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
제1권
인간의 최초의 불복종과, 그 열매,
금단의 나무에 달린 치명의 열매를 따 먹음으로
이 세상에 죽음을 들여왔으니, 온갖 비탄과 함께
에덴을 잃었도다. 한 위대한 분이 오시어
우리를 회복시키고 지복의 자리를 되찾으시리니,
노래하라, 천상의 시신이여, 그대 은밀한 산꼭대기
호렙이나 시나이에서
택한 백성을 처음 가르친 그 목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그대여,
태초에 하늘과 땅이 어떻게
혼돈에서 일어났는지를 가르쳤으니, 아니면 시온 산이
그대 뜻에 더 맞거든, 하나님의 신탁 곁을 흐르던
실로아 시내여, 내 그곳에서
이 모험의 노래에 그대의 도움을 청하노니,
평범한 비상이 아닌 높이 치솟아
아오니아 산 위로 날아오르며
산문으로도 운문으로도 아직 시도되지 않은 일을 노래하리라.
무엇보다 그대, 오 성령이여, 모든 신전보다
곧고 순결한 마음을 더 사랑하시는 분이여,
나를 가르치소서, 그대는 아시나니, 그대는 태초부터
거기 계셨고, 거대한 날개를 펼치어
비둘기처럼 광활한 심연 위에 앉아 품으시며
그것을 잉태케 하셨으니, 내 안의 어둠을
밝히시고, 낮은 것을 들어올려 받쳐주소서,
이 장대한 논제의 높이에 이르러
영원한 섭리를 선포하고
인간에게 하나님의 길을 밝히리라.
먼저 말하라, 천국은 그대의 눈에 아무것도 숨기지 못하고
지옥의 깊은 심연도 그러하니, 먼저 말하라 어떤 연유로
우리의 시조가 그 행복한 상태에서,
천국의 높은 은총을 입고서도
창조주를 저버리고 그분의 뜻을 어겼는가,
단 하나의 금기를 위하여, 그 밖에는 세상의 주인이었거늘.
누가 먼저 그들을 유혹하여 그 추악한 반역에 이르게 했는가?
지옥의 뱀이었으니, 그의 간계가
시기와 복수심에 불타올라
인류의 어머니를 속였도다. 그의 교만이
그를 천국에서 내쫓았을 때, 반역 천사들의
온 무리와 함께, 그들의 도움으로
동료들 위에 영광을 세우려 야심을 품고,
그는 지극히 높으신 분과 대등하리라 믿었으니
대적하기만 한다면. 야심찬 뜻을 품고
하나님의 보좌와 왕권에 대항하여
천국에서 불경한 전쟁과 오만한 전투를
헛되이 일으켰도다. 전능하신 분이
그를 천상의 하늘에서 거꾸로 내던지시니
타오르며, 처참한 파멸과 함께
밑바닥 없는 멸망의 구렁으로 떨어졌으니,
금강석 사슬과 형벌의 불꽃 속에 거하게 되었도다,
감히 전능자에게 무기로 대항한 자여.
인간에게 낮과 밤을 재는 시간의 아홉 배나 되는 동안
그와 그 처참한 무리는
불타는 심연 속에 쓰러져 뒹굴었으니
불멸이면서도 혼미한 채로. 그러나 그의 운명은
더 큰 분노를 위해 남겨졌으니, 이제
잃어버린 행복과 끝없는 고통의 생각이
그를 괴롭히도다. 그 눈을 둘러 던지니
사납고도 슬픈 눈이
거대한 고뇌와 경악을 증언하고
완고한 교만과 굳건한 증오가 뒤섞였도다.
천사의 눈이 미치는 한 멀리 바라보니
황폐하고 거친 참담한 광경이라,
사방으로 둘러싸인 처참한 지하 감옥은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처럼 불타오르나, 그 불꽃에서
빛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볼 수 있는 어둠만이
비참한 광경을 드러내 보일 뿐이니,
슬픔의 영역, 비통한 그늘, 평화와
안식이 결코 머물 수 없는 곳, 희망도 오지 않는 곳,
만인에게 오는 그 희망마저. 끝없는 고문만이
여전히 몰아치고, 불의 홍수가
꺼지지 않는 유황으로 끊임없이 타오르도다.
영원한 정의가 이 반역자들을 위해 마련한 곳이니,
이곳이 그들의 감옥으로 정해졌고,
완전한 어둠 속에 그들의 몫이 정해졌으니
하나님과 천국의 빛에서
세계의 중심에서 가장 먼 극까지의 세 배만큼 멀리 떨어졌도다.
오, 그들이 떨어져 나온 곳과 얼마나 다른가!
그곳에서 그의 동반자들이, 타락의 동료들이,
폭풍 같은 불의 홍수와 회오리에 휩싸인 채
곧 그의 눈에 들어오니, 그의 곁에서 뒹구는
그에 버금가는 권세와 죄악의 자,
오랜 세월 뒤에 팔레스타인에서 알려져
베엘제붑이라 이름 붙여진 자라. 그 대적에게,
천국에서는 사탄이라 불리던 자가, 대담한 말로
처참한 침묵을 깨고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도다.
네가 그자라면 말이다. 그러나 오, 얼마나 떨어졌으며! 얼마나 변했는가!
빛의 행복한 영역에서
초월적 광채를 입고
수만의 빛나는 이들을 능가하던 그로부터. 상호 맹약과
합치된 생각과 의논, 동등한 희망,
영광스러운 기업의 위험을 함께한 자여,
한때 나와 합류했거늘, 이제 비참이
동등한 파멸로 합류시켰도다. 어떤 구덩이에
어떤 높이에서 떨어졌는지 그대가 보거니와, 그만큼 더 강함이
그분의 천둥으로 증명되었도다. 그때까지 누가 알았으랴
그 무시무시한 무기의 위력을? 그러나 그것 때문에도,
전능한 승리자가 분노 속에
더 가할 수 있는 것 때문에도 나는 뉘우치거나 변하지 않으리,
비록 겉모습의 광채는 변했을지라도. 굳건한 마음,
짓밟힌 공로에서 비롯한 높은 경멸,
가장 강한 자와 겨루도록 나를 일으킨 그것,
치열한 싸움에
무수한 영의 군대를 이끌고 나아간 그것,
그분의 통치를 싫어하고 나를 택한 자들이여,
그분의 최대 권세에 대적의 권세로 맞서
천국의 들판에서 판가름 나지 않은 전투를 벌여
그분의 보좌를 뒤흔들었도다. 전장을 잃었으면 어떠하랴?
