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
二
이튿날 새벽 첫닭우리에 일어나서 처녀는 절구에 쌀을 쓸고 물을 길어오고 닭을 잡아 밥을 지었다. 지난밤에는 아버지의 솜옷 한 벌을 짓느라고 늦도록 바느질을 하다가 아버지 곁에 누워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첫 닭의 소리에 깬 것이다. 아버지는 수없이 곁에 누워 자는 딸을 만지면서 거의 한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늙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 마주 앉어서 닭국에 말아 밥을 먹을 때에는 벌써 훤하게 동이텃다. 해뜨기 전에 말 탄 관인이 활을 메고 칼을 번쩍어리며, ”군사들 나오라.”고 웨치며 돌아갔다. 처녀는 밥상도 안치우고 아버지의 옷 보퉁이를 싸고 해진 버선 구멍을 막아 놓는 등 길치장 하기에 울새도 없었다. 아버지는 딸이 짐싸는 동안에 소 물을 먹인다, 마당을 쓴다, 아침마다 하는 일을 하고 농사하던 연장과 소와 닭장과 곡식가리를 다 돌아보고 딸이 늘 물 길러 다니는 우물길에 풀까지 비어 버렸다.
해가 떴다. 지붕에는 은가루 같은 서리가 왔다. 동네에서 닭우는 소리가 난다. 닭들은 아침 햇빛을 맞노라고 사방에서 울고 개들이 쿵쿵 짖는다. 마침내 떠날 때가 되어서 아버지는 보찜을 지고 마당에 내려서면서 우는 딸이 머리를 쓰다듬고 빰을 만저주었다. 그리고,
“아무 걱정말어라 가실이가 좋은 사람이니 그 사람한테 시집가서 아들 딸 많이 낳고 잘 살아라, 남편 말 잘 듣고 일 잘하고 그래야 내 딸이다.”
하고 대문을 나선다. 딸은 아버지의 소매에 매어달려 운다.
이때에 앞고개로 금빛 같은 햇빛을 등에 지고 어떤 커다란 사람이 뛰어 넘어온다. 가실이다. 가실은 집세기 감발에 바지를 흘족하게 치켜 입고 조고마한 짐을 젖다. 대문 앞에 와서 노인께 절을 하면서,
“제가 대신 가겠읍니다. 일년이면 돌아온답니다.”한다. 그 얼굴에서는 김이 오른다.
“자네가 어떻게 가냐?”하고 노인이 놀래어 묻는다.
“이제 늙으신 이가 어떻게 전장에를 가십니까. 그래 어저께부터 내가 대신 가리라고 작정을 했읍니다.”하고는 또 절을 하고 뛰어가려 한다. 처녀는 가실의 손을 잡으며,
“아버지 대신 전장에 가셔요?”한다.
“네.”하고 가실은 처녀의 쳐든 얼굴을 나려다 본다. 처녀는 눈물 묻은 얼굴을 가실의 가슴에 묻으며,
“그러면 가 주십시오. 그 은혜는 내 몸이 죽기까지 갚겠읍니다. 그러면 가 주십시오”하고 한 번 더 가실의 얼굴을 본다. 노인은 가실의 결심을 휘지 못할 줄을 알고 자기가 젖던 옷짐을 가실에게 주며,
“자네 은혜는 내가 죽어도 못 잊겠네. 그러면 갔다가 속히 돌아오게. 나를 자네의 장인으로, 믿게 부디 잘 다녀오게.”
이리하여 가실은 전장으로 나가게 되었다.
골에 들어가서 여러 백 명 군사로 뽑힌 사람들과 함께 마병 수십 명에 끌리어 서울로 갔다. 가는 길에 여러 골에서 군사로 뽑혀오는 사람들을 만나 치술령을 넘어올 때에는 해가 반이나 넘었다. 산비탈에는 늙은이 부인네 아이들이 함께 늘어섰다가 자기네 남편이나 아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손으로 가리키고 부르며 발을 구르고 울었다.
