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나메토코 산의 곰

미야자와 겐지

나메토코 산의 곰 이야기라면 재미있다. 나메토코 산은 큰 산이다. 후치자와 강은 나메토코 산에서 흘러나온다. 나메토코 산은 일 년 가운데 거의 매일 차가운 안개나 구름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한다. 둘레도 모두 거무푸레한 해삼이며 바다 도깨비 같은 산이다. 산 한가운데쯤에 큰 동굴이 휑하니 뚫려 있다. 거기서 후치자와 강이 별안간 삼백 척(약 90미터)쯤 되는 폭포가 되어 노송나무며 단풍나무 우거진 곳을 우르릉 하고 떨어져 내려온다.

나카야마 가도는 요즘은 아무도 다니지 않으니 머위며 호장이 가득 자라기도 하고, 소가 도망쳐 올라가지 않도록 길에 울타리를 세워 두기도 했지만, 그곳을 부스럭부스럭 삼 리(약 12킬로미터) 정도 가다 보면 저쪽에서 바람이 산꼭대기를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난다. 가만히 그쪽을 보면 무언지 모를 희고 가늘고 긴 것이 산을 따라 움직여 떨어지며 연기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이 나메토코 산의 오조라(大空) 폭포다. 그리고 옛날에는 그 부근에 곰이 우글우글 살았다고 한다. 사실 나메토코 산도 곰의 쓸개도 나는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듣거나 생각하거나 한 것뿐이다.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쨌든 나메토코 산의 곰 쓸개는 이름난 것이 되어 있다.

배가 아픈 데에도 듣고, 상처도 낫는다. 나마리노유(鉛の湯) 온천 입구에 「나메토코 산의 곰 쓸개 있음」이라는 옛날부터의 간판도 걸려 있다. 그러니까 곰은 여전히 나메토코 산에서 붉은 혀를 날름날름 내밀며 골짜기를 건너거나, 새끼 곰들이 씨름을 하다가 끝에는 퍽퍽 후려치며 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곰잡이의 명인 후치자와 쇼주로가 그것을 한쪽 끝에서부터 잡아 온 것이다.

후치자와 쇼주로는 사팔뜨기에 가무잡잡한 우락부락한 영감이며, 몸통은 작은 절구만 하고 손바닥은 기타지마(北島) 비사문천(毘沙門) 신령이 병을 낫게 해 준다는 손 그림만큼 크고 두꺼웠다. 쇼주로는 여름이면 보리수 껍질로 만든 도롱이를 입고 각반을 차고는, 생번(生蕃)이 쓰는 듯한 산도(山刀)와 포르투갈에서 전해 왔다는 큰 무거운 총을 들고, 늠름한 누런 개를 데리고서 나메토코 산에서부터 시도케 골짜기, 미쓰마타, 삿카이 산, 마미아나모리, 시라사와까지 그야말로 종횡으로 누비고 다녔다. 나무가 가득 자라 있어서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마치 거무푸레한 터널 속을 가는 것 같고, 때로는 휙 푸른빛과 황금빛으로 환해지는 일도 있고, 그 부근 일대에 꽃이 핀 듯이 햇빛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일도 있다. 그곳을 쇼주로가 마치 자기 안방을 거니는 듯이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가는 것이다. 개는 앞장서서 벼랑을 옆으로 기어 달리거나, 첨벙 물에 뛰어들거나, 깊은 못의 굼뜬 음산한 자리를 죽을힘을 다해 헤엄쳐 가까스로 저쪽 바위에 올라서면, 몸을 부르르 떨어 털을 곤두세우고 물을 털어 내고는 코를 찡그린 채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쇼주로는 무릎부터 위로 마치 병풍 같은 흰 물결을 일으키며, 컴퍼스처럼 다리를 빼고 디디며 입을 살짝 비뚤어뜨린 채 다가온다. 거기서 한꺼번에 말해 버려 미안하지만, 나메토코 산 부근의 곰들은 쇼주로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 증거로, 곰들은 쇼주로가 첨벙첨벙 골짜기를 건너거나 골짜기 가의 가늘고 평평한 데에 엉겅퀴 따위가 잔뜩 자라난 곳을 지나갈 때는 가만히 높은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나무 위에서 두 손으로 가지를 잡거나, 벼랑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재미있는 듯이 쇼주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곰들은 쇼주로의 개마저도 좋아하는 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곰들이라 해도, 정작 쇼주로와 맞닥뜨려 개가 마치 불붙은 공처럼 달려들고 쇼주로가 눈을 야릇하게 번쩍이며 총을 이쪽으로 겨누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는 대개의 곰들이 난처한 듯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곰도 가지가지여서, 성깔이 격한 녀석이라면 우르렁 으르렁대며 일어서서 개 따위는 마치 짓밟을 듯이 하면서 쇼주로 쪽으로 두 손을 내밀고 덤벼 든다. 쇼주로는 침착하게 나무를 방패 삼아 선 채, 곰 가슴의 반달무늬를 겨누고 쾅 하고 쏘는 것이었다. 그러면 숲까지 우와앙 하고 외치고, 곰은 쿵 하고 쓰러져 거무튀튀한 피를 콸콸 토하며 코를 킁킁거리다 죽어 버리는 것이었다. 쇼주로는 총을 나무에 기대어 세우고, 조심스레 곁으로 다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곰아. 나는 너를 미워서 죽인 게 아니다. 나도 생업이니 너를 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죄 없는 일을 하고 싶지만 밭은 없고 나무는 나라님 것으로 정해졌고, 마을에 나가도 누구 하나 상대를 안 한다. 어쩔 수 없이 사냥꾼 따위 짓을 하는 거다. 너도 곰으로 태어난 게 인과라면 나도 이런 생업이 인과다. 자, 다음에는 곰 따위로 태어나지 마라.」

