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소작인에게 보내는 작별
아리시마 다케오
팔월 십칠일, 나는 내 농장의 소작인들에게 청하여 집회소에 모이게 하고, 다음과 같은 작별의 말을 전하였다. 이는 말하자면 나의 사적인 일이지만, 당시 신문지에 그 일이 다소 보도되었다고는 하나 전해 들은 이야기인 만큼 전혀 오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한 이상, 내가 한 말을 직접 발표하여 독자들에게 알려 두는 편이 편리하리라 여겨진다.
농번기에 일부러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오늘은 부디 제군에게 들려드려야 할 일이 있었던 까닭이오니, 부디 너그럽게 허락해 주십시오.
내가 이 농장을 어떻게든 처분하려 한다는 것은 신문에도 났으니, 제군도 무슨 일인가 여러 가지로 짐작하고 계셨을 터이고, 또 얼마 전에는 농장 감독 요시카와(吉川) 씨로부터 본인으로서의 생각이 전해졌을 터이니, 내 처분에 대한 대강의 모양은 알고 계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일은 내가 직접 입으로 말씀드리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종류의 일이라 믿었기에, 나는 도쿄에서 올라왔습니다.
제일 농장과 제이 농장을 합하여 약 사백오십 정보(町歩, 약 사백오십 헥타르)의 땅에, 제군은 소작인으로서 칠십에 가까운 호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에 와서 보면, 개간할 만한 곳은 거의 다 개간되어 훌륭히 생산에 쓸모 있는 토지가 되었으나, 개간 초창기를 떠올려 보면 한 시대 한 시대가 격세의 감을 자아냅니다. 여기에서 둘러볼 수 있는 일대의 땅은, 키 큰 조릿대와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진 밀림이었습니다. 그것이 내 아버지가 이 토지의 대여를 홋카이도청으로부터 받았던 당시 이 일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식료품은 물론 모든 물자를 히가시쿳찬(東倶知安)에서 말 등에 실어 운반해 와야만 했던, 교통이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그것이 메이지 삼십삼년(1900년)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제군은 이 농장을 가로지르는 강가에 흙움집을 지어 살며, 온갖 고난과 싸워 이 땅을 개척하고, 마침내 오늘과 같이 아름다운 농작지를 보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개간 초기에 첫 입주자로서 들어왔던 몇 사람은 이제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으나, 그 뒤 해마다 들어와 주신 분들이 첫 입주자들의 뒤를 이어, 끝내는 이 토지를 무상으로 양여받기까지의 성과를 거두어 주신 것입니다.
이 토지의 개간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도청과의 교섭과 자금의 공급을 맡으셨습니다. 그밖에도 아버지는 그 노쇠한 몸을 거듭 이곳에 옮기시며 개간의 완성에 힘을 쏟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농학을 연구하고 있었던 까닭에 내가 펼쳐 나갈 일의 첫걸음을 이곳에 마련해 두실 셈이셨고, 또 우리 형제 가운데 불행을 만나 옴짝달싹 못 하게 되는 자가 생긴다면, 이 농장에 굴러 들어옴으로써 어찌 되었든 굶어 죽는 일만은 면할 수 있도록 하시려는, 어버이로서의 자비심에서 이 농장의 경영을 결심하신 듯 보입니다. 어버이의 마음으로서는 고마운 마음이라고 나는 지금도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농장을 계속 지녀 갈 마음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어머니와 아우와 누이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그 양해를 얻은 뒤, 이 토지 전부를 무상으로 제군의 소유로 옮기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린다 하여 부디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것은, 이 토지를 제군의 머릿수에 따라 나누어 제군 각자의 사유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군이 함께 모여 이 토지 전체를 공동으로 소유하시기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누구든 조금이라도 사물을 생각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곧 알 수 있는 일이리라 생각합니다만, 생산의 큰 바탕이 되는 자연물, 곧 공기, 물, 흙과 같은 종류의 것은 인간 전체가 사용해야 할 것이며, 또한 그 사용의 결과가 인간 전체에 이롭도록 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 한 개인의 이익만을 위하여 개인이 사유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세상에서는, 토지 가운데 쓸모 있는 곳은 대부분 개인에 의하여 사유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로 인하여 인류에게 큰 해를 끼치는 일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농장도 제군 전체의 공유로 하여, 제군 전체가 이 토지에 책임감을 느끼고 서로 도와 그 생산을 꾀해 나가도록 만들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단지 이해득실로만 따져 보아도, 내 아버지께서 이 토지에 투입하신 자금과 그 뒤로 유지, 개량, 납세를 위하여 지불한 돈을 모두 합쳐 보아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제군에게서 거두어 온 소작료에 견주면 참으로 보잘것없는 액수입니다. 