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잠깐의 괴이
이즈미 쿄카
괴담에도 종류가 있다. 이유 있는 괴담과 이유 없는 괴담으로 나눠 보면, 이유 있는 쪽은 인연담(因縁談)이나 원령(怨霊) 같은 부류이고, 이유 없는 쪽은 텐구(天狗)나 마(魔)의 소행으로, 거의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을 가리킨다. 이런 부류는 북국(北國) 지방에 많고, 간토에는 드문 것 같다.
내 생각에, 이는 아마도 이 현세 밖에 또 하나의 별세계(別世界) 같은 것이 있어서, 거기에 저 마(魔)니 텐구니 하는 무리가 살고 있는데, 이따금 그 무리가 우리 인간이 오가는 길목을 지날 때 사람 눈에 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혜성이 나타나듯, 이따금 보인다. 혜성이라면 천문학자가 몇 년 후에 보인다고 미리 알지만, 저 무리는 그렇지 않다. 언제 어느 때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하늘의 별처럼 정해진 궤도랄 것도 없으니,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 다만 찰나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어느 때쯤 이곳에서 보았으니 다시 보고 싶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강물의 흐름은 같아도, 지금 흐르는 물은 조금 전의 물이 아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도 여우나 너구리 따위 다른 동물의 소행도 있겠지만, 예로부터 전해 오는 오마가도키(逢魔が時), 즉 밤 아홉 시부터 열한 시, 거기에 축시(丑時) 한밤중이라는 불길한 시각이 있다. 이 시각이 되면 별세계의 무리들이 이따금 인간 세계로 얼굴을 내밀고 싶어 한다고들 한다. 예로부터 이 시각을 이용해 마(魔)가 있는지 실험하는 방법이 있다고, 얼마 전 나카노초에서 열린 괴담 모임 밤중에 누마타 씨가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것이 이른바 ‘무릎 문지르기(膝摩り)’와 ‘책 두드리기(本叩き)’라는 것이었다.
‘무릎 문지르기’란, 축시 한밤중에 네 사람이 도코노마 없는 여덟 장 다다미방 네 귀퉁이에서 각자 동시에 한가운데로 나와, 가운데서 모두 딱 앉는 것이다. 방 안은 등불을 켜지 않고 캄캄하게 해둔다. 거기서 네 사람 중 한 명이 다음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손을 그 사람의 무릎 위에 얹는다. 이름이 불린 사람은 반드시 대답하고, 같은 방식으로 다음 사람의 무릎에 손을 얹는다. 이렇게 차례차례 돌리다 보면, 어느 틈엔가 대답하지 않고 앉아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 있다고 한다.
‘책 두드리기’란, 이 역시 여덟 장 다다미방에 도코노마 없이 어둡게 하고, 두 사람이 각자 한 권씩 책을 들고 서로 마주 보는 귀퉁이에서 나와, 한가운데서 만나 그 책으로 아래 다다미를 탁탁 두드리는 것이다. 단 두 사람뿐인데 두드리는 소리가, 당사자는 물론 장지문 너머에서 듣는 사람에게까지 몹시 많은 사람이 두드리는 것처럼 들린다고 한다.
이것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마(魔)가 하는 짓은 웃음소리 하나도 단 한 사람이 웃는 것이 아니라, 아하하하하하 하고 수백 명이 웃는 듯한 울림을 낸다고 여겨진다.
내가 이전에 즈시에 살던 시절, 마(魔)가 씌었다는 일과 관련하여 이런 일이 있었다. 마침 가을 중순이었다. 시골집을 빌려 아내와 여종, 이렇게 셋이서 살았는데 집주인은 바로 뒤편의 농부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뒷문 쪽 재래식 욕조에서 나와 툇마루를 지나 바로 옆 다실에 들어가 있으려니, 부엌 뒷정리를 마친 여종이 잠깐 집에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와 엇갈려 아내가 목욕탕에 갔는데, 이윽고 “물통이 없어요”라고 했다. 내가 들어가 있을 때는 분명히 물이 담겨 있었으니 없을 리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일어나 가 보았지만 정말 어디에도 없었다. 기이한 일도 다 있다 싶었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끝까지 확인해 보자는 마음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애당초 이 물통은 우리가 이사 왔을 때 뒤편 집주인이 빌려준 것이었다. 혹시 하고 나는 즉시 뒤채로 가서 물어봤더니, 역시나 할멈이 말없이 가져간 것이었다. 그 할멈이 목욕탕에 온 것은 마침 내가 욕조에서 나와 툇마루를 지나 다실로 들어간 무렵이었고, 발에 짚신을 신고 있어 발소리가 나지 않았다. 농부 할멈이라 힘이 세니, 물이 든 물통을 출렁 소리 하나 없이 그대로 들고, 느긋하게도 자기가 빌려준 것이니 별달리 말도 없이 조용히 가져가 버렸다. 조금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만약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이상한 일이 될 뻔했다. 이런 일도 그 계기가 얽히고설키면 굉장히 불가사의한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앞서 말한 마(魔)의 소행이 아니다. 다만 어떤 계기에서 비롯된 하나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것은 앞서 말한 이유 없는 쪽의 불가사의다.
