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옛 교토의 그것보다도 한층 반듯이,

동서남북으로 한 치 어김없이 격자(시가지의 동맥)를 거듭 짠 호카이(北海)의 수도――

이시카리 들판의 너른 개간지에 둘러싸여,

육만 인구를 품에 안은 삿포로의 시가지――

주민이 모두 반드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자기 한 대(代)의 노력으로 그 집을 일군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비치는 것은, 그저

불에 타다 남은 붉은 벽돌의 도청(道廳),

개척 기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과대학,

늘 높다란 굴뚝의 연기로써 북녘 땅을 비예(睥睨)하는 삿포로 맥주 공장과 제마 회사,

석조의 다쿠쇼쿠 은행, 햇빛이 푸르스름하게 반사되는 구립 병원,

큰길 산책지의 갖가지 동상들, 호카이 타임스, 나카지마 공원,

기타 1조의 정거장, 미나미 1조와 미나미 2조의 번화함, 다누키코지, 유곽,

(저런 것들에는 죄다, 내지(內地)에서 흘러든 방랑자가

신기하게 여길 만한 값어치란 거의 없지 않겠는가?)

방랑자는 차라리 그 너머의 다른 것에 마음을 두는 법이라,

눈더미를 견디도록 지은 단층집의 처마 이은 줄,

정거장 길의 아카시아 가로수,

가지와 잎이 줄기에 붙어 빗자루처럼 공중을 향해 거꾸로 솟은 백양수(내지에 비기자면, 은행나무 격이다,)

개척자가 군데군데 길에 베지 않고 남겨 둔 아카다모(ハル楡, 북해도 느릅나무) 노목,

길가에 줄지어 심은 이타야 단풍의 우거짐.

이런 것들이――번화한 한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그림자처럼,

늘 거니는 이의 마음에 붙어 떠나지 않는 맥박의 격자, 그 사이를 누비며,

농부 또는 농부의 아낙이, 말 등에 채소(가지, 오이, 수박,

캐배지(양배추), 양파, 서양 호박, 밤, 호두, 사과,

옥수수, 또는 무)를 싣고 외쳐 팔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방랑자에게는, 그 농부 마부의 외쳐 팔기야말로 가장 의미 깊고

신개지(新開地) 시가지의 속살을 끄집어내는 듯이 여겨졌다.)

그, 농부 마부는 빠르게 옮겨 가는 계절을

이 고요하고 그늘 많은, 이국풍의 시가지에 들여보내는 신과도 같다.

그의 짐에 오이며 참외며 가지가 많을 적은 아직 여름 초입이지만,

짧은 여름이 어느덧 밤, 호두, 코코아로 옮겨 가고,

그득그득하던 옥수수와 사과가 매우 줄어들 무렵이면, 어느새,

김장 무가 씻어진 채로 곳곳의 지붕이며 나무들에 걸린다.

또 따로, 방랑자의 눈에 띈 것은, 길모퉁이에 화로를 내놓고,

간단히 옥수수를 구워 파는 이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런 가게 가운데 하나를 나는 몹시도 정답게 여겼다――

라고 하는 것은, 내가 하릴없이 외출할 때마다 눈에 띄기 때문이라,

잎이 큼지막한 이타야 단풍의 굵은 밑동에,

맑은 날은 물론, 비 오는 날에도 끈기 있게 가게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화롯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을 적이면,

그 위에 얹힌 옥수수 알이 푹푹 터지면서,

그토록 좋은 향기가 풍기고 있는 한, 삿포로는,

내 마음에 정겹기 그지없어,

어제도, 오늘도,

방랑자가 누리는 술과 여자(삶의 값어치마저 그곳에 비치는 듯이 여겨진)의 맛을 끊김 없이 이어 가게 했다.

어느 밤, (동상도 보이지 않고, 백양수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며,

은행, 도청, 맥주 회사, 정거장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비 갠 뒤 안개가 짙은, 축축한 밤이었다,) 나는 홀로,

얼큰한 기분으로, 방금 헤어진 여자가 부르던 오이와케부시(追分節)를 되뇌면서

걸어오자니, 저편에 칸테라(カンテラ) 불빛인 듯한 것 하나가 보인다.

그것이 예의 그 가게라, (다만 늘 같지는 않아서,)

영감은 추운 듯 화롯불에 매달려 있기에,

『늦게까지 부지런히 벌이를 하시는구려』 하고 처음으로 말을 건네 주었더니,

『예이』 하며 그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가, 자못 친근한 듯이,

『늘 좋아 보이시는구먼유, 나리께선 복도 많으시구먼유.』

그러나 그 영감과 말을 나눈 것은 앞으로도 뒤로도 그 한 번뿐이었고,

내가 고독한 방랑에 흠뻑 취해 있는 사이에 천장절(天長節)이 왔다.

어느새 그의 가게는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고,

시중을 거닐어 보아도, 채소를 실은 말과도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그러더니, 변색이 더딘 이타야 단풍마저 단풍이 들고,

무는 어느새 유곽집의, 유리문으로 두른 긴 복도에

즐비하게 늘어선 큰 통에 절여져 있는 것을 보았을 무렵에는,

시가지에도, 멀찍이 보이는 산들과 한가지로, 흰 것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나는, 정이 깊어진 삿포로에서,

장인이 못마땅해하는 데릴사위마냥 쫓겨나고 말았다――

가라후토(樺太, 사할린)에서의 사업과의 연락도 완전히 끊어진 채로――

돈도 없고, 추위를 막을 외투조차 없이,――

도쿄에서 어쩌다 뒤따라온 녹슬어 가는 여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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