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옛날 옛적에, 할아범은 산으로 나뭇짐을 하러 가고,

할멈은 빨래를 하러 시냇가에서

주워 온 복숭아 열매 속에서

태어나신 모모타로,

원숭이와 꿩과 개를 거느리고

이 오니가시마(鬼ヶ島)에 쳐들어와,

누대(累代)의 진보(珍寶)를 노획하고,

의기양양하여

돌아간 일,

이 섬으로서는 후세까지의

치욕이라,

아아, 부디

무용(武勇)이 빼어난 귀신이 있어,

그 힘을 빌려서라도

이 한을 풀고 싶다 하여,

당시의 왕귀(王鬼)가 섬 안에 영(令)을 내리되,

누구든지 일본을 정벌하여,

모모타로 그 어린것의 모가지와,

빼앗긴 진보를 가지고 돌아오는 자는,

이 섬의 왕으로 삼으리라 하시매,

혈기에 들끓는 젊은 귀신 무리,

움찔움찔 이마의 뿔을 꿈틀거리며,

제가 공명을 세우리라

생각지 않는 자 없으되,

어느 누구도 모모타로의 솜씨에 혼이 나,

내가 가겠노라 자청해 나서는 자도

없었더라.

여기 아수라가와(阿修羅河) 강가에 세상을 피하여,

쓸쓸히 살고 있는

한 쌍의 귀신 부부 있었으니,

본디

오니가시마

성문의

위병으로

있었으나,

모모타로가 쳐들어왔던

즈음 어이없이 철문짝이

박살 나고, 적군이 난입한

조(條), 그 자신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여,

예사롭지 않은 왕귀의 노여움을 사고, 관직이 박탈되며 세상에서 멀어져,

이제는 어부가 되어 여생을 보내고는 있으나, 언젠가는 제 죄를 갚고 다시

세상에 나아가리라 마음에 두고, 새끼 귀신의 뿔만 한

한순간도 잊을 틈이 없었더라.

그러던 차에 이 영을 듣는 기쁨이란, 이바라키도지(茨木童子)가

잘려 떨어진 제 한쪽 팔을 다시 본 듯한 심정이라,

바로 이때라고 마음만은 들떴으되,

앞서 성문 패전 때에 모모타로와 맞붙어,

오십 관(貫) 무게의 철봉(鐵棒)에,

오른쪽 뿔이 밑동부터

박살 난 상처가 지금껏 끊임없이 쑤시어,

불치의 병을 얻은지라,

합전 따위는 생각도 못 하니,

이런 때 자식이라도 있었더라면, 하고

자꾸만 아내인 귀신을 욕하는 것이라.

그러자 아내가 말하기를,

전해 들으니 일본의 모모타로는, 강에 흘러온 복숭아에서

태어나 무용이 출중한 어린아이라,

예사로운 귀태(鬼胎)에서 나온 귀신의 자식으로는,

그놈의 적수가 되기 어림없으니, 소첩이 야샤신(夜叉神)께 한 목숨을

바쳐, 모모타로의 두 곱절 무용을 지닌 자식을 빌어 보리라 하고,

아수라가와 강가의 야샤 신사(夜叉神社)에 들어앉아, 삼칠일

째 되는 밤에 비로소 영험한 꿈을 얻고, 그 새벽녘 물가에 나서서

바라보매, 매우 큰

쓴 복숭아(苦桃) 한 알이 둥실둥실 떠내려 오는지라,

이거로구나 하고 기뻐하며 안고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남편의 환희는 이루 비길 데가 없더라.

갈라 보니 과연, 씨앗이 절로 튀어

자리 위로 날아올랐다 싶더니, 홀연 그 키가 일 장 오 척(약 4.5미터)이나 되는

청귀(靑鬼)로 변하여, 붉은 사발 같은 입을 벌리고,

활활 타는 화염을 토하며 우뚝 서 있는

그 모양새가, 귀신의 눈에마저 두렵게 보이고,

또한 무시무시하게 비치는 것이었더라.

쓴 복숭아 속에서 태어난지라 하여

구도타로(苦桃太郎)라 이름 짓더라.

