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빨간 동그라미의 모험


저자

아서 코넌 도일 경




1부

“이보세요, 워런 부인. 부인께서 특별히 마음을 졸일 만한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적잖이 귀한 제가 어째서 이런 일에 끼어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정말이지 제겐 다른 할 일이 있어서요.” 이렇게 말한 셜록 홈즈는 다시 두꺼운 스크랩북 쪽으로 몸을 돌렸다. 최근 모은 자료를 그 안에 정리해 색인을 매기던 참이었다.

하지만 하숙집 주인은 여자 특유의 끈기와 영리함을 함께 지닌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작년에 제 하숙인 한 분의 일을 처리해 주셨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페어데일 홉스 씨 말이에요.”

“아, 그렇지요.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분이 그 얘길 그칠 줄 모르더군요. 선생의 친절함이며, 어둠 속에 빛을 비춰 주신 그 솜씨며. 제가 의심과 어둠에 빠져 있을 때 그분 말씀이 떠올랐어요. 선생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능히 해 주실 수 있다는 걸 압니다.”

홈즈는 칭찬에도 약했고, 또 사실대로 말하자면 인정에도 약한 편이었다. 그 두 가지 힘에 이끌려 그는 체념의 한숨과 함께 풀솔을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밀었다.

“좋습니다, 좋아요, 워런 부인. 자, 들어 봅시다. 담배는 괜찮으시지요? 고맙네, 왓슨, 성냥 좀 주게. 부인 말씀대로라면 새 하숙인이 방에서 나오질 않고 부인이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어 마음을 졸이신다는 거군요. 그런데 부인, 글쎄, 만일 제가 부인의 하숙인이라면 몇 주씩 얼굴 한 번 못 보여 드리는 일도 흔할 겁니다.”

“그건 그렇겠죠, 선생님.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무서워서요, 홈즈 씨.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그분의 빠른 걸음 소리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아 다니는데, 정작 그분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이건 더는 못 견딥니다. 우리 그이도 저만큼이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그이는 종일 일터에 나가 있고 저만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니까요. 그분이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걸까요?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우리 집에 그분이랑 저랑, 그리고 하녀 아이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제 신경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됩니다.”

홈즈가 몸을 앞으로 숙여 길고 가는 손가락을 부인의 어깨에 얹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거의 최면에 가까운 진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겁먹은 빛이 사라졌고, 흥분으로 일그러진 얼굴도 평소의 평범한 표정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이 사건을 맡으려면 사소한 부분까지 다 알아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찬찬히 생각해 보세요. 가장 작은 점이 가장 핵심일지도 모르니까요. 그 사람이 열흘 전에 와서 두 주치 식사와 숙박료를 미리 냈다고 하셨지요?”

“조건을 묻기에, 한 주에 오십 실링이라고 했어요. 작은 거실과 침실, 모든 게 갖춰진 방이 집 꼭대기에 있거든요.”

“그래서요?”

“그분이 이러시는 거예요. ‘제 조건대로 해 주신다면 한 주에 오 파운드를 드리지요.’ 저는 가난한 형편이고, 우리 그이가 버는 돈도 얼마 안 되니, 그 돈이 제겐 큰 돈이었어요. 그분이 십 파운드짜리 지폐를 꺼내 그 자리에서 제게 내미시더군요. ‘조건만 지켜 주시면 앞으로도 한참 동안 두 주마다 같은 액수를 드리겠습니다.’ 이러시고는, ‘그게 안 되면 그만 인연을 끊지요.’ 하시는 거예요.”

“조건이 뭐였답니까?”

“네, 선생님, 우선 집 열쇠를 한 벌 갖겠다는 것. 그건 별 문제 없었어요. 하숙인들도 흔히 그러니까요. 그리고 절대 혼자 두라는 것, 어떤 핑계로도 방해받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그 정도야 별난 일도 아니지요?”

“이치에 어긋날 거야 없지요, 선생님. 하지만 이건 이치에 닿지 않을 정도랍니다. 그분이 거기 들어온 지 열흘이 됐는데, 그이도, 저도, 하녀 아이도 그분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 빠른 발소리가 밤이고 아침이고 한낮이고 위아래로, 위아래로 오가는 건 들리는데, 첫날 밤 한 번 말고는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요.”

“오, 첫날 밤엔 나갔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선생님. 아주 늦게야 돌아왔어요. 우리가 다 잠자리에 들고 난 뒤에요. 방을 잡고 나서 저한테, 그날 그렇게 늦게 돌아오겠으니 문빗장을 걸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자정이 지나서 그분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

“그분이 콕 집어 시키신 게, 자기가 종을 울리면 식판을 늘 문 밖 의자에 놓아두라는 거였어요. 다 먹으면 다시 종을 울리고, 같은 의자에서 식판을 가져가면 된다고요. 그밖에 필요한 게 있으면 종이쪽에 인쇄체로 적어 남겨 둔다고 했어요.”

“인쇄체로 적는다고요?”

“네, 선생님. 연필로 인쇄체로 또박또박. 단어 한 마디뿐이고 다른 말은 없어요. 보여 드리려고 가져온 게 이거예요. ‘soap’(비누). 또 이거예요. ‘match’(성냥). 이건 첫날 아침에 남긴 거고요. ‘daily gazette’(데일리 가제트). 그래서 매일 아침 그분 식사에 그 신문을 함께 놓아 둔답니다.”

“이런, 왓슨.” 홈즈가 부인이 건네준 갱지 쪽지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건 분명 좀 별난 데가 있군. 칩거하는 거야 이해할 수 있지. 한데 왜 인쇄체일까? 인쇄체로 쓰는 건 거추장스러운 작업인데. 손글씨로 쓰면 될 것을. 자네는 뭐라 생각하나, 왓슨?”

“필적을 감추고 싶었던 거지.”

“하지만 어째서? 하숙집 주인이 자기 글씨를 한두 마디 갖게 된들 그게 뭐 대수겠나? 그래도 자네 말이 맞을 수도 있지. 그런데 또, 이렇게 짧고 무뚝뚝한 메모만 남기는 건 왜일까?”

“그건 모르겠는걸.”

