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가나자와(金澤)의 정월은, 오카이조메(お買初め, 새해 첫 장보기), 오카이조메 하고 외치는 흥겨운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새해 첫 장보기로다. 둘째 날 한밤중부터 길에 나선다. 설날엔 어떤 장사도 모두 쉰다. 첫 장보기 때, 다투어 베니타이(紅鯛, 붉은 도미)라 하는 길상물을 산다. 조릿대 잎에, 오반(大判, 큰 금화), 고반(小判, 작은 금화), 우치데노코즈치(打出の小槌, 요술 망치), 여의보주(寶珠) 따위, 그중에서도, 진홍으로 물들인 큰 도미 작은 도미를 매다는 까닭에 그 이름이 붙었다. 오토리사마(お酉樣)의 구마데(熊手, 갈퀴 부적)요, 하쓰우(初卯, 정월 첫 토끼날)의 마유다마(繭玉, 누에고치 떡장식)와 같은 멋이라. 북국이라 정월엔 늘 눈이라. 눈 속에 이 베니타이가 곱구나. 이 오카이조메의, 눈 내리는 한밤중, 아름다운 등불 아래, 새로 찍은 에조시(繪草紙, 그림책)를 어머니께 사 받았던 그 기쁨, 잊기 어려워라.
마찬가지로 둘째 날 밤, 거리 이름을 외치며, 하쓰유(初湯, 새해 첫 목욕)를 부르며 다니는 풍속이 예전에 있었으니, 지금도 있을 터이다. 이를테면, 혼마치(本町)의 목욕탕이오, 물이 끓었소, 물이 끓었소, 하는 식이라. 이게 한텐(半纏, 짧은 겉옷)에 무코하치마키(向うはち卷, 머리띠 앞 매듭)로 기세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 후루갓파(古合羽, 낡은 비옷)에 아시다(足駄, 굽 게다)를 신고 후토코로데(懷手, 품에 손 넣은 자세)로,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외치는지라 우습기도 하다. 가나자와뿐인가 했더니, 구스미 사도노카미(久須美佐渡守)가 지은 〈나니와의 바람(浪華の風)〉이란 책을 읽으니, 옛적에 오사카에 이런 일이 있었더라―― 둘째 날은 새벽 네 시 전부터 시중에서 소라 따위를 불며, 끓었소 끓었소 큰 소리로 외치며 다녀 물이 끓었음을 알리니, 에도(江戸)에는 없는 일이라―― 적혀 있더라.
우지가미(氏神, 마을 수호신)의 마쓰리(祭, 마을 축제)는 사오월쯤과 구시월쯤, 봄가을 두 번씩 있어, 어린아이들은 크게 좋아하느니라. 가을 마쓰리 쪽이 더 흥겹다. 기온바야시(祇園囃子, 기온 축제 음악)며 사자춤(獅子)이 나오는 것은 죄다 가을 마쓰리. 아이들은, 손마다 북채를 들고서, 신사 경내에 마련된 큰 북을 두드리러 가고, 또 바퀴 달린 옻칠한 검정 받침에 그것을 싣고 끌면서 북장단을 치며 시중을 누비고 다닌다. 둥둥 둥둥 둥. 이거야, 하고 사이사이에 추임새를 넣는다. 와쇼이 와쇼이 하는 그것이라.
마쓰리 때 아이들 용돈을 아메카이제니(飴買錢, 엿 살 푼돈)라 한다. 엿(飴)이 으뜸 되는 물건인데, 솥에서 데운 것을 삼대 막대(麻殼)에 빙글 감아 판다. 엿 사 먹고 삼 줄까, 하는 따위 짓궂은 농담이 있다. 만주(饅頭, 일본식 찐빵) 사 먹고 껍질 줄까, 와 같은 식이라. 오슈기(御祝儀, 축의금)며 심부름값 같은 자잘한 거래를 두고, 이건 그저 엿 살 푼돈이라.
가나자와에서 〈센뱌쿠(錢百)〉라 하면 오 리(五厘)요, 이백이 일 전, 십 전이 두 관(貫). 다만 일 엔을 이 엔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가마보코(蒲鉾, 어묵)를 하벤이라 하고, 하벤을 후카시라 한다. 곧 홍백의 하벤이라. 모두 판자에 붙은 채로 반달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아 그릇 안주로 차려낸다. 보고 싶어 볼일도 없는 문 앞을 두 번 세 번,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흰 벽 검은 담장에 붙어 지나가는 자를 두고, 〈저놈 이타쓰키 하벤(板附はべん, 판자에 붙은 어묵)〉이라 하는 곁말이 있으니, 오래된 농지거리일 게다.
