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제18호실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하나
어느새 배가 부풀기 시작했다. 그저 그뿐이었다. 처음에는 배에 힘이 모인 것 같아서 걷기에도 기분이 좋았다. 이윽고 차츰 부풀어 오른 것이 눈에 띄게 되었을 무렵에는, ‘이렇게 나도 살이 찌나 보다’ 생각하였다. 누웠다 일어날 때만은 배꼽 언저리의 근육이 좀 지나치게 굳어지는 듯하였으나, 그것도 살찐 사람의 기거가 민첩하지 못한 것은 결국 이런 까닭이리라 정도로 무심히 넘기고 있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다.
어느 날 친구에게 “자네가 살찌기 시작했을 때도, 처음에는 배부터가 아니었나” 하고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호리호리하게 야위었던 친구가, 작년에 오랜만에 만났을 때부터는 메리켄 가루 자루처럼 살찐 사내였다.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그럴 리가 있나. 몸 전체가 어느새 살찌어 온 것이지” 하고 말하였다. 나는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고서, 과연 그렇겠지, 배만 먼저 살찔 까닭이 없지 하고 생각하였다.
그로부터 마침내 입원하기까지는 열흘 남짓의 사이가 있었다. 배는 나날이 무거워지고, 커져 가서,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였다. 끙끙 신음해 보고 싶다 여길 때도 있었다. 띠를 풀고 등불 빛에 비춰 보니, 아랫배 언저리의 살갗이 번들번들 빛나고 있었다. 밤이면 밤새도록 꿈을 꾸었다. 식은땀도 흘렸다. 그러고는 세 시간씩 잇따라 일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일찍이 알지 못하던 맥 빠지는 피로가 온몸을 휩싸서, 사람 없는 곳에 가 누워 있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흡사 이중생활을 하는 요즘 세상의 많은 이들이, 그 생활 위에 끝도 없이 드러나는 부조리를 보고도 못 본 척하듯이, 그 갖가지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 단 하나의 원인―배의 짓이라는 데에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다. 친구의 권유로 처음 아오야기 학사의 진찰을 받아 만성 복막염이라는 이름이 붙고,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통고를 받았을 때는, 결국은 그것을 믿어야만 하리라 여기면서도, 어쩐지 위협이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던질 법한 물음을 거푸거푸 던졌다. 그러나 학사의 눈은 그 물음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학사의 눈은 어떻게 보아도 의사다운 눈이었다. 나는 끝내 그 눈에 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서, 자기 몸을 한낱 한 개의 육체로서 동류 인간 한 사람 앞에 내놓았다는 데에 대한 일종의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갑작스레 자신의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게 된 불안과 기쁨을 안고 대학병원 문을 나섰다.
입원! 이 결심을 한다는 것은, 그러나, 나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내 한 몸을 둘러싼 갖가지 사정은, 나로 하여금 그 매여 있는 처지에서 쉽사리 몸을 빼낼 수 있게 허락하지 않는다. 또한 내가 입원한다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 친구와 더불어 꾀하고 있던 어떤 일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그러나 내 건강이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될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입원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 나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완강히 주장하였다. 그러고는 이 주장만은, 평소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주장하면서도 그 단 하나조차 관철하지 못하던 갖가지 주장과는 달리, 처음부터 무난히 통과될 것처럼 보였다.
나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단단히 부풀어 오른 배의 한 부분을 쓸어 보며, 어쩐지 든든한 것이라도 되는 양 여겼다. 나로 하여금 그토록 빨리 입원의 결심을 하게끔 부추긴 것은, 밤에 자려 해도 편안한 잠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짓누르는 그 배도, 아오야기 학사의 입에서 나온 내 생명에 대한 위협의 말도 아니었으니, 실은 단 하루의 휴식조차 마음대로 못 하게 하는 바쁜 생활 그 자체였다. 나는 그만큼 내 생활에 물려 있었고, 지쳐 있었고, 미워하고 있었다. 나는 병원의 길고도 고요한 밤을 상상하며, 혼자 한동안만은 그곳에서 이 생활의 재촉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둘
문외한의 눈으로 보면, 내 상태는 그저 배가 부풀었을 뿐이었다. 그러고서 배가 부푼다는 것은, 어릴 적 친구와 내기로 토로로 덮밥을 먹던 때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다만 그것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짓눌릴 뿐, 통증은 조금도 없었다. 이 통증이 없다는 것이, 내 건강에 변조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고도 친구 한 사람이 와서 이제부터 함께 대학병원으로 가자고 할 때까지 그다지 의사의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었던 첫째 이유였다. 같은 까닭으로 나는 또한 진찰을 받은 뒤에도, 이미 자신이 병자임을 알고 있으면서, 그러고도 진정 자신을 병자라고 여길 수가 없었다. ‘배가 부풀어서 병원에 들어간다.’ 이런 문구를 엽서 네댓 장에 적어 보고는, 혼자 우스워졌다. 이 엽서를 받는 이도 틀림없이 웃으리라 생각하였다.
징후에 따라, 혹은 이치에 따라, 그 일이 마땅히 있어야 함을 알고, 또한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러고도, 그것을 고통이거나 다른 감각으로서 직접 겪기 전에는 진정 믿지 못하는―아니 차라리 믿으려 하지 않는 인간의 서글픈 게으름은, 다만 그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나는 내 배에 물이 차 있다는 것도, 진찰을 받기 전부터 어쩌면 그러리라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뒤에 이르러 아랫배에 뚫은 구멍에서 검은 고무관을 타고 끝없이 짙은 황색의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기까지는, 도무지 그렇다고 확실하게는 믿기지 않았다.
말끔히 갠 하늘에서, 찬 바람이 부는 듯 마는 듯 불어 오는 날이었다. 나를 태운 인력거가 아침부터 두 차례 대학병원 문을 드나들었다. 그러고서 세 번째로 같은 인력거로 문을 들어섰을 때는, 나는 이미 한동안의 작별을 눈에 익은 혼고 거리에 고하고 있었다.
그때는 오후 두 시를 조금 지난 무렵이었다. 인력거가 조용히 끌채를 아오야마 내과의 현관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곳에서 입원 수속을 마쳤다. 그러고서 가방 하나와 보자기 보따리 하나를 양손에 들고, 병원다운 무거운 공기를 느끼면서 널찍한 계단을 올라갔다. 다 올랐을 때, 나는 두 팔의 힘이 빠져 버린 것을 알았다. 가슴에는 두근거림이 일고 있었다. ‘역시 나는 환자로구나.’ 그렇게 여기면서 잠시 짐을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
‘아오야마 내과 간호부실’이라 적힌 팻말이 붙은 입구로 가서 똑똑 문을 두드리니, 조리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여러 번 빨아 빛이 바랜 듯한 줄무늬 잡일복을 입었고, 키가 작았다. 나는 말없이 접수처에서 받아 온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아, 그러십니까.” 여자는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고는 곧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때 고개를 돌려, 내가 서 있는 복도의 앞과 뒤를 바라보았다. (메이지 44년 2월 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