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물 긷기
도쿠토미 로카
다마가와(玉川)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첫째 실망이었다. 우물물이 나쁜 것이 당장의 고통이었다.
우물은 부엌 뒷문에서 겨우 여섯 걸음, 너덜너덜 썩은 밀짚 지붕이 통로와 우물을 덮고 있다. 위쪽이 좁아진 통 우물 틀, 쇠 도르래는 조금 이가 빠져 줄이 자주 벗겨지고, 두레박은 한쪽밖에 없어, 두레박 줄의 한 끝을 지붕 기둥에 붙들어 매어 두었다. 길어 올린 물이 무섭도록 흙 비린내가 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어서, 닻을 내려 보았더니, 마침 갈수기 탓도 있겠으나, 수심이 한 척(약 30cm)도 되지 않았다.
이사한 다음 날, 신자 동료들이 와서 우물 청소를 해 주었다. 냄비 뚜껑, 헌 수건, 찻종 조각, 갖가지 물건이 끌려 올라오고, 바닥은 깨끗해지고 수량도 다소 늘었으나, 여전히 적토 섞인 흙탕물이라, 아무리 무신경한 그라도 벌컥벌컥 들이켤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한동안은 이웃의 물을 얻어 썼는데, 어느 집이나 비슷비슷한 적토 물이었다. 묘 건너편 집 물을 얻으러 갔던 식모가, “우물을 들여다보니 쓰레기에 벌레 천지더이다”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왔다. 그 건너 옆집에 갔더니, 그 집 아들이 “우리집 물은 그야말로 좋은 물이라, 연습 행군 오는 병사들도 칭찬하면서 마신다”고 의기양양 떠벌렸으나, 그것은 갓난아기 적부터 마셔 익숙해진 탓이지, 대단한 물도 아니었다.
허드렛물은 어떻든, 마실 물만은 따로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집에서 서쪽으로 오 정(약 545m) 남짓 가면 시나가와보리(品川堀)라는 작은 흐름이 있다. 다마가와조스이(玉川上水)의 분류로, 시나가와 방면의 관개 전용 물이지만, 인근 마을 사람들은 아침마다 얼굴도 씻고, 강보 빨래도 하고, 분뇨통도 씻는다. 뭐 다마가와 물이 아니냐, 아침 일찍만 길으면 더러울 일이 있겠느냐 하고, 사내 몫으로 그가 물 긷는 일을 떠맡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손통과 큰 버킷을 양손에 들고, 서리를 밟으며 시냇가로 간다. 얼굴을 씻는다. 허리 위 살갗을 드러내고 냉수 마찰을 한다. 러일전쟁의 여열이 아직 식지 않은 무렵이라, 호면(面)과 호구(籠手)를 둘러메고 새벽 수련에서 돌아오는 마을 젊은이가 “차가우시지요” 하고 인사하는 일도 있었다. 마찰을 마치고 옷을 다시 여미고, 손통과 버킷을 시냇물에 푹 담가 가득 길어 올리면, 단단히 양손에 들고, 처음 일 정쯤은 단숨에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간다. 견디다 못해 내려놓는다. 허리 아래 옷은 흠뻑 젖었고, 물은 칠 분으로 줄어 있다. 그러고는 반 정에 한 번 쉬고, 또 반 정에 한 번 쉬며, 집을 향해 몇 번을 쉬어 가다가, 가까스로 부엌까지 들여놓을 즈음에는, 물은 육 분으로, 오 분으로까지 줄어 있다. 두 팔은 마치 빠질 듯하다. 이리하여 들여놓은 물은, 아내와 식모의 손에 의해 금장옥로(金漿玉露)인 양 아끼고 또 아껴 쓰였다.
