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옛날 옛적에 가난한 재봉사가 살았는데, 그에게는 알라딘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알라딘은 빈둥거리기 좋아하는 아이로, 하루 종일 거리에서 자기 같은 게으름뱅이들과 어울려 놀기만 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깊은 시름에 잠겨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물과 간곡한 당부에도 알라딘의 버릇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평소처럼 거리에서 놀고 있던 알라딘에게 낯선 사람이 다가와 나이를 묻고는 무스타파 재봉사의 아들이 아니냐고 물었다. 알라딘이 “그렇습니다, 어르신” 하고 대답하며 “하지만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라고 덧붙이자, 그 낯선 사람은 알라딘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사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온 유명한 마법사였다. “나는 네 삼촌이란다. 생김새가 내 형과 꼭 닮아서 알아봤지. 어서 집에 가서 어머니께 삼촌이 찾아간다고 전해라.” 알라딘은 집으로 달려가 새로 나타난 삼촌 이야기를 전했다. “그래, 아버지한테 형제가 한 분 계시긴 했는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진작 돌아가신 줄만 알았지 뭐냐.” 그래도 저녁상을 차리고 알라딘에게 삼촌을 마중 나가라 했다. 삼촌은 포도주와 과일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그는 무스타파가 늘 앉던 자리에 엎드려 입을 맞추고는, 사십 년 동안 타국에 있느라 연락이 끊겼다며 알라딘의 어머니를 달랬다. 그리고 알라딘에게 무슨 일을 배우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알라딘이 머리를 숙이자 어머니가 눈물을 터뜨렸다. 아들이 아무 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삼촌은 가게를 내어 물건을 채워주겠다고 제안했다. 다음 날 삼촌은 알라딘에게 멋진 옷을 사 입히고는 하루 종일 도시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온 알라딘을 보고 어머니는 아들이 이렇게 그럴듯해진 것이 마냥 기뻤다.

다음 날 마법사는 알라딘을 이끌고 성문 밖 멀리까지 걸어가, 아름다운 정원들을 지나쳤다. 두 사람은 샘가에 앉았고, 마법사는 품에서 과자를 꺼내 나누어 먹었다. 그런 다음 다시 길을 떠나 산기슭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 걸었다. 알라딘은 너무 지쳐 돌아가자고 했지만, 마법사는 재미난 이야기로 꾀어 억지로 더 걷게 했다. 마침내 두 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에 이르렀다. “더는 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삼촌이 말했다. “신기한 것을 보여줄 테니, 너는 장작을 주워 모아라.” 불을 피운 마법사는 품에 지닌 가루를 불 위에 뿌리며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땅이 조금 흔들리더니 가운데 황동 고리가 달린 납작한 정사각형 돌이 드러났다. 알라딘이 도망치려 했으나 마법사는 그를 붙들어 뺨을 세게 때렸다. “삼촌, 제가 뭘 잘못했나요?” 알라딘이 애처롭게 물었다. 마법사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겁먹지 말고 내 말을 들어라. 이 돌 밑에 네 것이 될 보물이 묻혀 있는데, 너만이 꺼낼 수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보물이라는 말에 알라딘은 두려움을 잊고 시키는 대로 고리를 잡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을 불렀다. 돌은 쉽게 들렸고 계단이 나타났다. “내려가거라”라고 마법사가 말했다. “계단 끝에 세 개의 큰 방으로 통하는 열린 문이 있을 거야. 옷자락을 올리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지나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 방들을 지나면 훌륭한 과일나무가 가득한 정원이 나오는데, 테라스의 벽감에 불이 켜진 램프 하나가 있을 거야. 기름을 쏟아버리고 그 램프를 가져오너라.” 그러면서 손에서 반지를 빼 알라딘에게 끼워주며 잘 다녀오라 했다.

알라딘은 마법사가 말한 것을 모두 발견했고 나무에서 과일도 땄다. 램프를 손에 넣은 알라딘이 동굴 입구로 돌아오자 마법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서 램프를 내놓아라!” 하지만 알라딘은 동굴 밖으로 완전히 나오기 전에는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마법사는 몹시 화를 내더니 불 위에 가루를 한 줌 더 뿌리고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돌이 다시 제자리로 굴러 들어왔다.