그때는 개도 풀이 죽어 눈을 가늘게 뜬 채 앉아 있었다.

어쨌든 이 개만큼은 쇼주로가 마흔이던 여름 집안 모두가 적리에 걸려 끝내 쇼주로의 아들과 그 아내도 죽은 가운데 팔팔하게 살아남은 녀석이다.

그러고서 쇼주로는 품에서 잘 갈아 둔 작은 칼을 꺼내 곰의 턱부터 가슴을 거쳐 배에 이르기까지 가죽을 쓱 하고 갈라 가는 것이었다. 그 다음 풍경은 나는 정말 싫다. 그러나 어쨌든 마지막에 쇼주로가 시뻘건 곰 쓸개를 등에 멘 나무궤짝에 넣고, 피로 털이 송이송이 뭉친 가죽을 골짜기에서 씻어서 둘둘 말아 등에 짊어진 채, 자기도 풀이 죽은 채로 골짜기를 내려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이다.

쇼주로는 이제 곰의 말까지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어느 해 봄 일찍, 산의 나무가 아직 한 그루도 푸르러지지 않았을 무렵, 쇼주로는 개를 데리고 시라사와 골짜기를 쭉 거슬러 올라갔다. 저녁때가 되어 쇼주로는 밧카이 골짜기로 넘어가는 마루턱이 된 자리에 작년 여름 지어 둔 조릿대 오두막에서 묵으려고 그곳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무슨 까닭에선지 쇼주로답지 않게도 오르는 길을 잘못 잡고 말았다.

몇 번이고 골짜기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 개도 기진맥진해지고 쇼주로도 입을 옆으로 비뚤어뜨린 채 숨을 헐떡이며 절반쯤 무너져 가는 작년의 오두막을 찾아냈다. 쇼주로가 바로 아래에 솟는 샘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산을 좀 내려가려 하니, 놀랍게도 어미 곰과 이제 막 한 살이 될까 말까 한 새끼 곰 두 마리가, 마치 사람이 이마에 손을 얹고 멀리를 바라보는 식으로, 옅은 엿새 달빛 속에서 저쪽 골짜기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쇼주로는 그 두 마리 곰의 몸에서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이 여겨져, 마치 못 박힌 듯이 멈춰 서서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새끼 곰이 어리광 부리듯 말한 것이다.

「아무래도 눈이야, 엄마. 골짜기 이쪽만 하얗게 되어 있는걸. 아무래도 눈이야. 엄마.」

그러자 어미 곰은 여전히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가 가까스로 말했다.

「눈이 아니란다. 저기에만 내릴 까닭이 없는걸.」

새끼 곰은 또 말했다.

「그래서 녹지 않고 남은 거잖아요.」

「아니, 엄마는 엉겅퀴 새싹을 보러 어제 저기를 지나간 참이란다.」

쇼주로도 가만히 그쪽을 보았다.

달빛이 푸르스름하게 산 비탈을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그곳이 마침 은 갑옷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 후에 새끼 곰이 말했다.

「눈이 아니라면 서리네. 분명 그래.」

정말로 오늘 밤은 서리가 내리겠구나. 달님 가까이서 별(胃)도 저렇게 푸르게 떨고 있고, 첫째로 달님 빛깔조차 마치 얼음 같다. 쇼주로가 혼자서 생각했다.