국 건더기 적은 것을 두고 〈햣켄보리(百間堀)에 우박〉이라 한다. 우렁이인 줄 알았더니 눈알이라, 와 같은 격이라. 햣켄보리는 성의 해자로, 멋이 있고 멋이 없고 간에, 몸을 던지는 자도 많아, 한낮에도 쓸쓸한 곳이었으나, 이제는 매립되어 흔적도 없다. 전차가 지나간다. 만원이렷다. 정사하던 넋들도 시끄러워졌으렸다.
봄비 추적추적 내리는데, 수수께끼 하나. ……몇 장이고 옷을 겹쳐도, 쓸모 있는 건 살갗뿐이라, 무엇? ……죽순(筍).
제법 그럴듯한 민요집 속에, 가나자와의 동요를 적기를 〈솔개의 오시로에 매잡이가 있다, 저쪽 보아라, 이쪽 보아라〉라 한 것은 좋으나, 〈오시로〉에 주를 달아 〈성(お城)〉이라 한 것은 깜짝 놀랄 일이라. 오시로는 〈오쿠로(お後, 뒤쪽)〉의 사투리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종류가 더러 있다. 버섯 따기 노래에, 〈마쓰미미(松みゝ), 마쓰미미, 부모에 효성스러운 이에게 걸려라.〉 이 마쓰미미에 또 주를 달아 송이버섯(松茸)이라 했다. 엄청난 잘못이라. 가나자와에서 말하는 마쓰미미는 첫버섯(初茸)이라. 이 버섯은 솔이 곱고 풀이 얕은 곳에 있으니 아이도 따낼 수 있을 터이다. 〈쓰쿠신보 멧카리코〉 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어디서고 송이버섯을 캘 리는 없다. 무릇 동요를 수록함에 사투리를 바로잡거나, 어림짐작 주석을 다는 것은 큰 금기라.
술래잡기 때, 술래뽑기 노래에, ……〈아테코니, 코테코니, 우물가에 찻잔을 두면, 큰일 날 뻔했지.〉 같은 민요집에서, 이 〈이케〉에 〈못 지(池)〉를 달아 놓았다. 그 고장에서 말하는 〈이케〉는 우물(井戸)이라. 우물 가장자리에 찻잔이 놓였으니, 위태로운 일이라. 〈카샤, 카나자모노, 신타테마쓰루 운운〉 이것은 홋카이도 외진 마을의 토속 노래라. 그곳에는 가나자와 사람이 다수 이주한 까닭에, 고향에서 부르던 〈가슈 가나자와의 신카타마치 운운(加州金澤の新堅町の云々)〉이 점차 사투리가 되어 〈카샤, 카나자모노 신타테마쓰루〉가 된 것이라. 알지어다, 민요에 주를 다는 일이 얼마나 좋지 않은가.
신카타마치(新堅町)는 사이가와(犀川) 강변에 있다. 여기에 진귀한 거리 이름으로, 다이주멘(大衆免), 기노신보(木の新保), 가키노키바타케(柿の木畠), 아부라구루마(油車), 메호소코지(目細小路), 요쓰바이자카(四這坂)가 있다. 그 공원으로 오르는 비탈을 시타레자카(尻垂坂)라 부른 건 무슨 까닭일까. 호로마치(母衣町)는 〈료운카쿠(凌雲閣, 십이층) 부근〉이란 의미로 통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 로쿠토바야시(六斗林)는 죽순이 명물. 라쿠고 〈메구로(目黒)의 꽁치〉 식이 아니라, 진짜 죽순이라. 도메키마치(百々女木町)도 글자와 달리 음이 강하다.
물건 사러 가서 사는 쪽이 〈곤네〉, 가게의 응답이 〈야아 야아〉. 돌아갈 때 산 쪽에서, 〈고맙습니다〉 하면 군자라.―― 칭찬하는 거냐고?―― 아니라.
지진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것이 흔들흔들 올 때면, 집집마다 노소남녀가 소리를 내어, 요나오시(世なほし, 세상 고침), 요나오시, 요나오시 하고 외친다. 어쩐지 음산하여 으스스하다. 천둥칠 때엔 천둥은 산으로 가라, 지진은 바다로 가라 하고 외치는데, 다만 지진 때엔 외우지 않는다.
