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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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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사람들
조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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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Pagera AI
Original Public Domain
Chapter 2 of 3

농촌 사람들 — 제2장

2

원보가 골목 안으로 들어간 지 한참 있다가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집 속에서는 큰 목소리가 일어난다. 여자의 울음 소리도 일어난다. 아까 그 나무 그늘에 앉아서 이야기하던 마을 사람 말마따나,

"또 쌈이 났구나!"

"원보는 밤낮 그 불쌍한 늙은 어머니와 쌈질만 하것다."

한다.

울음 소리는 점점더 커진다. 원보의 친구 한 사람은 달려가기까지 한다.

좁은 봉당 덮은 멍석자리 위에는 예순이 가까워 보이는 원보의 어머니가 극성을 피우고 앉아 있다.

"이놈아! 이틀씩이나 굶은 네 어미를 잡아먹지를 못해서 이 야단이냐? ……밭뙈기까지 있던 것 죄다 갖다 까불러 올리고 나서 어미야 죽든지 말든지 내던져 버리고 몇 해씩 돌아다니다가, 집이라고 돌아와서 뻔들뻔들 놀며 어미만 들들 볶아먹고…… 굶어 가며 품 판 돈으로 돼지새끼 하나 사다가 길러 논 것을 팔아다가 술 받아 처먹고…… 어미가 굶어 죽게 되었으니 빈맘이라도 불쌍하게 생각을 하나…… 어린 자식새끼가 병이 나서 죽게 됐으니 약 한 푼 어치를 사다가 주나? ……참다못하여 김참봉네 집에 돈냥이나 꿀까 하고 간 것이 아니냐. 코만 잡아떼고 돌아와서 분한 생각에 설움이 복받쳐서 우는 어미를 그래 이래야 옳단 말이냐?"

하며 울고 있으려면, 그 옆자리에는 마치 낡고 구긴 헌 명주옷같이 보드라운 살이 비비 꼬일 만큼 마르고 때투성이를 한 예닐곱 살 가량 된 계집아이가 일어날 기운도 없는지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누워서 힘없는 목소리로 칵칵 하며 울고 있다.

그 꼴을 잔뜩 찌푸린 상으로 바라보고 있던 원보는 악이 난 말조로,

"예끼 이 망할 새끼, 어서 뒤어지기나 해라!"

"이놈아, 그게 무슨 죄냐, 그 불쌍한 게 무슨 죄냐?"

하고 또 발악을 할 때,

"아 그 원수놈의 김참봉인지 주릿대를 할 놈의 집에 돈인지 무엇인지를 꾸러 가는 그런 소견머리가 어디 있단 말이어? 엣 참, 네기를 할…… 엑."

하고 원보는 벌떡 일어나 걸어가는 길목 옆에 놓인 화로를 발길로 걷어차 화로는 깨어졌다.

"이놈아, 날 잡아먹어라!"

하고 어머니가 아들의 발목을 붙들자 아들은 발목을 차는 듯이 내뿌리며 어머니는 저쪽에 가 떨어져 대굴대굴 구르며 통곡한다. 그래도 원보는 본체만체하고 마침 문간에 들어서며 붙잡아 내는 친구에게 끌려 마을 주막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남의 말을 듣든지 지금 이 모양을 보든지 원보는 과연 불량한 사람이 되었다. 이같이 된 경로를 대강 그려 보면 이와 같다.

지금으로부터 여러 해 전이다. 그때에는 원보라면 누구나 다 일 잘하고, 부지런하고, 착하고, 규모 있고, 말썽 없고, 맘씨까지 바르다고 일컫던 터이다. 그는 나무장사로 돈냥을 모으고, 그 돈으로 송아지 필이나 사고, 그것이 또 늘어서 밭뙈기를 사게 되고, 또는 남의 땅일망정 논농사도 착실히 지으며 나이 젊고 곱게 생긴 아내와 늙은 어머니와 안팎이 다 한가지로 부지런하여 재미가 오붓하게 살아나가므로 그의 친구들도 부러워할 만큼 되었었다.

그러다가 삼 년 전 여름――그때도 이해 같지는 아니하였으나 가뭄이 좀 대단한 시절에 사람 사람이 자기 논에 물 댈 양으로 눈들이 뒤집혀 가지고 야단들 할 즈음에 원보도 밤을 새워 가며 논에 물을 대게 되었다. 물이라고 겨우 대줄기만한 물줄기를 흘려 넣으며 그는 수통머리에 풀이 모지라지도록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지키고 있었다.

그때에 김참봉 집에서 들판 여러 농사꾼을 무시하고 물을 도수하여 가지고 자기 논에만 댈 양으로 그 시절에는 한참 어깻바람이 나도록 세도를 부리는 헌병보조원인 김참봉의 아들이 순박한 촌 백성을 위협이나 하는 듯이 한 손에 몽둥이를 들고 억탈로 경계도 없이 이 논 수통 저 논 수통을 막으며 서슬이 시퍼렇게 물을 가두어 대며 오다가 원보가 지키고 있는 수통머리에 닥치자마자 덮어놓고 수통을 막아대고 말았다.

