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沢賢治
인물 바나난 대장.
특무조장,
조장,
병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장소 알 수 없으나 극중에서 마르통 들이라 일컬어지다.
때 알 수 없음.
막이 오르다.
포탄에 부서진 낡은 곡식 창고 안. 가까스로 전멸을 면한 바나난 군단의, 마르통 들 임시 막영(幕營).
오른편에서 조장을 선두로 병사 하나, 둘, 셋, 넷, 다섯, 등장. 한 줄로 사방 벽을 따라 행진.
조장 “한 시 반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다
위시계는 벌써 열 시인데도
바나난 대장님은 돌아오시지 않는다.”
정면 벽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 제자리걸음.
(동라 소리)
왼편에서, 특무조장 및 병사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다섯 사람 등장. 한 줄로 벽을 따라 행진. 오른편 부대 제자리걸음을 하며 거수경례. 왼편 부대 답례.
특무조장 “벌써 두 시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스토막 워치는 벌써 열 시인데도
바나난 대장님은 돌아오시지 않는다.”
왼편 부대 오른쪽 벽을 따라 제자리걸음 (동라)
조장 특무조장 (서로 마주 다가서며 제자리걸음으로 부른다)
“양식은 없고 사월의 추위
스토막 워치도 이제 엉망진창이로다.”
합창 “어찌 된 일이오, 바나난 대장님
한 번만 더 보고 오자.” 따로따로 퇴장
(동라)
오른편 부대 등장, 모두 처음과 같이. 자못 지친 모습.
조장 “벌써 네 시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벌써 네 시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돌아오시지 않는다.”
왼편 부대 등장
“벌써 네 시 반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벌써 다섯 시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돌아오시지 않는다.”
(동라)
조장 특무조장
“대장님 홀로 어느 가로수의
사과를 두드리고 계실지도 모르지
대장님 지금쯤 어느 밭에서
당근을 우적우적 씹고 계실 거다.”
(동라)
오른편 부대 입장, 부쩍 지쳐 가까스로 걷는다.
조장 “일곱 시 반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일곱 시 반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돌아오시지 않는다.”
왼편 부대 등장. 가장 지친 모습.
조장 특무조장
“벌써 여덟 시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벌써 여덟 시인데 어찌 된 일인가
바나난 대장님은 돌아오시지 않는다.”
(동라)
서 있는 자들 합창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전쟁에서 죽는다면 단념이라도 하련만
지금에 와서 굶어 죽고 싶지는 않다네
아아 이 한 조각만이라도 이승의 마지막에
바나나라도 무엇이라도 먹고 싶구나.”
(다 함께 쓰러진다) (동라)
바나난 대장 등장. 바나나로 만든 에폴렛(견장)을 두르고 과자 훈장을 가슴 가득히 달았다.
바나난 대장
“지치고 지쳤다 아주 지쳐 버렸다
다리는 그야말로 두 자루의 스틱
아무래도 조금 과음한 데다가
말고기도 너무 많이 먹어 치웠다.”
(외친다.) “뭣이냐. 캄캄하지 않으냐. 이제껏 아직도 등불 하나 켜지 않았더란 말이냐.”
병사들 가까스로 일어나 거수경례.
대장 “등불을 켜라, 멍청한 놈들.”
조장 등불을 켠다. 병사들 대장의 에폴렛과 훈장 따위를 보고 먹어 치우고 싶은 충동이 자못 거세다.
대장 “멍청한 놈들, 어느 놈이고 죄다 진흙 인형이로구나.”
다리를 포개고 의자에 앉는다. 주머니에서 신문과 노안경을 꺼내어 짐짓 얼굴을 찌푸리며 이를 읽는다. 연거푸 트림한다. 이윽고 잠든다.