불난 것을 보면, 불난 일을 두고 〈아아 불이 간다, 불이 간다〉 하고 외친다. 구경꾼들이 달려가며, 서로 목소리를 맞춰, 왼쪽, 왼쪽, 왼쪽, 왼쪽.
초여름이면 종종 두꺼비(蝦蟆) 장수의 외침을 듣는다. 두꺼비요, 두꺼비, 하고 부른다. 또 이 두꺼비 장수에 한해선, 열두셋, 열네댓 살쯤 된 아이들이, 어김없이 둘이 짝을 지어 다니는 것이라. 그래서 수상한 두 사람을 두고, 〈빌어먹을, 두꺼비 장수 놈〉이라 한다. 다만 〈가마(蝦蟆)〉라 부르나 실은 붉은 개구리(赤蛙)라. 두꺼비요, 두꺼비.―― 그 뒤로는 산사람 같은 아저씨가, 버드나무 벌레 사료, 버드나무 벌레 사료, 하고 다닌다.
고등어를 두고 〈사바야 산바소(고등어요 산바소우 춤)〉라며 멋들어지게 기세 좋게 파니, 어허, 초여름 가다랑어(初鰹)의 기세로다. 정어리(鰯)는 오월이 제철. 사시아미 정어리(さし網鰯)라 하여, 모래까지 묻은 채 조리(笊, 대바구니)나 한다이(盤臺, 큰 나무 통)에 굴러 다닌다. 거짓이 아니라, 고등어나 숭어쯤은 되는 크기로 값도 싸다. 이걸 구워 스무 마리를 먹었네, 식초에 절여 열 마리를 먹었네 하고 자랑하는 사내가 부지기수라. 덧붙여, 메자시(目刺, 눈꿰미 정어리)는 없다. 크고 작은 것 모두 꼬치를 쓰지 않고, 말린 것을 호시카(干鰯, 말린 정어리)라 한다. 그 고장에서 〈이나다〉라 함은 생선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방어(鰤)를 갈라 펼쳐 말린 것을 이른다. 한여름 좋은 안주요, 오봉(お盆) 답례 선물에 쓰이는 것이, 도쿄에서 오세이보(お歳暮, 연말 선물)에 연어를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그 무렵엔, 거리거리, 골목골목, 저쪽에서도 〈이나다 한 짝이오〉, 이쪽에서도 〈이나다 한 짝이오〉.
나다(灘)의 명주, 하쿠쓰루(白鶴)를 〈하쿠쓰루〉라 음으로 읽고, 이로사카리(いろ盛)를 〈이로사카리〉라 한다. 무스메사카리(娘盛)도 〈무스메사카리〉라고 하니, 마치 아씨가 술을 따라 주는 듯 들린다.
호박을, 〈가보차(南瓜)〉라고도, 물론 〈난과(南瓜)〉라고도 하지 않고 모두 〈보부라〉라 한다. 마쿠와(眞桑) 참외를 미노 참외(美濃瓜)라 한다. 나라즈케(奈良漬, 술지게미 절임)를 담그는 풋오이(淺瓜)를 가타우리(堅瓜)라 하는데, 이 가타우리가 맛이 좋다.
도롱이(蓑) 외에 반도리라 하는 비슷한 것이 있어, 도롱이보다 이쪽을 더 많이 쓴다. 이소 잇포(磯一峯)가 지은 〈고시지 기행(こし地紀行)〉에서 아타카(安宅) 포구를 한 리 왼편으로 두고서, 라고 한 대목에는,
〈대국임을 보이는 표시런가, 길은 넓어 수레를 나란히 둘 만하니, 주도여지(周道如砥, 주나라 길은 숫돌처럼 평탄하다)라 했던가, 모시(毛詩, 시경)의 말까지 떠오른다. 가로수 솔이 빽빽이 늘어서 가지를 잇고 그늘을 겹쳐 드리웠다. 길 가는 백성들이 긴 풀로 도롱이를 정성스레 만들어 입었으니 낯선 모습이라.〉
하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일 게다. 〈아아 또 비로다〉 하고 할 일을, 〈또 반도리로다〉 하고 부르는 풍습이 있다.
마쓰리 날의 비를 〈반도리 마쓰리〉라 부른다. 〈단도리(段取, 차림새)〉가 어긋난다며 아이들은 풀이 죽는다.
