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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가을에 십육 세 되는 난수는 모부가의 십오 세 되는 자제와 약혼이 되었다. 문호가 이 말을 듣도 백방으로 부친과 계부에게 간하였으나 듣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문호는 난수에게,
" 얘, 시집가기 싫다고 그래라. 명춘에 내 서울 데려다 줄 것이니. "
하고 여러 말로 충동하였다. 그러나 난수는,
" 내가 어떻게 그러겠소. 오빠가 말씀하시구려. "
난수는 미상불 남자를 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아니하였다. 어서 혼인날이 와서 그 신랑 되는 자의 얼굴도 보고 안겨도 보았으면 하는 생각조차 없지 아니하였다. 난수는 지금껏 가장 정답게 사랑하던 문호보다도 아직 만나지 아니한 어떤 남자가 그립다 하게 되었다. 문호는 난수의 이 말에,
" 에, 못생긴 것! "
하고 눈물이 흐를 뻔하였다. 그러고 아까운 시인이 그만 썩어지고 마는 것을 한탄도 하였다. 또 자기가 가장 사랑하던 누이를 어떤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였다. 마치 영국 시인 워즈워드가 그 누이와 일생을 같이 보낸 모양으로 자기도 난수와 일생을 같이 보냈으면 하였다. 얼마 있다가 신랑 되는 자가 천치라는 말이 들려온다. 온 집안이 모두 걱정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 제일 슬퍼한 자는 문호라. 문호의 부친이 이 소문의 허실을 사실할 양으로 오륙십 히 정도 되는 신랑가를 방문하여 신랑을 보았다. 그러고 돌아와서,
" 좀 미련한 듯 하더라마는 그래야 복이 있느니라. "
하고 혼인은 아주 확정되었다. 그러나 전하는 말을 듣건데 신랑은 논어일행을 삼 일에도 못 외운다는 등 코와 침을 흘리고 어른께도 '너,나' 한다는 등, 지랄을 부린다는 등, 눈에 흰 자위뿐이요, 검은 자위가 없다는 등, 심지어 그는 고 자라는 소문까지 들려서 문호와 조모와 숙모는 날마다 눈물을 흘리고 약혼한 것을 후회한다. 난수도 이런 말을 듣고는 안색에 드러내지는 아니 하여도 조그마한 가슴이 편할 날이 없어서 혹 후원에 돌아가 돌을 던져서 소문이 참인가 아닌가 점고 하여 보고, 문호의 시키는 대로,
" 나는 시집가기 싫소. "
하고 떼를 쓰지 아니한 것을 후회도 하였다. 문호는 이 말을 듣고 울면서 계부께 간 하였다.그러나 계부는,
" 못한다. 양반의 집에서 한 번 허락한 일을 다시 어찌 한단 말이냐. 다 제 팔자지. "
" 그러나 양반의 체면은 잠시 일이지요. 난수의 일은 일생에 관한 것이 아니오니까. 일시의 체면을 위하여 한 사람의 일생을 희생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
하였으나 계부는 성을 내며,
" 인력으로 못하느니라. "
하고는 다시 문호의 말을 듣지도 아니 한다. 문호는 그 '양반의 체면' 이란 것이 미웠다. 그리고 혼자 울었다. 그날 난수를 만나니 난수도 문호의 손을 잡고 운다. 문호는 난수를 얼마 위로하다가,
" 다 네가 약한 죄로다. 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아니 하였느냐. "
하고 왈칵 난수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 나간다. 그러나 문해는 울지 아니한다. 물론 문해도 난수의 일을 슬퍼하지 않음은 아니나, 문해는 그러한 일에 울만한 열정이 없고 그 부친과 같이 단념할 줄을 안다. 그러나 문호는 이것은 그 계부가 난수라는 여자에세 대하여 행하는 대죄악이라 하여 그 계부의 무지무정함을 원망하였다. 이 혼인 때문에 화목하던 문호의 집에는 밤낮 슬픈 구름이 가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