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三章: 새암의 시험
第三章: 새암의 시험
이때 한놈은 어찌할까 한놈은 한놈의 짐을 지고 왔으며 너희들은 각기 너희들의 짐을 지고 왔나니 짐 벗어 던지고 달아나는 너희들을 따라가는 한놈이 아니요, 가는 놈들은 가거라, 나는 나대로 하리라 함이 정당한 일인 듯하나, 그러나 너는 내 손목을 잡고 나는 네 손목을 잡아, 죽으나 사나 같이 가자 하던 일곱 사람에 단 셋이 남아 나밖에는 네 형이 없고 너밖에는 내 아우 없다 하던 너희들을 또 버리고 나 홀로 돌아섬도 또한 한놈이 아니도다. 한놈이 이에 오도가도 못 하고 길 곁에 주저앉아 홀로,
"세상이 원래 이런 세상인가? 한놈이 친구를 못 얻음인가? 말짱하게 맹세하고 오던 놈들이 고되다고 달아난 놈도 있고, 할 수 없다고 달아난 놈도 있어 일곱 놈에 나 한놈만 남았구나."
탄식하니 해는 서산에 너울너울 넘어가 사람의 사정을 돌보지 않더라. 이러나저러나 갈 판이라고 두 주먹을 부르쥐고 달리더니 난데없는 구름이 모여들어 하늘이 캄캄해지며 범과 이리와 사자와 온갖 짐승이 꽉 가로막아 뒤로 물러갈 길은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은 없더라. 할 수 없이 다시 오던 길을 찾아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다가,
"뺀 칼을 다시 박으랴!"
소리를 지르고 앞을 헤치고 나아가니 임의 형상은 보이지 않으나 임의 발소리가 귀에 들린다.
"네 오느냐? 너 홀로 오느냐?"
하시거늘 한놈이 고되고 외로워 어찌할 줄 모르던 차에 인자하신 말씀에 느낌을 받아 눈에 눈물이 핑 돌며 목이 탁 메여 겨우 대답하되,
"예, 홀로 옵니다."
"오냐, 슬퍼 말라. 옳은 사람은 매양 무척 고생을 받고야 동무를 얻나니라."
하시더니 칼을 하나 던지시며,
"이 칼은 3925년(서기 1592년) 임진왜란에 의병 대장 정기룡(鄭起龍)이 쓰던 삼인검(三寅劍)이다. 네 이것을 가지고 적진을 쳐라!"
하시더라. 한놈이 칼을 받아 들고 나서니 하늘이 개며 해도 다시 나와 범과 사자들은 모두 달아나 앞길이 탁 트이더라.
몸에 임의 명령을 띠고 손에 임이 주신 칼을 들었으니 무엇이 무서우리요. 적진이 여우 고개에 있단 소문을 듣고 그리로 향하여 가는데 칼이 번쩍번쩍하더니 찬바람 치며 비린내가 코를 찌르거늘,
"에쿠, 적진이 당도하였구나."
하고 칼을 저으며 들어가니 수십만 적병이 물결 갈라지듯 하는지라.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간즉 어떤 얼굴 괴악한 적장이 궤에 기대어 임진 전사를 보는데 한놈의 손에 든 칼이 부르르 떨어 그 적장을 가리키며소리치되,
"저놈이 곧 임진왜란 때에 조선을 더럽히려던 일본 관백(關白) 풍신수길(豊臣秀吉)이라."
하거늘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한놈이 어찌 용서가 있으리요. 두 눈에 쌍심지가 오르며 분기가 정수리를 쿡 찔러 곧 한칼에 이놈을 고깃장을 만들리라 하여 힘껏 겨누며 치려 한즉 풍신수길이 썩 쳐다보며 빙그레 웃더니 그 괴악한 얼굴은 어디 가고 일대 미인이 되어 앉았는데 꽃 본 나비인 듯, 물 찬 제비인 듯, 솟아오르는 반월인 듯…….
