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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는 난수를 시인의 자질이 있다고 믿는다. 재미있는 노래나 시를 읽어 주면 난수는 손으로 무릎을 치며 좋아하고 또 즉시 그것을 암송하며 유치하나마 비평도 한다. 문호는 이것을 기뻐하여 집에 돌아올 때마다 반드시 새로운 노래나 시나 단편소설을 지어 가지고 온다. 난수도 문호가 돌아올 때마다 이것을 기다린다. 그러나 문호의 친누이는 난수와 동갑이교, 재주도 있건마는 문호가 보기에 난수만큼 미를 감수하는 힘이 예민치 못하다. 그러므로 문호가,
" 얘 지수야, 너는 고운 것을 볼 줄을 모르는구나. "
하고 경멸하는 듯이 말하면 지수는 얼굴이 빨개지며,
" 내야 아나, 난수나 알지. "
하고 눈물 고인 눈으로 문호의 얼굴을 힐끗 본다. 이렇게 되면 문호도 지수의 우는 것이 불쌍하여 머리를 쓸며,
" 아니, 너도 남보다야 낫지. 그러나 난수가 너보다 더 낫단 말이지. "
한다. 과연 지수도 재주가 있다. 그러나 지수는 문호보다 문해와 동형이나. 말이 적고 지혜롭고 침착하고...그러므로 지수는 문호보다도 문해를 사랑한다. 한 번은 문호가 난수와 지수 있는 곳에서 문해더러,
" 얘 문해야. 참 이상하구나. 난수는 나를 닮고 지수는 너를 닮았구나. 흥, 좋지. 한집에서 시인 둘하고 도덕가 둘이 나면 그아니 영광이냐. "
하였다. 문해도 지수의 머리를 쓸며,
" 지수야, 너와 나는 도덕가가 되자. 형님과 난수와는 시인이되어 술주정이나 하고. "
하자 일동이 웃었다. 더욱이 평생에 불만한 마음을 품던 지수는 이에 비로소 문호에게 대하여, 나도 평등이거니 하는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문해에게 대한 사랑이 더욱 많아졌다. 다른 누이들 중에도 난수의 형 혜수가 매우 재주가 있다. 그는 차동중 청년 여자계에 문학으로 최선각자라.
국문소설을 유행케 한- 말하자면 차문중에 신문단을 선설한 자는 문호의 고모라. 그는 오래 외사에서 길러나는 동안에 내종제자의 영향을 방아 국문소설을 애독하게 되었다. 또 십사 세에 외가로 올 때에는 <숙향전>, <사씨남정기>, <월봉기> 같은 국문소설을 가지고 와서 동중 여러 처녀들에게 일변 국문을 가르치며 일변 소설을 권장하였다. 마침 문중에 존경을 받는 문호의 조모가 노년에 소설을 편기하므로 문호의 부친형제의 다소한 반대도 효력이 없이 국문문학의 세력은 점점 문호의 당내 여자계에 침윤하였다. 그러므로 문호와 문해의 집 부인네도 처음에는 국문도 잘 모르더니, 지금은 열렬한 문학 애호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네는 며느리된 몸이라 딸 된 자와 같이 자유롭지 못하므로 겨우 명절 때를 타서 독서할 뿐이요, 그 밖에는 누이들의 틈에 끼어서 조금씩 볼 뿐이었다. 이 모양으로 김문여자계에 문학을 수립한 자는 문호의 고모로되, 그고모는 출가한 지 삼 년이 못하여 요절하고 문학계의 주권은 혜수의 손에 돌아왔더니 재작년 혜수가 출가한 이래로 문학계는 군웅할거의 상태라. 그 증에 문호의 재종매 되는 자가 가장 유력하나, 그는 가세가 빈한하여 독서할 틈이 없고 그나마 대개 재질이 둔하여 장족의 집보가 없고, 현재에는 지수와 난수가 문학계의 쌍태성이라. 그러나 난수는 훨씬 지수보다 감수성이 예민하다. 그래서 문호는 한사코 난수를 공부를 시키려 하건마는 문호의 계부는,
" 계집애가 공부는 해서 무엇하게! "
하고 언하에 거절한다. 문해도 난수를 공부시킬 마음이 없지 아니 하건마는 워낙 냉정하여 열정이 없는 데다가 부모의 명령에 절대로 복종하는 미질이 있고 난수 당자는 아직 공부가 무엇인지 모르고 부모에게 간구도 아니하며 문호 혼자서 애를 쓸 뿐이라. 그러므로,
' 내가 중학교를 마치고서 서울에 갈 때에는 반드시 지수를 데리고 가리라. 될수만 있으면 난수도 데리고 가리라. '
하고 어서 명춘이 돌아오기만 기다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