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짧은 밤 무렵

시마자키 도손

날마다 비가 잘도 내렸다. 어느덧 장마가 갤 무렵이 와 있다. 거리를 외치며 지나가는 장대 장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 잠두콩 장수가 오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청매를 팔러 오기에는 다소 늦었으며, 시원한 나팔꽃 외침을 듣기에는 아직 조금 일러서, 지금은 풋고추 짐을 둘러멘 사내가 오기 시작할 무렵이다. 살면 어디든 도성이라던가. 산골 태생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렇지만도 않다. 도리어 살다 보니 시골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실은 이 일대에서 발견하는 것이 도시 속 시골이지만, 그래도 과연 거리 한복판답게, 아침저녁으로 외치며 지나는 행상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자, 슬슬 모기장이라도 꺼내 볼까. 이는 아직 장마가 개기 전의 일로, 오월 무렵부터 벌써 모기장을 치고 있다고 알려 온 사람에게 보내는 답신에 일부러 적어 보내고자 한 나의 장난이다. 기껏해야 한 달이나 한 달 반 남짓밖에 그것이 필요치 않은 이 거리에서는, 모기장을 치는 일이 도리어 즐거움이라고 할 정도이다. 모기장 안에 반딧불이를 풀어 놓고 노는 일을 알고 있던 옛 하이진(俳人)들이야말로, 분명 모기장 애호가의 한 사람이었으리라. 그만한 별난 풍류심까지는 지니지 않더라도, 자다가 한기 들 걱정도 비교적 적은 곳에 다리를 뻗고서 마음껏 늘어진 기분은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베개 가까이, 머리카락에 닿는 모기장의 감촉도 몸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기장은 안에서 들여다본 것뿐만 아니라, 밖에서 본 느낌도 좋다. 안으로 숨어든 모기를 태운다며 이리저리 들고 다니는 양초의 불을 푸른 모기장 너머로 밖에서 바라보는 것도, 여름밤이 아니면 보지 못할 정취이다.

오래되어 좋은 것은 발이다. 잘 보존된 오래된 발에는 새것에 없는 운치가 있다. 발은 이중으로 걸어 두고 보아도 흥미롭다. 한 겹의 발을 통해 다른 발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을 비치어 볼 때 같은 것은, 유달리 깊은 정취가 있다.

부채만은 새것에 한한다. 요즘 도쿄의 부채는 조잡한 쪽으로 흘러왔는지, 한여름 동안의 사용조차 견디지 못하는 것이 있다. 둥근 대 손잡이로, 모든 살이 한 줄기 대나무에서 갈라져 나가는 듯한 튼튼한 것은 그다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접부채에 견주어, 더 한순간적이고, 변해 가는 사람의 취향이며 세태의 깊은 곳까지도 말해 보여 주는 것이 부채일까. 모양도 보기 좋고, 보기에도 시원하며, 좋은 바람이 부는 것을 골라 맞힌 때는 기쁘다. 그것을 추겐(中元) 표시라며 찾아오는 손님 따위에게서 받았을 때도 기쁘다.

요즘의 맨발이 주는 상쾌함, 하기야 겹옷에서 홑옷으로 바뀌고, 셔츠에서 표백한 무명 속옷으로 바뀌면서, 차츰 이런저런 것을 벗은 끝에 우리는 요즘의 맨발에까지 다다른다. 나는 인간의 몸 가운데서 가장 발이 눈에 띈다고 말한 다비(足袋)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까지 직업적 견지가 아니더라도, 발이 지닌 성격의 다종다양함에는 놀라게 된다. 맨발의 표정만큼 또한 여름밤의 생기를 잘 발휘하는 것은 없으리라.

모기장, 발, 부채, 그리고 맨발 따위라고 두서없이 여기에 적어 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며 음식 이야기도 약간 여기에 덧붙여 두자.

차에도 계절이 있다. 그것을 가장 잘 느끼게 되는 때는 햇차(新茶) 무렵이다. 그런데 햇차만큼 향기가 좋고, 또 그것이 빨리 사그라지기 쉬운 것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세 번쯤 끓는 물을 붓는 사이, 다관 속의 잎이 어느덧 그 본연의 맛을 깡그리 잃고 마는 것은, 차를 좋아하는 이가 자주 겪는 일이다. 햇차 무렵이 되면, 나는 거기에 묵은 차를 섞어 마시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유월을 맞이하고, 칠월을 맞이하는 사이, 햇차와 묵은 차의 구별이 사라져 가는 것도 흥미롭다.

햇차 하면 한 가지 떠오르는 일이 있다. 시즈오카 쪽에 사는 이로, 해마다 거르지 않고 햇차를 보내 주는, 만난 적 없는 벗이 있다. 일 년에 단 한 차례의 소식이 있어, 그것이 햇차와 함께 도착한다. 그토록 옛일을 잊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 내 쪽에서도 햇차의 계절이 되면, 슬슬 시즈오카에서 소식이 올 무렵인가 하고 떠올리며, 그것을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간소한 식사로도 만족하는 우리 집에서는, 가끔 손수 만든 야나가와(柳川) 같은 것이 식탁에 오를 때를 진수성찬의 때로 친다. 미꾸라지는 여름 음식이지만,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순채, 풋강낭콩, 외, 가지, 무릇 채소 부류 가운데 싫어하는 것은 없으나, 요즘 한창인 것은 그 모습마저 시원하여 마음에 든다. 겨우내 우리 집에서는 손에 들어온 술지게미를 항아리에 넣고 단단히 봉해 갈무리해 두었는데, 그것으로 햇 가지를 절이는 일도 올여름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이 짧은 밤 무렵이 내 마음을 끄는 것은, 한편으로는 황혼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 년 가운데 절반이 낮이고, 절반은 또 밤이라는 듯한 북국 끝자락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황혼과 새벽이 꽤나 가까워져서, 오후 일곱 시 반이 지나야 어두워지는 밤이, 새벽 세 시 반 지나서나 네 시 가까이에는 환히 밝아 가는구나 하고 헤아리는 일은 즐겁다. 우리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고 반은 꿈을 꾸고 있는 사이, 그 일대는 벌써 환하게 밝아 있다고 헤아리는 일도 즐겁다.

여름 밤은 조릿대 마디 무성히 살랑이는 사이 어느덧 밝아 오누나

짧은 밤 무렵의 깊이, 덧없음은, 여기에 다 적을 수도 없다. 거기에는 또 내가 좋아하는 옅은 여름 달도 기다리고 있다. 여름 달이 좋은 것은, 그것이 지나치게 빛나지 않는 점이다.

이슬에 젖은 파초 잎에서 시원한 아침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듯한 때도 찾아왔다. 그 물방울도 요즈음 계절의 정취를 각별한 것으로 만든다. 그것을 보면, 참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긴 장마가 이어진 시절에는, 나는 곧잘 마당의 파초가 보이는 곳으로 가서, 저 옅은 꿈이라도 머금은 듯한, 잿빛이 도는 푸른 새잎이 펴 가는 모습 같은 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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