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바자 곁에서
이튿날 아침, 바자 곁에서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뒤뜰은 햇빛으로 가득하였다. 칠성이는 일어나는 참에 어머니와 칠운이가 아직도 집에 있는가 살핀 담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뒷문턱에 걸터앉아서 큰년네 바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큰년의 아버지 어머니도 김매러 갔을 테고, 고것 혼자 있을 터인데 --- 혹 마을꾼이나 오지 않았는지, 오늘은 꼭 만나야 할 터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무실히 그의 팔을 들여다보았다. 다 해진 적삼소매로 맥없이 늘어진 팔목은 뼈도 살도 없고, 오직 누렇다 못해서 푸른빛이 도는 가죽만이 있을 뿐이다. 갑자기 슬픈 마음이 들어 그는 머리를 들고 한숨을 푹 쉬었다. 큰년이가 눈을 감았기로 잘했지. 만일 두 눈이 둥글하게 띄었다면 이 손을 보고 십리나 달아날 것도 같다. 그러나 큰년이가 이 손을 만져보고 왜 이리 맥이 없어요, 이 손으로 뭘 하겠소, 할 때엔,-----그는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 그저 한숨만 맥없이 내쉬고 들이쉬다가 문득 약이 없을까 ? 하였다. 약이 있기는 있을 터인데,,,,,큰년네 바자 위에 둥글하게 심어 붙인 거미줄에는 수 없는 이슬방울이 대룽대룽했다. 저런 것도 약이 될지 모르지, 그는 벌떡 일어나 나왔다.
거미줄에서 빛나는 저 이슬방울들이 참으로 약이 되었으면 하면서, 그는 조심히 거미줄을 잡아당겼다. 팔은 맥을 잃고, 뿐만 아니라 자꾸만 떨리어 거미줄을 잡을 수도 없지만 바자만 흔들리고, 따라서 이슬방울이 후두두 떨어진다. 그는 손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이슬방울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한 방울도 그의 손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에이, 비 빌어먹을 것!」
그는 이런 경우를 당할 때마다 이렇게 소리치고 말없이 하늘을 노려보는 버릇이 있다. 한참이나 이러하고 있을 때, 자박자박하는 신발소리에 그는 가만히 머리를 돌리어 바라보았다. 호박잎이 그의 눈썹 끝에 삭삭 비비치자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눈물 속에 비치는 저 큰년이 ! 그는 눈가가 가려운 것도 참고 눈을 점점 더 크게 떴다.
빨래 함지를 무겁게 든 큰년이는 이리로 와서 빨래 함지를 쿵 내려놓고 일어난다. 눈은 자는 듯 감았고 또 어찌 보면 감은 듯 뜬 것 같이도 보이었다. 이제 빨래를 했음인지 양 볼에 붉은 점이 한 점 두 점 보이고, 턱이 뾰죽한 것이 어디 며칠 앎은 사람 같다. 큰년이는 빨래를 한가지씩 들어 활활 펴 가지고 더듬더듬 바자에 넌다.
칠성이는 숨이 턱턱 막혀서 견딜 수 없다. 소리나지 않게 숨을 쉬려니 가슴이 터지는 것 같고, 뱃가죽이 다 잡아 씌웠다. 그는 잠깐 머리를 숙여 눈물을 씻어낸 후에 여전히 들여다보았다. 지금 그의 머리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 그저 큰년의 동작으로 가득했을 분이다. 큰년이는 한가지 남은 빨래를 마저 가지고 그의 앞으로 다가온다. 그때 칠성이는 손이라도 쑥 내밀어 큰년의 손을 덥석 잡아보고 짚었으나, 몸은 움찔 뒤로 물러나지며 온 전신이 풀풀 떨리었다.
