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
제6장
삼돌이는 앙심을 먹었다. 안협집을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골리리라는 생각이 가슴속에 탱중하였다. 안협집은 독이 났다. 삼돌이란 놈 분풀이를 하려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이튿날 동리에 소문이 났다.
"삼돌이란 놈이 뺨을 맞았다지! 녀석이 음침하니까."
"그렇지만 계집년이 단정하면 감히 그런 맘을 먹을라구!"
"그렇구말구! 제 행실야 판에 박은 행실이니까."
"지가 먼저 꼬리를 쳤던 게지."
이 소리가 바람에 떠돌아오자 안협집은 분하였다. 요조숙녀보다도 빙설 같은 여자인데 이런 누추한 소문을 듣는 것 같았다. 맘에 드는 서방질은 부정한 일이 아니요, 죄가 아니요, 모욕이 아니나 마음에 없는 놈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당하는 것은 무서운 모욕 같았다.
그는 그 길로 삼돌의 주인 마누라에게로 갔다.
"삼돌이란 녀석을 내쫓이소."
주인은 벌써 알아채었으나 안협집 편은 안 들었다. 다만 어루만지는 수작으로,
"무얼 내쫓을 것까지 있소. 그만 일에…… 그저 눈감아 두지."
"왜 눈을 감는단 말이오?"
주인은 속으로 웃었다. '소 한 필을 달라면 줄지언정 삼돌이를 내놔?' 하였다.
"내쫓아선 무얼 하우, 또."
'어림없는 년! 네가 떠들면 떠들수록 네 밑구멍 들춰서 남 보이는 것이라'는 듯이 쳐다보며 맨 나중으로 아주 잘라 말을 해버렸다.
"나는 못 내보내겠소."
안협집은 분해서 집에 와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었다.
그리고 또 결심했다.
'두구 봐라. 너희들까지 삼돌이를 싸고도니! 영감만 와봐라.'
하루는, 딴은 영감이 왔다. 안협집은 곤두박질을 하면서 맞았다.
"에그, 어서 오슈."
노름꾼 김삼보는 눈이 똥그래졌다. 무슨 큰 좋은 일이나 생긴 것 같았다. 딴 때와 유달리 반가워하는 것이 의심스럽고 이상하였다.
방에 들어앉자마자 얼마나 땄느냐는 말도 물어 보지 않고 삼돌이란 놈에게 욕 당할 뻔하였다는 말을 넋두리하듯 이야기하였다.
"사람이 분해서 죽겠구려. 이것도 모두 영감 잘못 둔 탓이야. 오죽 영감이 위엄이 없어 보이면 그 따위 녀석이 그런 짓을 할라고…… 영감이라고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지, 일년 열두 달 계집이 죽거나 살거나 내버려두고 돌아만 다니니까."
영감은 픽 웃었다.
"왜 내 잘못인가. 오죽 행실을 잘 가지면 그 따위 녀석에게 그 꼴을 당한담."
김삼보는 분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계집의 소행을 짐작도 하려니와 그놈의 주먹도 아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계집이 먹여살리라는 말이 없고 이혼하자는 말만 없는 것이 다행해서 서방질을 해도 눈을 감아 주고 무슨 짓을 하든지 그저 코대답만 하여 주는 터이라 그런 소리가 귓전으로 들릴 뿐이다.
"내가 행실 잘못 가진 게 무어요?"
안협집은 분풀이라도 하여 줄 줄 알았더니 도리어 타박을 주므로 분한데 악이 났다.
"글쎄 무어야! 무엇? 어디 대봐요! 임자가 내 행실 그른 것을 보았소. 어디 보았거든 본 대로 말을 하시우."
딴은 김삼보는 집어서 말할 것이 없었다. 그는 그저 그런 눈치만 채었지, 반박할 증거는 잡은 것이 없다.
"본 거나 다름없지!"
"무엇이 본 거나 다름없어? 일년 열두 달 계집이 죽거나 살거나 내버려두었다가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그것밖에 없어? 살기가 싫거든 그대로 살기 싫다고 그래! 사내답게. 왜 고만 냄새가 나지? 또 어디다가 계집을 얻어 논 게지."
"이년이 뒈지지를 못해서 기를 쓰나?"
"그렇다, 이놈아! 네까짓 녀석 아니면 서방 없을까 봐 그러니, 더러운 녀석!"
김삼보의 주먹은 안협집의 등줄기를 후렸다.
"이년, 그래도 잔소리야. 주둥이 좀 닫치지 못하겠니."
이렇게 서로 툭닥거리며 싸우는 판에 뒷집에서 삼돌이란 놈이 이 소리를 듣고서 가장 긴한 척하고 따라왔다.
"삼보 김서방, 언제 오셨소?"
하고 마당에 들어섰다. 김삼보는 그놈의 상판을 보니까 참았던 분이 꼭두까지 올라온다. 삼돌이는 제법 웃음을 띄우고,
"허허, 오래간만에 만나세서 내외분 싸움이 웬일이시우?"
어디서 한잔을 하였는지 얼굴이 불콰하다.
김삼보는 눈을 흘겨 뚫어지도록 삼돌이를 쳐다보았다.
"이놈아! 남이 내외 싸움을 하든 말든 참견이 무어야?"