마법사가 그 나라를 떠난 것은 그가 알라딘의 삼촌이 아니라 교활한 마법사임을 명백히 드러내 주었다. 그는 마법서에서 세상 누구보다 강한 힘을 줄 신기한 램프에 대해 읽었던 것이다. 램프가 어디 있는지는 자신만 알았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만 받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리석은 알라딘을 골라 램프를 얻은 다음 죽이려 했던 것이다.

알라딘은 이틀 동안 암흑 속에서 울며 탄식했다. 마침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데, 그 순간 마법사가 빼앗지 않고 간 반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러자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지니가 땅에서 솟아올랐다. “무슨 소원이냐? 나는 반지의 노예, 무엇이든 명하는 대로 하겠노라.” 알라딘은 겁 없이 대답했다. “이곳에서 나를 꺼내다오!” 그러자 땅이 열리고 알라딘은 밖으로 나왔다. 눈이 빛에 익숙해지자 집으로 향했지만 문 앞에서 그만 쓰러졌다. 정신이 들자 어머니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동굴 정원에서 따 온 과일을 내놓았는데 사실은 모두 값비싼 보석이었다. 그리고 먹을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이고,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실을 조금 자아 팔러 가야겠다.” 알라딘은 실을 팔지 말고 대신 램프를 팔자고 했다. 램프가 더러우니 어머니가 닦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흉측한 지니가 나타나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기절하고 말았지만 알라딘이 램프를 낚아채 당당히 명했다. “먹을 것을 가져와라!” 지니는 은쟁반, 진귀한 요리가 담긴 은접시 열두 개, 은잔 두 개와 포도주 두 병을 가져왔다.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는 “이 훌륭한 음식은 어디서 나왔니?” 하고 물었다. “묻지 말고 먹어요”라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둘은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먹고 또 먹었고, 알라딘은 그제야 어머니에게 램프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램프를 팔아버리고 마귀 따위와는 상관하지 말자고 간청했다. “안 돼요”라고 알라딘이 말했다. “요행히 그 효능을 알게 됐으니 잘 쓰면 되지요. 반지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손에 끼고 다닐 거예요.” 지니가 가져온 음식을 다 먹은 뒤 알라딘은 은접시를 하나씩 팔아 살림을 꾸렸고, 접시가 바닥나면 다시 지니를 불러 새것을 받았다. 둘은 그렇게 여러 해를 살았다.

어느 날 알라딘은 술탄의 딸 공주가 목욕탕을 오갈 때 온 백성은 집 안에 머물며 창문을 닫으라는 포고를 들었다. 공주는 언제나 베일을 쓰고 다녀 얼굴 보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알라딘의 마음속에는 공주를 보고 싶은 욕망이 불타올랐다. 그는 목욕탕 문 뒤에 숨어 문틈으로 엿보았다. 공주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베일을 걷자 그 아름다움이 어찌나 눈부셨던지, 알라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알라딘은 몰라볼 만큼 변해 있어 어머니가 걱정할 정도였다. 알라딘은 공주를 이토록 사랑하니 혼인을 청하러 술탄께 가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결국 알라딘의 뜻을 따랐다. 어머니는 냅킨을 가져와 요술 정원에서 가져온 마법의 과일들, 즉 찬란히 빛나는 보석들을 싸서 술탄을 달랠 선물로 들고 길을 나섰다. 알현실에 들어서니 대재상과 신하들이 막 들어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술탄 앞에 섰지만 술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엿새째 되는 날 어전회의가 끝나자 술탄이 재상에게 말했다. “매일 무언가를 냅킨에 싸 들고 오는 저 여인이 있는데, 다음에는 불러들여 무슨 용건인지 알아봐야겠소.” 다음 날 재상이 손짓하자 어머니는 왕좌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술탄이 “일어나시오, 무슨 소원이오?” 하고 물었다. 어머니가 망설이자 술탄은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고 재상만 남긴 채 마음 놓고 말하라고 했고, 미리 용서를 약속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아들이 공주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아뢰었다. “잊으라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안 들어주면 큰일을 저지르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왔습니다. 폐하, 아들과 저를 용서해 주소서.” 술탄은 냅킨 속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고, 어머니가 보석들을 꺼내 올리자 술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상을 돌아보며 “이만한 값을 치르는 사람에게 공주를 내줘야 하지 않겠소?” 하고 물었다. 재상은 자기 아들과 혼사를 이으려던 참이라 석 달만 유예해 달라고 간청하며, 그 안에 자기 아들이 더 값진 예물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술탄은 허락하고, 석 달 안에는 다시 오지 말라고 알라딘의 어머니에게 일렀다.

