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이와 용이 — 제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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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드러운 아버지의 말소리로 달랬다. 그러나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가난이도 깨서 운다. 아주 아우성 판이다. 용이는 잔뜩 찌프린 상으로
"이런 육시를 할 년이 왜 그저 안 와… 이 년 오기만 해봐라… 다리를 분질러 놀 터이니…"
하고는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계집년이 필연코 무슨 딴 일이 있는 모양이지 공연히 마음이 들떠 돌아다니는 풀이 ×××러 다난단 말인가… 아마 그 박가놈의 집에 갔기도 쉽지… 그 놈이 있는 놈에게 개 노릇을 하여가며 모아놓은 돈양도 있는 김에 돈 자랑을 하고 슬슬 꾀는 지도 모르지…이 제도 밑에서는 어떤 년 쳐놓고 매음 안 할 년이 있게 되었어야지… '부자도 싫여, 굶어 죽드라도 당신을 따라 갈 터야…' 흥"
이 '흥' 소리만은 입 밖에 내었다.
"제기를 할 내가 이렇게 집 속에서 속을 상하고 고생하느니 참으로 감옥에나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났겠다."
그는 훌적 훌적 울고 있는 아들을 끌어안아 누이며 자기도 따라 누어 아이들의 잠을 재우려 들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도 또한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를 잤든지 한숨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앉아보니 어느 겨를에 안해가 와서 간난아이를 끼고 잠이 들었다. 그는 안해가 미운 생각이 펄쩍 나서 주먹으로 내어 갈기로 싶었다. 그러나 그는 참고 말았다. 자리를 물러 나와 앉아 담배를 피어대며 방금 감옥 속에서 꿈꾸던 일을 되풀이 생각하였다. 여러 사람과 한가지 공장에서 야단들을 치다가 경찰 놈에게 유치장으로 붓들러 가던 일, 그러다가 또 감옥으로 넘어가던 일, 감옥 독방 안에서 처자를 생각하고 불상한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던 일, 그러다가 내처 울던 일, 그 자기 울음소리에 그만 놀래서 잠이 깨었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이켜 자기 처자를 돌아다볼 때, 갑자기 걸린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 그는 또 거기다 곁들어
"만일에 저것이 참으로 나를 잘 알아준다 할 것 같으면… 참으로 노동자의 계집이될만한 자격이 있는 계집이라면…"
하고 그렇다고 가정하고 생각해볼 때, 그는 뼈가 마디마디 으서지는 듯이 아팠다. 불상하였다. 그는 자기 덥헛던 이불을 걷어서 안해를 덥어주었다. 안해도 무슨 꿈을 꾸는지 '으흥'하고 우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손으로 안해를 흔들어 깨우며 정다운 목소리로
"이봐 이봐"
"으흥―"
하고 안해는 돌처누으며
"아이고…"
이 '아이고' 소리 밑에는 '꿈으로 고약하다' 소리를 의례히 할 터이나 꿈이 야릇한 까닭으로 남편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 꿈은 무슨 꿈이었던가?… 어떤 분통같이 꾸민 방 속에서 박감독과 같이 재미있게 살판에 용이가 칼을 들고 들어와서 배를 타고 앉아 칼로 겨누며
"너 같은 년은 죽어야 한다. ×는 사람의 원수, 더구나 남편의 원수 놈과 한가지 배가 마저 사는 년은 용서 할 수 없다 죽어 보아라"
하고 칼로 지르랴 할 판에 모서리를 치며 소리친 것이 그 잠꼬대였다.
봄밤은 짧으다. 행길에는 벌써 새벽 구르마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용이는 문을 탁 차고 밖으로 나섰다.
이 날의 큰일을 위하여 나섰다.
그리고 난 뒤, 그들은 과연 꿈과 같이 되고 말았다. 용이는 감옥으로 이쁜이는 박가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