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가치카치 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동화 시대의 어스름 속에, 한 노인과 한 마리 토끼가, 시타키리 스즈메(舌切雀, 혀 잘린 참새)의 희미한 날갯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노인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멀리에서 나른한 울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오니가시마(鬼ヶ島)로 통하는 꿈의 바다의, 영원히 무너지는 일이 없는 파도이리라.
노인 아내의 시신을 묻은 흙 위에는, 꽃 없는 벚나무가 가느다란 청동의 가지를 가늘게 허공으로 뻗고 있다. 그 나무 위의 하늘에는, 동틀 무렵의 반투명한 빛이 떠돌고, 한숨만큼의 바람조차 없다.
이윽고 토끼는 노인을 위로하며, 앞발을 들어 해변에 매여 있는 두 척의 배를 가리켰다. 배 하나는 희고, 하나는 먹을 칠한 듯이 검다.
노인은 눈물에 젖은 얼굴을 들어 끄덕였다.
동화 시대의 어스름 속에, 한 노인과 한 마리 토끼는, 꽃 없는 벚나무 아래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힘없이 작별을 고하였다. 노인은 웅크린 채 울고 있다. 토끼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배 쪽으로 걸어간다. 그 하늘에는 시타키리 스즈메의 희미한 날갯소리가 들리고, 동틀 무렵의 반투명한 빛도 어느덧 조금씩 퍼져 왔다.
검은 배 위에는 아까부터 한 마리 너구리가 가만히 파도 소리를 듣고 있다. 이는 용궁(龍宮)의 등불 기름을 훔치려는 셈일까. 혹은 또 물속에 사는 붉은 물고기의 사랑을 시샘하고라도 있는 것일까.
토끼는 너구리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들은 천천히 먼 옛날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들이 불 타오르는 산과 모래 흐르는 강 사이에 있어 엄숙히 짐승의 목숨을 지키고 있던 「먼 옛날」의 이야기이다.
동화 시대의 어스름 속에, 한 마리 토끼와 한 마리 너구리는, 각각 흰 배와 검은 배에 올라타고 고요히 꿈의 바다로 노 저어 나갔다. 영원히 무너지는 일이 없는 파도는, 선악의 배를 둘러싸고 나른한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꽃 없는 벚나무 아래에 있던 노인은, 이때 비로소 머리를 들어 바다 위로 눈을 돌렸다.
흐릿하면서도 희게 빛나는 바다 위에는, 두 마리의 짐승이 마지막 다툼을 이어 가고 있다. 천천히 가라앉아 가는 검은 배에는 너구리가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는 그 가까이 떠 있는 흰 배에는 토끼가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노인은 눈물에 젖은 눈을 빛내며, 바다 위 토끼를 도우려는 듯이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보라. 그와 함께 꽃 없는 벚나무에는 조개껍데기 같은 꽃이 피었다. 동틀 무렵의 반투명한 빛으로 가득한 하늘에도, 푸르스름한 황금빛 일륜(日輪)이 떠올랐다.
동화 시대의 새벽에 ― 짐승다움이 짐승다움을 멸하는 다툼에 환희하는 인간을 상징하려는 것이리라, 일륜은. 그리고 그 아래에 피어 있는 상감(象嵌) 같은 벚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