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아가씨 다 크면 시집 가시지요?……” 요시코(良子)네 집에 매일 찾아오는, 얼굴과 손이 새빨간 생선 가게 사환은, 마침 할머니가 그릇을 꺼내러 안쪽으로 간 참에 그런 말을 했다.
“싫어요오.” 그렇게 말하더니 요시코는, 부엌과 헛간 사이의, 좁은 통로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올해 일곱 살이 되며, 얼마 전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다.
“생선 가게 사환 바보야아.”
“아가씨가 바보야아.”
그녀는 그 사환을, 나쁜 인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는, 지금 싱글거리며, 아랫입술에 침을 잔뜩 머금은 채로, 뛰었던 탓에 헉헉거리고 있었다.
“바보오.”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머리를 쑥 내밀었다. 그러자 사환도 부랴부랴, 그쪽으로 머리를 쑥 내밀고 웃었다.
그녀가 지붕과 지붕 사이로 떨어지는, 겨우 자기 어깨너비 정도의 양지에, 자신의 단발머리 그림자를 발견한 무렵에, 사환과 할머니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번 더 그녀는 머리를 쑥 내밀고, “바보오” 라고 했지만, 생선 가게 사환은 할머니 쪽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보야아!” 그녀는 뛰쳐나왔다.
“전갱이는 안 사시려구요? 가시는 김에 어떠세요, 안 사시려구요?”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전갱이와 할머니를 번갈아 보고 있는 사환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짐짓 진지한 척하는 사환과, 아까 “시집” 이라 했을 때의 사환이, 어떻게 똑같은 사람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사환은 멜대를 어깨에 둘러메고, “감사합니다요” 하더니, 빨간 손을 흔들며, 아까 요시코가 숨었던, 그 통로 쪽으로 갔다. 보이지 않게 되려는 직전에 그는 잠깐 돌아보며, “아가씨 안녕히” 라고, 큰 소리로 장난스레 외쳤다.
요시코는 그 모든 것을 죽 보고 있었다.
사환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녀는 오른발의 게다(下駄) 끝으로 빙그르르 몸을 돌리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늘 쪽을 바라보며, 손과 손가락도 움직이고 있었다.
“요시코야, 복습해야지.”
집 안에서 할머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에.”
그녀가 방으로 가 보니, 할머니는 그녀 쪽은 보지도 않고, 벽 옆에서 요시코의 하카마(袴)를 개고 있었다.
그곳이, 요시코와 할머니의 방이다. 밤이 되면, 요시코와 할머니는 그 방에서 같은 이부자리에 든다.
작은 책상이, 마당 쪽 기둥 옆에 놓여 있다.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고 있다.
그녀의 정면쯤에, 흙담 가까이 심어져 있는 오래되고 큰 감나무 둥치에는, 개미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그녀는 그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하타, 타코, 코마, 하토……” 거기까지 읽고서 그녀는,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무리에서 살짝 떨어져 걷고 있던 개미는, 이제 어디쯤에 갔을까 생각하면서 감나무 둥치를 본다. 하지만, 이제, 어느 것이 어떤 개미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코토리, 타마고, 하카마, 하오리……”
“아메, 카사, 카라카사, 아사히…… 마츠, 츠루, 시카노…… 츠노, 우시노 츠노.” 그러고 그녀는, 어디까지 배웠는지, 앞쪽을 팔랑팔랑 넘겨 본다. 그러고 첫 페이지부터, 배운 데까지의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본다.
“할머니, 벌써 이만큼 배웠는걸요.”
“어머어, 잘도 외우는구나.”
“다 외우고 있는걸요. 나스토 우리, 모노사시토 하사미, 카가미가 아리마스, 이케니 후네……” 부랴부랴 그만큼 읽었지만, 거기서 숨이 찼다. “아…… 아” 하며 숨을 들이쉬면서, 할머니 쪽을 보며 빙긋 웃었다.
“좀 더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야지.”
