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이것은 천연에서 볼 수 있는, 더없이 아름답고 섬세한 그 눈 결정을 실험실 안에서 인공으로 만드는 이야기다. 영하 30도의 저온실 안에서 육화(六華)의 눈 결정을 만들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지내는 생활은, 늦더위의 혹서(苦熱)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부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눈 결정 연구를 시작한 것은 벌써 오 년이나 전의 이야기인데, 마침 있던 현미경을 복도의 바람이 들이치는 곳에 들고 나가 처음으로 온전한 결정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인상은 좀처럼 잊기 어렵다. 수정 바늘을 모아 놓은 듯한 실물 결정의 정교함은, 보통 교과서 따위에 실린 현미경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비길 데 없이 차고 맑은 결정 모체, 날카로운 윤곽, 그 안에 새겨진 한없이 변화하는 꽃무늬, 그것들이 온통 투명하여 어떠한 흐림의 빛깔도 머금고 있지 않은 만큼, 그 특유의 아름다움은 좀처럼 비유를 찾기 어렵다.

그 후 매일같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문자 그대로 무수히 있는데도 거의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사라져 가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실험실 안에서 언제든 이런 결정을 만들 수 있다면, 눈의 성인(成因) 연구라는 문제를 떠나서도 자못 즐거운 일이리라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이 눈 결정은 고층의 지극히 온도가 낮은 곳에서 수증기가 응결하여 생기는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그것을 흉내 내면 되는 셈이다. 처음에는 동판 원통의 길이 1미터쯤 되는 것을 만들어 그것을 식혀 놓고, 위에서 수증기를 불어 넣어 보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다. 첫해 겨울은 그런 시도를 하는 사이에 다 지나가고 말았다. 다음 겨울에는 더 작은 동제 상자를 만들어, 그것을 안쪽에서 액체 공기로 영하 20도쯤까지 식혀 놓고 그 위에 따뜻한 수증기를 흘려 보냈다. 온전한 육화의 결정은 일단 접어 두고, 우선 결정의 몇몇 가지를 이 동판 면에서 뻗어 나오게 하려는 셈이었다. 만들어진 것은 추운 아침 유리창에 얼어붙는 서리꽃 같은 것뿐이었고, 공중으로 뻗어 나오는 결정 가지는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두 번째 겨울도 어느덧 지나가 버렸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사이에, 역시 눈 같은 것은 천연에서야말로 손쉽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인공으로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게 까다로운 일이리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실험실 안에서의 실패라는 것 외에도, 그 무렵부터 다니기 시작한 도카치다케에서의 체험도 한몫했다. 도카치다케 중턱에서 보는 눈 결정은 삿포로 같은 데서 알려진 결정과는 또 한층 정교함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종류가 또 실로 다양함의 극치여서,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신기한 모양의 결정이 얼마든지 내려오는 일도 있었다.

수정 결정 같은 육각 기둥 따위는 물론이거니와, 북극 탐험 때 처음 발견되었다는 피라미드 형의 것도 거듭 볼 수 있었다. 때로는 이들 각기둥 양 끝에 육화의 꽃이 피어 장구 같은 모양이 된 것, 그것이 차곡차곡 겹쳐 옛 복엽기 같은 모양이 된 것 따위가 온 산을 뒤덮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이런 결정을 보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자연의 신비에 압도되어 버려, 이런 것을 인공으로 만들려는 시도조차 어쩐지 자연을 모독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오는 것이었다.

3년째 겨울도 타성적으로 지난해의 실험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생각이 나서, 차가운 동판 면을 위로 두어 거꾸로 놓고, 그 아래에 물을 담은 그릇을 두어 보았다. 수증기는 그 수면에서 증발하여 자연 대류로 위쪽으로 올라가 동판 면에 응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보니 동판 면에서 하얀 가루가 사락사락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미경으로 보니 영락없이 눈 결정의 일부분과 닮은 것이 되어 있다. 어찌하여 진작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 수증기를 적당히, 그리고 결정의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닿게 하려면 자연 대류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자연의 경우라 해도 하늘은 위에, 땅은 아래에 있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아래의 것을 위로 하고 가로의 것을 세로로 한다는 것이, 의외로 까다로울 때가 있는 것은 비단 물리 연구에 국한된 일도 아니다.