조장 (낮은 목소리로.) “대장님의 훈장은 실로 달콤해 보이지 아니한가.” 특무조장 “그것은 달콤해 보입니다.” 조장 “먹는다는 것은 도무지 안 될 일입니까.” 특무조장 “그것은 분명 안 될 일입니다. 군인이 명예로운 훈장을 먹어 버렸다는 전례는 없습니다.” 조장 “먹으면 어찌 됩니까.” 특무조장 “군법회의입니다. 그러고는 총살로 정해져 있습니다.” 잠시, 병졸 일동 다시 쓰러진다. 조장 (얼굴을 든다.) “상관, 저는 결심하였습니다. 이 기아진영 안에서는 이미 우리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전쟁 때문이 아니라 굶주림 때문에 전멸할 따름입니다. 저 거대한 바나난 군단의 단 열여섯 명 생존자인 우리 또한 죽을 따름입니다. 이때 제가 장군의 훈장과 에폴렛을 훔쳐 이를 먹는다면 우리들은 죽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책임을 지고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총살을 당하고자 합니다.” 특무조장 “조장, 잘 말해 주었네. 자네만큼은 죽이지 않겠다. 나도 반드시 함께 가겠다. 열 사람의 목숨을 대신하여 두 사람의 목숨을 내던지자. 좋다. 자, 해 보자. 모여라. 차렷. 우향우. 바로. 번호.” 병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특무조장 “좋다. 각하께서는 아직 주무신다. 알겠나. 우리들은 군율상 다소 변칙이긴 하나 이제부터 식사를 시작한다.” 병사들 기뻐한다. 조장 (한 발짝 나선다.) 특무조장 “아니, 훔치는 것은 안 된다. 좀 더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알겠나. 내가 하겠다.”
특무조장 바나난 대장 앞으로 나아가 직립한다. 조장 이하 그를 따라 한 줄로 늘어선다.
특무조장 (거수, 외친다.) “각하!” 바나난 대장 (천천히 눈을 뜬다.) “뭐냐, 시끄럽구나.” 특무조장 “각하의 무공은 실로 사해를 비추시는 바입니다.” 대장 “흠, 그것은 옳다.” 특무조장 “각하의 명예는 곧 우리들의 명예입니다.” 대장 “음. 그것은 옳다.” 특무조장 “각하의 훈장은 모두 실로 훌륭합니다. 우리들은 각하의 훈장을 우러를 때마다 실로 감격하여 눈물이 나거나 목이 울리거나 합니다.” 대장 “흠, 그러기는 그러하겠지.” 특무조장 “그러나 우리들은 아직 불행하게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하여 충분히 자세히 각하의 훈장을 배견(拜見)하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였습니다.” 대장 “그건 그렇지, 지금까지는 분주하였으니 말이다.” 특무조장 “각하. 이 기회를 빌려 우리 일동에게 잘 보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대장 “그것은 옳다. 어느 훈장이 보고 싶은가.” 특무조장 “가장 큰 것부터.” 대장 “이것이 가장 크지. 롱탕프나뤼르 훈장이로다.” 가슴에서 가장 큰 훈장을 떼어 특무조장에게 건넨다. 특무조장 “이것은 어느 전역에서 받으셨습니까.” 대장 “인도 전쟁이다.” 특무조장 “이 한가운데의 푸른 부분은 진짜 자라메(굵은 설탕)입니까.” 대장 “진짜 자라메이고말고.” 특무조장 “실로 훌륭합니다.” (조장에게 건넨다. 조장 병졸 하나에게 건넨다. 병졸 하나 즉시 이를 삼킨다.) 특무조장 “다음 것은 무엇입니까.” 대장 “판테플라크 장이로다.” 떼어 낸다. 특무조장 “너무 빛이 나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대장 “그러하다. 그것은 지나전(支那戰)의 니코틴 전역에서 받은 것이다.” 특무조장 “훌륭합니다.” 대장 “그러기야 그러하지” (병졸 둘 이를 삼킨다.) 대장 “이것은 어떠한가, 이것은 티베트 전쟁이다.” 특무조장 “과연 시짱(西蔵) 말의 표시가 붙어 있군요.” (병졸 셋 이를 삼킨다.) 대장 “이것은 보불전쟁이다,” 특무조장 “과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머리 표시가 붙어 있군요. 헌데 각하께서는 보불전쟁에 참전하셨습니까.” 대장 “아니다, 육십 전에 사들였느니라.” 특무조장 “과연, 실로 훌륭합니다. 육십 전에는 너무 헐합니다.” 대장 “음,” (병졸 넷 이를 삼킨다.) 특무조장 “그다음 훈장은 어느 것입니까.” 대장 “이것이로다,” 특무조장 “이것은 어디에서 보내온 것입니까.” 대장 “그것은 미국이다. 뉴우요크의 메리켄코 주식회사에서 보내온 것이다.” 특무조장 “그러하시군요. 놀랄 만한 일입니다.”