삼돌이란 놈은 주춤하였다. 그는 비지 같은 눈꼽이 낀 눈을 꿈벅꿈벅하더니,
"그렇게 역정 내실 것 무엇 있수. 말 좀 했기로……."
"이놈아, 네가 아랑곳할 게 무어야?"
"아랑곳은 할 것 없어도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으니까 말이오. 나는 싸움 좀 못 말린단 말이오?"
하고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앉는다.
"이놈아, 술을 먹었거든 곱게 삭여!"
이번에는 삼돌이란 놈이 빌붙는다.
"나, 술 먹고 어찌하든 김서방이 관계할 게 무어요."
"이놈아! 남의 내외 싸움에 참견을 하니까 그렇지."
주고받다가 삼돌이의 멱살을 김삼보가 쥐었다.
"이 녀석, 네가 무슨 뻔뻔으로 이 따위 수작이냐? 내 계집 이놈 왜 건드렸니?"
삼돌이는 조금 발이 저렸으나 속으로 흥 하고 웃었다.
"요까짓 게 누구 멱살을 쥐어? 앙징하게."
하더니 김삼보의 팔을 잡아 마당에다가 내려갈기니 개구리 떨어지듯 캑 한다.
"요놈의 자식아! 내 말을 좀 들어 보고 말을 해! 네 계집 험절을 모르고 댐비기만 하면 강산이냐? 이 동리 반반한 사내양반 쳐놓고 네 계집 건드리지 않은 놈이 없다. 이놈! 꼭 집어 말을 하라면 위에서 아래로 내리섬기마. 이놈, 너도 계집 덕분에 노자냥 노름밑천 푼 좋이 얻어 썼지. 그래 집이라고 오면서 볼받은 것이나마 옥양목 버선 벌이나 얻어 가지고 가는 것은 모두 어디서 나온 것으로 아니? 요 땅딸보 오리궁둥아! 아무리 속이 밴댕이 같기로. 그리고 또 들어 봐라. 나중에는 주워먹다 못해서 뽕지기까지 주워먹었다."
안협집이 파래서 달려든다.
"이놈! 네가 보았니!"
"보나 안 보나 일반이지."
"이 녀석, 네 말을 듣지 않으니까 된말 안된말 주둥이질을 하는구나."
동리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안협집은 삼돌이에게 발악을 하고 김삼보는 듣고만 있다.
한참 있더니 듣다듣다 못하는 듯이 삼돌이란 놈이 안협집에게로 달려들며,
"이년이 뒈지려고 기를 쓰나?"
하고 주먹을 들었다. 동리 사람들이 호령을 하고 말렸다.
"이놈! 저리 얼른 가거라!"
이놈은 변명을 하며 뻗딩겼다. 그러나 여러 사람에게 끌려 저리로 가버렸다.
사람이 헤어지자 노름꾼은 계집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는 삼돌이에게 태질을 당한 것이 분하였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까지 계집년의 행실을 온 동리에서 아는 것이 분명하였다.
"이년! 더러운 년! 뽕밭에는 몇 번이나 갔니?"
발길로 지르고 주먹으로 패고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땅에다 질질 끌었다. 그는 이를 갈고 어쩔 줄을 몰랐다. 계집은 울고 발버둥질을 쳤다.
"죽여라! 죽여!"
"그럼 살려 줄 줄 아니? 이년! 들어앉아서 하는 게 그런 짓밖에는 없어."
김삼보는 자기의 무딘 팔다리가 계집의 따뜻하고 연한 몸에 닿을 때에 적지 않은 쾌감을 느끼었다. 그는 그럴수록 더욱 힘을 주어 때리도록 속에 숨겨 있던 잔인성이 북받쳐 올라왔다.
맞은 안협집은 당장에 죽을 것 같았다. 그는 생각하기를 이왕 이리된 바에야 모두 말해 버리고 저하고 갈라서면 고만이지 언제는 귀밑머리 풀고, 사주단자 보내고, 사당에 예배드린 내외냐. 저는 저고 나는 난데, 왜 이렇게 때리노? 하는 맘이 나며,
"이것 놔라! 내 말하마!"
하고 머리를 붙잡았다.
"뽕밭에는 한 번밖에 안 갔다. 어쩔 테냐?"
삼보는 더욱 머리채를 잡아챘다.
"이년! 한 번?"
이번에는 더 때렸다. 안협집은 말한 것이 후회가 났다. 삼보는 그래도 거짓말을 한다고 그대로 엎어 놓고 짓밟았다. 안협집은 기절을 하였다. 삼보는 귀로 안협집의 숨소리를 들어 보았다. 그러나 숨소리가 없다. 그는 기겁을 하여 약국으로 갔다. 그의 팔다리는 떨렸다. 그가 의사에게서 약을 지어 가지고 왔을 때 안협집은 일어나 앉아 있었다. 삼보는 반가웁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약을 마당에 팽개쳤다. 그리고 밤새도록 서로 말이 없었다. 이튿날은 벙어리들 모양으로 말이 없이 서로 앉아 밥을 먹고, 서로 앉아 쳐다보고, 서로 말만 없이 옷도 주고받아 갈아입고 하루를 더 묵어 삼보는 또 가버렸다. 안협집은 여전히 동리집 공청 사랑에서 잠을 잤다. 누에는 따서 삼십 원씩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