모두를 잃은 것은 아니니, 굴복하지 않는 의지,
복수의 탐구, 불멸의 증오,
결코 굴복하거나 항복하지 않을 용기가 남았도다.
그 밖에 정복당하지 않을 것이 무엇이랴?
그 영광을 그분의 분노나 힘이
결코 나에게서 빼앗지 못하리라. 무릎 꿇고 은총을 구하며
탄원자의 무릎으로 그 권세를 신격화하다니,
얼마 전까지 이 팔의 위협에
자기 제국을 의심하던 자에게, 그것은 참으로 비천한 일이요,
이 몰락에도 미치지 못할 치욕과 수치이리라.
운명에 의해 신들의 힘과
이 천상의 본질은 소멸하지 않으니,
이 큰 사건의 경험을 통해
무력에서 더 나쁘지 않고 예견에서 훨씬 앞선 우리가
더 성공적인 희망으로
무력이든 간계든 영원한 전쟁을
화해할 수 없는 전쟁을 우리의 대적에게 벌이리니,
지금 승리하여, 넘치는 환희 속에
홀로 군림하며 천국의 폭정을 쥔 자에게.
배교한 천사가 이렇게 말했으니, 고통 속에서도
큰소리로 허세를 부리나 깊은 절망에 시달리며,
그의 대담한 동료가 곧 이렇게 대답했도다.
오 왕이시여, 수많은 보좌의 권세들의 수장이시여,
전열을 갖춘 세라핌을 이끌고 전쟁에 나아가
그대의 지휘 아래, 무시무시한 전공으로
두려움 없이 천국의 영원한 왕을 위태롭게 했으며
그분의 지고한 주권을 시험에 부쳤으니,
힘이든 우연이든 운명이든 그것이 무엇에 의해 지탱되는지를.
나는 너무도 잘 보며 슬퍼하노라, 비참한 결과를,
슬픈 패배와 추악한 좌절이
우리에게서 천국을 잃게 했고, 이 막강한 군세를
처참한 파멸 속에 이토록 낮추었으니,
신들과 천상의 본질이
소멸할 수 있는 한에서 그러하도다. 마음과 영은
정복되지 않으니, 활력도 곧 돌아오리라,
비록 우리의 모든 영광이 꺼지고, 행복한 상태가
이곳 끝없는 비참 속에 삼켜졌을지라도.
그러나 우리의 정복자가, 이제 나는 그분을
전능하시다 믿지 않을 수 없으니, 우리 같은 힘을
압도할 수 있으려면 그에 못지않아야 하니,
우리에게 이 영과 힘을 온전히 남겨두었다면,
우리의 고통을 강하게 견디고 받아들이도록,
그분의 복수의 분노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가,
아니면 종으로서 그분에게 더 큰 봉사를 하라 함인가,
전쟁의 권리로 그분의 사업이 무엇이건
이곳 지옥의 심장에서 불 속에 일하거나
어둠의 심연에서 그분의 심부름을 하라 함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힘이 줄지 않음을 느끼고
영원한 존재를 누린들
영원한 형벌을 받는 데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에 대마왕이 신속한 말로 대답했도다.
타락한 케루빔이여, 약한 것은 비참한 일이니
행함에서든 견딤에서든 그러하도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하니,
선을 행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일이 아닐 것이요,
악을 행하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기쁨이리라,
우리가 대적하는 그분의 높은 뜻에
반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그분의 섭리가
우리의 악에서 선을 이끌어내려 한다면,
우리의 수고는 그 목적을 뒤집는 것이요,
선에서 다시 악의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니,
때로는 성공하여, 내 그릇되지 않는다면,
그분을 괴롭히고 그분의
가장 은밀한 의도를 정해진 목표에서 어긋나게 하리라.
그러나 보라, 분노한 승리자가
복수와 추격의 사자들을
천국의 문으로 불러들였도다. 유황의 우박이
폭풍처럼 우리를 뒤쫓아 쏟아졌으나 이제 잠잠해지고,
천국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우리를 받아낸 불의 파도도 가라앉았으며,
붉은 번개와 맹렬한 분노를
날개 삼아 날아온 천둥도
아마도 화살을 다 쏘고 이제 그쳤으리니
광활하고 끝없는 심연을 통해 울려 퍼지던 포효도.
기회를 놓치지 말자, 경멸이든
충족된 분노이든 대적이 내어준 것이니.
저기 보이는 황량한 들판, 황폐하고 거친,
빛 없는 황무의 자리를,
이 어두침침한 불꽃의 미광이
창백하고 무시무시하게 비추는 곳을 보라. 저리로 향하자,
이 불의 파도의 출렁임에서 벗어나,
거기서 쉬자, 쉼이 깃들 수 있다면,
고통받는 우리의 세력을 재결집하여
앞으로 어떻게 대적을 가장 해칠 것인지,
우리의 손실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이 참혹한 재앙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희망에서 어떤 증원을 얻을 수 있는지,
아니면 절망에서 어떤 결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 의논하자.