〈세키토리(關取, 십량 이상 스모 선수), 반도리, 오네바토리〉라며, 박자에 맞춰 부르는 말이 있다. 〈지지 않으려는 씨름〉이란, 큰비라서 오모유(重湯, 묽은 죽)처럼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는, 뒷말일 게다.
언젠가, 같은 고향 사람의 집에서, 무슨 이야기 끝에, 화로 앞 양동이에 마침 있던 걸레를 가리키며, 그 사람이 〈가나자와에서 이걸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시오?〉 하고 묻는다. 잊었다. 〈지부키〉라. 그 사람이 또, 긴 화로(長火鉢)를 두고 〈이건?〉 하고 묻는다. 잊었다. 〈야마토 화로(大和風呂)〉라. 그럼 술꾼은 뭐라 했더라. 둘 다 잊고는, 모르겠소 모르겠소.
은밀한 정인을 〈오키센〉이라 한다. 분명 지카마쓰(近松)의 신주물(心中もの, 정사 비극) 어딘가에 〈오키센〉이라 하는 이 말이 있었다. 어느 조루리(淨瑠璃)인지 살펴보고 싶었으나, 〈오키센〉도 없는 마당에 귀찮은 노릇이라.
한여름, 햇볕이 한창인 염천 아래, 〈몬덴 도코로텐(門天心太, 우뭇가사리 묵)〉이라 외치는 소리가 한없이 좋다. 고요하면서, 애틋하고, 그립다. 짐도 서늘하게, 솔의 푸른 잎을 멜대 양 끝에 매달아 짊어진다. 좋은 목소리로, 길게 빼어 가만가만 외치며 다가온다. 몬텐, 코코로우 부토우――
이어, 〈물억새, 싸리의 윗잎을 건너가려나〉 싶은 것은, 우라본(盂蘭盆) 기리코(切籠, 등롱) 장수의 외침이라. 푸른 대 긴 장대에 죽 등롱과 기리코를 동여맨 것을 어깨에 메고, 두세 개는 손에 든 채로, 가늘게 끌리는 가락에, 〈기리코우 안돈 기리코――〉 하고 외치며, 거리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구나.
〈얼음이오, 눈의 얼음이오〉 하고, 거적 가마니에 싸 들고 다니며 파는 것은, 눈을 갈무리해 둔 것이라. 톱으로 자르륵 자르륵 잘라 건넨다. 한낮에 거리를 외치며 다니는 자는 여인네나 아이들의 푼돈벌이라. 야시장의 떠들썩한 곳에서는, 다부진 젊은이들이 마쓰리 떠들 듯 판다. 그 고장 배우가 분 바른 얼굴로 나선 적도 있다. 지붕보다 높은 큰 안돈을 세우고, 흰 눈의 산을 쌓고, 단 위에 올라서서, 자아, 〈가바리 가바리, 가바리 가바리〉 하고 외친다. 안돈에도 〈하쿠산(白山) 얼음 가바리 가바리〉 하고 적어 두었다. 처음에 〈가바리 가바리〉는 얼음 싸게 파는 데에만 쓰였으나, 차츰 어떤 일에든 쓰여, 투매·헐값매기·떨이가 될 때면, 도자기 가게나 포목점에 패를 세워 〈가바리 가바리〉. 어리석으나마 헤아려 보면, 〈가바리〉란 얼음을 자르는 소리일 터이다.
물옥잠(水玉草)을 파는 것이, 시원하다.
야시장에서, 큰길에서, 미꾸라지(鰌)를 갈라 꼬치에 꿰어, 양념구이로 파는 걸 〈간토야키(關東燒)〉라 하여 행한다. 가바야키(蒲燒, 양념구이)란 의미일 게다.
시만로쿠센니치(四萬六千日, 사만육천일 공덕날)는 팔월이라. 그토록 모진 더위도, 이 날 밤 즈음이면, 관음산(觀音の山) 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그립다.
옥수수(唐黍) 굽는 향이 피어오르노라.