너무 팔이 아파, 도쿄에 나간 김에, 시부야의 도겐자카(道玄坂)에서 천칭 막대를 사 들고 돌아왔다. 마침 잠방이 자락을 걷어 올리고 천칭 막대를 어깨에 멘 모양새를 야마지 아이잔(山路愛山) 군에게 들켜, 이상을 실행하는구먼, 하고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음을 샀다. 사 들고 돌아온 천칭 막대로, 곧장 이튿날 아침부터 손통과 버킷을 양 끝에 나누어 메고, 시오쿠미(汐汲み)는 못 될지언정 수염 사내의 물 긷기로 나섰다. 양손에 드는 것보다는 얼마쯤 낫지만, 익숙지 않은 어깨와 허리가 마음대로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천칭 막대에 어깨를 들이밀고, 영차 하고 일어서면, 허리가 휘청휘청한다. 무릎은 덜컥 꺾일 듯, 몸은 곤두박질칠 듯하다. 그러고는 발을 단단히 디디면, 천칭 막대가 사정없이 어깨를 짓눌러, 오 척 몇 치(약 150여 cm)가 그대로 땅에 못 박힌 꼴이다. 큰맘 먹고 비틀비틀 내디딘다. 열대여섯 걸음 비틀거리면, 숨이 막힐 듯해, 견디다 못해 짐을 내린다. 엉덩방아를 찧듯, 내던지듯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짐이 저절로 내려지는 것이다. 쿵 하는 그 반동에 소중한 물이 확 쏟아진다. 내려놓는 것도 성가시거니와, 다시 메어 일으키는 것이 또 한 일이다. 길을 이 정쯤 메고 오면, 눈을 무색하게 할 만한 서리 내린 아침에도, 땀이 온몸을 적시며 흐른다. 콧김은 폭풍과 같고, 심장은 다급한 경종을 두드리듯, 척수에서 뒤통수에 걸쳐 강직증에라도 걸린 듯한 일종 야릇한 열기가 솟구친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머리가 핑핑 돈다. 부엌 어귀에 짐을 내려놓은 뒤로는, 실신한 듯 한동안 말도 나오지 않는다.
곧장 오른쪽 어깨가 혹처럼 부어오른다. 다음 날은 왼쪽 어깨를 쓴다. 왼쪽은 다루기가 서투르지만, 아픈 오른쪽보다는 그래도 낫다 하여, 왼쪽을 쓴다. 곧 왼쪽 어깨도 붓는다. 양어깨의 혹으로 인간 낙타가 따로 없다. 양쪽 어깨가 다 부어 버리면, 내일은 무엇으로 메어야 할까. 꿈에서도 어깨가 쑤신다. 또 물 긷기인가 싶으면, 날이 새는 것이 원망스럽다. 아내가 보다 못해 작은 어깨 솜뭉치를 만들어 주었다. 천칭 막대 밑에 끼우고 나선다. 다소는 편하지만, 역시 괴롭다. 전원 생활도 이래서야 견뎌 내기 어렵다. 도대체 누구에게 부탁받은 일도 아니고, 누가 칭찬해 주는 일도 아닌데, 무얼 괴로워 이런 일을 하는가, 하고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필요에 쫓겨 찌푸린 얼굴로 아침마다 다닌다. 거듭하다 보니 차츰 익숙해져, 어깨의 통증도 아픈 채로 굳고, 어깨와 허리에도 다소 힘이 붙어, 박자를 잡아 어지간히 물을 흘리지 않게도 되었다. 오늘은 팔 분이다, 오늘은 구 분이다, 하고 성적이 늘어 가는 것이 한 가지 낙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냇물만 길어 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 달쯤 지나서 크게 손을 대 우물 청소를 하기로 했다. 적토에서 진흙으로, 진흙에서 자갈로, 한 길(약 3m) 남짓 파 들어가니, 무색 투명 무취 그리고 무미인 물이 솟아났다. 깨끗이 다 쳐내고 나서, 우물 틀에 기대어, 우물 바닥 깊이 두세 곳의 솟아오르는 어귀에서 졸졸 맑은 물이 솟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어느덧 물 긷기의 난행고행도 지난 일이 되었음을, 기쁘기도 하고 또 아쉽기도 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