(병졸 다섯 이를 삼킨다.)
특무조장 “다음은 어느 것입니까.” 대장 “이것이로다,” 특무조장 “실로 진귀합니다. 이것 또한 지나 전쟁입니까.” 대장 “아니다. 지나의 대장과 돼지 다섯 마리를 맞바꾼 것이다.” 특무조장 “과연, 햄 샌드위치로군요.” (병졸 여섯 이를 삼킨다.) 대장 “이것은 어떠하냐.” 특무조장 “훌륭합니다. 무슨 훈장입니까.” 대장 “자식 놈에게서 도로 빼앗아 온 것이로다.” (병졸 일곱 삼킨다.) 특무조장 “그다음은,” 대장 “이것은 모나코 왕국에서 도박판을 지킬 적에 받은 것이로다.” 특무조장 “하, 실로 황송합니다.” (병졸 여덟 삼킨다.) 대장 “이것은 어떠하냐.” 특무조장 “어디 훈장입니까.” 대장 “수제로다 수제. 내가 만든 것이로다.” 특무조장 “과연, 훌륭한 작품입니다. 다음 것을 뵙기를 청합니다.” (병졸 아홉 삼킨다.) 대장 “이것 말이냐, 아프가니스탄에서 마라톤 경기를 하고 받은 것이로다.” (병졸 열 삼킨다.) 특무조장 “과연 다음은 어느 것입니까.” 대장 “이제 둘밖에 남지 않았느니라.” 특무조장 (병졸들을 살피며) “이제 둘이면 마침 적당할 듯합니다.” 대장 “무엇이.” 특무조장 (격렬히 둘러댄다.) “그러합니다.” 대장 “훈장 말이냐. 좋다.” (떼어 낸다.) 특무조장 “이것은 어디에서 보내온 것입니까.” 대장 “이탈리아 깡패조합이로다.” 특무조장 “과연, 지고마라 적혀 있군요.” (조장에게) “어이, 들게.” (조장 삼킨다.) 특무조장 “실로 훌륭합니다.” 대장 “이것은 더더욱 훌륭하지.” 특무조장 “이것은 어느 곳에서 받으신 것입니까.” 대장 “벨기에 전역, 마이너스 십오 리 진군 때 슬렌징턴 가도에서 주웠다.” 특무조장 “과연.” (삼킨다.) “말똥이 조금 묻어 있긴 합니다만 결구입니다.” 대장 “어떠한가, 어느 것이고 죄다 훌륭하잖느냐.” 일동 “실로 결구하였습니다.” 대장 “결구하였다? 안 된다. 말하는 법도 모르는구나. 결구합니다라 하는 것이로다. 하였습니다라 하면 과거가 되지 않느냐.” 일동 “결구합니다.” 특무조장 “예, 방금의 것은 실은 현재완료의 뜻이었습니다. 헌데 각하, 이 좋은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각하의 찬란한 에폴렛을 뵙기를 청합니다.” 대장 “흠, 좋겠지.”
(에폴렛을 건넨다.)
특무조장 “실로 굉장합니다.” 대장 “음. 순금이니까. 녹여 버려서는 안 되느니라.” 특무조장 “예 안심하소서. 뒷줄의 여섯 사람이 잘 살피거라.” (건넨다. 마지막 여섯 사람이 이를 받아 즉시 한 조각씩 떼어 낸다.) 대장 “안 된다, 안 된다, 에폴렛을 부수면 안 된다.” 특무조장 “아닙니다, 곧 다시 짜 맞추겠습니다. 다른 한쪽도 뵙기를 청합니다.” 대장 “흠, 나중에 빠짐없이 짜 맞춘다면야 뭐 좋다.” 특무조장 “과연 순금입니다. 곧 짜 맞추겠습니다.” (한 조각을 떼어 조장에게 건넨다. 이하 그에 따른다. 각자 껍질을 벗긴다.) 대장 (놀란다.) “앗 안 된다 안 된다. 껍질을 벗기면 안 되느니라.” 특무조장 “서둘러 삼키게 어이.” (일동 삼킨다.) 대장 (운다.) “아아 한심하구나. 개 같은 놈, 짐승 같은 놈들. 진흙 인형들 같으니, 훈장을 모조리 먹어 치워 버렸구나. 어찌할 것인지 보아라. 한심하다. 으아아.”