가실이가 서울 동문을 들어설 때에는 벌써 해가 서형산 마루에 있었다. 어려 절에서는 저녁 쇠북소리가 둥둥 울려온다. 군사로 뽑혀가는 사람들의 들어오는 것을 보려고 장안 사람들은 모두 길가에 나섰다. 먼데 사람이 안보일만할 무렵에 겨우 분황사 앞 영문에 다달았다.
가실은 상관의 점고를 맞고 방에 들어갔다. 열간통이나 되는 큰 방안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콩나물 모양으로 앉어서 혹은 같은 고향에서 온 아는 사람들끼리 혹은 모르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들을 한다. 가실은 방 한편 구석에 우뚝 허니 앉어서 전장에 나가는 것이 무서운 듯한 생각과 그러나 명년 이때에 돌아오면 오래 그리워하던 사람을 안해를 삼아 재미있게 살 것을 생각하고는 혼자 기뻐한다.
이윽고 어디서 풍류소리가 울려온다. 사람들은 일어서서 창으로 내다본다. 서남편으로 환한 불빛이 보인다. 창에 붙어서 바라보던 사람 하나이,
“저게 대궐이야, 상감님 계신데야.”하는 소리를 듣고 대궐 대궐 하는 말만 듣고 보지는 못한 사람들은 일제히 그리로 밀려,
“응, 어느 게 대궐이야?”하고 사람들 틈으로 고개를 내어 밀고 발을 벗되듼다.
“저기 저 등불 많이 켜놓은 데가 대궐이야, 림해궁이야.”하고 누가 잘 아는 듯이 설명한다.
가실도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내다보았다. 몇 천인지 모를 등불이 반듸불 모양으로 공중에 걸리고 그 한가운데쯤 해서 커단 횃불빛 같은 것도 보인다.
“저렇게 환하게 불을 켜놓고 타작을 했으면 좋겠네.”하는 이도 있고,
“거기다가 씨름을 한판 차려 놓았으면 좋겠네.”하는 이도 있다.
그중에 서울서 오래 병정 노릇하던 사람 하나이 이 사람들의 무식한 소리를 비웃는 듯이,
“이 사람들 그게 무슨 소린가. 지금 상감님이 만조백성을 모으시고 연략을 배설한 것이야. 내일 룡춘장군 유신장군이 우리들을 거느리고 랑비성으로 간다고 가서 승전해 가지고 오라고 자치하는 것이라네.”한다.
북소리, 피리소리, 쇠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밝듸밝은 구월 보름달이 둥그런 어름짱 모양으로 남산위에 걸리고 반월성과 황룡사가 달빛 속에 큰 그림자 모양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하나씩 둘식 창에서 떨어져서 구석구석이 목침을 베고 쓸어진다. 어떤 사람은 벌써 종일 걸어온 로독에 코를 드렁드렁 군다.
나팔소리 주라 소리가 영문 안에 일어난다. 자던 군사들은 둥지를 흔들린 범 모양으로 여러 방믄에서 쏟아져 나와 마당에 모여 선다. 마당 한가운데는 활과 화살 통이 산떼미같이 쌓이고 울긋불긋한 깃발이 횃불 빛에 나부낀다.
해뜨기 전에 천여 명 군사가 제일대로 남대문을 나서서 서를 향하고 떠났다. 말 탄 군사도 있고 짐실은 수레도 있다. 군사들은 모두 활과 살통을 메고 어떤 군사는 큰 창을 메었다. 가실도 큰 활과 살통을 메고 물들인 군복을 입었다. 어제까지 호미와 낫과 장작 패는 도끼를 들고 화평하게 살던 농부들은 하루아침에 활을 메고 칼을 차고 사람을 죽이러 가는 군사로 변하였다.
“어디로 가는 모양이야?”하고 가실의 뒤에 오는 한 사람이 누구더러 인지 모르게 묻는다.