이렇게 사탄은 가장 가까운 동료에게 말하며
머리를 파도 위로 쳐들고, 눈은
번쩍이며 타올랐으니, 그 밖의 몸통은
불길 위에 엎드려, 길고 넓게
수많은 루드에 걸쳐 떠 있었으니, 그 크기는
전설이 이름 붙인 괴물 같은 거인들,
제우스와 싸운 티탄족이나 대지의 아들들,
브리아레오스나 튀폰, 옛 타르수스 곁
동굴에 갇혔던 자, 또는 저 바다 짐승
레비아탄,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 중
바다를 헤엄치는 가장 거대한 것과 비할 만했으니,
혹 노르웨이 바다 거품 위에서 졸고 있는 그를
밤에 길 잃은 작은 배의 뱃사람이
섬으로 여기고, 뱃사람들이 전하듯이,
그 비늘 가죽에 닻을 내리고
바람막이 쪽에 배를 대며, 밤이
바다를 덮고 기다리던 아침이 늦어지는 동안 그러하듯.
이처럼 길게 뻗어 누운 대마왕이
불타는 호수 위에 사슬에 묶여 있었으니, 전능하신 천국의
뜻과 높은 허락이 아니었더라면
거기서 일어나거나 머리를 들지 못했으리라.
그분이 그를 풀어놓아 어두운 계략에 맡기셨으니,
거듭되는 죄악으로
스스로에게 저주를 쌓게 하시려 함이요,
타인에게 악을 구하되 분노에 차서
자기의 모든 악의가 결국은
유혹에 빠진 인간에게 무한한 선과 은총과 자비를
가져다주고, 자신에게는
세 곱절의 혼란과 분노와 복수가 쏟아짐을 보게 하려 함이라.
곧 그가 불못에서 몸을 일으키니
그 거대한 체구가 똑바로 섰도다. 양손 편에서 불꽃이
뒤로 밀리며 뾰족한 혀를 기울이고
물결처럼 굽이쳐, 한가운데 처참한 골짜기를 남겼도다.
그러고는 펼친 날개로 비상하여
어두운 공기 위에 올라탔으니
그 공기가 낯선 무게를 느꼈도다. 마른 땅에
내려앉았으니, 그것이 땅이라 할 수 있다면,
호수가 액체 불로 타듯 단단한 불로 타오르는 곳이었으며,
그 빛깔은 마치 지하 바람의 힘이
펠로루스에서 산을 날려 옮기거나
우르르 에트나의 부서진 옆구리에서
그 가연성 내장이 불을 잉태하여
광물의 맹렬함으로 바람을 돕고
그을린 밑바닥을 남기니
악취와 연기에 뒤덮인 것과 같았도다. 저주받은 발의
발바닥이 쉴 곳으로 찾은 것이 이러한 곳이었도다.
그의 가장 가까운 동료가 뒤따랐으니,
둘 다 스틱스의 홍수를 벗어난 것을
신들처럼 자랑하며, 자신들이 되찾은 힘 덕이라 여겼지
천상 권능의 용인 덕이 아니라 하였도다.
이것이 그 지역인가, 이것이 그 땅, 그 기후인가,
잃어버린 대천사가 말했도다, 이것이
천국과 바꾸어야 할 자리란 말인가, 이 비통한 어둠이
저 천상의 빛을 대신한단 말인가? 그리 되라, 지금 주권을 쥔 자가
무엇이 옳은지를 처분하고 명할 수 있으니.
이성이 동등하게 만든 자, 힘이 우위에 놓은 자에게서
가장 먼 곳이 가장 좋은 곳이로다.
잘 있거라, 행복한 들판이여,
기쁨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여. 어서 오라, 공포여,
어서 오라 지옥의 세계여, 그리고 그대 가장 깊은 지옥이여,
새 주인을 맞으라. 장소나 시간으로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자가 왔노라.
마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니,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도다.
어디에 있으면 어떠하랴, 내가 여전히 나인 한,
내가 마땅히 되어야 할 바인 한, 천둥이
더 크게 만들어준 그분보다 조금 못할 뿐이니. 여기서 적어도
우리는 자유로우리라. 전능자가 여기에는
시기심으로 짓지 않았으니, 우리를 여기서 몰아내지 않으리라.
여기서 우리는 안전하게 다스리리니, 나의 선택으로는
지옥에서라도 다스리는 것이 야심을 품을 만한 일이라.
지옥에서 다스리는 것이 천국에서 섬기는 것보다 나으리라.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의 충실한 벗들을,
우리 손실의 동료이자 동반자들을
망각의 못 위에 이토록 놀라 쓰러진 채 놓아두고
우리와 함께 이 불행한 저택에서
그들의 몫을 나누라 부르지 않는가,
아니면 다시 한번 재정비된 무력으로
천국에서 되찾을 수 있는 것, 혹은 지옥에서 더 잃을 것을 시험하지 않는가?
사탄이 이렇게 말하니 베엘제붑이
이렇게 대답했도다. 저 빛나는 군대의 지휘관이시여,
전능자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꺾지 못했을 군대의,
그들이 한번 그 목소리를 듣는다면, 두려움과 위험 속에서
가장 생생한 희망의 서약이 되었던,
극한의 궁지에서, 전투가 맹렬히
타오를 때 위험의 절벽 위에서, 모든 돌격에서
가장 확실한 신호였던 그 목소리를 듣는다면,
그들은 곧 새 용기를 되찾고 되살아나리니,
비록 지금은 저 불의 호수 위에
우리가 조금 전 그러했듯이 기어 엎드려 놀라고 아연해 있을지라도,
놀랄 것 없으니, 이토록 파멸적인 높이에서 떨어졌거늘.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상위의 마왕이
해안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 무거운 방패는
천상의 질로 벼려져, 묵직하고 크고 둥글게
등 뒤에 걸쳐졌으니, 그 넓은 둘레는
달처럼 어깨에 드리워졌도다. 토스카나의 학자가
망원경으로 보던 그 달의 원반을
저녁이면 피에솔레 꼭대기에서,
혹은 발다르노에서 바라보며
그 얼룩진 구체 속에 새로운 땅과
강과 산을 찾으려 했듯이.