“이건 영리한 추리에는 꽤나 즐거운 들판일세. 글자는 흔한 무늬의 굵은 보라색 연필로 적혔군. 인쇄가 끝난 뒤에 종이가 옆쪽에서 찢긴 걸 알 수 있겠지. 그래서 ‘soap’의 ‘s’ 자가 일부 떨어져 나갔고.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왓슨?”

“조심성을 말하는 건가?”

“바로 그걸세. 분명 무슨 표시, 어떤 지문, 또는 신원을 짐작케 할 만한 무엇이 있었던 거야. 자, 워런 부인, 그 사람이 중간 키에 가무잡잡하고 수염이 났다고 하셨지요. 나이는 어떻게 보이던가요?”

“젊은 편이었어요, 선생님. 서른은 안 넘어 보였어요.”

“그밖에 더 알 만한 점은 없습니까?”

“영어를 잘하긴 했는데, 그래도 억양이 외국 사람 같았어요.”

“옷차림은 단정했고요?”

“아주 말끔하게 차려입었어요, 선생님. 영락없는 신사 모양이었지요. 짙은 색 옷이라, 별로 눈에 띌 만한 건 없었고요.”

“이름은 안 밝혔습니까?”

“안 밝혔어요, 선생님.”

“편지나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요?”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부인이나 하녀가 아침에 그 방에 들어가긴 하지요?”

“안 들어가요, 선생님. 자기 일은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답니다.”

“이런! 정말 별난 일이군요. 짐은요?”

“커다란 갈색 가방 하나가 다였어요.”

“흠, 우리에게 도움 될 만한 자료가 그리 많지는 않군요. 그 방에서 나온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지요? 정말 아무것도?”

하숙집 주인이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서 다 탄 성냥 두 개비와 담배꽁초 하나가 탁자 위로 쏟아졌다.

“오늘 아침 그분 식판에 있었어요. 사소한 것에서도 큰 걸 읽어 내신다고 들어서 가져왔지요.”

홈즈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별다른 건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성냥은 물론 담배에 불을 붙이느라 쓴 거고요. 탄 끝이 짧다는 데서 분명히 알 수 있지요. 파이프나 시가에 불을 붙이려면 성냥의 절반은 타니까요. 한데 이런! 이 담배꽁초는 분명 좀 별나군요. 그분이 수염도 있고 콧수염도 길렀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건 이상한걸요. 이걸 피우려면 깨끗이 면도한 사람이어야 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왓슨, 자네의 그 얌전한 콧수염도 그슬렸을 거야.”

“홀더를 썼나 보지.” 내가 거들었다.

“아니, 아니야. 끝이 입술 자국으로 짓눌려 있어. 워런 부인, 그 방에 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없겠지요?”

“없어요, 선생님. 그분이 워낙 적게 드시니, 저런 걸로 어떻게 사람이 살까 싶을 정도예요.”

“흠, 자료가 더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어쨌든 부인 입장에서 불평할 거리는 없으십니다. 셋방 값은 다 받으셨고, 분명 별나기는 해도 성가신 하숙인은 아니지요. 셋방 값을 후하게 내고, 자기 발로 숨어 있겠다는데, 그게 직접적으로 부인 일에 걸리는 건 아니니까요. 거기에 잘못된 까닭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생기기 전에는 그분의 사생활에 끼어들 명분이 없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맡았으니, 손에서 놓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알려 주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제 손을 빌리실 수 있다고 믿어 주십시오.”

“이 사건엔 흥미로운 구석이 분명 있어, 왓슨.” 그가 말했다. 부인이 자리를 뜨고 난 뒤였다. “물론 사소할 수도 있지. 한낱 개인의 별난 성벽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깊은 사연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금 그 방에 있는 사람이 처음 방을 잡은 사람과 전혀 다른 인물일지 모른다는 그럴듯한 가능성이지.”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음, 이 담배꽁초 말고도 말이지. 하숙인이 단 한 번 외출한 게 방을 잡은 직후라는 점이 시사적이지 않은가? 그가 돌아왔다, 아니, 누군가가 돌아왔지, 모든 목격자가 자리를 비운 시각에. 돌아온 사람이 나간 사람과 같다는 증거는 없어. 또 처음 방을 잡은 사람은 영어를 잘했지. 한데 이쪽은 ‘matches’ 라고 써야 할 것을 ‘match’ 라고 적었네.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적었다면 명사는 알겠지만 복수형은 모를 수가 있지. 짧고 간결한 문체는 영어 실력 부족을 가리려는 수단일 수 있고. 그래, 왓슨, 하숙인이 바뀌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는 충분해.”

“하지만 무엇 때문에?”

“아, 그게 우리의 풀어야 할 문제지. 한 가지 꽤 자명한 조사 방향이 있네.” 그는 매일 런던 각 신문의 사연 광고란을 모아 정리해 놓은 두꺼운 책을 끌어내렸다. “이런!” 그가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이게 다 신음과 비명, 그리고 푸념의 합창이로군. 별별 일들의 잡동사니라니! 하지만 별난 일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사냥터가 없지. 이 사람은 혼자고, 절대적인 비밀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편지로 닿을 수가 없어. 그렇다면 바깥세상의 어떤 소식이나 메시지가 어떻게 그에게 닿겠나? 자명하지, 신문 광고를 통해서지. 달리 길은 없어 보이는군. 다행히도 우리는 신문 한 종류만 살피면 돼. 여기, 데일리 가제트 지난 두 주치 발췌일세. ‘프린스 스케이팅 클럽에서 검은 보아를 두른 부인을 찾는다’, 이건 넘어가도 되겠지. ‘아무리 그래도 지미가 어머니의 가슴을 찢지는 않으리라’, 이건 무관한 듯하고. ‘브릭스턴 버스에서 기절한 숙녀에게’, 이쪽도 관심 없네. ‘매일 내 마음은 그리워한다……’ 푸념일세, 왓슨, 순전한 푸념. 아, 이건 좀 가능성이 있군. 들어 보게. ‘인내하라. 확실한 연락 수단을 찾을 것. 그동안은 이 칸으로. G.’ 워런 부인의 하숙인이 도착한 뒤 이틀째일세. 그럴 듯하지 않은가? 자, 흔적을 더 잡을 수 있는지 보지. 그래, 사흘 뒤에 또 있군. ‘준비가 잘 되어 가고 있음. 인내와 신중함. 구름은 지나가리. G.’ 그 후 한 주 동안은 잠잠하다가, 한결 분명한 것이 나오네. ‘길이 트이고 있음. 신호로 알릴 기회를 잡거든 약속한 부호를 기억하라. 한 번 깜빡이면 A, 두 번이면 B, 그런 식으로. 곧 소식 듣게 되리. G.’ 어제 신문에 실린 거고, 오늘 자에는 아무것도 없어. 워런 부인의 하숙인 이야기와 죄다 들어맞는군. 좀 기다려 보지, 왓슨, 이 사건이 더 명확해질 게야.”