“누가 아나 끌고 가는대로 따라가지.”하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답한다.
“백제놈들이 또 쳐들어왔나?”
“이번에는 고구려 놈들이라든가.”
“그 망할 놈들은 농사나 해먹고 자빠졌지 웨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들 수성거려서 못 견디게 굴어.”
“글쎄나 말이지. 또 그놈들은 우리네 신라 사람들이 들 수성거린다고 그러겠지.”
이러한 말도 나오고 또 어떤 이는,
“글쎄 우리는 무얼 먹겠다고 터벅거리고 가?”
“먹긴 무얼 먹어, 사우러가지.”
“글세 무얼 먹겠다고 싸워!”
한참 대답이 없더니 누가,
“누구는 갈일이 있어서 가나, 가라고 그러니까 가지.”하고 성난 듯이 픽 웃는다. 이 말이 대단이 재미나는 모양으로 누가,
“우리더러 싸우러 가라는 사람은 누구야? 아버지 말도 잘 안들으려고 드는 우리더러!”하고 더 크게 웃는다.
“참 누가 가라기에 가는 길이야?”하고 누가 또 웃는다.
“안 가면 잡아다가 죽인다니 가지!”
이 말에 모두 ”참 그렇다.”하는 듯이 아무 말들이 없다. 가실은 ”나는 설영감을 대신하여 떠나가는 길이야.”하고 생각하고 혼자 기뻤다.
이 모양으로 밤이면 한둔하고 낮이면은 걸어 낯선 곳으로 낯선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실과 같이온 군사가 노돌을 건너는 날은 삼각산으로서 하늬바람이 냅다 불고 좁쌀 같은 싸락눈이 펄펄 날랐다. 날랐다. 본래 한양에 있던 군사들은 모두 노닥노닥 긴 옷에 얼굴에 핏기하나 없다. 그네들은 집에서 올 때에 가지고 온 옷도 다 입어 해어지고 까맣게 때 묻은 군복을 입고 덜덜 떨고 섰다. 새로 가실과 같이온 군사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소름이 끼쳤다.
“웨 다들 저 꼴이야. 해골만 남았으니?”
“우리도 저 꼴이 될 모양인가.”
“죽지 않아야 저 꼴이라도 되지.”
이런 말들을 하며 모두 풀이 죽어서 섬거적편 영문에 들어갔다.
이날은 서울 군사들이 이십여일이나 먼 길에 새로 왔다하여 소를 여러 마리 잡고 술을 많이 내어 큰 잔치를 베풀었다. 가끔 고구려 마병이 기웃기웃 무악재를 엿보고 서울서 구원병은 오지 아니하고 그래서 이곳서 수자리 사는 군사들은 하루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밤잠도 잘 자지 못하다가 이번에 새군사 오는 것을 보고 다들 기뻐하였다. 그 판에 오래 굶주렸던 창자에 소고기를 싫건 먹고 술을 마시니 추운 것과 고향 그리운 것도 잊어버리고 모두 신이 나서 떠들고 논다. 가실도 술이 취하였다. 자기와 한방에 있게 된 늙은 군사가 자기를 퍽 귀여워해서 술도 많이 얻어 주고 고기도 많이 얻어 주었다. 그 늙은 군사는 이십년이나 병정으로 있었고 서울도 오래 있었으므로 영문 일도 잘 알고 퉁수도 불고 소리도 하고 춤도 출줄 알며 또 여러 번 전장에 나갔으므로 싸움도 우습게 여긴다. 한참 떠들다가 이 늙은 군사가 무릎장단을 치며 소리 한마디를 부른다. 그 사설은 이러하다.
“에헤야, 산도 설고 물도 선데 누구를 따라 예왔는가.”
이런 소리가 끝이나니 그중에 한 오육인 늙은 군사가 역시 무릎장단을 치며,
“에헤야, 요, 님따라 온것도 아니로세, 구경 온 것도 아니로세, 통천검 드는 칼로 고구려놈 사냥을 온 길일세 에헤야, 요, ”하고 화답을 한다.