그의 창은, 그것에 비하면
노르웨이 언덕에서 베어낸 가장 큰 소나무도,
어떤 대형 기함의 돛대가 되려 해도 지팡이에 불과하니,
그는 그것을 짚고 불안한 걸음으로
타오르는 황무를 걸었으니, 그 걸음은
천국의 푸른 하늘 위의 걸음과는 달랐고,
불로 뒤덮인 작열하는 기후가
그를 심히 내리눌렀도다. 그래도 그는 견뎌내어
마침내 불타는 바다의 해변에 서서
그 군단을 불렀으니, 황홀에 빠진 천사의 형상들이
가을 낙엽처럼 빽빽하게 누워 있었도다,
발롬브로사의 시내를 뒤덮는 낙엽처럼,
에트루리아의 그늘 높이 아치를 이루어 우거진 곳이며,
혹은 사나운 바람과 함께 오리온이 무장하여
홍해 연안을 들볶아, 그 파도가
부시리스와 그의 멤피스 기사단을 뒤엎었을 때
배신의 증오로 고센의 이주민들을
추격하던 그들이, 안전한 해안에서
떠다니는 시체와 부서진 전차 바퀴를 바라보았듯이,
이토록 빽빽하게 흩어져 비천하게 쓰러져
물결을 뒤덮고, 처참한 변모에 경악해 있었도다.
그가 크게 외치니 지옥의 깊은 동굴이 울려 퍼졌도다.
왕후들이여, 권세들이여,
전사들이여, 천국의 꽃이여, 한때 그대들 것이었으나 이제 잃어버린,
이 같은 경악이 영원한 영들을 사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전투의 수고 끝에 그대들은
지친 용맹을 쉬려고 이곳을 택했는가,
이곳에서 찾은 안락이라, 천국의 골짜기에서처럼
여기서 잠을 잔단 말인가?
아니면 이 비천한 자세로 정복자를
경배하기로 맹세한 것인가? 정복자가 지금 바라보니
케루빔과 세라핌이 불길 속에 뒹굴고
흩어진 무기와 군기를 거느린 채, 머지않아
그의 빠른 추격자들이 천국 문에서
이점을 발견하고 내려와
이렇게 축 처진 우리를 짓밟거나,
아니면 잇달은 벼락으로
우리를 이 심연의 바닥에 꿰뚫어 박을 것이다.
깨어라, 일어나라, 아니면 영원히 쓰러져 있으라.
그들이 듣고 부끄러워하여 날개를 펴고 일어섰으니,
마치 보초 근무 중 잠들었다가
두려운 자에게 발각된 사람이
채 깨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는 것과 같았도다.
그들이 처한 참담한 형편이나
맹렬한 고통을 모르지 않았으되,
장군의 목소리에 곧 순종했으니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었도다. 아므람의 아들의 강력한 지팡이가
이집트의 재앙의 날에
해안을 휘두르며 시커먼 구름처럼
메뚜기 떼를 불러올려 동풍을 타고
불경한 파라오의 온 나라 위에 드리우니
밤처럼 나일의 모든 땅을 어둡게 했듯이,
그와 같이 셀 수 없는 악한 천사들이
지옥의 궁창 아래서 날개를 치며 떠다녔으니
위로는 불, 아래로는 불, 사방으로 불이 둘러싸인 가운데였도다.
이윽고 신호가 떨어지자, 그들의 위대한 술탄의
치켜든 창이 행군 방향을 지시하며 흔들리니,
균형 잡힌 대열로 내려앉아
단단한 유황 땅 위에 서서 온 들판을 가득 채웠도다.
그 수는 인구가 많은 북방이
얼어붙은 모태에서 쏟아내어
라인이나 다뉴브를 건너게 한 그 야만의 자손들이
홍수처럼 남쪽으로 밀려와
지브롤터 아래 리비아 모래까지 퍼진 것에도
비할 바 아니었도다.
곧바로 각 부대와 각 대에서
수장과 지도자들이 위대한 사령관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왔으니,
신과 같은 모습과 형상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왕후의 위엄과
한때 천국에서 보좌에 앉았던 권세들이었도다.
비록 그 이름들은 이제 천상의 기록에서
기념도 없이 지워지고 말소되었으니
반역으로 말미암아 생명의 책에서 삭제되었도다.
이브의 자손들 사이에서는
아직 새 이름을 얻지 못했으니, 땅 위를 떠돌며
하나님의 높은 용인 아래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거짓과 속임으로 인류의 대부분을 타락시켜
그들의 창조주 하나님을 저버리게 하고,
그들을 만드신 분의 보이지 않는 영광을
짐승의 모습으로 바꾸게 하여
화려한 의식과 금빛 장식으로 꾸민
가증한 종교와 마귀들을 신으로 숭배하게 했도다.
그러고 나서야 인간에게 여러 이름으로 알려졌으니
이교 세계를 통하여 여러 우상이 되었도다.
말하라, 시신이여, 그때 알려졌던 이름들을, 누가 먼저, 누가 마지막으로
불의 침상에서 깨어나
위대한 황제의 부름에 따라 가치의 순서로
혼잡한 군중은 아직 멀리 서 있는 가운데
그가 서 있는 빈 해변으로 하나씩 나아왔는지?
으뜸은 지옥의 구덩이에서
배회하며 땅 위의 먹이를 찾던 자들이니,
감히 하나님의 자리 바로 곁에 자리를 잡고
그분의 제단 곁에 자기 제단을 세웠으며,
주변 열방에서 숭배받는 신이 되어
케루빔 사이에 좌정하신 여호와가
시온에서 천둥을 치셨음에도 감히 버텼으며,
그분의 성소 안에까지 신당을 세워
가증한 것들을 놓았도다. 저주받은 물건으로
그분의 거룩한 의식과 엄숙한 절기를 더럽히고
그 어둠으로 감히 그분의 빛에 대항했도다.
먼저 몰록, 인간 제물의 피로 물든
무시무시한 왕이니, 부모의 눈물도 있었으나
북과 탬버린의 요란한 소리에
자식들의 울부짖음은 들리지 않은 채 불을 통과시켰도다.
암몬 사람들이 그를 랍바와 그 물 많은 평야,
아르곱과 바산에서, 아르논의
가장 먼 시내에 이르기까지 숭배했도다.
