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하늘에는 맑은 빛을 머금은 여름달이 떠 있고, 그 빛에 물든 바다는 너르게 푸르스름한 자락을 펼친 채 고요히 잠겨 있어, 며칠 전 큰 해일(海嘯)을 일으켜 수만의 사람과 가축 목숨을 앗아 간 무서운 바다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리쿠추(陸中, 옛 이와테 지역)의 어느 해안이었다. 한 젊은 어부가 모래 언덕 위에 서서, 슬픈 눈으로 바다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부는 함께 살림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내를 해일에 휩쓸려 잃은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이 통했으나, 사내 쪽 부모는 못마땅하다 하였고 여자 쪽 친척에서도 반대가 있던 것을, 가까스로 밀어붙이듯 하여 부부가 된 처지였다.
어부는 그렇게 이틀이고 사흘이고 해안에 나와, 달빛 아래 펼쳐진 바다를 들여다보며 숨이 끊어질 듯한 마음으로 아내를 그리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꿈속 같은 밤이라, 뒤에서 자꾸자꾸 부풀어 와 갯가에 희끄무레하게 부서지는 파도조차 소리가 없었다.
해일이 일어난 것은 음력 5월 5일 밤이었다. 아직 음력으로 한 해의 행사를 치르는 외진 고장에서는, 그날은 아침부터 일을 쉬고 단오 명절을 지내고 있었다. 젊은 어부의 집에서도 이웃 두서너 사람이 모여, 저녁 무렵부터 술을 들고 있었다. 그때 먼바다 쪽에서 큰 대포라도 쏜 듯한 굉음이 울리더니, 쿵 하고 땅을 울렸다. 바깥에 나와 바다 쪽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 하나는, 어둑하고 자욱한 바다 끝자락에 묵은 솜을 잡아뜯은 듯한 구름이 떠 있고, 거기에 번갯불이 번쩍번쩍 옮겨붙는 것을 보았다. 해일은 그 뒤를 따라 곧장 솟구쳐 올라, 집이며 사람이며 한입에 삼켜 버렸다. 젊은 어부는 붉은 데가라(머리 매듭 끈)를 맨 아내를 끌어안듯 하여 뒷문으로 나섰지만,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덮쳐 오는 성난 물결에 휘말려, 정신이 들었을 적엔 혼자가 되어 떠가는 솔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어부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라 있었다. 그는 그 눈물 어린 눈을 다시 바다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갯가 물가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닷속에서 막 올라온 듯, 곧장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차차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형체는 아무리 보아도 여인 같았다. 검푸른 빛이 도는 긴 머리채는 흐트러져, 어깨에 흩날리듯 보이기 시작했다. 어부는 의아해하면서 가만히 그것을 응시하고 있다가, 마침내 아내처럼 보이게 되었다. 어부는 눈을 비볐다. 그것은 분명 아내의 모습이었다.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얼굴도, 어깨선도, 키도, 걸음새도, 모두 그리운 아내였다. 어부는 기쁨이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는 모래 언덕을 달려 내려가 다가갔다. 그것은 파도에 휩쓸려 갔을 때 그대로의 감색 가스리(紺飛白) 무명 홑옷을 걸친 아내였다. 머리도 옷도 흠뻑 젖어 있었다.
“오, 돌아왔구나, 내가, 너를 두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를 게다, 잘도 돌아왔어”라며, 어부는 기쁨에 목이 메었다.
여인은 얼굴을 들어 어부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슬쩍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두 손을 무릎께에 모으듯 하여 절을 했다. 어부는 의아한 마음에, 여인의 손에 닿으려던 자기 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여인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 모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요(お葉), 어찌 그러느냐, 오요”라며 어부는 놀라 그 이름을 부르며, 뒤를 따라갔다.
여인은 모래 언덕을 넘어, 자기 집 쪽으로 걸어갔다. 어부는 그 뒤를 따르면서, 바닷속에 오래 있었던 탓에 몸이 상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서둘러 집에 돌아가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할 작정이리라 생각했다. 다만 집은 해일에 휩쓸려 갔으니, 그 자리에 임시 오두막을 쳐 놓고 살고 있는 처지라, 아내가 놀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을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솔밭의 소나무는 쓰러지고, 밭은 자갈밭처럼 변해 있었다. 여인은 쓰러진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걸었다. 그러더니 자기 집이 있던 자리 앞쪽으로 갔다가, 그쪽으로는 꺾어 들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어디로 가느냐, 우리 집은 떠내려갔으니, 임시로 오두막을 쳐 놓았네, 여기일세”라고 어부는 말했다.
여인은 들리지 않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어디로 가느냐, 어디로 가, 우리 집은 여기 아닌가.”
여인은 그래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부는 의아하기 짝이 없었지만, 무언가 까닭이 있으리라 여기고 따라갔다.
달은 기울어 사방 사물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여인은 그 가운데를 너울너울 발소리도 내지 않고 걸었다.
나무가 우거진 자그마한 둔덕이 나타났다. 그곳은 마을 변두리였다. 둔덕 위로는 외길 좁다란 오솔길이 나 있었다. 여인은 그 둔덕 아래까지 가더니, 홀연 자취를 감추었다.
“오요, 오요, 오요” 하고 어부는 놀라 근방을 더듬어 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어부는 우두커니 선 채로 소리를 놓아 울었다.
아침에 마을 사람 셋이서, 둔덕 아래에 슬픔에 잠겨 있던 젊은 어부를 보고 말을 걸었다. 젊은 어부는 훤하게 밝아 온 아침 햇살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한 모양으로, 가만히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아내가 돌아와서, 여기까지 와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네, 좀 찾아 주시게”라고 슬프게 말했다.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것은 자네가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꿈을 꾼 것이지, 이제 그만 단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네.”
하고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젊은 어부는 얼마 못 가 실성하고 말았다. 이는 메이지 29년(1896) 6월 15일에 산리쿠 앞바다에서 일어난 해일이 낳은 괴담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