알라딘은 거의 석 달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시장에 기름을 사러 나간 어머니가 온 백성이 경사를 축하하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모르세요? 오늘 밤 대재상의 아들과 공주마마의 혼례가 있대요.” 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알라딘에게 알렸다. 처음에는 망연자실하던 알라딘이 이내 램프를 생각해 냈다. 램프를 문지르자 지니가 나타났다. “무슨 명령이냐?” 알라딘이 말했다. “술탄이 약속을 어기고 재상의 아들을 신랑으로 삼으려 한다. 오늘 밤 신랑과 신부를 이리로 데려오너라.” “주인님, 명대로 하겠습니다.” 알라딘은 침실로 들어갔고, 한밤중에 지니는 재상의 아들과 공주가 누운 침대째 데려왔다. “저 신랑은 추운 바깥에 두었다가 동이 트면 돌려보내라.” 지니가 재상의 아들을 침대에서 끌어내자 알라딘과 공주만 남았다. “두려워 마세요”라고 알라딘이 공주에게 말했다. “당신은 아버지의 약속으로 내 아내가 될 분이에요,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을 테니.” 공주는 너무 놀라 한마디도 못 했고 일생에서 가장 비참한 밤을 보냈지만, 알라딘은 그 옆에 누워 깊이 잠들었다. 정해진 시각에 지니가 떨고 있는 신랑을 데려와 자리에 눕히고 침대를 궁궐로 돌려보냈다.

이튿날 아침 술탄이 딸에게 문안을 왔다. 불쌍한 재상의 아들은 침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 숨고, 공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몹시 슬퍼했다. 술탄이 어머니를 보내 물으니, 공주는 깊이 한숨을 내쉬다가 밤 사이 침대째 낯선 곳으로 옮겨졌다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도통 믿지 않고, 일어나서 황당한 꿈이려니 하고 잊으라고만 했다.