가을은 버섯(茸)이야말로 흥겹다. 송이버섯(松茸), 첫버섯(初茸), 목이버섯(木茸), 석이버섯(岩茸), 시메지(占地) 가지가지, 천본시메지(千本占地), 오구라시메지(小倉占地), 외시메지(一本占地), 팽이버섯(榎茸), 침버섯(針茸), 잎새버섯(舞茸), 독이 있다 해도 붉은버섯(紅茸)은 붉게, 노란버섯(黄茸)은 노랗게, 흰빛 보랏빛, 중머리버섯(坊主茸), 만주버섯(饅頭茸), 까마귀버섯(烏茸), 솔개버섯(鳶茸), 재버섯(灰茸) 따위, 본초강목(本草)에도 식감(食鑑)에도 사양 받은 무서운 버섯에까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바구니에 담고 바구니에 거두어 캔다. 〈버섯 영감〉, 〈버섯 할멈〉이라 부를 만한 버섯 따기의 옛 너구리. 동네마다 한 사람쯤은 반드시 있다. 산 안내인이라.
시바타케(芝茸, 잔디버섯)라 일컫는, 갓이 옅은 자작나무 빛이고 안쪽이 흰 작은 버섯이, 산 가까이 얕은 골짝 어귀에도 무리지어 피어, 아이에게도 그중 손쉬운 채집거리라. 독은 없다. 맛 또한 좋다. 우쓰노미야(宇都宮)에 이 버섯이 쓸어 담을 만큼 많다. 아무도 먹는 자가 없었으나, 가나자와 사람이 가서 〈이거 좋구나〉 하고 두부 국에 끓여 후룩후룩 즐기고서부터, 그 고장에서도 활발하게 거둬 쓰게 되어, 그때까지 이름이 없던 것을 〈가나자와 버섯(金澤茸)〉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이야기라.
삶은 밤, 군밤, 그립다. 꽈리(酸漿)야 그렇다지만, 단바 밤(丹波栗)이라 듣기만 하면, 마을은 멀고, 산은 아득하여, 마치 선경의 토산물처럼 어린 마음에 여겨졌었지.
〈마쓰무시(松蟲, 솔벌레) 사려――스즈무시(すゞ蟲, 방울벌레) 사려〉, 하고 고자(茣蓙, 짚자리)를 두르고 스게가사(菅笠, 사초 갓)를 쓴 사내가, 바구니를 등에 메고, 큰 새 깃털을 손에 든 채 산에서 내려온다.
〈곳사이린신카〉라며 시바(柴, 잡목 가지)를 이고서, ※ 머릿수건을 두른 시골 마을의 아낙이며 처녀가, 새벽같이 거리에 나서는 모습은, 교토의 꽃 파는 여인 풍정일 게다. 예닐곱 송이 버섯을 억새 줄기에 끼워 매단 채, 손장난삼아 들고 있는 것도 풍치 있다.
철새(渡鳥), 박새(小雀), 곤줄박이(山雀), 곤박새(四十雀), 동고비(五十雀), 동박새(目白), 키쿠이타다키(菊いたゞき, 상모솔새), 되새(あとり) 소리를 흔히 듣는다. 찌르레기(椋鳥)는 적다. 개똥지빠귀(鶇)가 가장 많다.
지부(じぶ)라 부르는 요리가 있다. 다시쇼유(だししたぢ)에 쿠와이(慈姑, 자고), 나마후(生麩, 생밀가루떡), 쇼로(松露, 송로) 따위를 곁들이고, 어육·꿩고기를 우동가루에 묻혀 끓여, 와사비(山葵)로 입맛을 돋운 것이라. 요사이 빈번히 가나자와로 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모두 그 맛깔을 칭찬한다.
가부라즈시(蕪の鮨, 무즈시)라 하여, 방어(鰤)를 가벼이 소금절임 한 것을 무에 끼워, 누룩에 절여 눌러 가지런히 한 것에, 색을 내어 작은 새우를 붉게 흩뿌린 것이다. 이것만은, 고요(紅葉) 선생께서 한결같이 칭찬하시던 바라. 다만 사철 늘 있는 것은 아니고, 한 해 저물 무렵 싸락눈에 절여 두었다가 이른 봄에 내는 진수성찬이라.
자, 쓰마미 채소(つまみ菜), 치가에 채소(ちがへ菜), 소로에 채소(そろへ菜), 다바네 채소(たばね菜)라 하여, 무를 솎아낸 잎이, 이슬도 차츰 더해질수록, 아침 한기, 저녁 한기, 미한, 살한, 밤 한기로 깊어진다. 그 다바네 채소 무렵이 되면, 무의 뿌리도 잎도 서리에 새하얗고, 그 맛이 알싸하니, 그러면서도 깔끔하다.
북국은 하늘이 높고 말이 마르지 않는 것이런가.
