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어느 날의 일이었다. 코키치가 방에서 잡지를 읽으며 푹 빠져 있을 때였다.

“코키치, 거기 있느냐.” 하고, 할아버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와는 달리 어쩐지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이상하네, 무슨 일이지. 야단맞을 일이라곤 한 것도 없는데.’ 하고 코키치는 생각했다.

“네에.” 하고 대답하며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너, 내가 아끼는 난 화분을 쓰러뜨렸지.” 할아버지는 안경 너머로 가만히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코키치는 도무지 모르는 일이라,

“난 화분이요?” 하고 되물었다.

“모를 리가 있느냐. 너 말고는 그럴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코키치가 한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토록 화분대 위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건만, 너는 늘 거기 가서 장난을 치지 않느냐.”

코키치는 곧잘 지붕에 화분이 늘어선 받침대 위로 올라가곤 했다. 거기는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한 데다, 멀리 풍경이 한눈에 보여 어쩐지 마음이 활짝 트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아끼는 화분에 단 한 번이라도 손을 댄 적은 없었다.

“저,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너, 어제였던가, 거기 나가서 무얼 하고 있지 않았느냐.” 할아버지가 말했다.

‘어제?’ 하고 코키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아, 그랬다. 이제 곧 봄이 오겠구나 싶어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연분홍 구름이 길게 드리우고, 그 아래로 학교의 큰 떡갈나무 우듬지가 봉긋이 솟아 보였다.

“시게짱, 여기서는 학교 떡갈나무 우듬지가 보여.” 하고, 마침 밖에서 놀고 있던 시게짱에게 알려 주었다.

“정말?”

“누가 거짓말을 한대.”

“나도 올라가서 봐도 돼?” 하고 시게짱이 묻기에, 코키치는 할아버지께 화분대에 친구를 올려 봐도 되겠느냐고 여쭈었다. 할아버지는 난과 만년청이 늘어서 있고, 모란 꽃봉오리에라도 손이 닿으면 안 된다며 허락하지 않으셨다.

“시게짱, 들판에 가서 공이나 던지며 놀자.” 어쩔 수 없어 코키치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야, 그게 더 재밌어. 빨리 와, 코짱.” 하고 시게짱이 말했다. 그러고서 둘은 들판에서 공을 던지며 놀았다. 그뿐이었지, 코키치는 화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리 와 봐.” 할아버지를 따라 지붕으로 나가 보니, 정말로 난 뿌리에 깔린 모래와 흙이 흘러내려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이상하네.” 하며 코키치도 고개를 갸웃했다. 어머니도 아니고, 누나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지?

“특별히 화분을 굴리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할아버지는 난 화분을 손에 들어 올려 살펴보고 있었다.

“네가 막대기 같은 것을 휘두르다가 그 끝이 닿은 거겠지.”

“저, 막대기 같은 걸 왜 휘둘러요.”

“아니, 누구든 좋다. 이번에 또 그러면 할아버지가 가만 안 둔다.” 그러면서 새 흙을 난 화분에 채워 넣고 계셨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아직 어슴푸레할 때부터 지붕에서 참새가 짹짹, 짹짹 울고 있었다.

‘옳지, 참새일까.’ 하고 코키치는 생각했다. 그래서 살그머니 잠자리에서 일어나 덧문을 열어 보았지만, 이미 참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한참 뒤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코키치와 다른 아이들은 그 큰 떡갈나무 아래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나무는 지금까지 공을 몇 개나 먹었을까.”

“우리가 던진 것만 해도 세 개쯤은 먹었어.”

가지와 잎이 빽빽이 우거져 있어 이 나무 안으로 던져 넣은 공은 어딘가에 걸리는지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코키치가 지붕 화분대에서 보았던 것은 바로 이 나무의 우듬지였다. 봄이 되면서 잎갈이를 했는지, 가지와 잎 사이가 제법 성기게 들여다보였다.

“앗, 저기 공이 얹혀 있네.” 하고 한 아이가 가리키자,

“저기에도 까만 게 있네. 저것도 공인 모양이지.” 하고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좋아, 내가 올라가서 가져올게.” 하고는 용감하고 씩씩하며 나무 타기 잘하는 오다가 떡갈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다는 아래쪽 굵은 가지에 걸터앉더니,

“야, 누가 막대기 좀 가져와.” 하고 외쳤다. 코키치가 곧장 달려가 수위실 옆에 세워져 있던 대나무 장대를 가져오자, 오다는 그것을 나무 위에서 받아 들고,

“간다, 떨어뜨린다.” 하더니 하나, 둘, 셋, 공을 떨어뜨렸다.

“이번엔 참새 둥지를 떨어뜨릴게.” 하고 말했다.

“뭐, 참새 둥지?” 모두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오다는 장대를 길게 뻗어 우듬지에 붙어 있는 둥근 것을 쿡 찔러 떨어뜨렸다.

“와아.”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새끼 참새는 이미 둥지를 떠난 뒤였다.

“뭐야, 물이끼가 나오네.”

코키치는 그것이 할아버지가 난 뿌리에 감아 두었던 물이끼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영리한 참새가 부드러운 물이끼 위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던 것이다. 비로소 언젠가의 수수께끼가 풀렸지만, 코키치는 참새를 미워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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