늙은 군사는 더 신이 나서 얼신 얼신 어깨춤을 추어가며,
“에헤야, 요, 새로운 군사야 말 물어보자 고향 산천은 어찌된고, 부모양친은 어찌된고 두고 온 처자도 잘있는냐 에헤야, 요, ”하면 다른 늙은 군사들도 어깨춤을 얼신 얼신 추며,
“님따라 온것도 아니로세.”하고 아까하던 후렴을 부른다.
다른 방에서 얼굴 붉은 군사들이 소리를 듣고 모여든다. 방이 터지게 뫃이고도 싸락눈을 마지면서 문밖에 섰다. 소리하던 군사들은 더욱 흥이나서 일어나 춤을 추는 이도 있고 입으로 부르거던 다리를 쳐서 장단을 맞추는 이도 있다. 늙은 군사가 한마듸를 먹일 때마다 받는 사람이 늘어간다. 가실도 가만가만히 숭내를 내다가 나중에는 노래를 배워 후렴하는 패에 참예하게 되었다.
늙은 군사는 일단 소리를 높여,
“에헤야요, 사냥을 가자 사냥을 가, 날이 새거던 사냥을 가자. 무악재 넘어 고구려 군사 사냥을 가자.”
“에헤야요, 님따라 온것도 아니로세 구경온것도 아니로세 룡천검 드는 칼로 고구려왕의 머리를 버혀 대왕께 바치러 온 길일세.”
“에헤야요, 인생백년이 꿈이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가. 오늘은 살아서 놀더라도 내일 일은 누라 아나. 아마도 북한산 석비례판에 살마자 죽은 혼이로고나.”
“에헤야요.”하고 모두 슬픈 듯한 목소리로 후렴을 부른다. 후렴이 끝나면 일동은 깜짝 아니하고 늙은 군사의 입만 바라본다. 늙은 군사의 주름잡힌 얼굴에 흐트러진 백발이 천줄기 만 줄기 함부로 늘어졌다. 여전히 얼신 얼신 춤을 추며,
“에헤야요. 북한산 석비례 파지를 말아. 흩어진 백골을 건들일라. 어즈버 우리네도 한번 아차 죽어지면 흩어진 백골이 되리로고나.”할 때에 볕에 걸은 늙은 군사의 눈에서는 눈물이 번쩍번쩍한다. 후렴 받던 군사들은 후렴을 부르려다가 모두 목이 메어 울었다. 가실은 복바쳐 오르는 울음을 참다못하여 목을 놓아 울었다.
이때에 갑자기 영문 마당으로서 취군나팔 소리가 울려온다. 군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았다. 고구려 군사가 밤을 타서 한양성으로 쳐들어온다는 것이다.
가실도 남들이 하는 모양으로 활과 살통을 메고 칼 하나를 들고 나섰다. 영문 마당에는 수천 명 군사가 길게 길게 열을 지어 늘어섰는데 앞에는 어떤 말 타고 가든 장수가 기를 둘러가며 군사들에게 호령을 한다.
“지금 고구려 군사가 무악재로 쳐 넘어오니 너희는 마주나가 싸오되 만일 고구려 군사가 쫓기거든 북악산 끝까지 따라가라.”고 한다. 이때에 난데없는 화살 하나이 그 장수의 탄 말귀를 스치고 날아온다. 수천명 군사는 일제히 고함을 치고 인왕산 모퉁이를 돌아 무악재를 향하고 달려갔다.
새벽이 되어 촌가에 닭이 울 때에 군사들은 북한산 끝에 다달았다. 고구려 군사는 죽은 사람과 말과 살마자 업더진 군사를 내버리고 랑비성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신라 군사 중에도 이백여명이 죽었고 소리 메기던 늙은 군사도 어디간지 보이지를 아니하였다. 가실은 그 이튿날 여기저기 찾아도 보고 물어도 보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