다음 날 밤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튿날 아침 공주가 또 입을 굳게 닫자 술탄은 목을 베겠다고 위협했다. 공주는 그제야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재상의 아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술탄이 재상에게 아들을 추궁하게 했더니 아들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공주를 끔찍이 사랑하지만 이런 끔찍한 밤을 또 겪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헤어지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 청이 받아들여지고, 온 나라의 잔치와 경축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석 달이 다 지나자 알라딘은 어머니를 보내 술탄에게 약속을 상기시켰다. 어머니는 전과 같은 자리에 섰고, 알라딘을 잊고 있던 술탄은 그녀를 보자마자 기억해 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가난한 차림새를 보니 약속을 지킬 마음이 더욱 내키지 않았다. 재상에게 의견을 물으니 어떤 사람도 감당 못 할 만큼 엄청난 예물을 조건으로 내걸라고 귀띔했다. 술탄이 알라딘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약속은 지켜야지요. 하지만 먼저 보석이 가득 담긴 황금 쟁반 마흔 개를 흑인 노예 마흔 명이 머리에 이고, 그 앞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백인 노예 마흔 명을 세워 이리로 보내야 하오. 그 답을 기다리겠소.” 어머니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물러났다. 이제 다 틀렸다고 생각하며 알라딘에게 전갈을 전했다. “어디 오래 기다려 보시지!” 하고 덧붙였다. “어머니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라고 알라딘이 대꾸했다. “공주를 위해서라면 그보다 훨씬 더한 것도 하겠어요.” 알라딘은 지니를 부르자 잠시 후 여든 명의 노예가 도착해 조그만 집과 정원을 가득 채웠다. 알라딘은 그들을 두 줄로 세워 어머니를 앞세우고 궁궐로 행진시켰다. 머리에 황금 쟁반을 인 노예들의 화려한 모습에 길 가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했다. 일행은 궁궐로 들어가 술탄 앞에 무릎을 꿇고, 팔짱을 낀 채 왕좌를 반원으로 에워쌌다. 알라딘의 어머니가 예물을 바치자 술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당장 돌아가서 아들에게 내가 두 팔 벌려 기다린다고 전하시오.” 어머니는 서둘러 알라딘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알라딘은 먼저 지니를 불렀다. “향기로운 목욕물, 진귀한 예복, 술탄의 말보다 나은 준마, 수행 노예 스물, 그리고 어머니를 모실 시녀 여섯, 금화 만 냥 열 주머니를 준비해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 마련됐다. 알라딘은 말에 오르고, 노예들은 지나가는 길에 금을 뿌렸다. 어릴 때 함께 놀던 이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알라딘은 의젓하고 잘생겨 있었다. 술탄은 그를 보자 옥좌에서 내려와 끌어안고 연회가 차려진 전각으로 이끌며, 그날 바로 혼례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알라딘은 “먼저 공주에 어울리는 궁을 지어야 합니다”라고 사양하고 물러났다. 집에 돌아오자 지니에게 말했다. “최고급 대리석에 벽옥, 마노, 온갖 보석을 박아 궁을 지어다오. 한가운데는 돔이 있는 큰 홀을 만들되 사방 벽을 순금과 순은으로 두르고, 각 면에 창문 여섯을 내어 그 창살에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박아라. 단 창문 하나는 일부러 미완성으로 남겨라. 마구간과 말과 마부와 노예들도 갖춰야 한다, 어서 가서 준비해라!”

다음 날 궁은 완성됐고, 지니는 알라딘을 데려가 명한 것이 빠짐없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알라딘의 궁에서 술탄의 궁까지 벨벳 융단까지 깔려 있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단장을 마치고 시녀들을 거느려 궁으로 걸어갔고, 알라딘은 말을 타고 뒤를 따랐다. 술탄은 나팔과 심벌즈를 든 악사들을 마중 보내, 공중에 음악과 환호성이 가득 찼다. 어머니는 공주에게 안내되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밤이 되자 공주는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고 알라딘의 어머니를 곁에 두고 백 명의 노예를 거느린 채 융단 위를 걸어 알라딘의 궁으로 들어갔다. 공주는 달려와 맞이하는 알라딘을 보고 매혹됐다. “공주님”이라고 알라딘이 말했다. “만약 제가 무례하게 굴었다면 그 아름다움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것을 용서해 주소서.” 공주는 그를 보고 나서 아버지의 뜻에 기꺼이 따른다고 말했다. 혼례를 치른 후 알라딘은 공주를 연회가 차려진 홀로 이끌었고, 공주는 자정까지 춤을 추었다.

다음 날 알라딘은 술탄을 궁으로 초대했다. 스물네 개 창문에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가 박힌 홀에 들어선 술탄은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이런 곳이!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이 있소. 창문 하나가 미완성으로 남은 것은 실수요?” “아닙니다, 폐하”라고 알라딘이 답했다. “폐하께서 친히 마무리하시는 영광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술탄은 기뻐하며 도성 최고의 보석상들을 불러 모았다. 미완성 창문을 보여주고 나머지와 똑같이 맞춰 달라고 했다. “폐하, 저희가 그 많은 보석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술탄은 자신의 보석들을 꺼내 주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 공사는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 알라딘은 그들의 작업이 헛됨을 알고 다 풀어내고 보석을 돌려보낸 다음 지니에게 명하여 창문을 완성했다. 술탄은 보석을 돌려받고 놀라 알라딘을 찾아왔고, 알라딘이 완성된 창문을 보여주었다. 술탄이 그를 끌어안는 동안 시기심 많은 재상은 옆에서 이것이 마법의 소행이라고 수군댔다.

