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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와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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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와 용이
조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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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Pagera AI
Original Public Domain
Chapter 4 of 10

이쁜이와 용이 — 제4장

4

이쁜이는 용이가 산둥성이을 넘어서 보이지 않을 때에 비로소 밭에서 나와 걷기를 시작하였다. 그이 바로 뒤를 따라갈 용기는 없었던 까닭이다. 그는 조그마한 산말랑이 오솔 그늘에 앉아 쉬며 그 밑골로 내려가는 용이의 뒤를 우둑허니 바라다보고는

"어쩌면…"

하는 의미 있는 감탄을 한숨과 한가지 내기도 하였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첨하 그늘이 반이나 점령한 마당 한옆에 앉어 먼저 말린 고추꼭지를 다듬으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가을볕에 날으는 잠자리 날개같이 가겨웁게 납신거린다.

"내가 시집을 간다면…"

"박서기(면서기 다니던) 같은 사람…건넌 마을 정부자 아들 같은 사람…용이…"

그는 여기 이름에 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안했다. 어떤 면이 더 났다고 작정할 수도 없었다. 생각을 중둥이에서 끊어 던지고 말았다. 그는 새삼스럽게 자기의 너무나 외로움을 깨닫게 되었다.

"어머니나 살았더라면… 용이 같은 오빠나 하나 있었더라면…"

그는 어떤 때 용이를 '오빠' '오빠'하고 부르며 속의 말이라도 하였으면 여북 좋으리라는 생각이 났었다. 또 어떤 때는 다만 오빠라고 부르기만 하느니 보다도 용이의 그 힘있는 두 팔로 자기를 힘껏 한번 끼어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났었다.

최 첨지의 병이 이 지음에 이르러 날이 추워지는 까닭인지 벗석 더 더치게 되었다. 용이가 앞집 먼 방에서 잠이 곤희 들어서 곯아떨어져 있던 어떤 날 밤중이다. 누가 옆에서 별안간 흔들어 깨우며

"총각네 주인 영감이 지금 대단해서 깨워 보래라는 기별이 왔네."

그는 벌떡 일어나 닷자곳자로 뛰어나가 최첨지네 집으로 달려갔었다. "에헴" 소리와 함께 봉당에다 발을 올려놓을 때 저쪽방 안사람은 벌써 방문을 열어제친다. 그는 이쁜이다. 불빛에 얼비친 그의 얼굴은 해쓱하고 문고리를 잡은 그의 팔은 떨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그 표정은 죽을 고비에 빠진 사람이 자기를 구원하러 오는 사람을 보고 반겨 맞는 듯한 것이었다. 최첨지의 병은 참으로 큰일날 병이다. 중병인 몸에다 급한 관격이 질린 모양이다. 얼굴은 파랗게 질리고 숨은 금방에 넘어갈 듯이 "어, 이, 이" 소리만 연발하며 자기 몸이 이리저리 뒤틀리는 모양이다. 용이는 방문 밖에 선 채

"사지를 꽉꽉 주물러―"

손짓을 하여 가르치고는 동네 집으로 한걸음에 뛰어가 침쟁이를 데리고는 한걸음에 뛰어왔었다. 다만 그 동안에라도 예쁜이가 홀로 얼마나 애를 삭일가 하는 것을 닫는 걸음 가운데에서도 생각하였다. 그들은 최첨지 주위에 둘러앉아 사지를 주무른다. 침 주는 것을 거들어 준다 하였다. 그들은 마치 남매와 같이 또는 그다지 시스럽지 않은 내의와도 같이 서로 말을 여러 번이나 건너게 되고 옷과 옷이 서로 스칠 때도 많았다. 최첨지가 우연만큼 돌리게 되고 잠까지 솔 곳이 들었을 때이다. 그들은 번갈아 번갈아 병인을 주무르던 것도 그만 두고 인제는 다 각기 자리를 정하고 앉아 쉴 판이다. 이쁜이는 병인 옆에 용이는 앞문 턱까지 나와 문을 향하고 앉게 되었다. 이때껏 경황 중에 있었으면서도 순간순간 일일이 용이에게 있어서는 어떤 만족과 만족이 줄로 꿰어진 구슬 같거든 하물며 그 앞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이쁜이의 태도를 말없이 옆눈으로 바라다보고 앉았을 때에 아 이로 말할 수 있으랴. 그는 한참, 또 한참 일없이 한정 없이 앉어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닭이 울기도 여러 횃째다. 그는 멋없다는 듯이 혼자말로.

"인제 가볼가…"

숙었던 이쁜이의 고개는 반짝 들리며 말똥한 눈이 용이에게로 올 때 두 눈은 마주쳐 땅으로 떨어졌었다. 용이는 참아 일어설 수는 없었다. 한참 또 한참 닭이 또 한 홰를 운다. 그는 더 앉았기는 야릇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자 떨치고 서기도 어렵지마는 더 있을 용기도 없었다.

"인제 그만 가지"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슬그머니 이르켜 밖으로 나왔다. 사리문을 저치며 걸어 나오다가 방문 여는 소리에 홱 돌처서자 방문 닫히는 소리는 뒤따라 났다. 봉당에는 이쁜이가 분명히 나와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 비친 방문에 가로막아 서 있는 처녀를 바라다보고 있는 총각, 지새는 달빛 아래 우뚝 서 있는 사나이를 바라다보고 있는 처녀…

Chapter 4 of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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