바삭바삭 빨래 널리는 소리가 칠성의 귓바퀴에 돌아내릴 때, 가슴엔 웬 새 새끼같은 것이 수없이 팔딱거리고 귀가 우석우석 울고 눈은 캄캄하였다. 큰년의 신발소리가 멀리 들릴 때 그는 비로소 몸을 움직일 수 있었고, 또 호박잎을 젖히고 들여다보았다. 큰년이는 빈 함지를 들고 부엌문을 향하여 들어가고 있다. 그는 급하여 소리라도 쳐서 큰년이를 멈추고 싶었으나 역시 마음뿐이었다. 큰년의 해어진 치마폭 사이로 뻘건 다리가 두어 번 보이다가 없어진다. 또 나올까 해서 그 컴컴한 부엌문을 뚫어지도록 보았으나, 끝끝내 큰년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 물러섰다. 햇빛은 따갑게 내려쬔다. 과자나 들려줄 걸 ....,. 돈이나 줄 것을, 아니 돈은 내가 모았다가 치마나 해주지, 하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바자만 바삭바삭 소리를 내고 고요하다. 이제 큰년의 손으로 널은 빨래는 희다 못해서 햇빛같이 빛나고. 그는 눈을 떼고 돌아섰다. 자기가 옷가지라도 해주지 않으면 큰년이는 언제나 그 뻘건 다리를 감추지 못할 것 같다.
「성아, 나 사탕 좀---」
돌아보니, 칠운이가 아기를 업고 부엌문으로 나온다. 그는 도둑질이나 하다가 들킨 것처럼 무안해서 얼른 바자 곁을 떠났다. 칠운이는 저를 다우쳐 형이 저리도 급히 오는 것으로 알고 부엌으로 달아나다가 살짝 돌아보고 또 이리 온다.
「응야. 나 하나만-----」
손을 내민다.
아기도 머리를 갸웃하여 오빠를 바라보고 손을 내민다. 아기의 조 머리엔 종기가 지질하게 났고, 거기에는 언제나 진물이 마를 사이 없다. 그 위에 가늘고 노란 머리카락이 이기어 달라붙었고 또 파리가 안타깝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아기는 자꾸 그 가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쥐어 당기고, 종기딱지를 떼어 오물오물 먹고 있다.
아기는 그 손을 오빠 앞에 쳐들었다. 손가락을 모을 줄 모르고 짝 펴들고 조른다. 칠성이는 눈을 부릅떠 보이고 방으로 들어왔다. 칠운이는 문 앞에 딱 막아서서 흥흥거렸다.
「응야 성아, 한 알만 주면 안 그래.」
시퍼런 코를 훌떡 들여 마신다.
「보. 보기 싫다!」
칠운이 역시 옷이 없어 잠뱅이만 입었고, 그래서 저 등은 햇빛에 타다 못해서 허옇게 까풀이 일고 있으며, 아기는 그나마도 없어서 늘 벗겨두었다. 동생들의 이러한 모양을 바라보는 그는 눈에서 불이 확확 일어난다. 눈을 돌리어 벽을 바라보자 문득 읍의 상점에 첩첩이 쌓인 옷감이 생각났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 칠운이를 치려 했으나, 그 손은 맥을 잃고 늘어진다.
「난 그럼, 아기 안 보겠다야, 씨.」
칠운이는 아기를 내려놓고 달아난다. 그러자 아기는 악을 쓰고 운다. 칠성이는 눈도 거들떠보지 않고 돌아앉아 파리가 우글우글 끓는 곳을 바라보니 밥그릇이 눈에 띄었다. 언제나 어머니는 그가 늦게 일어나므로 저렇게 밥바리에 보를 덮어놓고 김매러 가는 것이다, 그는 슬그머니 다가앉아 술을 들고 보를 들치었다. 국에는 파리가 빠져 등등 떠다니고, 밥바리에 붙었던 수 없는 파리 떼는 기급을 해서 달아난다. 그는 파리를 건져내고 밥을 푹 떠서 입에 넣었다. 밥이란 도토리뿐으로 밥알은 어쩌다가 씹히곤 했다. 씹히는 그 밥알이야말로 극히 부드럽고 풀기가 있으며, 그 맛이 달큼해서 기침을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맛은 잠깐이고 또 도토리가 미끈하게 씹혀 밥맛이 쓰디쓴 맛으로 변한다. 그래서 도토리만은 잘 씹지 않고 우물우물해서 얼른 삼키려면 그만큼 더 넘어가지 않고 쓴 물을 뿌리며 혀끝에 넘나들었다.
