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이와 용이 — 제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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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와서 살던 그때에는 핏줄이 부풀고 사랑이 뜨거운 그들이라 여간한 고생이 닥치나 가난이 닥치나 그런 것이 그들의 사랑을 덜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참으로 지튼 단 꿈에 파묻히고 말았었다. 용이가 날마다 하는 샌 날품팔이의 고된 짓들은 그까짓 것으로는 용이의 생각에 문제 거리도 안 되는 것이었었다.
그러나 달이 가고 해가 가고 가난과 신고가 거듭거듭 몰려올 제, 그들이 그 처음에 맛보던 나긋나긋하고 새롯하던 정의 맛은 다 가시고 묵은 된장 맛같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기특하고 텁텁한 된장 맛이 평생을 가기로 가서질 리야 있으랴마는 그 몹쓸 가난이란 것이 평화의 보금자리를 뒤집어놓고 그 산돼지의 주둥이같이 함부로 파고 함부로 삼키는 이 악독한 사회제도 밑에 '돈'이란 것이 어린 병아리같이 피리피리하는 사람의 마음, 더구나 여자의 마음을 통틀어 집어삼킴에야 어찌하랴.
그들은 근년에 이르러서는 때때로 싸움을 하고 드잡이까지 하기가 예사다. 더구나 지난날 안해의 거듭하는 해산 머리를 당하자 때마추어 이땟껏 다니던 공장에서 쫓겨나게 되어 실직을 하게 됨에 켜 묵은 가난이 더 한 켜를 얻게 되어 그들은 참으로 기가 질렸다.
안해는 다행이 순산하고 지금은 벌써 나다니게도 되었다마는 이번 통에 아주 그만 진절머리가 머릿 끝을 빼여 가도록 났었다. 그리하여 안해의 말을 빌어 한다면 "사람이 이러고만 밤낮 살면 무엇을 해, 아주 지긋지긋해 죽겠어."
할 때, 그 '지긋지긋'이란 소리는 매몰스럽고도 악착스럽게 용이에게 들렸다.
"그러면 어떻게 난 참고 살 일이지 새 사회이나 올 때나 바라고… 벌써 이놈의 세상이 그렇게 된 바에야 말로만 탓하면 무슨 소용이 잇담, 덤벼들어 뜯어서 엎어 놀 생각을 해야지…"
"앗다 제기 밤낮 그런 소리만… 오기는 언제 오고 동댕이치긴 언제하는 거야?" 죽을 때에… 죽은 뒤에… 말로만 참으라면 되나 참을 수가 있어야 참지 살 수 있어야지?"
안해의 톡톡 내부치고 쏘는 소리에 그만 남편은 역증이 더럭 나서
" 이 시대 계집년이란 천생 하는 수 없어… 남편을 잘 알거나 모르거나도 고사하고 사람다운 데가 있어야지… 망한 계집년들…"
"사람다운 건 뮛이 사람다운 게야… 되지 않은 소리 듣기 싫어… 사람은 사는 게 사람이지 아모 짓이라도 해서 잘 사는 것만 첫째지."
"아따 주리를 할 년 그럴 테면 또 가렴으나 돈 있는 놈에게로…"
"가라면 누가 겁나서 못 가남… 걱정 말어 갈 때도 있을 터니…"
"어서 가거라 어서 가, 이 년… 너같이 뿌르죠아의 마음씨를 그저 가진 년허고 나 같은 사람하고는 살수가 없다."
" 아따 똥대가리같이 뿌르지고 어쩌고… 갈 테야 걱정 말어… 걱정을 말어…"
"저런 쳐죽일 년… 이 따위 계집년 ×××와 한가지 쳐죽여야 하겠다."
하고 치고 싸우고 할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는 지난 일을 이리저리 죽 한번 생각해 내려왔다. 그러나 이 꿈도 세 살 먹은 아들 우는 소리에 깨어지고 말았다. 일어나 앉으며 고사리밥 같은 두 손으로 눈을 부비며 우는 아들을 끌어 잡아다니며
"아가 우지 말아, 응 간난이 또 깬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