알라딘은 온화한 태도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었다. 술탄 군대의 대장에 임명되어 여러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변함없이 공손했고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수년간 이어갔다.

그런데 멀리 아프리카에서 마법사가 알라딘을 떠올렸다. 마법으로 살펴보니, 알라딘은 동굴에서 비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도망쳐 공주와 혼인해 높은 신분과 부귀를 누리고 있었다. 램프가 없었다면 그 재봉사 아들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없었으리라는 것을 알고, 밤낮을 달려 중국의 수도에 당도했다. 알라딘을 망하게 하려는 일념이었다. 도성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신기한 궁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례지만, 그 궁이 무엇인지요?” 하고 물으니 “알라딘 왕자의 궁을 아직 모르세요? 세상의 불가사의라 할 만한 곳인데, 보고 싶으면 안내해 드리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법사는 궁을 보자마자 그것이 램프의 지니가 세운 것임을 알고 분노로 반쯤 미쳐버렸다. 반드시 램프를 손에 넣어 알라딘을 다시 극빈으로 떨어뜨리리라 작심했다.

마침 알라딘은 여드레째 사냥을 나가 없었으니, 마법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그는 새 램프 열두 개를 사서 바구니에 담고 “새 램프와 낡은 램프를 바꿔드립니다!”라고 외치며 궁으로 향했다. 키득거리는 구경꾼들이 뒤를 따랐다. 스물네 창 홀에 앉아 있던 공주는 시녀에게 소란의 까닭을 알아보라 했다. 시녀가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오자 공주가 꾸짖었다. “마님, 낡은 램프를 새것으로 바꿔준다고 하니 어찌 안 웃겠어요?” 다른 시녀가 “저 쪽 선반 위에 낡은 것이 하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바로 그 낡은 램프가 알라딘이 사냥에는 들고 갈 수 없어 두고 간 요술 램프였다. 공주는 그 가치를 모르고 웃으며 시녀에게 가져가 바꿔오라 했다. 시녀는 마법사에게 “이걸로 새것 하나 주세요”라고 했고, 마법사는 냉큼 낚아채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구경꾼들의 조롱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마법사는 슬그머니 외침을 그치고 성문 밖 한적한 곳으로 빠져나가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램프를 꺼내 문질렀다. 지니가 나타나자 마법사는 궁을 공주째 아프리카의 외진 곳으로 옮기라고 명했다.

이튿날 아침 술탄이 창밖으로 알라딘의 궁을 바라보다 눈을 비볐다. 궁이 사라지고 없었다. 재상을 불러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재상도 내다보다 어리둥절했다. 역시 마법의 소행이라고 단언했고 이번에는 술탄도 믿었다. 술탄은 기병 서른 명을 보내 알라딘을 쇠사슬에 묶어 데려오게 했다. 사냥에서 돌아오던 알라딘은 포박당해 끌려갔다. 그러나 그를 아끼는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뒤를 따랐다. 알라딘은 술탄 앞에 끌려갔고 술탄은 사형을 명했다. 사형 집행인이 알라딘을 무릎 꿇리고 눈을 가린 채 칼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재상이 보니 군중이 들이닥쳐 담을 타고 올라 알라딘을 구하려 했다. 재상이 집행인에게 멈추라 했다. 군중의 기세가 험악해 술탄도 물러서서 알라딘을 풀어주고 군중 앞에서 사면을 선포했다. 알라딘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물으니, “이 배은망덕한 자야!”라며 술탄이 창밖을 보여주었다. 궁이 있던 자리만 남아 있었다. 알라딘은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내 딸은 어디 있소?”라고 술탄이 물었다. “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딸은 반드시 찾아와야 하오. 찾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오.” 알라딘은 사십 일의 말미를 빌었고, 찾지 못하면 술탄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청이 받아들여지자 알라딘은 슬픈 발걸음으로 궁궐을 나섰다.

