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사람에게서 받은 인상이라는 것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의 부드러운 눈에 새겨진 갖가지 사람들이다.
나이를 먹고 나서는 그것이 적다. 있다 한들 그것은 소년 시절의 동경하기 쉬운 눈에 잠깐 비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모습이 영영 그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식의 단순한 것이 아니라,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까지 갖가지 복잡한 동기며 원인이 깔려 있다.
이 점에서 보면, 나는 소년 시절의 눈을, 순일무잡(純一無雜)하고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라 여긴다. 어떤 사소한 것을 보아도 그 인상이 오래도록 기억에 머문다. 어른이 된 사람의 눈은 어느새 말라붙어 껍질이 생겨 있다. 어지간히 강한 자극을 가진 것이 아니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나는,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한 여자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어디로 가던 길이었는지, 그것은 모른다.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배에 타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는 그것이 무어라 부르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배다. 기차가 아니라, 분명 배였다.
그것은 내 다섯 살쯤 되던 무렵이라 생각된다. 아직 어머니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듯이 기억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 그밖의 것은 또렷하지 않으나, 어쨌든 가을의 엷은 햇살이 흰빛으로 물 위를 반짝반짝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물이 강이었는지, 바다였는지, 또 호수였는지, 나는 지금 그것을 여기서 또렷이 말할 수 없다. 어쨌든 물 위였다.
내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상대로 어머니는 갖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무릎에 안겨 있었지만, 어머니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신기한 듯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오른쪽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마치 아이가 귓가에 신기한 무언가를 들었을 때, 눈에 신기한 무언가를 보았을 때, 여태 빨고 있던 어머니의 젖가슴을 놓고, 그 맑은 눈동자를 들어 그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보려 할 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들 가운데 한 명, 나이 어리고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때 문득 발견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을 좇는 내 마음은, 그, 자신의 눈에 낯선 여자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어하는 마음 없이 정직하게 바라보았다.
여자는,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열일곱쯤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어찌나 살결이 희었던지, 눈썹이 초승달 모양으로 가늘게 다듬어져 쌍꺼풀 진 눈이 얼마나 시원했던지, 갸름하고 코가 오뚝한 우리자네얼굴(瓜実顔)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 떠올려 보아도, 분명 미인이었다고 믿는다.
기모노는 화려한 유젠 지리멘(友禅縮緬, 화려한 무늬의 비단 옷감)을 입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열일곱쯤이라 여겨지지만, 열일곱이나 되어서 그런 옷을 입을 리도 없으니, 어쩌면 열두셋, 기껏해야 열네다섯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지리멘의 화려한 유젠이, 그때의 내 눈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인상을 주었다. 가을 햇살의 여린 빛이 그 무늬 위를 아지랑이처럼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미인이기는 했지만, 그 여자는 쓸쓸한 얼굴이었다. 어딘가 가라앉은 듯이 보였다.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웃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여자만이 홀로 겉도는 사람처럼, 한구석에 앉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 위를 보거나 하늘을 보거나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찌하여 다른 사람들은 저 여자만을 따돌리는 것인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저 여자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머니의 무릎에서 내려와 그 여자 앞으로 가서 섰다. 그러고는 여자가 무어라 말을 걸어 줄 것이라 기다렸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곁에 있던 할멈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안아 주거나 했다. 나는 몹시 칭얼대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곧장 어머니의 무릎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무릎으로 돌아와서도 그 여자 쪽이 마음에 걸려 자꾸만 돌아다보고 또 돌아다보았다. 여자는 여전히 깊이 가라앉은 얼굴로 정처 없이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사무치게 쓸쓸한 얼굴이었다.
그러고는 내가 잠들어 버렸는지, 어찌 되었는지, 아무 기억도 없다.
나는 그 기억을 오랫동안 떠올리지 못했다. 열두셋 즈음, 똑같은 가을 저녁 무렵, 바깥 문간께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문득 먼 옛날에 보았던 꿈처럼, 그때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때 그 광경이며 여자의 모습 따위를, 또렷한 기억으로 생생하게 눈에 떠올려 보면서, 그것이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태어나기 전에 보기라도 한 것인지, 혹은 어린 시절에 본 꿈을 어떤 계기에 문득 떠올린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지금도 역시 알 수 없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실제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자리의 광경이며 그 여자의 모습이며, 실제로 본 기억처럼 또렷이 지금도 눈에 보이기에 진짜라고 여기고 있다.
꿈에서 본 것인지, 태어나기 전에 본 것인지, 혹은 진짜로 본 것인지, 만약 사람에게 전생의 약속이라는 것이 있고, 불설(佛說) 따위에서 말하는 깊은 인연(因緣)이 있는 것이라면, 나는 그 여자와 끊으려야 끊기 어려운 무언가의 인연 아래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길을 걷고 있어도, 문득 내 기억에 남은 그러한 모습, 그러한 얼굴 생김의 여자를 보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있다.
만약 그 여자를 정말로 내가 본 것이라면, 나는 십 년 후일지, 이십 년 후일지 그것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 여자를 다시 한 번, 어딘가에서 만나리라는 느낌이 든다. 분명 만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도서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