그 뻔뻔한 이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장 지혜로운 마음까지, 솔로몬의 마음을 속여
하나님의 성전 맞은편 그 치욕의 언덕에
자기 신전을 짓게 했으며, 그 숲을
쾌적한 힌놈 골짜기로 만들었으니, 그곳이
도벳이요 검은 게헨나라 불리는 지옥의 원형이라.
다음은 그모스, 모압 자손의 음란한 두려움이니,
아로엘에서 느보까지, 남쪽 끝
아바림의 들판까지, 헤스본과
호로나임, 시혼의 영토,
포도나무 무성한 십마의 꽃핀 골짜기 너머
엘르알레에서 아스팔트 못까지였도다.
브올이 그의 다른 이름이니, 이스라엘이
나일에서 행진하는 도중 싯딤에서
그에게 음란한 의식을 행하도록 유혹되어 화를 당했도다.
그는 거기서 음탕한 제의를 넓혀
살인자 몰록의 숲 곁 그 치욕의 언덕까지,
정욕이 증오 곁에 자리하니,
선한 요시야 왕이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냈도다.
이들과 함께 온 자들이 있었으니, 옛 유프라테스의
접경 물줄기에서 이집트와
시리아 땅을 가르는 시내까지 두루
바알림과 아스다롯이라는 총칭을 가졌으니,
그것들은 남성, 이것들은 여성이었도다.
영들은 원하면 어느 성이든 취할 수 있고 둘 다 취할 수도 있으니,
그토록 부드럽고 단순한 것이 그 순수한 본질이라
관절이나 사지에 묶이거나 얽매이지 않으며
뼈의 취약한 힘에 의존하지도 않으니
둔중한 육체와 달리, 원하는 형상으로
팽창하든 응축하든, 밝든 어둡든,
공기 같은 목적을 수행하고
사랑이든 적의든 그 업을 완수할 수 있었도다.
이것들을 위해 이스라엘의 종족은 자주
살아계신 힘을 저버리고
그분의 의로운 제단을 외면한 채
짐승 같은 신들에게 엎드려 절하니,
그 머리가 전투에서도 그만큼 낮게
하찮은 적의 창 앞에 숙여졌도다.
이들과 함께 떼를 지어 아스도렛이 왔으니,
페니키아 사람들이 아스타르테라 부르던
하늘의 여왕, 초승달 뿔을 쓴 자라.
달빛 아래 밤마다 그 빛나는 형상에
시돈의 처녀들이 서원과 노래를 바쳤으니,
시온에서도 노래하지 않은 바 아니어서
공격적인 산 위에 신전이 서 있었으니,
아내에게 휘둘리는 왕이 세운 것이라,
그 마음은 넓었으나
아름다운 우상 숭배의 여인들에게 미혹되어
추악한 우상에게로 빠졌도다.
탐무즈가 그 뒤를 이었으니,
레바논에서 해마다 상처를 입어
시리아의 처녀들이 그 운명을 슬퍼하며
여름날 내내 사랑의 노래를 불렀도다.
매끄러운 아도니스 강이 그 원래의 바위에서
바다로 붉게 흘러갔으니, 해마다 상처 입는
탐무즈의 피로 물든 것이라 믿어졌으며,
그 사랑 이야기가 시온의 딸들을 같은 열병에 감염시켰으니,
성전 현관에서 그녀들의 음탕한 열정을
에스겔이 보았도다. 환상에 이끌려
그의 눈이 돌아선 유다의 어두운
우상 숭배를 살폈도다.
다음으로 진심으로 슬퍼한 자가 왔으니,
사로잡힌 궤가 그의 짐승 형상을
머리와 두 손을 잘라 훼손했을 때
자기 신전 안, 문지방 위에서
납작 엎어져 숭배자들을 부끄럽게 한 자라.
다곤이 그 이름이니, 바다 괴물로서 위는 사람이요
아래는 물고기였도다. 그래도 그의 높은 신전이
아스돗에 세워져 팔레스타인 해안을 따라,
가드와 아스글론,
에그론과 가자의 변경까지 두려움의 대상이었도다.
그를 따른 것은 림몬이니, 그 쾌적한 자리는
아름다운 다마스쿠스, 비옥한 강변
아바나와 바르발의 맑은 물줄기였도다.
그 역시 하나님의 집에 대담하게 대항했으니,
한번은 문둥병자를 잃고 왕을 얻었도다.
아하스, 그 어리석은 정복자를, 림몬이 꾀어
하나님의 제단을 모욕하고 치우게 하여
시리아 양식의 제단으로 대체하고 거기서
그 역겨운 제물을 태우며, 자기가 이긴
신들을 숭배하게 했도다.
이들 뒤에 옛 명성의 이름 아래 한 무리가 나타났으니,
오시리스, 이시스, 호루스와 그 일당이
괴물 같은 형상과 마술로
광신적인 이집트와 그 사제들을 농락하여
짐승의 형상으로 변장한
떠도는 신들을 찾게 했으니
인간의 모습보다 짐승을 택한 것이라.
이스라엘도 이 감염을 피하지 못했으니,
빌려온 금으로 호렙에서 송아지를 만들었고,
반역의 왕이 벧엘과 단에서
그 죄를 배로 늘렸으니
창조주를 풀 뜯는 소에 비겼도다.
여호와는 이집트에서 행진하여 지나시던 그 한 밤에
한 번의 일격으로
그 첫째 아들과 울부짖는 모든 신을 함께 심판하셨도다.
벨리알이 마지막으로 왔으니, 그보다 더 음탕한 영이
천국에서 떨어진 적 없고, 그보다 더 음란을
그 자체로 사랑한 자가 없었도다. 그에게는 신전도 세워지지 않았고
제단에 향도 피워지지 않았으나,
신전과 제단에서 그보다 더 자주 나타나는 자가 누구였으랴,
사제가 엘리의 아들들처럼 무신론자가 되어
하나님의 집을 정욕과 폭력으로 채울 때에.