사흘 동안 알라딘은 미치광이처럼 떠돌며 만나는 사람마다 궁이 어디 갔느냐고 물었지만 사람들은 웃거나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강가에 이르러 강물에 몸을 던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었는데, 그 순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문질렀다. 동굴에서 본 그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물었다. “내 목숨을 살려다오”라고 알라딘이 말했다. “그리고 궁을 되돌려 다오.” “그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라고 지니가 말했다. “저는 반지의 노예일 뿐, 램프의 지니에게 청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이라고 알라딘이 말했다. “궁으로 데려가 내 아내의 창문 아래에 내려다오.” 순식간에 알라딘은 아프리카에 있는 공주의 창문 아래에 서 있었고, 극도의 피로에 지쳐 그대로 잠들었다.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이 깬 알라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자신의 모든 불행이 램프를 빼앗긴 탓임을 이제 분명히 알았지만, 누가 훔쳐갔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날 아침 공주는 아프리카로 납치된 이후 가장 일찍 일어났다. 하루에 한 번 마법사를 상대해야 했지만, 공주가 어찌나 냉정하게 대하는지 그도 감히 가까이 머물지 못했다. 공주가 치장을 하는데 시녀 하나가 창밖을 내다보다 알라딘을 발견했다. 공주가 달려와 창문을 열자 그 소리에 알라딘이 고개를 들었다. 공주가 안으로 불렀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알라딘이 공주에게 입을 맞춘 뒤 말했다. “공주님, 하느님 이름을 걸고 부탁드립니다.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먼저, 사냥 떠나기 전 스물네 창 홀의 선반 위에 두었던 낡은 램프가 어떻게 됐는지 말해주세요.” “아, 그 일이”라고 공주가 탄식했다. “내가 우리 슬픔의 원인이에요.” 그러고는 램프를 바꾼 경위를 이야기했다. “이제 알겠어요”라고 알라딘이 외쳤다. “이 모든 것이 아프리카 마법사의 짓이었군요! 램프는 지금 어디 있나요?” “항상 품에 지니고 다녀요”라고 공주가 말했다. “한번은 꺼내 보이며 당신이 아버지의 명으로 참수됐다고 했어요. 저더러 당신을 잊고 자기와 혼인하라고 하죠. 끊임없이 당신을 욕하지만 저는 눈물로만 대답할 뿐이에요. 계속 거부하면 억지로 할지도 모르겠어요.” 알라딘은 공주를 위로하고 잠시 자리를 떴다. 도성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옷을 바꿔 입고 어떤 가루를 사 가지고 돌아와 공주에게 작은 쪽문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차려입고 마법사를 웃으며 맞이하세요. 알라딘을 잊기로 했다는 듯이 행동하세요. 함께 저녁을 먹자고 청하고, 그의 나라 포도주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가지러 갈 테니 그때 제가 할 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주는 알라딘의 말을 귀담아들었고, 그가 나가자 오랜만에 화려하게 치장했다. 다이아몬드 허리띠와 머리 장식을 두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이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고는 마법사를 맞이했다. “알라딘이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눈물도 이제 그를 돌아오게 하지 못하니 슬퍼하지 않으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같이 먹고 싶어요. 중국 포도주는 지겨우니 아프리카 포도주를 마시고 싶어요.” 마법사는 얼른 지하 술창고로 달려갔고, 공주는 알라딘이 준 가루를 자기 잔에 탔다. 마법사가 돌아오자 공주는 아프리카 포도주를 마시겠다며 서로 잔을 바꾸어 마시자고 했다. 마법사는 공주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긴 말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공주가 말했다. “먼저 마시고 나서 하고 싶은 말씀 하세요.” 공주는 잔을 입술에 댄 채 내리지 않았고, 마법사는 자기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뒤로 쓰러져 목숨이 끊겼다. 공주는 문을 열어 알라딘을 맞이하고 그의 목에 매달렸다. 알라딘은 죽은 마법사에게 다가가 품 속에서 램프를 꺼낸 뒤, 지니에게 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중국으로 돌려보내라고 명했다. 순식간에 실행되었고, 공주는 자기 침실에서 두 번의 가벼운 진동만 느꼈을 뿐 어느새 고국으로 돌아와 있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방 안에서 탄식하던 술탄이 창밖을 올려다보다 눈을 비볐다. 궁이 전과 다름없이 서 있었다. 급히 달려가자 알라딘이 공주를 곁에 두고 스물네 창 홀에서 맞이했다. 알라딘은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아뢰고 마법사의 시신을 보여주어 믿게 했다. 열흘간의 성대한 잔치가 선포되었고, 이제 알라딘은 여생을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하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마법사에게는 더 악하고 더 교활한 아우가 있었다. 그는 형의 원수를 갚으러 중국으로 건너와, 우선 파티마라는 독실한 여인을 찾아갔다. 이용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의 방에 들어가 단검을 들이대고 죽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 협박했다. 그런 다음 파티마와 옷을 바꿔 입고, 얼굴에 그녀의 피부색을 칠하고, 베일을 걸쳤다. 그리고 그녀를 살해했다, 발각되지 않도록. 그는 알라딘의 궁을 향해 나아갔다. 모두가 그를 거룩한 여인으로 믿어 손에 입을 맞추며 축복을 구했다. 궁에 이르렀을 때 주변이 너무 소란하자 공주가 시녀에게 무슨 일이냐고 알아보게 했다. 시녀는 거룩한 여인이 병자들을 손으로 낫게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파티마를 오래 만나보고 싶었던 공주는 당장 불러들이도록 했다. 마법사는 공주 앞에 나아가 건강과 번영을 비는 기도를 드렸다. 기도가 끝나자 공주는 옆에 앉히고 언제나 곁에 있어 달라고 청했다. 가짜 파티마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응낙했지만, 들킬까 봐 베일을 내리고 있었다. 공주가 홀을 보여주며 소감을 물었다. “참으로 아름답군요”라고 가짜 파티마가 말했다. “한 가지만 더하면 완벽할 텐데요.” “그게 무엇인가요?”라고 공주가 물었다. “저 돔 한가운데에 대붕(大鵬, 로크)의 알을 하나 달아놓으면”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곳이 될 겁니다.”