「엄마는 알았단다. 저거 말이지, 히키자쿠라(ひきざくら) 꽃이야.」

「뭐야, 히키자쿠라 꽃이라고. 나 알아.」

「아니, 너 아직 본 적 없단다.」

「알아. 나 일전에 따 왔는걸.」

「아니, 그건 히키자쿠라가 아니란다. 네가 따 온 건 개오동(きささげ) 꽃이잖니.」

「그런가.」 새끼 곰은 시치미를 떼는 듯 답했다. 쇼주로는 어쩐지 가슴이 벅차올라, 한 번 더 저쪽 골짜기의 흰 눈 같은 꽃과 오롯이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어미와 자식 곰을 흘긋 보고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살그머니 살그머니 돌아서기 시작했다. 바람이 저쪽으로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빌면서 살금살금 쇼주로는 뒷걸음질했다. 생강나무(くろもじ) 향이 달빛과 함께 슥 하고 풍겨 왔다.

그런데 이 호방한 쇼주로가 마을에 곰 가죽과 쓸개를 팔러 갈 때의 비참함이라고 한다면 정말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마을 한가운데에 큰 잡화점이 있어 소쿠리며 설탕이며 숫돌이며, 긴텐구(金天狗)니 카멜레온 무늬의 담배니, 그리고 유리로 된 파리잡이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쇼주로가 산처럼 가죽을 짊어지고 그 문턱을 한 발 넘어가면, 가게에서는 「또 왔구먼」 하는 듯이 야릇하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가게 옆방에 큰 청동 화로를 내놓고 주인이 떡하니 앉아 있었다.

「나리, 일전에는 정말 고마웠습니다요.」

저 산에서는 우두머리 같은 쇼주로는 가죽 짐을 옆으로 내려놓고 정중히 마룻바닥에 손을 짚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허, 이거, 오늘은 무슨 일이오.」

「곰 가죽을 또 좀 가져왔습니다요.」

「곰 가죽이라. 일전 것도 아직 그대로 두고 있고, 오늘은 좀 그렇소만.」

「나리, 그러지 마시고 부디 사 주십시오. 싸도 좋습니다요.」

「아무리 싸도 필요 없소.」 주인은 침착하기 그지없게 곰방대를 탕탕 손바닥에 두드리는 것이다. 그 호기로운 산속의 우두머리 쇼주로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이지 안절부절못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쨌든 쇼주로네에서는 산에 밤이 있었고 뒤편 그 작은 밭에서 피가 나기는 했지만 쌀 같은 건 조금도 나지 않고 된장도 없었으니, 아흔이 된 노모와 어린아이들뿐인 일곱 식구의 살림에 가져갈 쌀은 아무리 적어도 필요한 것이었다.

마을 쪽 사람이라면 삼베도 짓는다지만, 쇼주로네서는 등나무 덩굴로 엮는 자루 외에 베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쇼주로는 한참 만에야 마치 쉰 듯한 목소리로 말한 것이다.

「나리, 부탁입니다요. 부디 얼마라도 좋으니 사 주십시오.」 쇼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삼 인사까지 한 것이다.

주인은 잠자코 잠시 연기를 뿜고 나서, 얼굴이 살짝 헤벌쭉 웃는 것을 슬그머니 감추고는 말한 것이다.

「좋소. 두고 가시오. 자, 헤이스케, 쇼주로 씨한테 이 엔 드려라.」

가게의 헤이스케가 큰 은화 네 닢을 쇼주로 앞에 앉아 내놓았다. 쇼주로는 그것을 받들어 모시듯 헤벌쭉 웃으며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주인은 이번에는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자, 오키노, 쇼주로 씨한테 한 잔 따라 드려라.」

쇼주로는 이쯤 되면 이미 기뻐서 들떠 있다. 주인은 천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쇼주로는 황공해하며 산의 모습이며 무엇이며를 말씀드리고 있다. 머지않아 부엌 쪽에서 상이 차려졌다고 알려 온다. 쇼주로는 절반쯤 사양하지만 결국 부엌 쪽으로 끌려가서 또 정중한 인사를 한다.

머지않아 절인 연어회며 오징어 시오카라(切り込み, 잘게 썬 오징어를 누룩에 절인 도호쿠 향토 음식) 따위와 술이 한 병, 검고 작은 상에 얹혀 나온다.