과연 그러했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 친구는 난로 깔개 위에 등을 불 쪽으로 향한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이거 어떤가, 왓슨?” 그가 탁자 위 신문을 집어 들며 외쳤다. “‘하얀 돌 장식의 높은 빨간 집. 3층. 왼쪽 두 번째 창. 해가 진 뒤. G.’ 충분히 분명하지 않은가. 아침을 들고 나서 워런 부인 동네를 한 번 정찰하러 가야겠어. 아, 워런 부인! 오늘 아침엔 무슨 소식을 가져오셨습니까?”

의뢰인이 무언가 새롭고 중대한 변고가 있음을 알리는 폭발적 기세로 방으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이건 경찰이 나설 일이에요, 홈즈 씨!” 그녀가 외쳤다. “더는 못 참습니다! 그분 보따리 싸서 거기서 나가게 해야겠어요. 곧장 올라가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우선 선생 의견부터 들어 보는 게 도리다 싶었어요. 하지만 이젠 인내가 한계에 닿았어요. 우리 영감을 손찌검까지 했으니……”

“워런 씨를 손찌검했다고요?”

“어쨌든 거칠게 다뤘어요.”

“한데 누가 그를 거칠게 다뤘다는 겁니까?”

“아! 그게 우리도 알고 싶은 거예요! 오늘 아침 일이에요, 선생님. 우리 그이는 토트넘 코트 로의 모턴 앤드 웨일라이트에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일곱 시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해요. 그런데 오늘 아침 길을 열 걸음도 채 못 가서, 두 사람이 뒤에서 다가오더니 머리에 외투를 씌우고 길가에 서 있던 마차 안으로 처박더라는 거예요. 한 시간을 몰고 가다가 문을 열고는 그이를 길에 내던졌어요. 우리 그이는 도로에 떨어져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마차가 어디로 갔는지도 못 봤대요. 정신을 차려 일어났더니 햄스테드 히스에 있더래요. 그래서 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지금 소파에 누워 있는데, 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드리려고 곧장 달려온 거예요.”

“흥미롭군요.” 홈즈가 말했다. “그 사람들 인상은 봤답니까? 저들이 하는 말은 들었고요?”

“아니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그냥 마법처럼 들어 올려졌다가 마법처럼 떨어졌다는 것밖에요. 적어도 두 사람, 어쩌면 세 사람이었을 거라네요.”

“그리고 부인은 이 습격을 그 하숙인과 연관 짓고 계시군요?”

“우리가 거기서 십오 년을 살았는데,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분도 이제 지긋지긋해요. 돈이 다가 아니에요. 오늘 안으로 그분을 우리 집에서 내보낼 거예요.”

“잠시만요, 워런 부인. 성급히 행동하지 마십시오. 이 일이 처음 보이던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부인의 하숙인에게 어떤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건 이제 분명해요. 부인의 집 근처에서 그를 노리고 있던 적들이 안개 낀 아침의 흐릿한 빛 속에서 부인의 남편을 그 사람으로 잘못 본 것도 분명하고요. 잘못 알았다는 걸 깨닫고는 풀어 준 겁니다. 잘못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는 우리로선 짐작만 할 따름이지요.”

“그래서, 저보고 어떻게 하란 말씀이세요, 홈즈 씨?”

“그 하숙인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무척 큽니다, 워런 부인.”

“그게 어떻게 될 일인지 모르겠네요, 문을 부수지 않고서야. 식판을 놓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분이 문을 따는 소리가 늘 들리는걸요.”

“식판은 그가 직접 들여가야지요. 어디 숨어서 그가 그러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숙집 주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선생님, 맞은편에 헛방이 있어요. 거울 하나를 놓으면 되겠고, 두 분이 문 뒤에 계시면……”

“훌륭합니다!” 홈즈가 말했다. “그 사람은 점심을 언제 먹지요?”

“한 시쯤이에요, 선생님.”

“그러면 시간 맞춰 왓슨 박사와 함께 가겠습니다. 그럼 워런 부인, 잠시 후에 뵙지요.”

열두 시 반에 우리는 워런 부인 댁 계단 위에 서 있었다. 대영박물관 북동쪽의 좁은 큰길인 그레이트 오름 가에 들어선, 좁고 높은 노란 벽돌 건물이었다. 거리 모퉁이 가까이에 자리한 덕분에, 한결 거창한 집들이 늘어선 하우 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홈즈는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살짝 웃었다. 한 줄로 늘어선 주거용 아파트 건물이었는데,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보게, 왓슨!” 그가 말했다. “‘돌 장식의 높은 빨간 집.’ 신호 거점이 분명하군. 장소를 알았고 부호도 알았으니 일은 어렵지 않을 게야. 저 창에 ‘세 놓음’ 카드가 붙어 있네. 보아 하니 공모자가 드나들 수 있는 빈 셋방이로군. 자, 워런 부인, 이제 어떻게 합니까?”