다이콘히키(大根曳き, 무 거두기)는 집집마다의 행사다. 이는, 처마에 매달아 말려 두었던 무를 부엌으로 거두어들여, 다쿠앙(澤庵, 단무지)으로 눌러 절이는 일을 이른다. 〈오늘은 누구네 다이콘히키래〉 하는 식이라. 처마에 매달아 말리던 날에는, 시구레(時雨, 늦가을 소나기)가 언뜻 어둑하게 끼더니, 거두어들일 무렵엔 진눈깨비(霙), 싸락눈(霰)이 오는구나. 그 차가움이 꼭, 도쿄에서 오바아라이(お葉洗) 무렵과 비슷하다. 밤에는 후로후키(風呂ふき, 무 조림), 어느덧 고타쓰(炬燵)가 그리워지는 단란 속에, 여름에 헤엄치던 갓파(河童)가 어둠에 둔갑하여 두부를 사러 간다는 떠도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 작은 글 가운데,
그 구름이 시구레 시구레 끼어, 종일토록 밤낮없이 이틀 사흘 내리고, 산그늘에 자그마한 푸른 달 그림자가 보이는 새벽녘, 후두두 첫 싸락눈. 이윽고 세상이 바뀐 듯 활짝 개어, 한낮이 되니 추위가 몸에 사무치고, 시중 오만 호의 늦장 부린 집들조차 그럭저럭 겨울 채비를 마친다. 어느덧 가없는 어둠이 내리고, 구름은 먹 위에 옻을 거듭 칠한 듯, 달도 별도 모조리 감싸여, 때때로 바람이 거세져도 그 한 자락 움직이는 듯 보이지 않는다. 이리하여 하늘에 유키모요이(雪催, 눈 올 기색)가 조여들면, 화살촉 떨어지는 소리 그칠 새 없이, 축인진사(丑寅辰巳) 시각마다 수라 자갈(修羅礫)을 흩뿌려 내려, 싸락눈 또 싸락눈, 다시 구슬 싸락눈(玉霰).
이라고 적었던 것이, 변변치 않으나 거의 실경 그대로라.
홀리는 것은 여우(狐), 둔갑하는 것은 너구리(狸)와 오소리(貉). 호리(狐狸)보다 오소리가 둔갑하는 이야기가 더 많다.
삼동(三冬)을 칩거하노라면, 덴구(天狗)가 두렵다. 북해의 거친 바위, 가나이와(金石), 오노(大野)의 갯벌, 우르릉우르릉 울리는 소리가 밤마다 미닫이를 울린다. 눈 깊어 문득 적막해질 때, 신묘한 피리·북소리, 장구 소리가 있어, 야마오로시(山颪, 산바람)에 실려 토통 휴우 하고 들리는가 싶다가도, 홀연 휙 멀어진다. 〈덴구노 오하야시(天狗のお囃子, 덴구의 음악)〉라 부른다. 노가쿠(能樂)가 늘 성한 고장이라 그러할 것이리라. 도쿄 혼조(本所)의 다누키바야시(狸囃子)와는 먼 친척뻘이라 들었다.
콩떡, 쑥떡(草餅), 설탕떡(砂糖餅), 다시마(昆布)를 썰어 넣은 떡 따위 갖가지 떡을 찧어, 마지막 절구를 〈쿵〉 찧을 때에, 〈천관 만관, 만만관(千貫萬貫、萬々貫)〉 하고 와아 환호하여, 이리하여 시중이 번성하는 것이로다.
비자열매(榧の實)는 떫고 쓸쓸하다. 아이들의 평소 간식이라면 대개 고지(柑子, 작은 귤)이다. 밀감(蜜柑)은 귀하다. 둥글게 썰어 그릇 요리 곁들임으로 쓴다. 아사쿠사 김(淺草海苔)을 한 장씩 판다.
조마루(上丸), 조조마루(上々丸) 따위로 일컬어 호두(胡桃)가 늘 있다. 살짝 볶아 엿에 졸이는데, 이게 또 달다.
연근(蓮根)을 〈렌콘〉이라 하지 않고, 그저 〈하스네〉라고만 부르니, 맛이 좋고, 부드러워 도쿄에서 이르는 〈모치 연근〉이라. 교외는 남북으로 거의 모두가 연못이라, 꽃이 필 때엔, 붉디붉고 희디희다.