얼마 후에 바라보니, 아기가 언제 울음을 그쳤는지 눈이 보숭보숭해서 발발 기어오다가, 오빠를 보고 멀거니 쳐다보다가는 그 눈을 밥그릇에 돌리고 또 오빠의 눈치를 살핀다. 칠성이는 그 듣기 싫은 울음을 그친 것이 대견해서 얼른 밥알을 골라 내처 주었다. 그러니 아기는 그 조그만 손으로 밥알을 쥐어 먹다가, 성이 차지 않아서 납작 엎드리어서 밥알을 쫄쫄 핥아 먹고는 또 말가니 오빠를 본다. 이번에는 도토리 알을 내처 주었다. 아기는 웬일인지 당길성 없게 도토리를 쥐고는 손으로 조모락조모락 만지기만 하고 먹지는 않는다.
「아, 안 먹게이!」
도토리를 분간해서 아는 아기가 어쩐지 미운 생각이 왈칵 들어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니 아기는 입을 비죽비죽 하다가 으아 하고 울었다.
「우, 울겠니!」
칠성이는 발길로 아기를 찼다. 아기는 눈을 꼭 감고 방바닥에 쓰러졌다. 그 바람에 아기 머리의 파리는 웅 하고 조금 떴다가 곧 달라붙는다. 칠성이는 재차 차려고 달려드니 아기는 코만 풀찐풀찐 하면서 울음소리를 뚝 끊었다. 그러나 그 눈엔 눈물이 샘솟듯 흐른다. 칠성이는 모른 체하고 돌아 앉아 밥만 퍼먹다가 캑하는 소리에 머리를 돌렸다.
아기는 언제 그 도토리를 먹었던지 캑캑 하고 게워놓는다. 깨느르르한 침에 섞이어 나오는 도토리 쪽은 조금도 씹히지 않은 그대로였고 그 빛이 약간 붉은 기가 이운 것을 보아 피가 묻어 나오는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아기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고 목에 힘줄이 불쑥 일어났다.
그 찰나에 칠성이는 입에 문 도토리가 모래알 같아 씹을 수 없고, 쓴 내가 콧구멍 깊이 칵 올려 받쳐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술을 텡긍 내치고 아기를 번쩍 들어 문밖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뼈만 남은 아기의 볼기를 짝 붙이니, 얼굴이 새카매지면서도 여전히 느껴운다. 이번에는 밥그릇을 냅다 차서 요란스레 굴리고 웃방으로 올라오니, 게우는 소리에 몸이 오시러워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문득 갈자리 속의 과자를 생각하고 그것을 남김없이 꺼내다가 아기 앞에 팽개치고 뒤뜰로 나와버렸다. 그는 빙빙 돌다가 침을 탁 뱉었다.
한참만에 칠성이는 방으로 들어오니, 방안은 단 가맛속 같았다.
그는 앉았다 섰다 안달을 하다가, 머리를 기웃하여 보니, 아기는 손을 깔고 봉당에 엎드려 잠들었고, 게워놓은 자리엔 쉬파리가 날래 없는 듯이 벌벌 기고 있으며, 아기 머리와 바끔히 벌린 입에는 잔 파리, 왕파리가 바글바글 들싼다. 과자! 그는 놀라 둘러보았다. 부스러기도 볼 수 없었다. 아기가 다 먹을 수 없고 필시 칠운이가 들어왔던 것이라 생각될 때 좀 남기고 줄 것을 하는 후회가 일며 칠운이를 보면 실컷 때리고 싶었다. 그는 달아나오면서 발길로 아기를 차고 나왔다. 손을 거북스레 깔고 모로 누운 꼴이 눈에 꺼리고 또 여윈 팔다리가 보기 싫어서 이러하고 나온 것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칠운이를 찾았다. 저편 버드나무 아래에 애들이 모여 떠든다, 옳지 저기 있구나 하고 씩씩거리며 그리로 발길을 떼어놓았다.
몰래몰래 오느라 했건만, 칠운이는 벌써 형을 보고서 달아난다. 애들은 수숫대를 시시하고 씹고 서서 칠성이를 힐끔힐끔 보다는 히히 웃었다. 어떤 놈은 칠성의 걸음 흉내를 내기도 한다.
