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신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여러분.
저는 지금 오사카에 있습니다. 그러니 오사카 이야기를 해 드리지요.
옛날, 오사카 시내로 머슴살이를 하러 온 사내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밥 짓는 허드렛일꾼으로 왔으니, 권조라고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권조는 직업소개소 포렴을 들치고 들어가, 담뱃대를 물고 앉아 있던 지배인에게 이렇게 일자리를 구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지배인 나리. 저는 신선이 되고 싶으니, 그런 곳에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지배인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지배인 나리. 들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신선이 되고 싶으니, 그런 곳에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참으로 딱하신 말씀이오만,——”
지배인은 겨우 평소처럼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신선 따위의 자리를 알선해 드린 적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 보시지요.”
그러자 권조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천초 무명 바지의 무릎을 앞으로 당기며 이런 논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말이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나리 가게 포렴에는 뭐라고 씌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사 직업소개소’라고 씌어 있지 않습니까? 만사라고 했으니, 무슨 일이든 소개해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아니면 나리 가게에서는 포렴에 거짓말을 써 둔 셈입니까?”
과연 이렇게 말하고 보면, 권조가 화내는 것도 당연합니다.
“아닙니다, 포렴에 거짓이 있는 건 아닙니다. 신선이 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달라고 하신다면, 내일 다시 오십시오. 오늘 중으로 짚이는 곳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은 아무튼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권조의 부탁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디로 보내야 신선이 되는 수행을 할 수 있는지는, 물론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권조를 돌려보내고 나서, 지배인은 곧장 근처에 사는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권조 이야기를 꺼낸 뒤,
“어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 신선이 되는 수행을 하려면, 어디로 들어가 일하는 게 지름길이겠습니까?” 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의사도 곤혹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한동안 멍하니 팔짱을 끼고 마당의 소나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배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서 불쑥 끼어든 것은, ‘늙은 여우’라는 별명이 붙은 교활한 의사 마누라였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 집으로 보내요. 우리 집에 있으면 이삼 년 안에 꼭 신선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
“그렇습니까? 그것 참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그럼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신선이란 게 의원 나리와 어딘가 인연이 깊은 법이라고 늘 생각했습죠.”
아무것도 모르는 지배인은 연신 허리를 굽히며 크게 기뻐하고 돌아갔습니다.
의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배웅하다가, 이윽고 마누라 쪽을 돌아보며,
“당신은 도대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한 거요? 만약 저 시골뜨기가 몇 년이 지나도 신선 술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불평이라도 늘어놓으면 어쩔 셈이오?” 하고 못마땅한 듯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마누라는 사과하기는커녕, 코웃음을 치며,
“당신은 그냥 잠자코 계세요. 당신처럼 바보같이 정직해서는, 이 팍팍한 세상에서 밥도 못 먹고 삽니다.” 하고 오히려 의사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튿날이 되자 약속대로, 시골뜨기 권조가 지배인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권조도 첫 인사 자리라 생각한 것인지, 가문 문양이 새겨진 하오리를 걸치고 있었습니다만,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농사꾼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예상 밖이었는지, 의사는 마치 천축에서 온 사향 짐승이라도 바라보듯 그 얼굴을 찬찬히 살피면서,
“자네는 신선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데, 대체 어디서 그런 바람을 품게 된 건가?” 하고 의아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그러자 권조가 대답하기를,
“딱히 이렇다 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저 저 오사카 성을 보다가, 다이코 님처럼 위대한 분도 언젠가는 돌아가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려도 덧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신선이 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느냐?”
교활한 의사 마누라가 재빠르게 끼어들었습니다.
“예. 신선이 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이십 년을 일해 다오. 그러면 꼭 이십 년째 되는 해에, 신선이 되는 술법을 가르쳐 주마.”
“그렇습니까? 그것은 무엇보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대신 앞으로 이십 년 동안은 동전 한 닢도 급료는 없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때부터 권조는 이십 년간 그 의사 집에서 부려졌습니다. 물을 긷고, 장작을 패고, 밥을 짓고, 걸레질을 하고. 게다가 의사가 바깥에 나갈 때는 약상자를 짊어지고 따라다녔습니다.——그 위에 급료는 한 닢도 달라고 한 적이 없으니, 이만큼 요긴한 일꾼은 일본 천지를 뒤져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침내 이십 년이 지나자, 권조는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가문 하오리를 걸치고 주인 부부 앞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공손히 이십 년간 신세를 진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올렸습니다.
“아울러, 전부터 약속하신 대로, 오늘은 저도 불로불사가 되는 신선의 술법을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권조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난감한 것은 주인인 의사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급료 한 닢 주지 않고 이십 년이나 부린 뒤인지라, 이제 와서 신선 술법은 모른다고 할 의리가 없었습니다. 의사는 어쩔 수 없이,
“신선 되는 술법을 아는 건 내 마누라 쪽이니, 마누라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게나.” 하고 퉁명스럽게 옆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습니다.
그런데 마누라는 태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럼 신선 술법을 가르쳐 주마. 대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선이 못 될 뿐 아니라, 다시 앞으로 이십 년을 급료 없이 일하지 않으면, 당장 벌을 받아 죽게 될 테니.”
“예.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해 보이겠습니다.”
권조는 흐뭇한 얼굴로 마누라의 분부를 기다렸습니다.
“그럼 저 마당의 소나무에 올라가 보아라.”
마누라가 이렇게 분부했습니다. 물론 신선이 되는 술법 같은 것은 알 턱이 없으니, 권조가 해낼 것 같지 않은 어려운 일을 시켜서, 만약 해내지 못할 때는 다시 이십 년을 그냥 부리려 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권조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장 마당의 소나무에 올랐습니다.
“더 높이. 더 훨씬 높이 올라가 보아라.”
마누라는 마루 끝에 서서 소나무 위의 권조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권조가 입은 가문 하오리는, 이미 그 큰 마당의 소나무에서도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오른손을 놓아 보아라.”
권조는 왼손으로 굵은 가지를 단단히 붙잡은 채, 천천히 오른손을 놓았습니다.
“그다음엔 왼손도 놓아 버리거라.”
“이봐, 이봐. 왼손까지 놓았다간 저 시골뜨기가 떨어지고 말 거요. 떨어지면 아래에 돌이 있으니, 목숨이 남아나지 않겠소.”
의사도 마침내 마루 끝으로 걱정스러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닙니다. 그냥 저한테 맡겨 두세요.——자, 왼손을 놓아라.”
권조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음을 굳히고 왼손도 놓았습니다. 나무 위에서 두 손을 다 놓아 버렸으니, 떨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권조의 몸이, 권조가 입은 가문 하오리가, 소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떨어졌다 싶은 순간 땅으로 추락하지 않고, 신기하게도 대낮의 허공에,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우뚝 멈추어 서지 않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어엿한 신선이 되었습니다.”
권조는 정중히 허리를 굽히고는, 조용히 푸른 하늘을 밟으며 점점 높은 구름 속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의사 부부가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 의사 집 마당의 소나무는 훨씬 뒤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요도야 다쓰고로는 이 소나무의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 네 아름이 넘는 그 거목을 일부러 정원으로 옮겨 왔다고 합니다.
(다이쇼 11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