무궁화(木槿)도 〈모쿠킨〉이라 하지 않고, 〈무쿠게〉라 한다. 산마(山の芋)와 자연생(自然生, 자연산 산마)을 가려 따로 일컫는다.
연(凧)을 모두 〈이카〉라고만 한다. 부채 종이 펼친 모양에, 양 옆에 소맷자락 부풀린 듯한 모양으로, 크고 작은 게 가지가지 있다. 어느 것이나 금, 은, 푸름, 감색으로 둥글게 별을 장식해 두었다. 간토(關東)의 연이 없는 건 아니니, 〈마스다코(升凧)〉라 부른다.
지형이 사각으로 된 곳, 곧 마스가타(桝形)이라.
여자아이는 어떨 땐 열예닐곱 살 묘령이 되어서도 자기를 〈타아〉라고 한다. 사내아이가 〈와시〉라고 하는 건 대체로 여느 곳과 비슷하렷다. 다만 친구가 부르러 와서 〈와시 있나〉 하니, 이쪽도 〈와시〉라. 어느 쪽이든 〈와시〉라.
땅강아지(お螻殿)를 〈호토케산무시(佛さん蟲, 부처님 벌레)〉라 하고, 베짱이(馬追蟲)를 우는 소리에 따라 〈스이쵸〉라 부른다. 시오카이톤보(鹽買蜻蛉, 소금 사기 잠자리), 미소카이톤보(味噌買蜻蛉, 된장 사기 잠자리)는 고증이 굳이 필요치 않으니, 색깔로 미루어 아이들은 다 알 게다. 물잠자리(おはぐろ蜻蛉)를 〈※ 잠자리〉, 풀잎 마디나방(草葉螟蟲)은 도신톤보(燈心とんぼ, 등심 잠자리), 송사리(目高)를 〈칸타〉라 한다.
반딧불(螢)은, 아사노가와(淺野川) 상류에서 고다쓰노(小立野)로 오르는 길에 있는 〈쓰루마다니(鶴間谷)〉라는 곳, 지금은 어떨지 모르나, 무서울 만큼 많아, 캄캄한 밤엔 반딧불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알아볼 정도였노라.
〈시미즈를 시미즈.―― 가쓰라시미즈(桂清水)에서 손수건을 주웠어요〉 하고 노래한다. 야마나카(山中) 유나(湯女, 온천 여인)의 키누기누(後朝)는 요염하다. 그 청수터까지 손님을 배웅한 것이리라.
니햐쿠토카(二百十日, 입춘 후 210일째)의 큰물에, 잉어, 붕어, 메기(鯰)를 손으로 떠올리려고, 어느 동네든 젊은이들은 논으로 논으로 총출동하여 떠든다. 아이들은, 〈니햐쿠토카〉라 하면 붕어, 〈칸타〉를 잡아내는 것으로 알 정도였다.
수수께끼 또 하나. 육각당에 동자가 한 사람, 참배가 있어 문이 열린다, 무엇? ……꽈리(酸漿).
된장(味噌)을 조금씩 사는 일은, 전당포에 잡히는 것만큼 부끄럽다고 여기는 풍속이었던가 보다. 두부(豆府)를 잘라 한 모, 반 모씩 판다. 곤약(菎蒻)이 두부 가게에 따라붙는다는 걸 알아두실지어다. 같은 짐 속에 곤약이 꼭 들어 있다.
메밀국수(蕎麥)며 단팥죽(お汁粉) 같은 데에 잠깐 들르면, 한 그릇으론 끝나지 않는다. 두 그릇은 당연. 잠자코 먹고 있으면, 잇따라 갖다 차려놓는 풍습이 있다. 옛스럽고 순박하다. 다만 〈이백이 일 전〉이라는 식의 셈은 아니니, 새겨두실 일이라.
문득 떠오른 김에, 이웃 고장 도야마(富山)에서 단선(團扇)을 파는 진귀한 외침을 여기에 적는다.
단선이오, 큰 단선.
단선이라, 갓키쓰상.
잇키쓰상. 단선이오.
아는 것도 많구려.
그런데 게이샤(藝者)는, 창기(娼妓)는?……오야마(をやま), 오야마(尾山)라 함은 가나자와의 옛 이름이니, 이웃 시골 사람들은 지금도 조카(城下, 성 아래 마을)에 나가는 일을 〈오야마에 간다〉고 한다. 무슨, 그 오야마가 아니라고? ……그런 건, 모른다, 모른다.
다이쇼 9년(192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