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쏙독새는 참으로 못생긴 새였습니다.
얼굴은 여기저기 된장을 발라 놓은 것처럼 얼룩덜룩하고, 부리는 납작하게 퍼져서 귀밑까지 쩍 벌어져 있었습니다.
다리는 후들후들 떨릴 만큼 가냘퍼서 한 발짝도 제대로 걸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새들은 쏙독새의 얼굴만 봐도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종달새도 그리 아름다운 새는 아니었지만, 쏙독새보다는 훨씬 낫다고 여기고 있었으므로, 저녁 무렵 쏙독새와 마주치면 아주 싫다는 듯이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휙 돌려 버리곤 했습니다. 더 작고 수다스러운 새들은 언제나 쏙독새를 정면으로 놓고 험담을 했습니다.
“흥, 또 나왔네. 저 꼴 좀 봐. 정말이지 새들의 망신거리라니까.“
“얘, 저 입 좀 봐, 저렇게 크잖아. 틀림없이 개구리 친척쯤 되는 거야.“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아, 쏙독새가 아니라 진짜 매였더라면, 이런 건방진 작은 새들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몸을 움츠리고 나뭇잎 그늘에라도 숨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쏙독새는 사실 매의 형제도 친척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쏙독새는 그 아름다운 물총새와, 새들 가운데 보석 같은 벌새의 형이었습니다. 벌새는 꽃꿀을 먹고, 물총새는 물고기를 먹고, 쏙독새는 날벌레를 잡아먹었습니다. 게다가 쏙독새에게는 날카로운 발톱도 날카로운 부리도 없었으니, 아무리 약한 새라도 쏙독새를 무서워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이상할 법도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쏙독새의 날개가 무척이나 힘차서 바람을 가르며 날 때면 영락없이 매처럼 보였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울음소리가 날카로워 어딘가 매를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매는 이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쏙독새만 보면 어깨를 우쭐거리며, 어서 이름을 바꿔라, 이름을 바꾸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저녁, 마침내 매가 쏙독새의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봐, 있나. 아직도 이름을 안 바꿨어? 너도 참 뻔뻔하구나. 너와 나는 격이 다르단 말이야. 가령 나는 푸른 하늘을 끝없이 날아가지. 너는 흐리고 컴컴한 날이나 밤이 아니면 나오지도 못하잖아. 그리고 내 부리와 발톱을 봐. 네 것과 한번 비교해 보라고.“
“매 님, 그건 너무 억지입니다. 제 이름은 제가 마음대로 지은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내려 주신 것입니다.“
“아니야. 내 이름이라면 하느님께 받은 것이라 해도 좋겠지만, 네 이름은 말하자면 나와 밤, 양쪽에서 빌려 쓰고 있는 거야. 자, 돌려내.“
“매 님, 그건 무리입니다.“
“무리가 아냐. 내가 좋은 이름을 지어 주마. 이치조라고 해. 이치조 말이야. 좋은 이름이지? 자, 이름을 바꾸려면 개명 인사라는 걸 해야 돼. 알겠나. 그러니까 목에 ‘이치조‘라고 쓴 팻말을 걸고, ‘저는 이제부터 이치조라 하옵니다‘ 하고 인사말을 하며 모두를 찾아다니면서 절을 하는 거야.“
“그런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아니, 할 수 있어. 그렇게 해. 만약 모레 아침까지 네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움켜잡아 죽여 버리겠다. 움켜잡아 죽여 버릴 테니 각오해라. 나는 모레 아침 일찍 새들의 집을 한 집 한 집 돌며 네가 왔는지 안 왔는지 물어볼 거야. 한 집이라도 안 왔다는 곳이 있으면 그때가 네 마지막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하지 않습니까.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습니다. 지금 당장 죽여 주십시오.“
“뭐,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봐. 이치조라는 이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매는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제 둥지 쪽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쏙독새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걸까. 내 얼굴은 된장을 바른 것 같고 입은 찢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나쁜 짓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걸. 아기 동박새가 둥지에서 떨어졌을 때 주워서 둥지에 데려다 주었더니, 동박새 어미는 마치 도둑한테서 빼앗기라도 한 것처럼 아기를 내 손에서 홱 낚아챘지. 그러고는 한참이나 나를 비웃었어. 게다가 아아, 이번에는 이치조라니, 목에 팻말을 걸라니, 서러운 일이야.)