그때부터 공주는 대붕의 알 생각에 사로잡혀, 사냥에서 돌아온 알라딘이 보니 몹시 풀이 죽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홀에 대붕의 알이 없어 기쁨이 반감된다고 했다. “그것뿐이라면”이라고 알라딘이 말했다. “곧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알라딘은 물러나 램프를 문지르고 지니가 나타나자 대붕의 알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그러자 지니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서운 소리로 고함을 질렀고 홀이 흔들렸다.

“이 배은망덕한 자야!”라고 지니가 소리쳤다. “내가 네 모든 소원을 들어준 것도 모자라 내 주인을 가져다 이 돔에 매달라고 하느냐? 너와 네 아내와 이 궁은 잿더미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은 네 뜻이 아니라, 네가 처치한 아프리카 마법사의 아우가 시킨 것이다. 지금 그자가 거룩한 여인으로 변장하여 이 궁 안에 있다. 그가 네 아내 마음에 그 생각을 심어 넣은 것이다. 조심해라, 그는 너를 죽이려 한다.” 말을 마치자 지니는 사라졌다.

알라딘은 공주에게 돌아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거룩한 파티마에게 손을 얹어달라고 청했다. 마법사가 가까이 오자 알라딘은 단검을 뽑아 그의 심장을 찔렀다. “어찌 이런 짓을!”이라고 공주가 외쳤다. “거룩한 여인을 죽이셨잖아요!” “아닙니다”라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이것은 사악한 마법사입니다.” 그러고는 공주에게 어떻게 속았는지 자초지종을 일러주었다.

그 후 알라딘과 공주는 오래도록 평화로운 삶을 누렸다. 술탄이 세상을 떠나자 알라딘이 뒤를 이어 여러 해 동안 나라를 다스렸고, 그 후로도 왕통은 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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