이윽고 부부가 마음먹은 바를 들려주매

구도(苦桃)는 크게 기뻐하여,

손쉬운 일이로다, 내 한걸음에 일본으로 건너가,

세 손가락으로 모모타로 그놈의 모가지를 뽑아내고,

그 나라의 진보가 있는 한 모조리 채어 오리라,

이제 출진 출진이라며 의기 충천하니, 부부가 이르되,

이 일을 왕귀에게 알리지 않고 멋대로 떠나면,

혹시 공도 공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허물이 있을 일이

헤아리기 어려우니, 우리 부부는 죄를 진 몸이라

알현치 못하니, 구도타로 단신으로

왕성에 이르게 하여, 모모타로 정벌의 뜻을

아뢰게 하니,

왕귀가 화염을 내뿜으며 한없이 기뻐하여,

팔각으로 깎아 만든 이백팔십팔 개의 은별이 박힌

철봉을 내려, 너는 이로써 모모타로 그놈의 허리뼈를 산산조각으로 부수어라 하시매,

구도타로 비웃으며,

모모타로 따위의 어린것 열 명 스무 명쯤은, 이를 잡는 것보다 더 손쉬울 터인데,

어찌 무기 따위가 필요하오리까,

가벼이 이 같은 것을 내려주심은

자못 이 몸의 무용을

염려하심과 같으니이다,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이를 보시오 여러분이여, 하고는,

곁에 있는 쇠기둥을 새끼손가락으로 흔들흔들

흔들어 대니, 좌중이 한꺼번에 낯빛을 잃고,

아아 구도의 솜씨가 드러났도다,

그만하라 그만하라 하며 부르르 떨더라.

왕귀가 가까이 구도를

불러, 이러한 그대의

무용으로 한다면,

모모타로를

무찌를 일은

의심할 바 없으리,

따로 내려 줄

것이 있다 하시며,

손수 입고 계시던

백호의 생가죽으로

지은 훈도시(褌)를 풀어 던져

주시매 받들어 받고는,

두 뿔에 걸치고,

손짓 발짓 우스꽝스레

외도무(外道舞)라 하는 춤을 추며,

기뻐 의기양양 물러나더라.

이튿날이 되매

왕성에서 사자를 보내,

철사 자루에

사람의 해골

구이 열 개를

담아,

저 모모타로의

수수경단에 빗대어,

이를 군량으로 삼으라 하시며

내려 주셨더라.

길을 가고 가서

오니가시마의

경계에

이르렀을 무렵,

마풍(魔風)이 별안간 쏴아 사납게 불어 대고, 폭포처럼

폭우가 쏟아져 천지가 울리며, 곤축(坤軸)마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라.

아아 흥겨운 광경이로다 하며, 잠시 멈추어 서서

사방을 우뚝 둘러보매, 마오다케(魔王岳) 절정에서

번개가 번뜩이는 가운데 금빛

독룡이 나타나, 이쪽을 향하여

화살처럼 날아오는지라,

야아 잔꾀 부리는 긴 벌레가 통력을 부리는구나,

덤비면 본때를 보여 주리라 하며

발을 굴러 몸을 가다듬는 사이에,

저 독룡이 너울너울 내려와

구도타로 앞에 똬리를 트는데 열세 똬리,

혀를 내밀고 머리를 숙이며 이르되,

이 몸은 마오다케 절정의 호수에

오랜 세월 살고 있는 용왕이온데,

일본 땅에 있는 권속인 뱀 무리가,

저 모모타로의 가신, 꿩의

일족에게 잡아먹히는 일,

해마다 그 수를 알 수 없을 정도이라,

어떻게든 이 유한(遺恨)을 갚으리라

생각한 지 오래이오나, 단신의 힘이 미치기 어려워,

분함을 머금고 진에(瞋恚)의 불길을 토하던 차에,

장군께서 이번에 모모타로 정벌의 뜻을 들으시매,

바라옵건대 어가에 종군하여 미력을 다하고,

위세를 빌려 일족의 쌓인 한을

풀고자 하여, 이렇게 마중을

나왔소이다, 부디 종군을 허하시면,

제 면목 이보다 클 수 없으리라 하니,

구도타로 환희가 적지 아니하여, 허리에 찬 해골

한 개를 내려 주어 주종의 계약을 맺더라.

그때 독룡이 이르기를, 옛날 모모타로는

꿩과 원숭이와 개의 세 종자를 거느려,

큰 승리를 거둔 본을 따라,

장군께서도 또한 훌륭한 종자를 부리지 않으시려나이까,

이 몸과 둘도 없는 사귐을 맺은

두 마리 용사가 있사오니, 만약

윤허하시면 즉시 불러오겠소이다

하는 추천에, 「양 천 마리의 가죽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만 못하다」는 옛 말씀,

어설픈

무리는 도리어 거치적거리는 짐일 따름이나,

그대가 믿어 한쪽의 대장으로

삼을 만한 기량이 있다면, 어서

그자를

불러

오라 하니,

황송한 말씀이오나,

유유상종이라는 말씀처럼,

이 몸이 비록 불초하오나

마오다케의 용왕이라,

범속한 여우 너구리 따위의 무리를 벗으로

삼겠나이까, 우선 불러서

인사 올리도록 하리라 하며,

두세 번 꼬리를 흔드니

그 울림이 마치 금방울과 같더라.

