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마을 신사(일본 전통 사당) 경내를 지나다가 신사가 몹시 쓸쓸하고 황폐해진 것을 알아챘습니다.
옛날, 할머니가 아직 젊은 처녀였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어요. 오본(일본의 조상 추모 명절)에는 이 경내에서 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지요. 그 무렵에는 모두가 자주 참배를 왔었답니다.
“세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 같구나. 신령님을 소중히 여기질 않으니. 정말 죄스러운 일이야…….” 할머니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할머니는 그 일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학 좀 접어 줘요!” 손자들이 색종이를 들고 할머니 곁으로 달려왔어요.
할머니는 학을 솜씨 좋게 접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거든요.
“그래, 그래, 접어 주마.” 할머니가 말했어요. 주름진 손끝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들여다보면서, 빨간·파란·노란 색종이로 작은 종이학을 여러 마리 접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천 마리 학을 만들어 신사에 바치면 신령님께 자신이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닿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여러 마리를 만들어 준 뒤, 정성을 담아 신령님께 바칠 종이학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실로 꿰어 연결한 뒤, 신사 예배당 문의 격자에 걸어 두었어요. 할머니는 두 손을 모아 빌었어요.
“이제 좀 활기차졌겠지.” 쓸쓸한 신령님 눈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다면 자신의 소원도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할머니가 만들어 바친 천 마리 학은 차가운 바람에 펄럭펄럭 날리고 있었어요. 그날 밤, 할머니는 집 안에서 신사 문에 걸린 천 마리 학이 어떻게 됐을까 생각했습니다.
잠이 든 뒤의 일이에요. 하얀 학 한 마리가 창으로 날아 들어와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신령님의 심부름으로 온 사자입니다. 자, 어서 제 등 위에 올라타세요. 좋은 곳으로 모셔다 드릴게요.” 하얀 학이 말했어요.
“너는 내가 접어서 신령님께 바친 천 마리 학 중의 하얀 학이 아니니?”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단숨에 그곳까지 달려갈 수 있어요.”
할머니는 학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드넓은 하늘을 달리자 하늘은 새파랗게 개어 햇살이 가득 빛나고 있었어요. 정말이지 화창하고 좋은 날씨였답니다.
그러는 사이, 학은 바다 위를 건너 탁 트인 들판에 내려앉았습니다.
“자, 여기가 극락이라는 곳이에요.” 학이 말했어요.
할머니는 이야기로만 듣던 극락과 모습이 꽤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화려한 궁전도, 그림에서 보던 선녀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저 아름다운 붉은 꽃이 온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어 어디까지고 이어지고 있었어요. 저쪽으로는 빛의 바다처럼,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밝아졌습니다.
그때, 저쪽 길로 말을 탄 아이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시집온 뒤 처음 태어난 첫째 아들이었어요.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난 바로 그 아이였지요. 할머니는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그 아이를 잊은 적이 없었답니다.
말은 또한 할머니 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낯익은 말이었어요. 남의 손에 넘어간 뒤 어떻게 지내는지 늘 걱정하던 말이었지요. 그 말에 아이가 타고 있었으니, 할머니는 부리나케 뒤를 쫓아갔어요. 아이는 이쪽을 돌아보며 방긋 웃고는, 밝고 눈부신 저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대로 달려가 버렸습니다.
“어서, 나를 저쪽으로 데려다 줘.” 할머니가 학을 향해 말했어요.
하얀 학은 할머니를 등에 태우고 드넓은 하늘을 날았습니다.
할머니는 높아졌다 낮아졌다, 몸이 흔들리나 싶더니 어느새 꿈에서 깨어났어요.
“신사에 바친 천 마리 학은 어떻게 됐을까.” 할머니는 생각했어요.
이삼 일이 지나서, 할머니는 신사에 가 보았습니다. 마침 예배당 마루에, 아기를 등에 업은 여자 거지가 걸터앉아 쉬고 있었어요. 아기의 손에는 할머니가 접어 바친 천 마리 학 중의 한 마리가 소중하다는 듯 쥐어져 있었습니다.
아기는 얼마나 기뻐하고 있었을까요. 엄마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얼마나 배가 고픈지, 그런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아기는 해맑게 종이학을 들고 웃고 있었어요.
이 모습을 보자 할머니는 마음이 짠하게 저려 왔어요. 신령님께 바친 천 마리 학 중 한 마리를 신령님이 이 아기에게 내려 주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신령님도 기쁘게 하고 아기도 기쁘게 했으니, 참 잘된 일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품에서 지갑을 꺼내 여자 거지에게 돈을 건네주었어요. 거지는 몹시 기뻐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습니다.
할머니가 신사 경내를 나서는 뒷모습을, 거지는 한동안 눈으로 배웅했어요. 이윽고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신령님을 향해 할머니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기도했답니다.
신사 안은 고요했어요. 할머니가 바친 천 마리 학이 사르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