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연못 속에 물풀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긴 겨울 동안 물이 꽁꽁 얼어붙었던 탓에, 풀은 거의 시들어 죽을 것만 같이 약해져 있었지요. 그 풀에게, 얼마나 길고 긴 시간이었을까요.
그러다 마침내 봄이 찾아와, 얼음이 녹기 시작했답니다. 연못 물은 날이 갈수록 따뜻해지고, 햇살이 수면을 비추게 되면서, 물풀은 그리웠던 태양을 처음으로 우러러볼 수 있었지요.
태양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작은 물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을 때, 풀은 기쁨으로 가슴이 가득 차올라,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태양에게 하소연했답니다.
“해님, 저는 이제 정말 죽을 것만 같았어요. 만약 당신이 그토록 따뜻하게 저를 오래도록 비춰 주지 않으셨더라면, 저는 정말로 얼어 죽고 말았을 거예요. 부디 이제 저를 버리지 마세요. 제 작은 보랏빛 꽃이 필 때까지, 날마다 그 은혜로운 빛으로 비춰 주세요. 저는 지금부터 또 날마다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랍니다. 어째서인지 저는 이 연못에 사는 개구리와 마음이 맞지 않아서 늘 괴로운데, 그래도 개구리 쪽이 저보다 힘이 세답니다. 게다가 개구리는 비를 좋아해서 언제나 비가 내려 달라고 빌기 때문에, 저희들은 짧은 목숨을 비 때문에 괴롭힘당한답니다. 부디, 해님, 저희를 보살펴 주세요.” 하고, 물풀은 말했답니다.
태양은 빙그레 웃으며 물풀의 하소연을 듣더니, “알았다, 알았다.” 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답니다.
어느 날, 개구리가 연못 수면에 떠서 햇살에 등을 말리고 있었어요. 그때 태양이 다정하게 개구리에게 말을 건넸답니다.
“나는 이 넓은 하늘을 날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유로이 거닐지. 너는 저 연못을 마음껏 헤엄쳐 다닐 수 있어. 나는 하늘의 대왕이라 불리지. 그렇다면 너는 연못의 왕이로구나. 나는 오늘부터 너를 연못의 왕으로 삼겠다. 그 대신, 내가 모든 것에게 은혜롭듯이, 너는 연못 안의 것들에게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 하고, 태양은 타일렀답니다.
제멋대로인 데다 좀 어리숙하기는 했지만, 본래 심성만큼은 착한 개구리는, 그 말에 금세 우쭐해지고 말았답니다.
“오호, 나는 연못의 왕이 된 거야! 이 넓은 연못이 모두 내 영지로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란 말이냐!” 하고, 개구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답니다.
그날부터 개구리는 아침에 태양이 떠오를 때와 함께 일어나고, 저녁에 태양이 지는 때까지 함께 물속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말을 큰 소리로 지껄이고, 연못 안을 다스리려고 온 힘을 다했답니다.
그런데 연못 바닥에는 개구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갖가지 물고기며 무시무시한 벌레들이 살고 있었어요. 비단 물속만이 아니라, 연못 주위에는 숲이 있고 덤불도 있었지요. 거기에는 모기며 등에며 벌이며 작은 새들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 모두에게도 연못의 왕인 개구리는 일일이 신경을 써야만 했지요.
이전에는 아무것도 생각하는 법이 없었던 개구리는, 밤에도 제대로 쉴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마침 달 밝은 밤, 달빛이 연못 수면을 노랗게 물들이면, 개구리는 깜짝 놀라 불쑥 벌떡 일어나서는, 벌써 해님이 뜨셨나 싶어 야단법석을 부리며 큰 소리로 떠들어 대기도 했답니다.
봄날 오후의 일이었어요.
“물도 제법 따뜻해졌군. 여행하기에 딱 좋은 때로다. 며칠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넓은 영지를 한 바퀴 돌아봐야겠어.” 하고, 개구리는 잔물결 이는 연못 수면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답니다.
그때, 근처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등에 한 마리가 있었어요.
“개구리 님, 여행이라 하시면, 어디까지 가실 참이세요?” 하고, 등에가 물었답니다.
개구리는 뜻밖에 이런 말을 듣게 되어 조금 놀랐지요. 그러고는 옆에 작은 등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답니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해님은 하늘의 대왕이시다. 나는 이 연못의 왕이야. 이 연못이 얼마나 넓은지 보아라. 해님이 동쪽 숲에서 떠오르시어 서쪽 숲에 지시기까지 꼭 하루가 걸리지. 해님이 바로 이 연못을 비추시려고 하늘을 저렇게 걸어가시는 것이야. 그 연못이 내 영지다. 내가 이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지 않고 어찌 되겠냐. 생각해 보아라.” 하고, 개구리는 말했답니다.
그러자 등에는 웃음을 꾹 참으며,
“개구리 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아직 모르시는군요. 저는 어제 말을 따라 먼 곳까지 다녀왔답니다. 지치면 말 등에 올라탔지요. 다른 곳에는 훨씬 더 큰 연못도 있어요. 또 커다란 숲도 여럿 있고요. 개구리 님, 아직 모르실 테지만, 북적북적한 마을도 있어서, 거기에는 신기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가득했답니다. 개구리 님도 세상에 나가 보셨더라면, 이런 연못 따위는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으셨을 거예요.” 하고, 등에는 이야기했답니다.
개구리는 등에의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놀랐지요. 그리고 만약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 온 것이 송두리째 뒤집혀 버릴까봐, 스스로도 두려워졌답니다.
“너 혹시 꿈을 꾼 것 아니냐?” 하고, 개구리는 말했답니다.
“개구리 님, 어째서 꿈이겠어요. 정말 사실이랍니다.” 하고, 등에는 대답했답니다.
개구리는 속으로, 등에가 말을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런 것을 보고 오지 않았을 것이고, 보고 오지 않았다면 자기 머릿속을 이토록 뒤흔들어 놓지도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나는 여전히 이 연못의 왕으로 마음 편히 지냈을 것을, 참으로 난처하게 됐군, 하고 생각했답니다. 개구리는 한참 생각하다가,
“너는 어제 보고 온 것을 전부 잊어 버려라.” 하고, 개구리는 등에에게 말했답니다.
그러자 등에는 당혹스러운 듯 개구리를 바라보며,
“하지만, 제 머릿속에 새겨진 세상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등에는 대답했답니다.
개구리는 난감해졌답니다.
“너는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했느냐?” 하고, 개구리는 물었답니다.
“아니요, 저는 아직 아무도 만나지 못했어요. 다음에 만나면 모두에게 들려줄 생각이에요.” 하고, 등에가 대답했답니다.
개구리는 등에가 모두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때 다들 얼마나 들썩거릴까. 그리고 이 연못이 가장 좋은 곳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답니다.
개구리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그래. 이 등에의 작은 머릿속에 그 세상이란 것이 죄다 들어 있을 터이지. 그것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이 등에를 삼켜 버리면, 전부 내 것이 되어 버릴 것이야. 그러면 아무도 떠들어 댈 걱정이 없어지고,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 하고, 개구리는 생각했답니다.
개구리는 불쑥 큰 입을 벌려, 작은 등에를 머리째 꿀꺽 삼켜 버렸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구리는 세상이 몽땅 자기 머릿속으로 들어왔겠거니 생각하고 그것을 떠올려 보려 했지요. 하지만 등에가 말했던 그런 세상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개구리는 등에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 믿었지요. 그리고 이제야 안심이 됐답니다. 하늘의 대왕은 태양이고, 연못의 왕은 자기라는 생각으로 돌아간 것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