주위는 이미 어스름해져 있었습니다. 쏙독새는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구름이 심술궂게 빛나며 낮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쏙독새는 거의 구름에 닿을 듯 소리 없이 하늘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쏙독새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날개를 곧게 편 채 마치 화살처럼 하늘을 가로질렀습니다. 작은 날벌레들이 수없이 그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몸이 땅에 닿을 듯 말 듯 할 때, 쏙독새는 홀쩍 다시 하늘로 튀어 올랐습니다. 어느새 구름은 잿빛으로 변하고, 저편 산에는 들불이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쏙독새가 있는 힘껏 날 때면 하늘이 마치 둘로 쪼개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한 마리 딱정벌레가 쏙독새의 목구멍에 들어와 몹시 버둥거렸습니다. 쏙독새는 얼른 그것을 삼켜 버렸지만, 그 순간 왠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구름은 이제 새까맣고, 동쪽으로만 들불이 붉게 비쳐 무시무시했습니다. 쏙독새는 가슴이 막히는 듯한 기분으로 다시 하늘 위로 올랐습니다.
또 한 마리 딱정벌레가 쏙독새의 목구멍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목구멍을 할퀴며 파닥파닥 몸부림쳤습니다. 쏙독새는 억지로 그것을 삼켜 넘겼지만,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쏙독새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울면서 빙글빙글 빙글빙글 하늘을 맴돌았습니다.
(아아, 딱정벌레도, 수많은 날벌레도, 밤마다 나한테 죽임을 당하고 있어. 그리고 그 하나뿐인 나는 이번에 매한테 죽임을 당하겠지. 그게 이렇게나 괴로운 거야. 아아, 괴로워, 괴로워. 나는 이제 벌레를 먹지 않고 굶어 죽겠어. 아니, 그 전에 매가 나를 죽이겠지. 아니, 그 전에 나는 먼 먼 하늘 저편으로 가 버리겠어.)
들불은 점점 물처럼 흘러 퍼지고, 구름도 붉게 타오르는 듯했습니다.
쏙독새는 곧장 동생 물총새에게로 날아갔습니다. 예쁜 물총새도 마침 깨어나 먼 산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쏙독새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물총새가 말했습니다.
“형, 안녕하세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아니, 나는 이번에 먼 곳으로 가게 되어서 그 전에 잠깐 네 얼굴을 보러 온 거야.“
“형, 가시면 안 돼요. 벌새도 저렇게 먼 데 있는데, 저 혼자 남겨지잖아요.“
“그건 어쩔 수가 없단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다오. 그리고 너도 꼭 잡아야 할 때가 아니면 쓸데없이 물고기를 잡지 말아라. 응, 안녕.“
“형, 어찌 된 거예요. 잠깐만 더 기다려 주세요.“
“아니, 아무리 있어 봐야 마찬가지야. 벌새한테 나중에 안부 전해 다오. 안녕.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야. 안녕.“
쏙독새는 울면서 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여름밤은 벌써 밝아 오고 있었습니다.
고사리 잎사귀는 새벽 안개를 머금고 푸르고 차갑게 흔들렸습니다. 쏙독새는 높이 끼끼끼 하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둥지 안을 말끔히 정리하고 온몸의 깃털과 솜털을 가지런히 다듬은 뒤 다시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해님이 마침 동쪽에서 떠올랐습니다. 쏙독새는 어질어질할 만큼 눈부신 것을 참으며 화살처럼 그쪽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해님, 해님. 부디 저를 해님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서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저처럼 못생긴 몸이라도 탈 때에는 작은 빛 하나는 내겠지요. 부디 저를 데려가 주세요.“
아무리 날아도 해님은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점 작아지고 멀어지면서 해님이 말했습니다.