내가 이 이상 제군에게서 거두어들이는 것은, 나로서도 차마 견디기 어려운 노릇입니다. 그리고 개간 당시의 땅값과 오늘의 땅값 사이에 큰 차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헤아려 보면, 그것은 물론 내 아버지의 노고와 투입 자금의 이자가 더해진 결과로 가격이 오른 것이기는 하나, 그것만이 유일한 원인이라 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며, 바깥세상의 사정이 진전됨에 따라 이쪽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땅값이 오르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렇듯 오른 땅값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사회가 만들어 준 것으로, 내 공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제군의 공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입니다. 이를 헤아려 보면, 토지를 사유할 명분은 더더욱 서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만일 내가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어서 제군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먹고살 수 없는 처지였다면, 지금과 같은 짜임의 세상에서는 어쩌면 그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군에게 의지하여 빵을 먹는 길을 따라 살고자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내게는 한 가지 일이 있어, 다른 사람이 무어라 하든 나로서는 더없이 즐겁다 여기는 일이며, 또한 그 일에서 적어도 부모와 자식 네 식구가 먹고살 만큼의 수입은 얻어지고 있습니다.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르나, 오늘은 얻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가 소유지의 해방을 단행하지 않은 것은, 나로서 매우 게으른 일이었으니, 제군에게 더더욱 면목이 없는 노릇입니다.
대체로 이상의 까닭으로, 나는 이 토지의 전부를 제군 전체에게 무상으로 양도합니다. 다만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거두었던 소작료 가운데 과다하게 거둔 몫까지도 제군에게 돌려드리지 않으면 무상이라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은 이번에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고자 합니다.
또한 이 토지에 사는 분들 가운데에도 오래 사신 분, 매우 짧게 사신 분, 부지런하셨던 분, 부지런할 수 없었던 분 등의 차이가 있을 터이지만, 그러한 점을 어느 정도 참작하여 이번에 내 쪽에서 사례를 드릴 작정입니다. 다만 일단 이 토지를 함께 소유한 이상은, 그러한 차이는 사라지고 다 같이 평등한 자리에 서는 것임을 단단히 명심해 주셔야 합니다.
또 나에게 빚을 지고 계신 분들도 있어, 그 액수는 상당한 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마땅한 방법으로써 반드시 모두 갚아 주셔야 합니다. 나는 그것을 제군 전체에게 기부하여, 앞으로의 비용에 보태도록 처리할 작정입니다.
곧 앞으로 제군이 이 토지에서 영위할 생활은, 제군이 꾸리는 자유로운 조합과 같은 모양을 띠게 되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운영에는 상당한 숙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종래 오랜 세월 이 농장의 관리를 맡아 온 감독 요시카와 씨가 제군의 처지를 잘 알고 있고 주변 사정에도 밝으니, 몇 해 동안 그를 번거롭게 하여(물론 한 조합원의 자격으로) 실무를 보아 주시도록 함이 가장 좋으리라 나는 여기고 있습니다. 오랜 교제에서, 나는 그가 그 임무를 욕되이 할 사람이 아니라 믿기에 한 마디 덧붙여 둡니다.
그러나 이러한 크고 작은 데까지 이르는 시설에 관해서는, 삿포로 농과대학(札幌農科大学) 경제부에 의뢰하여 구체안을 만들기로 되어 있으니, 그것이 마무리되었을 때 제군이 그것을 검토하시어 적당하다 여기시면 받아들이심이, 실제에 있어 적지 않게 편리할 것입니다.
구체안이 마련되면 나는 이 농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됩니다. 나도 앞으로는 경제적으로 내 힘이 닿는 범위 안에서만 살아갈 각오로 있습니다만, 종래 어버이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입고 먹어 온 까닭에, 뜻대로 되지 않는 처지에 몰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때가 와도 내가 이 농장을 해방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옛 정이 그리워 가끔이나마 놀러 오게 되었을 때, 제군이 며칠의 잠자리를 아끼지 않으신다면, 그것은 내게 있어 분에 넘치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 위에 더 드릴 말씀은 없는 듯합니다. 끝맺음에 임하여, 제군의 앞날이 협력 일치와 상호부조의 마음으로 이끌리고, 오늘날의 그릇된 제도 가운데에 있어도 그것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한 바탕을 이루며, 제군의 정신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작용하여 주변의 모습마저 바꾸어 가는 결과가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