쇼주로는 단정히 황공해하며 거기 걸터앉아 오징어젓갈을 손등에 얹어 날름 핥기도 하고, 황공한 듯이 누런 술을 작은 잔에 따르기도 한다. 아무리 물가가 싼 때라 하더라도 곰 가죽 두 장에 이 엔은 너무 싸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실로 싸고 너무 싸다는 것은 쇼주로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여 쇼주로는 그런 마을 잡화점 따위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척척 팔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어쩐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여우 가위바위보」라는 것도 있어, 여우는 사냥꾼에게 지고 사냥꾼은 나리에게 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는 곰은 쇼주로에게 당하고 쇼주로는 나리에게 당한다. 나리는 마을 사람들 한가운데에 있으니 좀처럼 곰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얄밉고 교활한 자들은 세계가 점점 진보하면 저절로 사라져 없어진다. 나는 한참 동안이라도 저런 훌륭한 쇼주로가 두 번 다시 낯짝도 보고 싶지 않은 얄미운 자에게 고스란히 당하는 것을 적었다는 게 정말 부아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이런 형편이었기 때문에 쇼주로는 곰들을 죽이고는 있었어도 결코 그것을 미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해 여름, 이런 묘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쇼주로가 골짜기를 첨벙첨벙 건너 한 바위에 올라서니, 별안간 바로 앞 나무에 큰 곰이 고양이처럼 등을 둥글린 채 기어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쇼주로는 곧장 총을 들이댔다. 개는 이미 큰 기쁨에 차서 나무 아래로 가서 나무 둘레를 격렬히 뛰어다녔다.

그러자 나무 위의 곰은 한참 동안 내려와 쇼주로에게 덤벼들지, 아니면 그대로 쏘여 죽을지 망설이고 있는 듯했지만, 별안간 두 손을 나무에서 떼고 쿵 하고 떨어져 내려온 것이다. 쇼주로는 빈틈없이 총을 겨눈 채 쏘기 직전의 자세로 다가가니, 곰은 두 손을 들어 외쳤다.

「너는 무엇이 갖고 싶어 나를 죽이는 거냐.」

「아아, 나는 네 가죽과 쓸개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것도 마을에 가지고 가서 굉장히 비싸게 팔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지 안되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네가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한다면, 이제 나 같은 자야 어디서 밤이며 떡갈나무 열매라도 먹고 있다가 그러다 죽는다면 나도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 든다.」

「딱 이 년만 기다려 다오. 나도 죽는 거야 이제 상관없는 셈이지만 좀 끝내지 못한 일도 있고, 그저 이 년만 기다려 다오. 이 년 후에는 나도 너의 집 앞에서 어김없이 죽어 있어 줄 테니까. 가죽도 위장도 다 줄 테니까.」

쇼주로는 묘한 기분이 들어 가만히 생각하다가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 곰은 그 사이에 발바닥을 모두 땅에 붙이고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쇼주로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다. 곰은 이미 쇼주로가 별안간 뒤에서 총을 쏘거나 결코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뒤도 보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 넓은 거무튀튀한 등이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진 햇빛에 흘긋 빛났을 때, 쇼주로는 「우, 우」 하고 안타까운 듯이 신음하며 골짜기를 건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고서 마침 이 년이 되는 해였는데, 어느 아침 쇼주로가 너무 바람이 거세어 나무도 울타리도 쓰러졌으리라 여기고 바깥에 나가 보니, 노송나무 울타리는 여느 때처럼 변함이 없었고 그 아래 자리에 늘 보던 거무튀튀한 것이 가로누워 있는 것이었다. 마침 이 년째이고 그 곰이 찾아오지 않을까 좀 걱정하고 있던 때라서, 쇼주로는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다. 곁으로 다가가 보니 어김없이 그 일전의 곰이 입에서 가득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었다. 쇼주로는 자기도 모르게 절을 하듯이 했다.

정월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쇼주로는 아침 집을 나설 때 지금까지 한 적이 없는 말을 했다.

「할미요, 나도 늙었나 보오. 오늘 아침 처음으로 물에 들어가는 게 싫은 듯한 기분이 들지 뭐요.」

그러자 툇마루의 양지에서 실을 잣고 있던 아흔이 된 쇼주로의 어머니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 눈을 들어 잠깐 쇼주로를 보고는 무언가 웃을지 울지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쇼주로는 짚신을 매고 영차 하고 일어서서 떠났다. 아이들은 차례로 외양간 앞에서 얼굴을 내밀고 「할아버지, 어서 다녀오세요」 하고 웃었다. 쇼주로는 새파랗고 매끈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러고서 손주들 쪽을 향해 「다녀오마」 하고 말했다.

쇼주로는 새하얀 단단한 눈 위를 시라사와 골짜기 쪽으로 올라갔다.