(운다.) (병졸들 풀이 죽는다.)
(병졸들 이때 비로소 굶주림을 회복하고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한다.)
병졸 셋 “우리들은 무서운 짓을 저지르고 말았구나.” 병졸 열 “정말이지 정신없이 해 버렸구나.” 병졸 하나 “훈장과 위장에 고무줄이라도 묶여 있는 듯하더구나.” 병졸 아홉 “장군과 국가께 어떻게 사죄를 드려야 좋단 말인가.” 병졸 일곱 “사죄할 길이 없다.” 병졸 다섯 “죽을 수밖에 없다.” 병졸 셋 “모두 죽자, 자살하자.” 조장 “아니, 모두 내가 잘못이다. 내가 이런 일을 발의하였으니.” 특무조장 “아니, 내가 책임자다. 내가 죽지 않으면 안 된다.” 조장 “상관, 우리 두 사람 처음의 약속대로 죽읍시다.” 특무조장 “그렇다. 어이 모두들. 너희들은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잘못한 것은 우리들 두 사람이다. 우리는 이 책임을 지고 죽을 터이니, 너희들은 결코 성급한 짓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잘 군율을 지키고 국가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라.” 병졸 일동 “아닙니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특무조장 “안 된다. 너희들에게 명령한다. 장군의 말씀이 있을 때까지 움직여서는 안 된다. 차렷.” 병졸들 직립. 특무조장 “조장, 자 채비하세.” (권총을 꺼낸다.) “기도하세. 함께.” 특무조장 “기아진영의 황혼 한가운데
저지른 죄는 이리도 깊사오니
아아 밤하늘의 푸른 불빛으로
우리들의 죄를 정결케 하소서.”
조장 “마르통 들의 슬픔 한가운데
빛은 흙 속에 묻혀 사라졌어라
아아 은총의 비를 내려 주시어
우리들의 죄를 용서하소서.”
합창 “아아, 은총의 비를 내려 주시어
우리들의 죄를 용서하소서.”
(특무조장 권총을 들이대고 막 자결하려 한다.)
(바나난 대장 이때까지 눈을 감고 있더니 별안간 일어나 외친다.)
대장 “멈추어라, 그만두어라.”
(특무조장 권총을 들이댄 채 멍하니 우뚝 선다. 대장 권총을 빼앗는다.)
바나난 대장 “이제 알았다. 너희들의 깊은 속을 보았느니라. 너희들의 성심(誠心)에 견주어 본다면 나의 훈장 따위는 실로 아무것도 아니로다.
오 하나님은 찬미받으실지어다. 실로 거룩한 눈으로 굽어살피신다면 훈장이며 에폴렛 따위는 와력(瓦礫)에도 비길 바이로다.”
특무조장 “장군, 면목이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조장 “장군, 저에게 죽음을 내려 주소서.” 바나난 대장 “아니, 안 된다.” 특무조장 “허나 이제부터 우리들은 매일 장군의 군장(軍裝)을 우러러 뵐 때마다 격렬히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장 “아니다, 지금 나는 하나님의 힘을 받아 새로운 체조를 발명하였느니라. 이는 이름하여 생산체조라 하리라. 종래의 비생산식 체조와는 절로 격(格)을 달리하는 것이로다.” 특무조장 “각하, 부디 그 훈련을 내려 주소서.” 대장 “흠. 그것은 물론 좋다. 들어라.
자, 모여라. (모든 것이 호령처럼 행해진다.) 차렷. 우향우. 바로. 번호.”
병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병사들 오(伍)를 짠다.
대장 “앞줄 두 걸음 앞으로 가. 짝수 한 걸음 앞으로 가.” 대장 “좋겠지. 이제부터 생산체조를 시작한다. 첫째 과수 정지법(整枝法), 알겠느냐. 셋 번.” 병졸 셋 “알겠습니다. 과수 정지법입니다.”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그 첫째, 피라미드형. 하나의 호령에 이 모양을 만든다. 둘에 바로 선다. 알겠느냐.”
대장 두 팔을 들어 정지법의 피라미드형을 만든다.