한놈이 그것을 보고 팔이 찌르르해지며 차마 치지 못하고 칼이 땅에 덜렁 내려지거늘 한놈이 칼을 집으려 하여 몸을 굽힌 새 벌써 그 미인이 변하여 개가 되어 컹컹 짖으며 물려고 드나 한놈이 칼을 잡지 못하여 맨손으로 어쩔 수 없어 삼십육계의 상책을 찾으려다가 발이 쭉 미끄러지며,
"아차!"
한마디에 어디로 떨어져 내려가는지 한참 만에 평지를 얻은지라. 골이 깨어지지나 않았는가 하고 손으로 만져 보니 깨어지지는 않았으나 무엇이 쇠뭉치로 뒤통수를 딱딱 때려 아파 견딜 수 없고 또 쇠사슬이 어디서 오더니 두 손을 꽉 묶으며 온몸을 굴신할 수 없게 얽어 매고 불침, 불칼이 머리부터 시작하여 발끝까지 쑤시는도다.
한놈이 깜짝 놀라,
"아이고, 내가 지옥에 들어왔구나. 그러나 내가 무슨 죄로 여기를 왔나?"
하고 땅에 떨어진 날부터 오늘까지 아는 대로 무릇 삼십여 년 사이의 일을 세어 보나 무슨 죄인지 모르겠더라. 좌우를 돌아보니 한놈과 같이 형구를 가지고 앉은 이가 몇몇 있거늘,
"내가 무슨 죄로 왔느냐?"
물은즉 잘 모른다 하며,
"너희들은 무슨 죄로 왔느냐?"
하여도 모른다 하더라.
한놈이 소리를 지르며,
"사람이 어찌 아무 죄로 왔는지도 모르고 이 속에 갇혔으리요?"
하니, 대답하되,
"얼마 안 되어 순옥사자(巡獄使者)가 오신다니 그에게 물어 보라."
하더라.
아픔도 아픔이어니와 가장 갑갑한 것은 내가 무슨 죄로 이 속에 왔는지를 모름이다.
"순옥사자가 오시면 안다 하니 언제나 오나."
하며 빠지는 눈을 억지로 참고 며칠을 기다리더니 하루는 삼백예순다섯 가지 풍류 소리가 나며,
"신임 순옥사자 고려 문하시랑 동문장사 강감찬(高麗門下侍郞同文章事 姜邯贊)이 듭신다."
하더니 온 옥중이 괴괴한데, 한놈이 좌우의 낯을 살펴보니 어떤 사람은,
"나야 무슨 죄가 있나, 설마 순옥사자께서 곧 놓아 보내겠지."
하는 뜻이 있어 기꺼운 낯을 가지며, 어떤 사람은,
"내 죄는 이보다 더 참혹한 지옥에 갇힐 터인데 순옥사자가 오시면 어찌하나."
하는 뜻이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낯을 가지며, 어떤 사람은,
"아이고, 이제는 큰일났구나. 내 죄야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만 순옥사자가 아마 덮어놓고 죽이실걸."
하는 뜻이 있어 잿빛 같은 낯을 가지며, 지옥이 무엇인지 천당이 무엇인지 순옥사자가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으며,
"오냐, 지옥에 가두어라. 가두면 장 가두겠느냐, 나가는 날에는 또 도적질이나 하자."
하는 사람도 있으며,
"우리 어머니가 내 일을 알면 오죽 울겠느냐? 순옥사자시여! 제발 놓아 주옵소서."
하는 사람도 있으며,
"옥이고 깻묵이고 밥이나 좀 먹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으며,
"순옥사자가 오기만 오너라. 내 죽자사자 해보겠다. 인간에서 하던 고생도 많은데 또…… 내가 돈이 백만 냥이 있으니 순옥사자의 옆구리만 쿡 지르면 되지."
하는 사람도 있으며,
"나는 계집인데 순옥사자가 밉지 않은 나야 설마 죽이겠니."
하는 사람도 있어, 빛도 각각이요 말도 각각이더라.
옥중에 서기가 돌며 순옥사자 강감찬이 드시는데 키가 불과 오 척이요, 꼴도 매우 왜루하지만 두 눈에는 정기가 어리고 머리 위에는 어사화(御賜花)가 펄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