궁정과 궁전에서도 그가 군림하며
사치스러운 도시에서, 방탕의 소란이
가장 높은 탑 위로 솟아오르고
폭행과 횡포가 자행되는 곳에서. 밤이
거리를 어둡게 하면, 벨리알의 아들들이
오만과 술에 취해 돌아다녔으니,
소돔의 거리가 증인이요, 기브아에서의
그 밤이 증인이니, 환대의 문이
더 심한 강간을 막으려 부녀자를 내주었도다.
이들이 서열과 위력에서 으뜸이었으니,
나머지는 일일이 말하기 어려우나 널리 이름이 알려진 자들로,
야반의 후손이라 알려진 이오니아의 신들이니
신으로 인정받았으되, 그 자랑하는 부모인
하늘과 땅보다 늦게 태어난 자들이라.
티탄, 하늘의 맏아들과
그 거대한 자손들이니, 동생 사투르누스에게 장자권을 빼앗겼고,
그는 더 강한 유피테르에게,
자신과 레아의 아들에게 같은 꼴을 당했도다.
이렇게 유피테르가 왕위를 찬탈하여 군림했으니,
이들은 먼저 크레타와
이다 산에서 알려졌다가, 눈 덮인
추운 올림포스 꼭대기에서 중천을 다스렸으니
그것이 그들의 최고의 하늘이었도다. 아니면 델피의 절벽이나
도도나에서, 도리아 전역의 경계를 넘어서.
혹은 늙은 사투르누스와 함께
아드리아를 건너 헤스페리아의 들판으로 달아나
켈트의 가장 먼 섬들까지 떠돌았도다.
이 모든 자와 그 이상이 떼를 지어 왔으나, 얼굴에는
실의와 침울함이 서렸으되, 그 속에
희미한 기쁨의 빛이 보였으니, 그 수장이
절망에 빠지지 않았음을, 자기들도
상실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았음을 발견한 때문이라.
그의 얼굴에도 의심스러운 빛이 드리웠으나,
습관적 교만을 곧 추슬러
높은 말로, 가치 있어 보이나 실속 없는 말로
사그라진 용기를 부드럽게 일으키고 두려움을 걷어냈도다.
그러고는 곧 명하니, 전쟁의 소리에 맞추어
요란한 나팔과 클라리온 소리와 함께
그의 장대한 군기를 높이 올리라 했으니,
그 자랑스러운 영예를 당연히 차지한 것은
키 큰 케루빔 아자젤이었도다.
그가 즉시 빛나는 깃대에서
제국의 기치를 높이 펼치니
유성처럼 바람에 나부끼며 빛났으며
보석과 황금빛 광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세라핌의 문장과 전리품을 보였도다. 그 동안 내내
울려 퍼지는 금속이 전쟁의 곡을 불었고,
그 소리에 온 군대가 일제히
함성을 올리니 지옥의 둥근 천장이 찢어지고
저 너머 혼돈의 왕국과 옛 밤마저 놀라게 했도다.
순식간에 어둠 속에서
만 개의 깃발이 공중으로 솟아올라
동방의 빛깔로 나부꼈으니, 그와 함께
창의 거대한 숲이 솟아올랐고, 빽빽한 투구와
촘촘한 대열의 방패가 나타나니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도다. 이윽고 그들은
완벽한 팔랑크스 대형으로 도리아 선법의
피리와 부드러운 리코더에 맞추어 전진했으니,
옛 영웅들이 전투에 무장할 때
가장 고귀한 기상의 높이에까지 끌어올렸던 그 곡조로,
분노 대신 신중한 용기를 불어넣어
죽음의 두려움에도 도주나 비겁한 퇴각 없이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게 했으며,
엄숙한 선율로 고뇌하는 생각을 달래고
불안과 의심과 두려움과 슬픔과 고통을
필멸의 마음이든 불멸의 마음이든 달래는 힘이 있었도다.
이처럼 합일된 힘으로 호흡하며 확고한 결의로
부드러운 피리 소리에 맞추어 침묵 속에 전진하니
그들의 괴로운 발걸음을 불탄 땅 위로 이끌었도다. 이제
전진하여 시야에 들어서니, 무시무시한 전면이
경외스러운 길이로 펼쳐지고 눈부신 무장을 갖추어
옛 전사들이 정렬된 창과 방패를 들고 선 모습이라.
위대한 수장이 무슨 명을 내릴지
기다리고 있었도다. 그가 무장한 대열을 뚫고
노련한 눈을 던져, 곧 가로질러
전 대대를 살피니, 그들의 위용과 체구는 신과 같고
마지막으로 그 수를 헤아렸도다. 이제 그의 가슴이
교만으로 부풀어 오르고, 힘에 굳어져
영광스러워하니, 인간이 창조된 이래
이토록 체현된 군세를 본 적이 없었으니,
이에 비하면 학에 의해 공격당한 난쟁이 보병 따위는
미미한 것이로다. 프레그라의 거인 족속 전부와
영웅의 종족이 합쳐져
테바이와 일리움에서 양편에
보조 신들을 섞어 싸운 것도, 또한
전설이나 로망스에서 울려 퍼지는
유서의 아들이 브리튼과 아르모리크의
기사들을 거느린 이야기도,
또한 그 이후 세례 받은 이든 이교도든
아스프라몬트나 몬탈반,
다마스코, 모로코, 트레비존드에서 마상 시합을 벌인 이들도,
비제르타가 아프리카 해안에서 보낸 이들도,
샤를마뉴가 그 모든 귀족과 함께
폰타라비아에서 쓰러졌을 때의 것도,
이 모든 것이 필멸의 무용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으되,
그래도 그들은
두려운 사령관을 우러러보았도다. 그는 나머지 모두 위에
모습과 자태에서 자랑스럽게 우뚝 서니
탑처럼 섰도다. 그 형상은 아직
본래의 광채를 다 잃지 않았으나,
몰락한 대천사에 못지않았으니,
영광의 과잉이 가려진 것이라. 마치 새로 뜬 태양이
수평선의 안개 낀 하늘을 뚫고
광선을 잃고 바라보거나, 달 뒤에서
어두운 일식으로 불길한 황혼을 드리우니
나라의 반을 비추고, 변혁의 두려움으로
왕들을 불안케 하듯이. 그렇게 어두워졌으되 여전히
모든 이 위에서 대천사가 빛났도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천둥의 깊은 상흔이 파여 있었고,
시든 뺨 위에 근심이 앉았으나,
그 눈썹 아래에는 불굴의 용기와
복수를 기다리는 사려 깊은 교만이 있었도다.