이것을 본 원보는 눈에서 불이 돋을 만큼 분이 났었다. 부리나케 달려들어 막은 수통을 잡아 흩어 놓았다. 이것을 본 김참봉의 아들은 다짜고짜로 달려들며 몽둥이로 원보를 후려갈겼다. 맞고 난 원보는 당시에 그러한 직함을 가진 사람에게야말로 말 한마디라도 거역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줄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마는 이 당장에는 자기의 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보다도 더 중하게 여기는 논물을 뺏기고 더구나 얻어맞기까지 하고 난 판에 벼락이 내린대도 무섭지 않을 만큼 된 터이다. 그만 달려들어 그를 물에다 잡아 처넣어 버렸다. 두 사람은 서로 얽혀 엎치락잦히락 때리고 차고 하며 싸워 댔다. 필경에는 여러 사람이 뜯어말리게 되었었는데 집에 돌아와 있은 지 얼마 있다가 읍내 헌병대로부터 보조원 두 사람이 나와서 원보를 붙들고 뺨을 치고 구둣발로 차고 하며 개 패듯 하더니 포승으로 칭칭 얽어 묶어 가지고 갔었다.

원보가 유치장에 여러 날 갇히어 있다가 도청 있는 ○○군 검사국으로 넘어가서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 일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징역하고 나오게 되었다.

그 가운데 기가 막힌 일 하나는 원보가 감옥에 있을 때에 믿고 믿었던 저의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당한 것이다. 그것은 그 아내라는 사람이 그의 위풍과 세도를 흠모함이 있는지 원보와 척이 진 김참봉 아들과 배가 맞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을 그 뒤에 저의 어머니가 면회하러 와서 알게 된 일이지마는, 어쨌든 그때에 그 일을 당한 원보는 마음에 도리어 아니꼬운 생각이 나서 그리하였던지 재판정에 불려가서 그 아내의 이혼청구를 쾌히 승낙하여 주었었다.

감옥에서 나온 뒤에 집이라고 와서 보니 아내가 내어버리고 간 어린 딸을 데리고 늙은 어머니가 지악스럽게 해서 간신간신히 부지는 하여 가나, 전날의 탁탁하던 꼴은 다시 볼 수 없고 더구나 아내조차 없어 집안이란 것이 마치 삵이 채간 닭의 홰장 모양으로 휑―한 것이 쓸쓸하기가 가이없다.

그는 마음 붙일 곳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다. 그리하여 그는 술 먹기 시작하고 놀음하기 시작하여 난봉나기 시작하였다. 그럴수록에 그의 어머니는 바가지 긁기를 시작하였다. 모자간에 싸움도 잦아졌다. 동네 사람들도 원보가 고약해져 간다고 말들을 했다. 그럴수록에 원보는 점점더 술만 먹고 남하고 말썽 부리기 좋아하며 싸움하기 좋아하여 간다. 부치던 남의 땅마지기도 떨어진다. 남아 있는 소필이고 밭뙈기고 모조리 다 팔아먹게 되고 집에만 들어오면 모자 사이에 싸움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집에도 있지 않고 그만 나가서 일년 동안이나 떠돌아다니다가 마음이 어떻게 내켰던지 마침내 집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이번에 집에 돌아온 뒤에는 전과 같지는 아니하나 또한 가끔가끔 그 굶주리는 어머니와 싸움질을 하는 터이다.

아까 그 어머니와 싸운 일만 보아도 그렇다. 원보의 마음은 과연 이같이 사나워졌다. 그같이 사납게 된 까닭이 어디 있다는 것을 자기도 짐작은 하는 터이다. 그것은 자기가 이같이 된 것이 첫째는 아내를 잃어버린 까닭으로 마음 붙일 곳이 없어서 그리 되었다는 것, 그 아내를 잃어버리게 된 것은 그 김참봉의 아들이 그리하여 놓았다는 것, 그 김참봉의 아들이 그런 짓을 하게 되고 또한 그런 짓을 하게 되어도 세상에서는 아무도 그를 손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데로부터 이런 저주로운 세상과 사람을 모조리 미워하게 되며, 굶주리고 게으르고 인정 없고 잔인한 짓도 예사로 하게 되어 생활과 마음이 여간치 않게 변하였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더 자기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서는 어떠한 험악한 짓이라도 가리지 않고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자기 목숨만은 살려 나가려는 마음이 더 강하여 가는 것이다. 또다시 말하면 그는 묵은 인습적 도덕과 양심이란 것을 잊어버리는 동시에 원시적 생활력의 굳센 힘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다.

Chapter 2 of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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