도에 있는 너에게 이것들을 바다를 건너 보내. 멀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 중 누가 잊겠어, 인도풍 장식장, 영양의 뼈, 알바트로스의 날개, 얼룩지고 채색된 새들과 콩들, 중국 범선과 팔찌, 구슬과 발, 신들과 신성한 방울들, 크게 윙윙대는 비틀린 소라고둥들! 거실 바닥 높이는 성실하고 소박한 스코틀랜드 해안이었어. 하지만 의자에 올라서면, 눈부신 동방이 거기 있었지! 이걸 이야기로 치자면: 옛날처럼 나는 거실에 있고, 미니는 내 바로 위, 예스러운 인도풍 장식장 안에 있어! 미소 짓고 친절한 너는 선반을 빛내는데 내 손이 닿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손 내려줘, 내 사랑, 받아줘, 옛 인연을 위해 이 시들을!
V 나와 이름이 같은 아이에게
1
머지않아 이 시집을, 네가 제대로 속도를 내어 배운다면, 꼬마 루이 산체스야, 네가 읽도록 줄 거야.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네 이름이 영국 인쇄공들에 의해, 훨씬 전에, 런던에서 찍혔다는 것을.
동서양이 만나는 크고 분주한 도시에서 영국 인쇄공이 그 작은 활자들을 하나하나 짜 넣었어. 네가 아무 생각도 없고, 아직 놀기엔 너무 어렸을 때, 먼 곳의 낯선 사람들이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그리고 네가 아기로 자고 있을 때, 영국 땅 곳곳에서 다른 어린이들이 그 책을 손에 들고, 바다 건너 집에서 물어보았지: 꼬마 루이가 누구예요, 엄마, 알려주세요?
2
이제 공부를 다 했으면, 내려놓고 가서 놀아. 몬터레이 모래사장에서 조개와 해초를 찾으러 가. 바람에 묻혀 누운 거대한 고래 뼈들을 바라보고, 조그만 도요새들과 광활한 태평양 바다도 구경해.
그리고 놀면서 기억해, 바다 안개가 밀려올 때, 네가 읽기도 전에, 내가 네게 무엇을 해야 할지 일러줬음을. 그리고 네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때, 세상의 거의 반 바퀴 너머서 누군가 몬터레이 해변의 루이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VI 독자에게
네 어머니가 집에서 네가 정원 나무들 사이에서 노는 걸 바라보듯이, 이 책의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면 볼 수 있어, 멀고 먼 곳에 있는 또 다른 아이가 또 다른 정원에서 놀고 있는 것을. 하지만 창문을 두드려서 그 아이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 아이는 놀이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어. 듣지 않아, 돌아보지도 않아, 그 책 밖으로 나오려 하지도 않아. 오래전에,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다 자라서 떠나버렸거든. 정원에 남아 있는 건 그저 공기 같은 어린이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