“다 준비해 두었어요. 두 분이 함께 올라오셔서 신발은 층계참에 두고 들어가시면, 제가 바로 그 자리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녀가 마련해 둔 은신처는 훌륭했다. 거울이 절묘하게 자리 잡아, 어둠 속에 앉은 채로도 맞은편 문이 또렷이 보였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워런 부인이 자리를 뜨기가 무섭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정체 모를 이웃이 종을 울린 것이었다. 곧 부인이 식판을 들고 나타나, 닫혀 있는 문 옆 의자 위에 식판을 놓고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사라졌다. 우리는 문 모서리에 함께 웅크려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인의 발소리가 잦아드는 순간, 열쇠 돌리는 소리가 삐걱 났다. 손잡이가 돌아갔고, 가는 손 두 개가 쑥 나와 의자에 놓인 식판을 집어 들었다. 다음 순간 식판이 부랴부랴 다시 놓였고, 나는 검고 아름답고 공포에 질린 얼굴이 헛방의 좁은 틈을 노려보는 모습을 흘끗 보았다. 곧 문이 쾅 닫혔고, 열쇠가 다시 돌아갔으며, 모든 것이 정적에 잠겼다. 홈즈가 내 소맷자락을 잡아끌었다. 우리는 함께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갔다.

“저녁에 다시 들르겠습니다.” 그가 기대에 찬 표정의 부인에게 말했다. “왓슨, 이 일은 우리 거처에서 의논하는 게 좋겠네.”

“보다시피 내 짐작이 맞았네.” 그가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말했다. “하숙인이 바뀌어 있었어. 다만 내가 미처 예상치 못한 건, 그게 여자라는 사실, 그것도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점일세, 왓슨.”

“그녀가 우릴 봤네.”

“음, 무언가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이 있었어. 그건 분명해. 사건의 큰 흐름은 꽤 분명하지 않은가? 한 쌍이 매우 끔찍하고 임박한 위험을 피해 런던으로 도망쳐 온 거야. 그 위험의 크기는 그들의 신중한 처신에서 가늠할 수 있지. 남자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처리하는 동안 여자를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두고 싶었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냈어. 어찌나 효과적이었는지 식사를 들이는 하숙집 주인조차 여자가 거기 있는 줄 몰랐지. 인쇄체 메모는 이제 분명해진 대로,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 글씨를 통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어. 남자는 여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없네. 다가가면 적들을 그녀에게로 끌어들이니까. 직접 통신할 수 없는 이상, 신문의 사연 광고란을 이용한 거지. 여기까지는 다 분명해.”

“하지만 그 뿌리에는 무엇이 있는 건가?”

“아, 그래, 왓슨, 평소처럼 지독하게 실용적이로군! 이 모든 것의 뿌리가 무엇이냐. 워런 부인의 별난 사건이 우리가 파고들수록 점점 커지면서 한층 음험한 모습을 띠기 시작하네. 이만큼은 말할 수 있어. 평범한 사랑의 도주극이 아니라는 것. 자네는 위험의 신호 앞에서 그 여자의 얼굴을 보았네. 우리는 또 하숙집 주인에 대한 습격 이야기도 들었어. 분명 하숙인을 노린 거였지. 이 같은 경계, 이 같은 비밀의 절박함은 이 일이 죽고 사는 문제임을 일러 주네. 워런 씨에 대한 습격은 또 한 가지를 보여 주지. 적들은, 그들이 누구이건, 남자 하숙인이 여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일세. 참으로 묘하고 복잡한 일이야, 왓슨.”

“왜 더 깊이 들어가려 하나? 이 일에서 자네가 얻을 게 무엇인가?”

“무엇이긴, 예술을 위한 예술이지, 왓슨. 자네도 의사 노릇을 할 때, 보수 따위는 생각도 않고 사례 연구를 하지 않았던가?”

“내 공부를 위해서였지, 홈즈.”

“공부는 끝이 없네, 왓슨. 일련의 강의이고, 가장 큰 강의는 마지막에 있지. 이건 시사적인 사례야. 돈도 명예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매듭짓고 싶군. 해가 지면 우리 조사도 한 단계 더 나아가 있을 걸세.”

우리가 워런 부인 댁에 다시 갔을 때, 런던 겨울 저녁의 어둠이 한 폭의 잿빛 장막처럼 짙어져 단조로운 색조 일색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을 가르는 것이라곤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날카로운 노란 사각형들과 가스등의 흐릿한 후광뿐이었다. 우리가 하숙집의 어두운 거실에서 밖을 살피노라니, 어둠 속 저 높이에서 또 하나의 희미한 불빛이 가물거렸다.

“누군가 저 방에서 움직이고 있어.” 홈즈가 속삭였다. 그의 여위고 열의에 찬 얼굴이 창유리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래, 그림자가 보이는군. 저기 또 보이네! 손에 촛불을 들었어. 이쪽을 살피는 중이야. 그녀가 망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거지. 자, 이제 깜빡이기 시작하는군. 자네도 메시지를 받아 적게, 왓슨. 서로 대조해 봐야 하니까. 한 번 깜빡, A로군, 분명. 자, 이번엔 몇 번인가? 스무 번. 나도 그렇게 셌네. T가 되겠군. ‘AT’이라, 충분히 의미가 있어. 또 T로군. 분명 두 번째 단어가 시작되는 걸세. 자, 그러면, ‘TENTA’. 멈췄군. 이게 다일 리는 없는데, 왓슨? ‘ATTENTA’ 만으론 뜻이 안 통해. ‘AT, TEN, TA’로 끊어 봐도 마찬가지야. T. A.가 어떤 사람의 머리글자가 아니라면 말이지. 아, 또 시작되는군! 뭐지? ‘ATTE’라, 어허, 같은 메시지를 또 보내는군. 묘한 일일세, 왓슨, 참으로 묘해. 자, 다시 한 번! ‘AT’이라, 이런, 세 번째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어. ‘ATTENTA’를 세 번이나! 몇 번이나 더 반복할 셈인고? 됐군, 이번이 끝인 듯하네. 창에서 물러섰어. 어떻게 보나, 왓슨?”

“암호 메시지로군, 홈즈.”

내 동료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갑자기 키득 웃었다. “그것도 그리 까다로운 암호도 아닐세, 왓슨.” 그가 말했다. “이건 당연히 이탈리아어야! A는 여자에게 보낸다는 표지일세. ‘조심하라(ATTENTA)! 조심하라! 조심하라!’ 어떤가, 왓슨?”

“자네 말이 맞는 것 같네.”

“의심할 여지가 없지. 매우 다급한 메시지를, 더욱 다급함을 강조하느라 세 번 반복한 거야. 그런데 무엇을 조심하라는 걸까? 잠깐, 그가 다시 창가로 나오는군.”