칠운이는 조 밭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잡풀에 얽히어 넘어지니, 뒤로 따르던 애들은 허허 하고 웃고 떠든다. 칠성이는 겨우 일어나서 애들을 노려보았다. 이놈들도 달려들지나 않으려나 하는 불안이 약간 일어 이렇게 딱 버티어 보인 것이다. 애들은 무서웠던지 슬금슬금 달아난다. 애들 같지 않고 무슨 원숭이 무리가 먹을 것을 구하러 눈이 뒤집혀서 다니는 것 같았다. 이 동리 애들은 모두가 미운 애들만이라고 부지중에 생각되어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걸었다. 이마가 따갑고 발가락이 따가운데, 또 애들이 벗겨 버린 수숫대 껍질이 발끝에 따끔거린다. 애들은 내를 바라고 달아난다. 그 무리에 칠운이도 섞이었을 것이라고 그는 버드나무 아래로 왔다.
여기는 수숫대 껍질이 더 많고 또 소를 갖다 매는 탓인지 쇠똥이 지저분했다. 버드나무에 기대서서 그는 바라보았다. 저절로 그의 눈이 큰년네 집에 멈추고 또 큰년이를 만나볼 마음으로 가득하다. 지금 혼자 있을 텐데 가볼까, 그러나 누가 있으면,,,,,, 무엇이 따끔하기에 보니 왕개미 몇 마리가 다리로 올라온다. 그는 툭툭 털고 다시 보았다.
멀리 큰년네 바자엔 빨래가 희게 널렸는데, 방금 날으려는 새와 같이 되룩되룩하여 쉬 하면 푸르릉 날 듯하다. 있기는 누가 있어, 김매러 다 갔을 터인데 ....., 신발소리에 그는 돌아보았다. 개똥어머니가 어떤 여인을 무겁게 업고 숨이 차서 온다. 전 같으면,
「요새 성냥 많이 벌었겠구먼, 한 갑 선사하게나.」
하고 농담을 건넬 터인데 오늘은 울상을 하고 잠잠히 지나친다. 이마에 비지땀이 흐르고 다리가 비틀비틀 꼬이고 숨이 하늘에 닿고. 그는 머리를 들어보니 등에 업힌 여인인즉 죽은 시체 같았다. 흩어진 머리 주제며, 입에 끓는 더품 꼴, 피투성이 된 옷! 눈을 크게 뜨고. 머리카락에 휩싸인 여인의 얼굴을 똑바로 보니 큰년의 어머니였다. 그는 놀랐다. 해서 뭐라고 묻고 싶은데 벌써 개똥어머니는 버드나무를 지나 퍽으나 갔다. 웬일일까? 어디 넘어졌나, 누구와 쌈을 했나 하고 두루 생각하다가 못 견디어 일어나 따랐다. 맘대로 하면 얼른 가서 개똥 어머니에게 어찌된 곡절을 묻겠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고 점점 더 비틀거리기만 하고 앞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는 화를 더럭 내고 몸짓만 하다가 팍 거꾸러졌다. 한참이나 버둥거리다가 일어나서 천천히 걸었다,
큰년네 굴뚝에는 연기가 흐른다. 옳구나, 큰년의 어머니가 어찌해서 그 모양이 되었을까, 또다시 이러한 궁금증이 일어난다. 그가 큰년네 마당까지 오니, 큰년네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발길이 자꾸만 돌려진다. 그런 것을 참고 무슨 소리나 들을까 하여 한참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집으로 왔다.
봉당에 들어서니 파리가 와그르. 끓는데 그 속에서 아기가 똥을 누고 있다. 깽깽 힘을 쓰니 똥은 안 나오고 밑이 손길같이 빠지고 거기서 빨간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아기는 기를 쓰느라 두 눈을 동그랗게 비켜뜨니, 얼굴의 힘줄이 칼날같이 일어난다. 그 조그만 이마에 땀이 비오듯하고. 그는 못 볼 것이나 본 것처럼 머리를 돌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마음대로 하면 아기를 칵 밟아 죽여버리든지 어디 멀리로 들어다 버리든지 했으면 오히려 시원할 것 같다.
칠성이는 발길에 채여 구르는 도토리를 집어먹으며, 아기 기쓰는 소리에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그만 뒤뜰로 나와버렸다. 아기로 인하여 잠깐 잊었던 큰년 어머니의 생각이 또 나서 그는 바짝 곁으로 다가섰다.