개는 어느덧 숨을 헐떡이며 붉은 혀를 내밀고는 달리다가 멈추고 달리다가 멈추며 갔다. 머지않아 쇼주로의 그림자는 언덕 너머로 잠기어 보이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은 피(稗) 짚으로 후지쓰키(ふじつき, 짚단 던지기 놀이)를 하며 놀았다.

쇼주로는 시라사와 강기슭을 거슬러 올라갔다. 물은 새파랗게 못이 되어 있기도 하고, 유리판을 깐 듯이 얼어 있기도 하고, 고드름이 몇 가닥이나 몇 가닥이나 염주처럼 걸려 있기도 했고, 양안에서는 빨갛고 누런 화살나무(まゆみ)의 열매가 꽃이 핀 듯이 내다보이기도 했다. 쇼주로는 자기와 개의 그림자가 깜박깜박 빛나며 자작나무 줄기 그림자와 함께 눈 위에 또렷한 쪽빛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거슬러 올라갔다.

시라사와에서 마루턱을 하나 넘은 자리에 한 마리 큰 녀석이 살고 있는 것을 여름에 미리 알아 두었던 것이다.

쇼주로는 골짜기로 흘러드는 작은 지류를 다섯 개 건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물을 건너며 거슬러 올라갔다. 거기에 작은 폭포가 있었다. 쇼주로는 그 폭포의 바로 아래에서부터 긴 능선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눈은 너무도 눈부셔서 타오르는 듯했다. 쇼주로는 눈이 완전히 보랏빛 안경을 쓴 듯한 기분이 되어 올라갔다. 개도 역시 그런 벼랑쯤 지지 않겠다는 듯이 자꾸자꾸 미끄러질 뻔하면서 눈에 매달려 올라간 것이다. 가까스로 벼랑을 다 오르니 그곳은 드문드문 밤나무가 자란 매우 완만한 비탈의 평지이고, 눈은 마치 한수석(寒水石)이라도 되는 양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으며, 둘레로 쭉 높은 눈 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있었다. 쇼주로가 그 정상에서 쉬고 있을 때다. 별안간 개가 불붙은 듯이 짖기 시작했다. 쇼주로가 깜짝 놀라 뒤를 보니, 그 여름에 점찍어 두었던 큰 곰이 두 다리로 일어선 채 이쪽으로 덤벼 오는 것이었다.

쇼주로는 침착하게 다리를 버티고 총을 겨누었다. 곰은 막대 같은 두 손을 짝짝이로 들고 곧장 달려왔다. 그렇게나 침착하던 쇼주로도 잠깐 안색이 변했다.

털컥 하는 듯한 총소리가 쇼주로에게 들렸다. 그런데 곰은 조금도 쓰러지지 않고 폭풍처럼 검게 흔들리며 다가오는 듯했다. 개가 그 발치에 물고 늘어졌다. 그러는가 싶더니 쇼주로는 쾅 하고 머리가 울리고 둘레가 일면이 새파래졌다. 그러고서 멀리서 이런 말을 들었다.

「오오, 쇼주로, 너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이젠 나는 죽었구나, 하고 쇼주로는 생각했다. 그리고 깜박깜박 깜박깜박 푸른 별 같은 빛이 그곳 일면에 보였다.

「이게 죽는다는 표시다. 죽을 때 보는 불이다. 곰들아, 용서해 다오」 하고 쇼주로는 생각했다. 그 다음 쇼주로의 심정은 이제 나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러고서 사흘째 되는 날 밤이었다. 마치 얼음 구슬 같은 달이 하늘에 걸려 있었다. 눈은 푸르스름하게 환하고 물은 인광(燐光)을 내뿜었다. 묘성과 오리온의 별들이 푸른빛이며 등귤빛이며 깜박깜박하면서 호흡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밤나무와 흰 눈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산 위의 평지에 검고 큰 것들이 잔뜩 둥그렇게 모여 저마다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회회교도(回々教徒)가 기도할 때처럼 가만히 눈에 엎드려 있는 채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눈과 달의 밝음으로 보면, 가장 높은 자리에 쇼주로의 시신이 절반쯤 앉은 듯이 놓여 있었다.

생각해서인지 그 죽어 얼어 버린 쇼주로의 얼굴은 마치 살아 있을 때처럼 맑디맑게, 무언가 웃고 있기까지 한 듯이 보였다. 정말로 그 큰 검은 것들은 오리온의 별들이 하늘 한가운데에 와도, 더 서쪽으로 기울어도, 가만히 화석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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