다시 한번 우리는 웅크리고 있는 사내의 흐릿한 실루엣과 창을 가로지르는 작은 불꽃의 빠른 움직임을 보았다. 신호가 재개된 것이었다.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깜빡여, 따라가기조차 어려웠다.

“‘PERICOLO’, 페리콜로라. 어, 이게 뭔가, 왓슨? ‘위험’이라는 뜻 아닌가? 그래, 맙소사, 위험 신호일세. 또 시작되는군! ‘PERI’. 어이쿠, 대체 무슨……”

불빛이 갑자기 꺼졌다. 가물거리던 창의 사각형이 사라지고, 3층 전체가 그 우뚝 선 건물 둘레의 어두운 띠를 이루었다. 그 사이로 다른 층의 창들이 빛나는 격자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 경고의 외침이 돌연 끊긴 것이었다. 어떻게 끊겼고 누가 끊었나? 같은 생각이 그 자리에서 우리 둘에게 동시에 떠올랐다. 홈즈가 창가에 웅크렸던 자세에서 벌떡 일어섰다.

“심상치 않아, 왓슨.” 그가 외쳤다. “무언가 흉악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런 식으로 메시지가 끊길 까닭이 무엇인가? 스코틀랜드 야드와 이 일을 연결시켜야겠는데, 그러면서도 우리가 자리를 비울 수 없을 만큼 사태가 다급하군.”

“내가 경찰을 부르러 갈까?”

“상황을 좀 더 분명히 해야 하네. 좀 더 무탈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자, 왓슨, 직접 건너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




2부


하우 가를 빠르게 걸어 내려가면서 나는 우리가 떠나온 건물 쪽을 흘낏 돌아보았다. 거기, 꼭대기 창에 흐릿하게 윤곽이 잡힌, 한 여자의 머리 그림자가 보였다. 긴장한 얼굴로 빳빳이 굳은 채, 끊겨 버린 메시지가 다시 이어지기를 숨죽여 기다리며 어둠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우 가 아파트 입구에서 한 사내가, 크라바트와 외투로 몸을 싸맨 채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현관 등불이 우리 얼굴을 비추자 그가 흠칫했다.

“홈즈!” 그가 외쳤다.

“아니, 그레그슨!” 동료가 그 스코틀랜드 야드 형사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여행은 연인의 만남으로 끝난다더니. 어쩐 일로 여기에?”

“당신을 여기로 이끈 것과 같은 이유 아니겠습니까.” 그레그슨이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짐작도 못 하겠지만요.”

“실은 다른 가닥이지만 같은 매듭에 가서 닿는 거지. 나는 신호를 받고 있던 참이오.”

“신호라뇨?”

“그래, 저 창에서 보내는 신호 말이오. 도중에 끊겼지. 까닭을 알아보러 우리가 건너온 거요. 한데 이 일이 이미 당신 손에 들어가 있다면, 더 매달릴 까닭은 없겠지요.”

“잠깐만요!” 그레그슨이 다급히 외쳤다. “그래도 한 가지 인정해 드리자면, 홈즈 씨, 제가 맡은 사건마다 당신이 옆에 있으면 든든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 아파트 출구는 오직 하나뿐이라, 그자는 우리 손바닥 안에 있어요.”

“그자가 누구지요?”

“이번 한 번은 우리가 당신보다 한발 앞섰지요, 홈즈 씨. 이번엔 인정해 주셔야겠습니다.” 그가 지팡이로 땅을 톡 치자, 채찍을 손에 든 마부 차림의 사내 하나가 길 건너편의 사륜마차에서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셜록 홈즈 씨를 소개해 드려도 될까요?” 그레그슨이 그 마부에게 말했다. “이쪽은 핑커턴 미국 탐정사무소의 레버턴 씨입니다.”

“롱아일랜드 동굴 사건의 그 영웅이시군요?” 홈즈가 말했다. “선생,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미국 사람은 깨끗이 면도한 도끼날처럼 좁고 각진 얼굴의, 조용하고 사무적인 청년이었다. 그가 칭찬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지금 제 평생의 사냥감을 쫓고 있습니다, 홈즈 씨.” 그가 말했다. “고르자노만 잡을 수 있다면……”

“뭐라고요! 빨간 동그라미(Red Circle)단의 고르자노 말씀입니까?”

“오, 유럽에서도 이름이 났습니까? 우리도 미국에서 그자에 관해선 다 알고 있습니다. 그자가 50건의 살인 배후에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를 잡아넣을 확실한 단서가 하나도 없지요. 뉴욕에서부터 그자를 추적해 왔고, 런던에서도 일주일째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그자의 멱살을 잡을 구실만 기다리며. 그레그슨 경위와 제가 그자를 저 큰 공동 주택으로 몰아넣었지요. 출입구가 하나뿐이니 빠져나갈 수 없어요. 그자가 들어간 이후 세 사람이 나왔지만, 단언컨대 그중에 그자는 없었습니다.”

“홈즈 씨가 신호 이야기를 하던데요.” 그레그슨이 말했다. “여느 때처럼, 우리가 모르는 걸 꽤 알고 계실 것 같소.”

홈즈가 우리 눈에 비친 정황을 몇 마디로 명료하게 설명했다. 미국인이 분한 듯 두 손을 마주쳤다.

“우리를 눈치챘군!” 그가 외쳤다.

“왜 그렇게 보지요?”

“흐름이 그렇지 않습니까? 공모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지요. 그자의 패거리가 런던에 여럿 있으니까요. 그러다 갑자기, 당신 말대로라면, ‘위험’이 임박했다고 알리려던 그 순간 뚝 끊었어요. 무슨 뜻이겠습니까? 창문에서 길에 있는 우리를 갑자기 보았거나, 어떻게든 위험이 코앞에 와 있다는 걸 깨닫고는, 그걸 피하려면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한 거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홈즈 씨?”

“즉시 올라가 직접 봐야지요.”

“하지만 체포 영장이 없습니다.”