「으아 으아.」
하는 아기 울음소리에 머리를 돌렸다. 영애의 울음소리가 아니요, 아주 갓난 어린 아기의 울음인 것을 직각하자 큰년의 어머니가 아기를 낳았는가 했다. 그러자 불안하던 마음이 다소 덜리나, 아기하고 입에만 올려도 입에서 신물이 돌 지경이었다. 지금 봉당에서 피똥을 누느라 병든 고양이 꼴을 한 그런 아기를 낳을 바엔 차라리 진자리에서 눌러 죽여버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큰년이 같은 그런 계집애를 낳았나, 또 눈먼 것을,,,, 그는 히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이 입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왜 이 동네 여인들은 그런 병신만을 낳을까 하니, 어쩐지 이상하였다. 하기야 큰년이가 어디 나면서부터 눈 멀었다디, 위선 나도 네 살 때에 홍역을 하고 난 담에 경풍이라는 병에 걸리어 이런 병신이 되었다는데, 하자 어머니가 항상 외던 말이 생각되었다.
그때 어머니는 앓는 자기를 업고, 눈이 길같이 쌓여 길도 찾을 수 없는 데를 눈 속에 푹푹 빠지면서 읍의 병원에를 갔다는 것이다. 의사는 보지도 못한 채 어머니는 난로도 없는 복도에 한 식경이나 서 있다가 하도 갑갑해서 진찰실 문을 열었더니 의사는 눈을 거칠게 떠 보이고 어서 나가 있으라는 뜻을 보이므로 하는 수없이 복도로 와서 해가 지도록 기다리는데 나중에 심부름하는 애가 나와서 어머니 손가락만한 병을 주고 어서 가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말만 하면 흥분이 되어 의사를 욕하고 또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어머니를 핀잔하고 그 말을 막아버리곤 하였다. 무엇보다도 불쾌하여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약만 먹으면 이제라도 내 병이 나을까, 큰년의 병도------아니야, 이미 병신이 된 담에야 약을 쓴다고 나을까. 그래도 알 수가 있나, 어쩌다 좋은 약만 쓰면 나도 남처럼 다리 팔을 제대로 놀리고 해서 동냥도 하러 다니지 않고 내 손으로 김도 매고 또 산에 가서 나무도 쾅쾅 찍어오고, 애새끼들한테서 놀림도 받지 않고 ...... 그의 가슴은 우쩍하였다. 눈을 번쩍 떴다. 병원에나 가서 물어볼까------그까짓 놈들이 돈만 알지 뭘 알아. 어머니의 하던 말 그대로 되풀이하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큰년네 집도 조용하고, 아기의 울음소리도 그쳤는데 배가 쌀쌀 고팠다. 그는 해를 짐작해보고, 어머니가 이제 들어오면 얼굴에 수심을 띠고 귀밑에 머리카락을 담뿍 흘리고서, 너 왜 동냥하러 가지 않았니, 내일은 뭘 먹겠니, 할 것을 머리에 그리며 무심히 서 있는 대싸리 나무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 대싸리 나무가 내 병에 약이 되지나 않을까, 그는 대싸리 나무 냄새를 코밑에 서늘히 느끼자 이러한 생각이 불쑥 일어, 대싸리 나무 곁으로 가서 한입 뜯어 물었다. 잘강잘강 씹으니 풀내가 역하게 일며 욱하고 구역질이 나온다. 그래도 눈을 꾹 감고 숨도 쉬지 않고 대강 씹어서 삼켰다. 목이 찢어지는 듯이 아프고 맑은 침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그는 이 침마저 삼켜야 약이 될 듯해서 눈을 꿈쩍거리면서 그 침을 삼키고 나니 까닭 없이 두 줄기 눈물이 주루루 흘러내린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고 제발 이 손을 조금만이라도 놀려서 어머니가 하는 나무를 내가 하도록 합시사 하였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건만, 어머니가 나무를 무겁게 이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것을 보아도 무심했건만, 웬일인지 이 순간에 이러한 생각이 일었다.
한참이나 꿈쩍 않고 있던 그는 손을 가만히 들어보고 이번에나 하는 마음이 가슴에서 후다닥거렸다. 하나 손은 여전히 떨리어 옴츠러든다. 갑자기 욱 하고 구역질을 하자, 땅에 머리를 쾅! 들이쪼고 훌쩍훌쩍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