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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와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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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와 용이
조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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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Pagera AI
Original Public Domain
Chapter 2 of 10

이쁜이와 용이 — 제2장

2

"최 첨지가 딸 하나 잘 두었어"

뒤에서 들려오는 말이다. 이럴 지음에 업친데 덥친다고 난데없는 마을 선 머슴꾼이 산에서 나리는 나무 짐을 지고는 잰걸음으로 이쁜의 옆을 지나치며 들떼어 놓고 부르는 노래다.

"청치마 끝에다 목을 잘끈 매고서 죽여라 살려라 에헹 어헹 어헤요…"

노래 끝은 일부러 더 높이 질렀다. 바로 그 뒤 샘터에서는 해해거리는 웃음들이 바그르―끓어올랐다. 이런 것이 모두 다 이쁜이의 몸을 조롱(嘲弄)의 샘 속에다 집어 처넣는 듯하였다. 동이의 물이야 다 넘어 업질러 없어지든 마든 손살같이만 닫는 그의 걸음을 보아도 알 수가 있었다. 저의 집 싸릿문 앞을 접어들자 말자 바람갑이 같이 몸을 문안으로 감추고 말았다. 그는 그 문턱 넘어 땅 우에다 물동이나 미어 때리지 않았는지?

용이가 최 첨지네 집으로 머슴 오기는 석달 전이었다. 누구나 머슴을 두려면 대개는 세 전 세 후에 두는 것이지 이같이 뒤늦게 두는 것도 아니오 더구나 최 첨지네 형세쯤으로는 둘 처지가 못되는 터이며 또한 최 첨지가 나이 오십이 넘었을망정 장정 부럽지 않게 아직도 기운이 정정한 터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까닭은 올 늦은 여름에 최 첨지가 하루는 밤을 새어가며 보리 방아를 찧다가 무거운 물방아 채가 나려 질리는 바람에 몸을 잘못 놀리다가 허리통을 그만 되게 얻어맞아서 거이 죽을 번하다가 간신히 살아나기는 하였으나 아주 병신이 되었으며 아직도 다친 곳이 쾌히 낫지를 못해서 신음신음 앓으면서도 자기 집 농사일이 갑갑하여 생으로 꾸부러진 허리를 작댁이 힘으로 벋히고 문 밖 출입을 하루 한 번씩은 하는 터이다.

생애에 가장 중한 농사를 중둥이 하는 수도 없고 또한 남의 품을 이로사서 댈 수도 없는 터이다. 이리하여 용이를 달머슴으로 두엇다가 인해 눌러둔 터이다. 하루하루 품팔이로 이 골 저 골로 떠돌아다니던 떡거머리 총각 용이가 이 마을 앞 주막을 지나다가 우연히 말이 되어 이 최 첨지네 집으로 머슴살이를 하려오던 첫날 저녁이다.

어두므레한 봉당에 최 첨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최 첨지의 마누라라고 생각하였던 부엌에서 밥을 짛던 여편네가 밥상을 들이다가 봉당 머리에다 놓고는 돌 처서며 도망걸음으로 달아나 버리고 만다. 돌처선 그의 뒷 궁둥이에는 따아서 나린 머리 꼴이 치렁치렁하였다. 용이의 가슴속에는 희미한 무슨 빛이 번뜩이는 듯이 무엇이 느끼어졌었다.

"주인 영감의 딸인가?"

하는 의심이 들며 얼른 알아맞히고자 하는 생각도 핑핑 돌았다. 그는 또한 속으로

"나이도 꼭 들어 보이는데 제기를 할…"

이 '제기를 할' 이란 말의 뜻은 줄인 범이 날고기 덩이를 본 듯 한 총각의 마음 속에 어떤 검은 그림자가 어리댐을 말함 이였다. 그러나 배가 곺았던 터이라 한참 밥만 퍼 넣기에 딴 생각은 없었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 판이었다.

물 우에 띠운 박아지 소리가 그릇 전에 부드치느라고 달그랑달그랑하고 난다. 그는 무심코 싸리문 쪽을 바라다볼 때, 마주 비친 달빛에 달빛같이 희게 번쩍 띄이는 얼굴은 아까 보던 그 처녀의 얼굴이었다.

"오냐! 참 괜찮게도 생긴 모양이로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는 그의 마음 속에는 검은 욕심의 빛이 더 한층 지터지며 그 검은 마음 속에는 처녀의 얼굴이 둥근 달같이 뚜렷하게 박이게 되었다.

이러고 난 뒤, 날이 갈쑤록 하루에 두 번 혹은 세 번 네 번씩 보이는 처녀의 그림자 모로도 보일 때, 뒤로도 보일 때, 또는 바로도 보일 때도 많았다.

"분명히 보았다… 기막히게 마음에 드는구나… 그런데…" "의심 없이 인제는 그의 용모를 잘 알았다. 마음이 몹씨 흔들리는구나. 그러나 마음만 들뜨면 소용이 있나." "그런데…"하는 쌈 싸울 전략을 가만히 생각해 볼 노릇이다.

Chapter 2 of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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