이를 신호 삼아 북쪽에서 홀연히

흰 털에 붉은 낯의 큰 비비(狒)가 날아오고,

서쪽에서는 소인 줄 잘못 볼 만한

이리가 뛰쳐나와, 일제히 구도타로 앞에 머리를 조아리매,

구도가 바위 모서리에 걸터앉아,

짐(鴆)의 깃부채로 휘저으니, 참으로 미더운

기량과 골격이라, 비비는 원숭이의 우두머리이며

이리는 개의 강적이라,

여기에 독룡이 더해지매,

모모타로를 단 한 판에 격파할 일이, 쇠망치로

토기를 부수는 것과 같으니, 자, 헤어짐의 선물을 내리겠노라 하며,

또 두 개의 해골을 주고는, 이제 출진이라며 일어서니,

독룡이 다시 책략을 올려 이르되, 이 몸에게 비행자재의 술법이 있사오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일본국에 이르오리다 하며, 허공을 향하여 숨을 내뿜으매,

이상하기도 하지, 황운(黃雲)이 홀연히 일어 눈앞에 모여드는지라, 주종이 이를 타고,

공중을 나는 모양이 서유기 그림 같더니, 하루 밤낮이 지나매 눈에 끝없이 펼쳐진

대양 위에 이르렀더라.

구도타로가 의아하게 여겨, 우리들이 신통력을 부려 이렇게 비행하면서도,

아직 일본 땅에 닿지 않을 까닭이 없도다, 독룡아, 여기는 오니가시마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이냐 하니,

예 그러하옵니다, 대략 십이만 삼천사백

오십육억 칠천팔백구십 리이옵나이다,

엇 그러면 너무 지나쳤도다,

돌려라 돌려라 하며 역비운(逆飛雲)의 술법을

행하게 하여, 막무가내로 돌아서매

물러서고 또 물러설수록, 또 너무 되돌아간 것이

구십팔만 칠천육백오십사억

삼만 이천백 리,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또 다시 떠나서, 가면 지나쳐 가고,

돌아오면 너무 돌아오고, 가다가 돌아오다가,

돌아오다가 가다가, 왼쪽으로 날고 오른쪽으로 달리고,

사면팔방 종횡무진으로 날아다니매,

과연 그토록 강한 독룡의 마력에도 한이 있어 차차 지치고,

구름은 약해져 엷어져 가,

이제는 헌 솜처럼 여기도 토막토막 끊어지고 저기도 토막토막 끊어져,

벌어진 틈새로 발을 헛디뎌, 비비와 이리는 어이없이

거품 이는 바다에 떨어져, 악어의 먹이가 되었으리.

구도타로 이를 보매 분연히 노하여,

이놈 독룡, 네가 우둔(魯鈍)한 까닭으로,

고굉지신을 잃었도다,

출진 길에

전조가 사납구나,

미운 놈이라며

주먹을 굳게 쥐어,

독룡의 정수리

박살 나라고

마구 두드리매,

본디 사나운 성미의

독룡은 발분(發憤)의 눈에

새빨갛게 핏발이 서고, 금빛 비늘을

곤두세운 모양이 나뭇잎에 바람이 불 듯하더라.

야아 얄미운 그 대장 면상,

자 용왕의 진면목을 보거라 하며,

열 칸(약 18미터) 남짓 되는 꼬리를 풍차처럼

휘둘러, 구도타로를 일곱 번 칭칭 감아 싸,

뼈마저 산산이 부수겠노라 단단히 조이매, 거 시끄럽도다 하며 구도타로,

온몸에 한껏 힘을 주매, 그토록 강한 독룡이 뚝 끊어져,

네 토막이 되어 쓰러지매,

마력이 금세 풀려

구름은 불어 끄듯 사라져 버리니,

무엇으로 견뎌 낼 수 있으리오,

구도타로는 까마득한 허공에서

발판을 잃고,

조약돌처럼 곧장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려,

망망한 큰 바다에 풍덩!

‘오니가시마 글자로’ 쓰인 『귀신 모모타로』의 서문(고요 자필)

●도서카드

Chapter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