대장 “알겠느냐. 과수 정지법, 그 첫째, 피라미드형. 하나, 좋다. 둘, 좋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그만.” 대장 “좋다 다음은 베이스다. 베이스, 하나의 호령에 이 모양을 만든다. 둘에 바로 선다. 알겠느냐. 알겠느냐. 다섯 번.” 병졸 다섯 “예 알겠습니다. 베이스, 배상(盃狀) 사립(컵형)입니다.”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그 둘째, 베이스 하나.” 병졸 “하나,” 대장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그만.” 대장 “다음은 과수 정지법 그 셋째, 캉드라브르(촛대형). 여기서는 두 가지 캉드라브르, U자 모양을 만든다. 이때에는 양 어깨와 양 팔로 U자가 되는 것이 요체로다. 공연히 여기가 직각이 되어서는 혈액 순환의 면에서도 또 수액 운행의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모양이 되는 것이 요체로다. 알겠느냐. 여섯 번.” 병졸 여섯 “알겠습니다. 캉드라브르, U자 모양입니다.”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그 셋째, 캉드라브르,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그만.”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그 넷째, 또 그 첫째, 수평 코르동.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그만.” 대장 “다음은 그 또 둘째, 직립 코르동. 이것은 이대로 좋다. 다만 호칭만을 사용한다. 하나, 둘, 하나, 둘, 알겠느냐. 여덟 번.” 병졸 여덟 “직립 코르동입니다.”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그 넷째, 또 그 둘째, 직립 코르동,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그만.” 대장 “다음은, 에벤탈, 부채꼴 사립, 이 모양을 만든다. 이 에벤탈이 베이스와 다른 점은 손과 몸이 같은 평면 안에 있다는 데 있다. 알겠느냐. 아홉 번.” 병사 아홉 “예. 과수 정지법 그 다섯째, 에벤탈입니다.”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그 다섯째, 에벤탈,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그만.” 대장 “다음은 과수 정지법, 그 여섯째, 평덕(棚) 사립. 이는 일본에서 배·포도 등의 재배 때에 행해지는 것이로다. 평덕을 만든다. 평덕을. 알겠느냐. 열 번.” 병사 열 “과수 정지법 제 여섯째, 평덕 사립입니다.” 대장 “좋다. 과수 정지법 제 여섯째 평덕 사립, 시작. 하나”
(병사들 팔을 짜 평덕을 만든다. 바나난 대장 손바구니를 들고 그 아래를 빠져나가며 연거푸 과실을 거둔다.)
바나난 대장 “실로 훌륭하구나. 이 열매는 모두 호박(琥珀)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호박처럼 야릇한 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달고 차가운 즙으로 가득하구나. 신선한 에스테르로 그득하다. 게다가 이 보석은 수효도 많고 사람을 괴롭히지도 아니하느니라. 내년에도 또 열릴 것이로다. 고맙도다. 또한 이 잎의 아름다움이란 그야말로 황금이로다. 햇빛이 와 닿아 엽록(葉緑)을 환히 비추면 엽록은 황금을 빚어내느니라. 찬미받으실지어다 하나님이여.”
(장군 바구니에 과실을 가득 담고 나온다. 수첩을 꺼내 재빨리 무엇인가 적어 특무조장에게 건넨다. 차례로 줄을 따라 건너간다. 노래하며 행진한다. 병사들 그 뒤를 잇는다.)
바나난 대장의 행진가
합창 “빛나는 무공의 바나난 군
마르통 들에 진을 쳤건만
거칠고 쓸쓸한 산하의 갈피도 없이
기아의 진영 날을 거듭하고
밤도 새우고 보면 병사들의
덤덤탄이며 포도탄
독가스 탱크는 두렵지 아니하나
굶주림과 피로를 어찌하리오.
하릴없이 먹어 치운 장군의
찬란히 빛나는 훈장과
눈부시게 환한 에폴렛
그 큰 죄는 기록되지 않으리.
가엾은 두 사람 병사들이
책임에 죽으려 하였더니
이때 구름의 저편으로부터
하나님은 멀리 굽어살피사
내려 주신 은총은
신식 생산체조로다.
베이스 피라미드 캉드라브르
또한 팔메트 에벤탈
특히도 두 가지 코르동과
평덕의 사립에 이르렀더니
빛처럼 쏟아져 내린
하늘의 과실을 어찌하리오.
영광 있을지어다 빛나는
비와 습기의 검은 흙에
영광 있을지어다 빛나는
비와 습기의 검은 흙에.”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