“수상한 정황으로 빈 셋방에 들어가 있는 자입니다.” 그레그슨이 말했다. “그 정도면 당장은 충분하지요. 일단 우리 손에 잡아 두고 나서, 뉴욕에서 그자를 잡아 둘 단서를 보내 줄 수 있는지 알아보면 됩니다. 지금 체포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영국 관헌이 분별에선 더러 헛발을 디딘대도, 용기 면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레그슨은 그 흉포한 살인자를 체포하러 계단을 오르면서, 마치 스코틀랜드 야드의 공식 계단을 오르는 듯 절대적으로 차분하고 사무적인 자세를 한결같이 유지했다. 핑커턴 사람이 옆을 지나가려 했지만, 그레그슨이 단호히 팔꿈치로 가로막아 돌려보냈다. 런던의 위험은 런던 경찰의 몫이었다.

3층 층계참 왼쪽 셋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레그슨이 문을 밀어 열었다. 안은 절대적인 정적과 어둠뿐이었다. 내가 성냥을 그어 형사의 휴대용 등에 불을 붙였다. 깜박이던 빛이 안정된 불꽃으로 자리 잡는 순간, 우리 모두 놀라 숨을 들이켰다. 양탄자 없는 송판 마룻바닥 위에 갓 흘린 핏자국이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붉은 발자국이 우리 쪽을 향했고, 닫혀 있는 안쪽 방의 문에서부터 이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레그슨이 그 문을 활짝 열고 등불을 앞세워 환히 비추었다. 우리 모두 그의 어깨 너머로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빈 방의 한복판에 거대한 사내의 형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깨끗이 면도한 가무잡잡한 얼굴이 일그러져 흉측해 보였고, 머리는 핏빛 진홍의 음산한 후광에 둘려 흰 마룻널 위에 넓고 축축한 동그라미를 이루고 있었다. 무릎은 가슴께로 끌어 올린 채, 두 손은 단말마의 고통 속에 옆으로 뻗쳐져 있었고, 위로 향한 그의 넓고 갈색진 목 한복판으로부터 칼의 흰 자루가 칼날 깊이 박힌 채 솟아 있었다.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도살용 도끼에 맞은 황소처럼 그 무서운 일격에 무너져 내린 게 분명했다. 그의 오른손 옆에는 매우 험상궂은 뿔 자루의 양날 단검이 떨어져 있었고, 그 곁에 검은 새끼염소 가죽 장갑 한 짝이 놓여 있었다.

“이런 맙소사, 검은 고르자노가 아닌가!” 미국인 형사가 외쳤다. “이번엔 누가 우리보다 한발 앞섰군.”

“창문에 초가 있군요, 홈즈 씨.” 그레그슨이 말했다. “아니,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홈즈가 성큼 다가가 초에 불을 붙이고는 창유리를 가로질러 앞뒤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고 나서 어둠 속을 들여다보더니, 초를 불어 끄고 마룻바닥에 던졌다.

“이게 도움이 될 것 같군요.” 그가 말했다. 그는 두 직업 형사가 시신을 검사하는 동안 다가와 깊은 생각에 잠겨 서 있었다. “아까 아래에서 기다리는 동안, 셋방에서 세 사람이 나왔다고 하셨지요.” 그가 마침내 말했다. “잘 보셨습니까?”

“네, 잘 봤습니다.”

“서른쯤의, 검은 수염, 가무잡잡한 피부에 중간 키의 사내가 있던가요?”

“그렇습니다. 제 옆을 마지막으로 지나간 사람이었어요.”

“그자가 우리가 찾는 사람이오. 인상도 묘사해 드릴 수 있고, 발자국 윤곽도 매우 훌륭히 떴소. 그 정도면 충분할 거요.”

“수백만의 런던 인구 가운데서는 충분치 않지요, 홈즈 씨.”

“그래서 이 부인을 청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요.”

그 말에 우리 모두 돌아보았다. 거기, 문틀에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선 키 크고 아름다운 여인, 바로 블룸즈버리의 정체 모를 하숙인이었다. 그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은 끔찍한 두려움에 창백하게 일그러졌고, 두 눈은 굳은 채 한 곳에 못 박혔으며, 공포로 가득한 시선이 마룻바닥에 누워 있는 검은 형체에 단단히 매여 있었다.

“당신들이 그를 죽였군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오, 디오 미오(Dio mio), 당신들이 그를 죽였어요!” 그러고는 별안간 숨을 짧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는 환희의 외침과 함께 펄쩍 뛰어올랐다. 빙글빙글 방 안을 돌면서 두 손바닥을 마주치고, 검은 두 눈이 황홀한 경탄으로 빛나는 가운데 입에서는 어여쁜 이탈리아어 감탄사가 천 마디씩 쏟아져 나왔다. 그러한 광경 앞에서 그러한 여자가 그토록 환희로 떠는 모습은 무섭고도 놀라웠다. 갑자기 그녀가 멈춰 서서 우리 모두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둘러보았다.

“하지만 당신들! 당신들은 경찰이지요? 당신들이 주세페 고르자노를 죽인 거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는 경찰입니다, 부인.”

그녀가 방의 그늘진 곳을 둘러보았다.

“한데 그러면 젠나로는 어디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그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젠나로 루카. 저는 에밀리아 루카이고, 우리는 둘 다 뉴욕에서 왔습니다. 젠나로는 어디 있어요? 방금 그 사람이 이 창에서 저를 부르길래,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어요.”

“부인을 부른 건 저였습니다.” 홈즈가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부른답니까?”

“부인이 쓰던 암호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인이 이리로 와 주시는 게 좋겠다 싶었지요. ‘비에니(Vieni)’라 깜빡이면 분명 오시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부인이 외경 어린 눈빛으로 동료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런 일을 다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주세페 고르자노가, 어떻게 그가……” 그녀가 말끝을 흐리더니, 갑자기 그 얼굴이 자랑스러움과 환희로 환해졌다. “이제 알겠어요! 우리 젠나로! 나의 멋진, 나의 아름다운 젠나로, 모든 위험에서 저를 지켜 준 그이가, 그이가 자신의 그 강한 손으로 저 괴물을 죽였군요! 오, 젠나로, 당신은 어쩜 이리도 훌륭한가요! 그런 사내를 가질 자격이 있는 여자가 세상에 있을까요?”

