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우물 바닥에 먼지가 쌓인 이야기
하야마 요시키
시골에서 흔히 보는, 들판 한복판에, 관목이며 고사리가 구덩이 가장자리에 우거지고, 바닥에는 돌이며 흙이 메우다 만 채로 손 놓아 버린 그런 옛 우물이라면, 바닥에 먼지가 좀 쌓인다 한들 별스러울 것도 우스울 것도 없다.
그런데 내가 지금 말하려는 우물은, 한쪽에는 부부와 아이 셋, 다른 한쪽에는 부부와 아이 둘, 이렇게 두 가족이 지금도 함께 쓰고 있는 그 공동 우물 이야기다.
그 공동 우물에, 그것도 뚜껑까지 덮여 있는데도, 바닥에 먼지가 쌓여 버린 것이다.
공기든 햇빛이든 물이든, 그것이 흔할 때는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따라서 고마운 줄도 모르는 법이지만, 일단 없다 싶으면 그때부터가 큰일이다.
“물 먹고 싶어어”
하고, 한낮의 뙤약볕 아래서 마른 건어물이 될 만큼 구워지면서 고래고래 외치며 뛰어 돌아온 아이들은, 우물에 달려들어 펌프를 눌러 본다. 그러나 우물에서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이라곤, 쉭, 후, 쉭, 후, 펌프의 한숨뿐이다.
아이들은 그 길로, 어머니가 어디선가 얻어 받아 둔 양동이로 달려든다. 그러나 그 물로 말하면 귀하디귀한 물이다. 빨래 따위에는 한 방울도 못 쓰고, 얼굴 같은 건 두 달이나 씻은 적이 없다.
그렇게 귀한 물이긴 해도, 아이들이 마실 때만큼은 바가지로 두 잔쯤은 마시게 해 준다.
한데 아이들이 달다 달다 하며 들이켠 끝이 또 한바탕 소동이다.
근방 일대가 가뭄이라, 형편 넉넉한 집들은 척척 우물을 더 깊이 파거나 수도를 끌어들이거나 해서 글자 그대로 “시치미 뗀 얼굴”로 지내고 있다. 한데 이 먼지 쌓인 우물의 사용자는 셋집 사는 사람들이고, 그 집주인이라는 작자는 선대가 지갑 끈으로 목이라도 맨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만큼 인색한 구두쇠다.
“우물에서 물이 안 나오오”
하고 세입자가 말하면,
“해님이 하시는 일을 집주인이 책임질 수는 없지요”
하고, 이 집주인 노인은 혀 놀리는 것조차 아껴 가며 대답한다.
“그래도 옆집 우물에서는 물이 콸콸 나오던데요”
하고 말하면,
“내가 그 옆집 우물을 들여다본 것도 아니고”
술집 사은권도 아니고 말이지, 이 박절한 집주인은 아예 셋집 사람들을 “구워 내쫓을” 심산인 것이다.
그리하여, 구워 말려 쫓겨나기 직전인 집의 아이들은 “물”이라는 것에, 옛 아라비아 사람이 품었음 직한 만큼의 경이와 찬탄을 품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웃집에서 우물을 더 깊이 파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얌전히 구경하고 있다가도, 물기를 머금은 흙이 나오고 흙 섞인 빨갛거나 검은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어린 마음에 그만 평정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제 집 우물 바닥에 먼지가 쌓여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서, 진흙물 속을 네 발로 기어다니며 휘저어 놓고는, “물 먹고 싶어어” 하고 외치며 돌아왔을 즈음에는, 어머니로서는 빨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악귀나찰의 형상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바가지로 한 잔이나 두 잔, 미적지근한 물을 단숨에 들이켠 뒤, 엉덩이를 찰싹찰싹 얻어맞는다.
어머니로서는 물을 먹이고 나서 때리는 것이니 충분히 인정 있는 처사라고 믿는 모양이지만, 얻어맞는 아이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자기를 때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으니, 그 항의로 죽기 살기로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 댄다. 새로 시행된 아동 학대 방지 법안에 걸려들 만큼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이건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다. 어머니가 잘못이다. 어머니보다 집주인이 잘못이다. 집주인보다 세제가 글러먹은 것이다.
혈맹단. 5·15. 신병대. 등등이 튀어나오는 것도, 죄다 우물 바닥에 먼지를 쌓이게 하거나 어쩌거나 하니까일 게다.
본디 우물이라는 것은 물을 모으라고 있는 것이지, 먼지나 모으는 그런 곳이 아니다.
짓지도 않는 자에게 쌀을 먹일 바에는, 농사짓는 농민이 쌀을 못 먹을 법은 없는 것이다.
총을 쥐여 주는 한, 군인이 사람을 죽인다고 나쁠 법도 없다.
이야기가 좀 옆길로 새 버렸다. 그것도 다, 시대마저 길을 잘못 들어선 탓이 아닐까 싶다.
아이 다섯과 어른 넷에게서 두 달 넘게 우물물을 앗아 놓은 사실은, 이 두 셋집 사람들의, 그다지 날카롭다 할 것도 없는 신경에마저 꽤나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된 거, 집세에서 까서 내 버리지 그러나”
하고, 벽 한 장 사이로 사는 이웃끼리 의논이 모아져, 우물장이가 왔다.
펌프를 떼고, 대나무를 빼고, 이윽고 우물장이가 새끼줄을 타고 우물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거 참 기가 막히네. 이런 우물은 처음 본다. 밭이랑 똑같아, 먼지가 쌓여 있어”
하고, 우물장이가 우물 바닥에서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우물 바닥에서 웃을 만큼이니, 두 집 셋방의 아낙들도 감개무량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고는,
“아이고”
한마디 한 채, 눈물을 흘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