“너는 쏙독새로구나. 그래, 참 많이 힘들었겠다. 오늘 밤 하늘을 날면서 별에게 부탁해 보려무나. 너는 낮의 새가 아니니까.“
쏙독새는 절을 하려다 갑자기 몸이 흔들리더니 그만 들판의 풀밭 위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치 꿈속 같았습니다. 몸이 스르르 붉고 노란 별들 사이를 올라가기도 하고, 끝없이 바람에 날려가기도 하고, 매가 와서 몸을 움켜쥐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차가운 것이 불현듯 얼굴 위로 떨어졌습니다. 쏙독새는 눈을 떴습니다. 한 줄기 어린 억새 잎에서 이슬이 뚝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어느새 완연한 밤이 되어 하늘은 검푸르고, 온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쏙독새는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오늘 밤에도 들불은 시뻘갰습니다. 쏙독새는 그 불의 가물거리는 빛과 차가운 별빛 사이를 날아 돌았습니다. 한 바퀴, 다시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러고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서쪽 하늘 저 아름다운 오리온 별을 향해 곧장 날면서 외쳤습니다.
“별님, 서쪽의 창백한 별님. 부디 저를 별님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서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오리온은 씩씩한 노래를 부르며 쏙독새 따위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쏙독새는 울음이 터질 듯 비틀비틀 떨어졌다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한 바퀴 날아 돌았습니다. 그러고는 남쪽 큰개자리를 향해 곧장 날면서 외쳤습니다.
“별님, 남쪽의 푸른 별님. 부디 저를 별님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서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큰개는 파랗고 보랏빛이고 노랗고 아름답게 바쁘게 깜박이며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마라. 네가 대체 뭔데. 고작 새 한 마리 아냐. 네 날개로 여기까지 오려면 억 년 조 년 억조 년이 걸린다.“ 그러고는 딴 곳을 향해 버렸습니다.
쏙독새는 맥이 풀려 비틀비틀 떨어졌다가 다시 두 바퀴를 날아 돌았습니다. 그러고는 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북쪽 큰곰별을 향해 곧장 날면서 외쳤습니다.
“북쪽의 푸른 별님, 부디 저를 데려가 주세요.“
큰곰별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어라. 머리를 좀 식히고 오너라. 그럴 때는 빙산이 떠 있는 바다에 뛰어들거나, 가까이 바다가 없으면 얼음을 띄운 물컵에 뛰어드는 게 제일이지.“
쏙독새는 맥이 풀려 비틀비틀 떨어졌다가 다시 네 바퀴를 하늘을 돌았습니다. 그러고는 한 번 더, 동쪽에서 이제 막 떠오른 은하수 건너편의 독수리별을 향해 외쳤습니다.
“동쪽의 하얀 별님, 부디 저를 별님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서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독수리는 큰바람결에 말했습니다.
“아니, 어림도 없는 소리. 별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신분이어야 하고, 또 돈도 꽤 있어야 하는 법이다.“
쏙독새는 완전히 기운이 빠져 날개를 접고 땅으로 떨어져 갔습니다. 그 약한 발이 땅에 닿기 한 자 남짓 되었을 때, 쏙독새는 불현듯 봉화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하늘 한가운데쯤에 이르러 쏙독새는 마치 독수리가 곰을 덮칠 때처럼 부르르 몸을 떨며 깃을 곤두세웠습니다.
그리고 끼끼끼끼끼! 하고 높이 높이 외쳤습니다. 그 소리는 영락없는 매의 소리였습니다. 들판과 숲에 잠들어 있던 다른 새들은 모두 눈을 떠 벌벌 떨면서 의아한 듯 별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쏙독새는 끝없이, 끝없이 곧장 하늘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이제 들불은 담뱃불 꽁초만 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쏙독새는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추위에 내쉬는 숨이 가슴 앞에서 하얗게 얼어붙었습니다. 공기가 희박해진 탓에 날개를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별의 크기는 아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쉬는 숨은 풀무 같았습니다. 추위와 서리가 마치 칼날처럼 쏙독새를 찔렀습니다. 쏙독새는 날개가 온통 저려 왔습니다. 그리고 눈물 글썽인 눈을 들어 한 번 더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쏙독새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제 쏙독새는 떨어지고 있는 건지, 올라가고 있는 건지, 거꾸로 된 건지, 위를 향한 건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마음만은 고요하고 평안하여, 피가 묻은 커다란 부리는 비뚤어져 있었지만, 분명 조금 웃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잠시 뒤 쏙독새는 또렷이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자기 몸이 지금 인의 불꽃 같은 푸르고 아름다운 빛이 되어 고요히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옆은 카시오페이아자리였습니다. 은하수의 창백한 빛이 바로 뒤편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쏙독새의 별은 타올랐습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타올랐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도서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