“좋소, 루카 부인.” 무미건조한 그레그슨이, 그녀가 노팅힐 불량배라도 되는 양 별 감회 없이 부인의 소매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당신이 누구이고 무얼 하는 분인지 아직 분명치 않소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당신을 야드로 모셔 가야겠다는 점이오.”

“잠시만요, 그레그슨.” 홈즈가 말했다. “이 부인은 아마 우리가 정보를 듣고 싶어 하는 만큼이나 정보를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할 거요. 부인, 부인의 남편은 우리 앞에 누워 있는 이 사내의 죽음에 대해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은 아셔야 합니다. 부인이 하는 말은 증거로 채택될 수 있고요. 하지만 만약 그가 범죄와는 다른 동기에서 행한 일이고, 또 그 동기가 알려지기를 그가 바랄 만한 것이라면, 부인이 우리에게 사연을 모두 들려주시는 것 이상으로 그를 도울 길은 없습니다.”

“고르자노가 죽은 이상 우리가 두려워할 게 없어요.” 부인이 말했다. “그자는 악마였고 괴물이었어요. 그자를 죽였다고 제 남편을 벌할 재판관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그렇다면,” 홈즈가 말했다. “이 문은 잠가 두고, 발견 당시 그대로 두고, 부인과 함께 부인의 방으로 가서 부인이 들려주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결론을 내립시다.”

삼십 분 뒤, 우리 넷은 시뇨라 루카의 작은 거실에 둘러앉아, 그 음험한 사건들의 마지막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우리에게 부인이 들려주는 놀라운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의 영어는 빠르고 막힘없었으나 매우 격식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분명히 옮기기 위해 나는 그것을 어법에 맞게 다듬어 적기로 한다.

“저는 나폴리 인근 포실리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 지방의 수석 변호사이자 한때 의원이었던 아우구스토 바렐리의 딸이지요. 젠나로는 아버지 밑에서 일하고 있었고, 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어떤 여자라도 그랬을 거예요. 그에겐 돈도, 신분도 없었지요. 가진 거라곤 아름다움과 힘과 활력뿐이었어요. 그래서 아버지는 그 결혼을 막으셨지요. 우리는 함께 도망쳤고, 바리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미국으로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제 보석을 팔았지요. 그게 사 년 전 일이고, 그 후로 우리는 줄곧 뉴욕에 있었답니다.”

“처음엔 운이 우리에게 매우 좋았어요. 젠나로가 어느 이탈리아 신사분께 도움을 드릴 일이 있었지요. 바워리라는 곳에서 불량배 몇 명한테서 그분을 구해 드려, 그렇게 든든한 친구를 얻었답니다. 그분 성함이 티토 카스탈로테였고, 뉴욕에서 가장 큰 청과 수입상 카스탈로테 앤드 잠바의 수석 동업자였어요. 시뇨르 잠바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라, 우리의 새 친구 카스탈로테가 회사 안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었지요. 그 회사는 삼백 명이 넘는 사람을 고용하고 있고요. 그분이 제 남편을 직원으로 채용하시고는 한 부서의 책임자로 앉히셨어요. 모든 면에서 호의를 베풀어 주셨답니다. 시뇨르 카스탈로테는 독신이셨고, 제 생각엔 젠나로를 자기 아들처럼 여기신 듯해요. 우리도, 남편도 저도, 그분을 친아버지처럼 사랑했지요. 우리는 브루클린에 작은 집 한 채를 얻어 가구를 들이고, 우리의 미래는 온통 보장된 듯 보였어요. 그러던 차에 곧 우리 하늘을 뒤덮을 그 검은 구름이 나타난 거예요.”

“어느 날 밤, 젠나로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향 사람 한 명을 데려왔어요. 그자의 이름이 고르자노였고, 그 역시 포실리포 출신이라더군요. 그는 거구의 사내였어요. 시신을 보셨으니 다들 잘 아시지요. 몸뚱이만 거인의 것이 아니라, 그자의 모든 것이 기괴하고 거대하고 두려웠어요. 그 목소리는 우리 작은 집을 천둥처럼 울렸고, 말을 할 때 그 큰 두 팔이 휘두르는 데 자리도 모자랄 지경이었답니다. 그자의 생각, 감정, 욕정, 모든 것이 과장되고 무지막지했어요. 그자가 어찌나 기세 좋게 말을, 아니 고함을 지르는지 듣는 사람들은 그저 앉아서 그 말의 거센 물줄기에 기가 죽어 있을 따름이었지요. 그자의 두 눈은 상대를 노려보며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답니다. 무서우면서도 놀라운 사내였어요. 그자가 죽은 게 다행이라고 신께 감사드립니다!”

“그가 자꾸자꾸 찾아왔어요. 한데 저뿐 아니라 젠나로도 그자가 와 있는 동안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어요. 가엾은 남편은 창백하고 무기력하게 앉아, 우리 손님이 정치며 사회 문제에 대해 끝없이 떠들어 대는 것을 듣곤 했어요. 젠나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저는 그의 얼굴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떤 감정을 읽을 수 있었지요. 처음엔 그것이 혐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차차 그것이 혐오 이상의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답니다. 두려움이었어요. 깊고, 비밀스럽고, 움츠러드는 두려움. 그날 밤, 제가 그의 그 두려움을 읽은 그 밤, 저는 두 팔로 그를 감싸 안고, 저에 대한 사랑으로, 그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의 이름으로 간청했어요. 제게 아무것도 숨기지 말아 달라고, 어째서 저 거구의 사내가 당신을 그토록 짓누르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요.”

“그가 제게 말했고, 듣는 동안 제 심장이 얼음처럼 차가워졌어요. 가엾은 젠나로는, 거칠고 격정에 찬 시절, 온 세상이 자기를 가로막는 듯 보이고 인생의 부조리에 반쯤 미쳐 가던 시절에, 한 나폴리 결사에 가담했었답니다. 빨간 동그라미단이라는 이름의, 옛 카르보나리와 연이 있던 결사였지요. 그 결사의 맹세와 비밀은 끔찍한 것이었고,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빠져나올 길이 없었어요. 미국으로 도망 왔을 때 젠나로는 그 모든 것을 영영 떨쳐 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길에서 자기를 나폴리에서 입회시켰던 바로 그 사내, 거인 고르자노와 마주친 거예요. 이탈리아 남부에서 ‘죽음’이라는 별명을 얻은, 살인으로 팔꿈치까지 피로 물든 자였지요! 그자는 이탈리아 경찰을 피해 뉴욕으로 와 있었고, 새 거처에 그 무서운 결사의 분파를 이미 심어 놓은 상태였어요. 이 모든 것을 젠나로가 제게 말하면서, 바로 그날 받았다는 소환장을 보여 주었어요. 윗머리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그 소환장은 모일 모처에 모임이 있을 것이며, 그의 출석이 명령된다는 것이었어요.”