그의 눈은 사나웠으나, 그 속에
후회와 감정의 기미가 비쳤으니
범죄의 동료, 아니 추종자라 할 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라.
한때 지복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판이한 그들이
영원히 고통 속에 처할 운명이 되었으니,
그의 잘못으로 수백만의 영이
천국에서 쫓겨나 영원한 영광에서 내던져졌되
충실하게 서 있던 자들이라,
그들의 영광이 시들었도다. 하늘의 불이
숲의 참나무나 산의 소나무를
태워버렸을 때, 꼭대기가 그을린 채로
당당한 자태가 헐벗은 채 황폐한 들판에 서 있듯이.
그가 이제 말하려 하니, 이중 대열의 그들이
좌익에서 우익까지 몸을 굽히며
반원형으로 그를 둘러쌌으니
모든 동료와 함께. 주의를 기울여 고요히 있었도다.
세 번 시도하고 세 번 경멸에도 불구하고
천사가 흘리는 눈물이 쏟아졌으니, 마침내
탄식에 엮인 말이 길을 찾았도다.
오 불멸의 영들의 무수한 무리여, 오 권세들이여,
전능자를 빼고는 필적할 자 없는 이들이여,
그와의 싸움이 비록 결과는 참혹했을지라도
불명예스럽지 않았으니,
이 장소가 증언하고 이 참혹한 변모가
말하기조차 끔찍하도다. 그러나 어떤 정신의 힘이
예견하든 예감하든, 과거나 현재의
깊은 지식에서, 두려워할 수 있었겠는가,
이처럼 합일된 신들의 군세가, 이처럼
섰던 자들이 패퇴를 알 수 있으리라고?
패배 뒤에도 누가 아직 믿을 수 있으랴,
이 강대한 군단들, 그 추방이
천국을 비우게 한 이들이 스스로 일어나
본래의 자리를 되차지하지 못하리라고.
나를 두고서는, 천국의 모든 군대가 증인이 되라,
의견의 불일치나 위험의 회피로
내가 우리의 희망을 잃게 한 바가 있는가를.
그러나 천국에서 군림하는 그가, 그때까지
오래된 명성과 동의와 관습에 의지하여
안전하게 보좌에 앉아 왕의 위엄을
최대로 과시하면서도 그 힘을 감추었으니,
그것이 우리의 시도를 유혹하여 우리의 몰락을 초래했도다.
이제부터 그분의 힘을 알고 우리 자신의 것도 아노니
도발하지도, 도발당해도
새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리라. 우리의 더 나은 방책은
은밀한 계략으로, 사기와 간계로
힘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는 것이니,
힘으로 이기는 자는 적의 반만 이긴 것임을
그가 결국 우리에게서 깨닫게 되리라.
우주가 새 세계를 낳을 수 있으리니,
천국에서 소문이 무성했으니
그가 머지않아 창조하여 거기에
한 세대를 심으리라 했고,
천국의 아들들과 동등하게 총애를 받으리라 했도다.
그리로, 비록 엿보기만 할지라도,
우리의 첫 출격이 될 것이니, 그리로든 다른 곳이든.
이 지옥의 구덩이가 결코
천상의 영들을 속박에 가두지 못하리니,
어둠 아래 오래 감추어 두지도 못하리라.
그러나 이 생각들은 충분한 의논으로 다듬어야 하니,
평화는 절망이라, 누가 굴복을 생각하랴?
그렇다면 전쟁이다, 전쟁이니,
공개적이든 은밀하든 결의해야 하리라.
그가 말하니, 그 말을 확인하듯
수백만 자루의 불타는 검이 날아올라
힘센 케루빔들의 허벅지에서 뽑혔도다. 갑작스러운 불빛이
사방으로 지옥을 비추니, 그들은 맹렬하게
지극히 높으신 분에 대항하여 분노하고,
움켜쥔 무기로 울려 퍼지는 방패를 치며
천국의 궁창을 향해 도전을 내던졌도다.
멀지 않은 곳에 언덕이 서 있었으니, 그 무시무시한 꼭대기가
불과 굽이치는 연기를 토해냈고, 나머지는 온전히
광택 나는 껍질로 빛났으니, 의심할 여지없는 표지로
그 태내에 금속 광석이 숨어 있었도다,
유황이 빚은 것이라. 그리로 날개를 달고 빠르게
한 다수의 여단이 서둘러갔으니, 마치
삽과 곡괭이로 무장한 공병 부대가
왕의 진영에 앞서 참호를 파거나
성벽을 쌓듯이. 맘몬이 그들을 이끌었으니,
맘몬, 천국에서 떨어진 영 중 가장 고개를 숙인 자라,
천국에서도 그 눈과 생각이
늘 아래를 향했으니, 천국 바닥의 밟히는 황금을
거룩한 환희의 환상 속 신성하고 거룩한 것보다
더 탐내어 보았도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 인간도
어머니 대지의 내장을 약탈하여
중심부를 뒤지며 불경한 손으로
감추어진 보물을 파냈도다.