이것 역시 내가 즈시에 살던 시절, 바로 이웃에 사는 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부인이 아직 딸이었을 때 자기 집에서 있었던 일이라 했다. 시즈오카의 어느 마을 변두리에 그 부인의 아버지가 살던 집이 있었는데, 반 년 가까이 이상한 일이 잇달아 일어났다. 발단은 오월 무렵. 마당에 창포 대여섯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그 꽃들이 깨끗이 다 꺾여 벽장 안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장난이겠거니 하고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점차 장난이 도를 넘어, 손님의 나막신이나 우산이 사라지고, 주인이 관청에 나가려고 책상 위에 지갑을 올려두고 등을 돌려 양복을 입는 사이에 그것이 사라졌다. 어느 때는 책상 위에 두었던 영일(英和) 사전을 가로세로로 난도질하고 먹으로 동그라미 같은 것을 마구 낙서해 두기도 했다. 주인도 몹시 난처해져 경찰서에도 부탁했다. 경찰서 쪽에서는 아마도 그 집에 일곱 살 난 사내아이가 있었으니 그 아이 짓이겠거니 하고, 어느 때 그 아이를 끈으로 어머니에게 묶어 두었지만, 장난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다는 것은, 어느 날 밤 여럿이 모여 처마 끝 낙숫물 자리 옆에 있는 큰 물독에 여러 물건을 넣고, 그 위에 여럿이 달라붙어 커다란 돌을 가져다 얹어 놓고서 이제 이러면 그 녀석도 꼼짝 못 하겠지 하고 있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 돌이 물독에서 바깥으로 굴러떨어졌다. 모두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고 한다. 한때는 툇마루에 정체 모를 동물 발자국이 찍혀 있었는데, 조사해 보니 장지문 작은 한 칸으로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동물이라는 것만 추측할 수 있을 뿐, 끝내 아무도 그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침내 호롱불을 벽장 안에 집어넣는 것 같은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기에 이르러 이사를 가게 되었다. 한때는 굉장한 소문이 퍼져 집 앞에 구경꾼이 가득 들어찼고, 노점까지 들어섰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보슈에도 있다. 시라하마 가까운 어딘가였는데, 앞서 농부 집의 이야기와 똑같은 일이 시작되었다. 집이 마침 골짜기 같은 곳에 있어, 양쪽 산 위에 사냥꾼을 고용해 망을 보게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밤이 되면 사냥꾼이 데리고 온 개들에게만 뭔가 보이는지 몹시 짖어 댔다고 한다. 그 집에 젊은 아이 보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이상한 동물이 가끔 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에치젠 니유군 아마쓰무라 가자마키라는 곳에 젠쇼지라는 절이 있었는데, 어느 때 마을 사람이 무지나(너구리 종류의 동물)를 산 채로 잡아 와 죽였더니, 바로 그날부터 절 곳곳에 불이 일어났다. 주지도 몹시 곤란하여 신도들을 불러 모아 망을 섰더니, 보는 앞에서 장지문이 너울너울 타오르고, 이야 하고 달려들어 끄는 사이에 서까래에 불꽃이 감기고, 저기 하는 사이에 벽판에서 불이 뿜어 나왔다. 이레 남짓 밤낮 붙박혀 잠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이 절 문 앞에 할멈과 열너덧 살 된 딸이 둘이 사는 과자 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 딸이 경내 창고로 들어가는 것을 누군가가 얼핏 보았는데, 곧 그 창고에서 불이 났다. 급히 달려갔지만 그것만큼은 끝내 타 버렸다. 이 딸이 아닌가 하여 고문에 가까운 짓까지 했지만, 목격자의 착오였음이 밝혀졌고, 불이 나기 시작할 무렵 딸은 분명히 자기 집 안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아직까지도 불가사의한 이야기로 남아 있다고 한다. 처음에 이야기한 시즈오카의 집에도 열너덧 살 된 아이 보는 계집아이가 있었다 하고, 보슈에도 있고, 이번 것에도 딸이 붙어 있다. 열너덧 살 계집아이와 이 일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연유인지는 알 수 없다. 옛이야기에서는 이런 집을 ‘구다(くだ) 들린 집’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구다’는 여우 같지만 여우가 아닌, 사람이 본 것 같지만 보지 않은 것 같은, 정체불명의 소형 동물이라 한다.
고양이 얼굴에 개의 몸통, 여우 꼬리를 가졌으며, 크기는 족제비 같고, 울음소리는 누에(鵺)를 닮았다고 되어 있다. 추후 재고(追て可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