“그것만으로도 끔찍했지만, 더한 일이 닥쳤어요. 얼마 전부터 저는 알아채고 있었답니다. 고르자노가 우리 집에 올 때마다(그는 저녁마다 끊임없이 들렀지요) 제게 말을 많이 거는 것을, 그리고 남편에게 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 무섭고 번뜩이는 야수의 눈빛은 늘 제게 향해 있다는 것을요. 어느 날 밤 그자의 속이 드러났어요. 그자가 자기 안에 일으켜 세운 이른바 ‘사랑’이라는 것, 짐승의 사랑, 야만인의 사랑이지요. 젠나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때 그자가 들이닥쳤어요. 밀고 들어와서는 우락부락한 두 팔로 저를 휘어잡고, 곰처럼 부둥켜안고 입맞춤으로 뒤덮으며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애걸했어요. 제가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젠나로가 들어와 그자에게 덤벼들었지요. 그자가 젠나로를 후려쳐 의식을 잃게 하고 집을 빠져나가, 다시는 그 집에 발을 들이지 않았어요. 그날 밤 우리는 죽음의 적을 만들고 만 셈이지요.”

“며칠 뒤 모임이 열렸어요. 젠나로가 모임에서 돌아왔을 때, 그 얼굴에는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음이 적혀 있었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던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답니다. 결사의 자금은 부유한 이탈리아인들을 협박해, 돈을 거절하면 폭력으로 위협하는 식으로 마련됐어요. 그런데 우리의 친애하는 친구이자 은인이신 카스탈로테 씨가 그 표적이 되신 거예요. 그분은 협박에 굴하지 않고 통고문을 경찰에 넘기셨답니다. 이제 결사가 그분을 본보기로 삼아, 다른 어떤 희생자도 감히 거역할 엄두를 못 내게 하기로 결의한 거예요. 모임에서, 그분과 그분의 댁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기로 정해졌지요. 누가 그 일을 실행할지 제비를 뽑게 되었어요. 젠나로가 자루에 손을 넣을 때, 적의 잔혹한 얼굴이 자기를 향해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답니다. 분명 어떤 식으로 미리 짜여 있던 거지요. 그의 손바닥에 떨어진 것은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운명의 원반, 곧 살인의 명령이었으니까요. 자기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지 않으면, 자기와 저를 동지들의 복수에 내맡기는 길뿐이었어요. 두려워하거나 미워하는 자들을 벌하는 데 있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해친다는 것이 이 결사의 흉악한 방식이었답니다. 가엾은 젠나로의 머리 위로 그 사실의 무게가 공포처럼 드리워, 그를 거의 미쳐 버리게 만들었지요.”

“그날 밤 우리는 서로의 팔에 안긴 채, 앞에 닥칠 시련에 맞서 서로를 다잡으며 함께 앉아 있었어요. 결행은 바로 다음날 저녁으로 정해진 터였답니다. 정오에 남편과 저는 런던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어요. 그 전에 남편은 우리의 은인께 이 위험을 빠짐없이 알려 두었고, 또 그분의 앞날을 안전케 할 만한 정보를 경찰에 남겨 두는 일을 잊지 않았지요.”

“그 다음 일은, 신사분들, 여러분이 직접 아시는 그대로예요. 우리는 적들이 우리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오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고르자노에겐 사사로운 복수의 이유까지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그자가 얼마나 무자비하고, 교활하고, 끈질긴지 알고 있었어요. 이탈리아도 미국도 그자의 그 무서운 능력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해요. 만약 그 능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일 터였지요. 사랑하는 그이는, 우리의 며칠 앞선 출발이 가져다준 짧은 여유를 활용해, 어떤 위험도 제게 닿지 못할 방식으로 제 은신처를 마련해 주었어요. 자기는 자기대로 자유롭게 움직여 미국 경찰과 이탈리아 경찰 양쪽과 연락할 작정이었고요. 저로서는 그이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했답니다. 알 수 있던 것이라곤 신문 광고란을 통해서뿐이었지요. 한데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이탈리아 사람 둘이 집을 살피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어떻게든 고르자노가 우리의 은신처를 알아낸 거구나, 깨달았답니다. 마침내 젠나로가 신문을 통해, 어느 창에서 신호를 보내겠노라고 알려 왔는데, 와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경고들이었고, 그마저도 별안간 끊겨 버렸어요. 이제 저로선 분명히 알겠어요. 그이는 고르자노가 자기에게 바짝 다가왔음을 알고 있었고, 다행히도, 그자가 닥쳐올 때를 대비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 신사분들, 제가 묻고 싶은 건 이거예요. 우리가 법으로부터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을지, 또 이 세상의 어느 재판관이 제 젠나로가 한 일을 단죄하겠는지요?”

“자, 그레그슨 씨.” 미국인이 영국 형사를 건너다보며 말했다. “당신네 영국식 시각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뉴욕이라면 이 부인의 남편은 꽤 폭넓은 감사 인사를 받게 되리라 봅니다.”

“부인은 저와 함께 가서 서장님을 뵈셔야 합니다.” 그레그슨이 답했다. “이분 말씀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부인이나 부군께서 두려워할 일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게 하나 있군요, 홈즈 씨, 대체 당신은 이 일에 어떻게 발을 들이게 된 겁니까?”

“공부일세, 그레그슨, 공부지. 옛 대학에서 여전히 지식을 구하고 있는 셈이오. 자, 왓슨, 자네의 수집품에 또 하나, 비극적이면서 기괴한 표본이 더해졌군. 그건 그렇고, 아직 여덟 시도 안 됐고 코번트가든에서 바그너 공연이 있는 밤일세! 서두르면 2막에는 맞춰 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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