“그치만 선생님은 빨리 읽으시는걸요……”
할머니는 잠자코 웃을 듯이 하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툭, 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얼른 일어나서, 빨래를 걷으려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할머니에게는, 이 감나무와 담장 사이에 걸쳐 둔 무거운 빨래장대가 좀처럼 다루기 어려웠다. 양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폈다 하면서, 장대의 저쪽 끝과 이쪽 끝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빨리 안 하면, 내 속옷 다 젖어 버린단 말이야요, 할머니!”
“됐다, 괜찮아.”
그때 이층에서 우당탕탕 내려온 요시코의 양오빠가, 변소에 가려고 툇마루로 나서다가, 거기에 고양이 먹이를 담아 두는 접시가 놓여 있는 것을 보더니, 할머니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그 접시를 마당 쪽으로 차 버렸다.
“또!” 하며 할머니도 무서운 얼굴이 되어 양오빠 쪽을 노려보았다. 양오빠는 할머니의 무서운 얼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소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 버렸다.
할머니와 양오빠는, 어젯밤, 양오빠의 부인 일로 다투고 있었지만, 요시코로서는, 그게 어떤 까닭인지 알 수 없었다.
차 버려진 접시는 마당의 흙 위에서, 차츰 비에 젖어 가고 있었다. 요시코는 그것을, 양오빠가 아직 변소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어쩐지 차분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부엌 쪽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가끔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요시코의 아버지는, 요시코가 다섯 살 때 돌아가셨다. 그러고 일 년쯤 지나자 어머니가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한 지 십이 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양자(養子)로 들인 것이, 엊저녁부터 할머니와 다투고 있던 양오빠였다.
“할머니이……” 하고 요시코는, 부엌 장지문 그늘에 있는 할머니 쪽을 향해 불러 보았다.
“왜 그러니!” 하고, 할머니는 퉁명스레 답했다. 요시코는, 그러고 나서 무어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양오빠가 변소에서 나와, 요시코 옆을 지나서, 다시 우당탕 계단을 올라갔다.
“나 배고파……”
양오빠가 옆을 지날 때, 다다미 바닥이 휘는 것이, 요시코의 포개어 앉은 발에 느껴졌다. 그녀는 슬픈 마음이 되어 있었다. “있잖아, 할머니, 나 배고파……”
“곧 밥 차려 줄 테니까, 공부하고 있어라.”
“후네니호, 호바시라니하타, 코이가 이마스, 히고이모 이마스……”
비가 좌악 쏟아지기 시작했다. 감나무 둥치도 보는 사이에 남김없이 젖어 갔다. 그리고, 두꺼비 한 마리가, 꿈틀꿈틀하면서 어느새, 마당 한복판으로 기어 나와 있었다.
“아아! 기분 좋다아.” 하고 새된 목소리를 지르며, 그녀는 툇마루로 나갔다. 흙담 너머로 보이는 지붕이란 지붕에, 한 번 떨어진 비가 다시 튀어 오르고 있다. 한 정(町)쯤 떨어진 벽돌집이, 헤엄치는 붉은잉어처럼, 희미한 연분홍색으로 보인다. 어딘가의 하녀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아래만 보면서 다가오고 있다. “할머니 할머니 봐 봐요.” 할머니는 어두운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무언가 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 와 봐요! 저렇게 쏟아지는걸요.”
고양이 접시는 잠깐 사이에, 비에 깨끗이 씻겨, 새하얗게 되어 있었다.
요시코가 책상 위로 돌아보니, 집 안은 어두워서, 책상 위에 못 안의 잉어와 배를, 물가에 서서 보고 있는 두 남자아이가 그려진 삽화가 희미하게 비치고 있다. 두 남자아이의 발은, 풀 같은 것에 가려져 있다. 그것을 보더니, 그녀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할머니, 고양이 어디이?”
“여기 있단다.”
요시코는 부엌 쪽으로 뛰어갔다. 오른손으로 장지문을 붙잡고, 왼발을 들어 몸을 빙 돌리듯 하며, 그녀는 할머니가 절구로 깨와 된장을 함께 갈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비는 아직, 거센 기세로 쏟아지고 있다.
●도서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