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하늘 꼭대기는 차갑디차가워서 마치 카칭카칭 담금질한 강철 같다.

그리고 별이 가득. 그렇지만 동쪽 하늘은 어느새 부드러운 도라지꽃잎처럼 신비롭고 그윽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 새벽 하늘 아래, 한낮의 새도 가지 않는 높디높은 곳을 날카로운 서릿조각이 바람에 실려 사르륵사르륵 남쪽으로 날아갔다.

참으로 그 희미한 소리가 언덕 위 한 그루 은행나무에 들릴 만큼 맑게 갠 새벽이다.

은행 열매들은 모두 한꺼번에 눈을 떴다. 그러고는 가슴이 철렁했다. 오늘이야말로 분명 출발의 날이었다. 다들 전부터 그렇게 여기고 있었고, 어제 저녁에 찾아온 까마귀 두 마리도 그렇게 일러 주었다.

“나 떨어지다가 어지러워지면 어쩌지?” 한 열매가 말했다.

“눈을 꼭 감고 가면 되잖아.” 다른 하나가 답했다.

“참, 깜빡했네. 나 물통에 물 채워 둘걸.”

“있잖아, 난 물통 말고도 박하물도 챙겼어. 좀 줄까? 길 떠나서 너무 멀미가 날 땐 한 모금 마시면 좋다고 엄마가 그랬거든.”

“왜 엄마는 나한테는 안 줬을까.”

“그러니까 내가 줄게. 엄마를 나쁘게 생각하면 안 돼.”

그렇다. 이 은행나무는 어머니였다.

올해는 천 명의 황금빛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오늘이야말로 아이들이 모두 함께 길을 떠난다. 어머니는 그게 너무도 슬퍼서 부채꼴 황금빛 머리카락을 어제까지 다 떨구어 버렸다.

“얘, 우린 어떤 데로 가는 걸까.” 한 은행 여자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아무 데도 가기 싫은걸.” 다른 아이가 말했다.

“난 어떤 일을 당해도 좋으니까 엄마 곁에 있고 싶어.”

“그렇지만 그건 안 된대. 바람이 매일 그렇게 말했잖아.”

“싫어, 정말.”

“그리고 우리도 다 뿔뿔이 흩어지는 거지?”

“응, 그래. 이젠 나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나도. 여태까지 이것저것 응석만 부려서 미안해, 용서해 줘.”

“어머, 내가 더 그래. 내가 더더욱. 용서해 줘, 응?”

동쪽 하늘의 도라지꽃잎은 어느새 시든 듯 힘을 잃고, 아침의 흰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별이 하나씩 사라져 간다.

나무 가장 높디높은 곳에 있던 두 은행 사내아이가 말했다.

“야, 벌써 밝아졌어. 신난다. 난 꼭 황금빛 별님이 될 거야.”

“나도 될 거야. 여기서 떨어지면 곧장 북풍이 하늘로 데려가 주겠지.”

“난 북풍은 아닐 것 같아. 북풍은 친절하지 않거든. 난 분명 까마귀 아저씨일 거 같아.”

“맞아, 분명 까마귀 아저씨야. 까마귀 아저씨는 대단해. 여기서 멀리, 안 보일 만큼 단숨에 날아가 버리잖아. 부탁만 하면, 우리 둘쯤은 한 번에 푸른 하늘까지 데려가 줄 거야.”

“부탁해 볼까. 빨리 와 주면 좋겠다.”

그 조금 아래에서 또 두 명이 말했다.

“난 제일 먼저 살구 임금님 성을 찾아갈 거야. 그래서 공주님을 납치해 간 괴물을 무찌르는 거야. 그런 괴물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응. 있겠지. 그치만 위험하잖아? 괴물은 큰데, 우리 같은 건 콧바람에 휙 날려 버릴걸.”

“있잖아, 나 좋은 거 갖고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보여 줄까? 자, 봐.”

“이거 엄마 머리카락으로 만든 그물 아니야?”

“맞아. 엄마가 주신 거야. 무서운 일이 있을 땐 그 안에 숨으라고 그랬어. 난 말이지, 이 그물을 품속에 넣고 괴물한테 가서,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를 삼킬 수 있나요? 못 삼키시죠? 이렇게 말할 거야. 그러면 괴물은 화가 나서 단숨에 삼키겠지. 그때 난 괴물 위주머니 안에서 그물을 꺼내 푹 뒤집어쓰는 거야. 그러고 나서 뱃속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려 버리는 거지. 그러면 괴물은 티푸스에 걸려서 죽잖아. 그때 내가 나와서 살구 공주님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래서 공주님을 아내로 맞는 거지.”

“정말 멋지다. 그러면 그때 난 손님으로 가도 되지?”

“되고말고. 나라 절반을 나눠 줄게. 그리고 엄마한테는 매일 과자 같은 걸 잔뜩 보내 드릴 거야.”

별이 모두 사라졌다. 동쪽 하늘은 하얗게 타오르는 듯하다. 나무가 갑자기 술렁거렸다. 이제 출발이 머지않다.

“나, 신발이 작아. 귀찮네. 맨발로 갈래.”

“그럼 내 거랑 바꾸자. 내 건 좀 크거든.”

“바꾸자. 어, 딱 맞네. 고마워.”

“나 어떡해, 엄마가 주신 새 외투가 안 보여.”

“얼른 찾아봐. 어느 가지에 두었는데?”

“잊어버렸어.”

“큰일이네. 이제부터 엄청 추울 텐데. 꼭 찾아야지.”

“자, 봐. 좋은 빵이지? 건포도가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잖아. 얼른 가방에 넣어 둬. 곧 해님이 납시실 거야.”

“고마워. 그럼 받을게. 고마워. 같이 가자.”

“어떡하지, 나 정말 못 찾겠어. 정말 어쩌면 좋아.”

“나랑 둘이 가자. 내 걸 가끔 빌려줄게. 얼어 죽을 땐 같이 죽자.”

동쪽 하늘이 하얗게 타올라 너울너울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나무는 마치 죽은 듯 꼼짝 않고 서 있다.

갑자기 빛다발이 황금빛 화살처럼 한꺼번에 날아왔다. 아이들은 펄쩍 뛰어오를 듯 환하게 빛났다.

북쪽에서 얼음처럼 차고 투명한 바람이 휘이잉 불어왔다.

“안녕, 엄마.” “안녕, 엄마.” 아이들은 모두 한꺼번에 비처럼 가지에서 뛰어내렸다.

북풍은 웃으며,

“올해도 이걸로 우선 작별, 작별이로구나.” 하고 차가운 유리 망토를 펄럭이며 저 너머로 가 버렸다.

해님은 불타는 보석처럼 동쪽 하늘에 걸려서, 있는 힘껏 모든 빛을 슬퍼하는 어머니 나무와 길 떠난 아이들에게 던져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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