4년째 겨울은 지난해 실험으로 한껏 기운을 되찾아 같은 식의 실험을 진행했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한 발짝 남은 데서 천연의 눈 결정 같은 아름다운 것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어서, 자연의 경우에는 공기가 차가워져 있어, 결정열은 대류와 복사(輻射)로 빠져나가며 결정이 자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방 전체를 차게 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다. 하늘에는 동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또 한 해가 걸린 셈이다. 그리하여 문제는 처음으로 되돌아가, 천연의 눈 결정이 만들어지는 그대로 흉내 내면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마침 올봄부터 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홋카이도대(北大)에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저온실이 들어섰다. 그 안에서 수증기의 자연 대류를 적당히 가감하여 결정을 만들어 보니, 어렵잖이 천연의 것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눈 결정의 일부분이 만들어졌다. 일부분이라 함은, 결정을 금속이나 나무 면에 응결시켜 만드는 까닭에, 본래의 눈 결정 여섯 가지 중 두 가지나 세 가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정 형태를 논하는 것뿐이라면 가지가 두셋만 있어도 될 터이지만, 아무래도 육화의 천연 결정과 똑같은 것을 만들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래서 지극히 가는 털끝에 이 결정을 자라게 하는 일을 조수 S군에게 부탁해 두었다.

인공눈 ×12.5

이삼 일이 지나 “과연 눈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는 S군의 안내에 서둘러 저온실 안에 들어가 보니, 정말 토끼털 끝에 육화의 결정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살그머니 꺼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갓 만들어진 이 눈은 천연의 눈보다 한층 더 훌륭하다.

여기까지 오면 뒤이은 작업은 지극히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다. 물의 온도를 다양하게 바꾸어 수증기 공급을 가감하면, 저마다 정해진 모양의 결정이 얻어진다. 가령 수증기가 많으면 깃털 모양으로 발달한 섬세한 결정이 되고, 중간쯤으로 하면 아름다운 각판(角板)이 된다. 그리고 큰맘 먹고 수증기 공급을 줄이면, 지극히 천천히 각기둥 모양이나 피라미드 형의 결정이 자란다. 육각판의 모서리마다 깃털 모양의 가지가 붙은 결정이 천연에 흔히 보이는데, 이런 결정을 만들려면 먼저 각판을 만들어 두고, 거기서 갑자기 수온을 높여 그 모서리마다 깃털 모양의 가지를 붙여 가면 된다. 장구 형의 결정 따위가 잘 만들어지면, 어둑한 저온실 안에서 얼어붙은 손끝에 흰 입김을 불어 가며 저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 짓는 일도 있다. 재미있게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결정은 대체로 천연의 눈과 같은 정도의 크기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눈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일에서 하나 곤란한 것은 건강 문제다. 바깥 기온이 높아지면, 아무리 모피 방한복으로 몸을 단단히 감싸도, 50도 이상의 급격한 기온 변화에 줄곧 마주쳐서는 아무래도 견디기 어려운 듯하다. 나는 맨 먼저 두 손 들고 말았고, 그 뒤는 젊고 기운찬 조수와 학생들에게 맡겨 버렸다.

이 일은 재미있기로 말하자면 실로 재미있지만, 다만 한 가지 너무 시원한 것이 흠이라고 8월 한복판에 친구에게 이야기해 부럽게 만들고 있지만, 실은 그리 쉬운 실험도 아닌 것이다.

(쇼와 11년 9월 17일, 18일)

●도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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