곧 그의 부하들이 언덕에 넓은 구멍을 뚫고
금의 갈빗대를 파내었도다. 지옥에 부가 자라남을
놀랄 일이 아니니, 그 땅이야말로
귀한 재앙에 합당하도다. 여기서
필멸의 것에 자랑하는 자들, 바벨의 공사와
이집트 왕들의 업적을
경탄하여 말하는 자들은 배울지니,
그들의 가장 위대한 명성의 기념물과
힘과 기술이 얼마나 쉽게
타락한 영들에게 무색해지는지를. 한 시간 만에
그들이 한 세대에 걸쳐
쉬지 않는 노동과 셀 수 없는 손으로 겨우 해내는 것을 이루었도다.
가까운 평원에 많은 방들이 준비되었으니
그 아래에는 호수에서 흘러든
액체 불의 혈관이 지나갔고,
제2의 무리가 경이로운 기술로 무거운 광석을 녹이고
각각의 종류를 가려내어 찌꺼기를 걷어냈도다.
제3의 무리가 땅속에 다양한 거푸집을 만들어
끓는 방에서 기묘한 배관으로
각 빈 틈을 채웠으니,
오르간에서 한 줄기 바람이
여러 줄의 관으로 소리를 보내는 음관처럼.
이윽고 땅에서 거대한 건축물이
연기처럼 솟아올랐으니, 감미로운 교향과
달콤한 노랫소리와 함께,
신전처럼 지어져, 둥근 벽기둥이
둘러 서고, 도리아식 기둥 위에
황금 주미가 덮였으며, 처마 장식이나
돋을새김 조각이 새겨진 띠장식도 모자라지 않았고
천장은 정교한 황금이었도다. 바빌론도,
위대한 카이로도 이에 비할 장대함이 없었으니,
그 모든 영광을 다해도
벨루스나 세라피스 그들의 신을 모시거나
그들의 왕을 앉히기에 부족했을 것이니,
이집트가 아시리아와 부와 사치를 겨루던 때라도.
솟아오르는 건물이 당당한 높이에 고정되고
곧 청동 여닫이문이 열리니
안에 넓은 공간이 드러났도다, 매끄럽고
평평한 바닥 위에, 아치형 천장에서
교묘한 마법으로 매달린 여러 줄의
별 모양 등잔과 타오르는 횃대가
나프타와 역청으로 먹여
하늘처럼 빛을 발했도다. 성급한 군중이
감탄하며 들어오니, 더러는 건축물을 칭찬하고
더러는 건축가를 칭찬했도다. 그의 손은
천국에서 여러 탑 달린 건축물로 알려졌으니
거기서 홀을 쥔 천사들이 거처를 삼았고
왕후처럼 앉았으니, 지고한 왕이
그 같은 권세로 높여 다스리게 한 자들이라,
각각의 위계에서 빛나는 계급을 거느렸도다.
그의 이름이 듣지 못한 바도 숭배받지 못한 바도 아니었으니
고대 그리스에서, 그리고 아우소니아 땅에서
사람들이 그를 물키베르라 불렀도다. 그가 천국에서
어떻게 떨어졌는지 전하기를, 성난 유피테르가 내던져
수정 성벽 너머로 곤두박질쳤으니,
아침에서 정오까지, 정오에서 이슬 내리는 저녁까지
한여름 낮 동안 떨어져, 지는 해와 함께
천정에서 유성처럼 떨어져
에게 해의 렘노스 섬에 내렸다 하나,
잘못 전한 것이니, 그는 이 반역의 무리와 함께
훨씬 전에 떨어졌도다. 그의 온갖 기술도
소용이 없어, 머리부터 곤두박질쳐
그 부지런한 부하들과 함께 지옥에 짓도록 보내졌도다.
그 사이에 날개 달린 전령들이 지고한 권세의
명령으로, 엄숙한 의식과
나팔 소리로 온 군대에 포고하니
곧 엄중한 회의를 열라 하되
판데모니움에서, 사탄과 그 동료들의
높은 수도에서. 그 소환에 따라
각 진지와 정렬된 연대마다
자리나 선출로 가장 합당한 자들을 뽑았으니,
수백 수천이 떼를 지어 시종하며 왔도다.
모든 통로가 인파로 붐비니 문과
넓은 현관이 그러하되, 주로 넓은 대회당이
그러했으니, 비록 덮인 들판 같아서,
무장한 용사들이 말을 타고
술탄의 의자 앞에서
이교도 최고의 기사를 필사의 결투나
창으로 질주하여 겨루는 곳이었으나,
빽빽한 떼가, 땅에서도 공중에서도
바스락거리는 날개 소리로 붐볐도다. 마치 봄에
태양이 황소자리와 함께 뜰 때
벌이 넘치는 젊은 무리를 벌통 둘레에 쏟아내어
떼를 지어, 이슬과 꽃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거나 매끈한 판자 위에서,
짚으로 지은 성채의 교외에서
새로 풀을 바른 곳에 늘어서서
나라의 일을 논하듯이. 이처럼 빽빽한 공중의 무리가
몰려들어 비좁아지니, 이윽고 신호가 떨어지자
보라 기적이여! 아까까지 크기로
대지의 거인 자손을 능가하던 자들이
이제는 가장 작은 난쟁이보다 작아져, 좁은 방에
셀 수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니,
마치 인도 산 너머의 피그미 종족이나,
숲 옆이나 샘 곁에서
뒤늦은 농부가 보거나 보는 꿈을 꾸는
요정의 춤처럼, 머리 위로
달이 심판자처럼 앉아 지구 가까이
창백한 궤도를 돌고, 요정들은 유흥과 춤에
빠져서 흥겨운 음악으로 그의 귀를 매혹하니
기쁨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그 심장을 뛰게 하듯이.
이처럼 비물질적 영들이 그 거대한 형체를
가장 작은 형태로 줄여, 마음껏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없이 저 지옥 궁정의
대회당에 가득했도다. 그러나 훨씬 안쪽에서
그 본래 크기 그대로
위대한 세라핌의 영주들과 케루빔이
은밀한 밀실에서 비밀 회의에 앉았으니
황금 좌석에 천의 반신이
빈틈없이 가득했도다. 짧은 침묵 뒤에
소환장이 낭독되고, 장대한 의논이 시작되었도다.
제1권의 끝.
실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