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박참봉의 의병 누명과 김참령
제4장 · Krisis Park-chambong di Bawah Kapten Kim
말에게 상한 용필이가 다른 체도 대강 나아서 일어 앉고 걸어 다닐만 하니, 주인은 집을 알아 보내주려고 거주, 성명을 묻는데 용필이 대답하기를,
"내 고향은 강원도 철원인데 서울로 올라와서 김갑산 집을 찾으려 하다가 길에서 말에게 다쳤나이다." 하거늘 주인이 이 말을 듣고 즉시 하인을 불러,
"작은댁 영감 오시라고 여쭈어라." 하더니 조금 있다가 얼굴이 거무스름하고 눈에는 흰자위가 많은 한 사람이 들어오는데, 주인이 용필이를 대하여 말하기를,
"네가 이 양반을 찾느냐. 이 양반이 지금은 진주 병사라는 벼슬을 하였는고로 김병사라 하지마는, 이왕엔 갑산원을 다녀와서 김갑산이라 하였더니라."
용필이가 김갑산을 찾기는 하지마는 삼촌의 편지를 전하려 함이오. 제가 김갑산의 안면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삼촌의 이름과 올라온 사정 이야기를 대강 하고, 우리 삼촌과 죽마고우로 친분이 자별한 김갑산 영감을 찾노라 하니 그 사람이 깜짝 놀라며 하는 말이,
"아―, 그러면 네가 만초의 조카냐. 김도사의 손자로구나. 오―, 만초를 만난 지가 벌써 칠팔 년이나 되었지."
이때 철원읍에서는 유승지가 박감역의 딸 명희와 자기 아들의 혼인을 맺으려고 김도사의 손자 용필이를 무슨 죄에 얽어서 남모르게 죽여 없애려 하였더니, 용필이가 집을 떠나 부지거처 소식이 없다. 한 달 지내어도 소식이 없고 일 년 지내어도 돌아오지 아니하매 박참봉을 졸라서 성혼하자 하니, 박참봉도 용필이 없음을 다행히 여기어 유승지의 아들과 혼인하려 하나, 혼인에는 무엇이 제일이라던가, 제일 긴요한 색시가 병이 들어 작년 봄부터 이불 덮고 드러누운 사람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내어 다시 봄철이 돌아오도록 방문 밖에를 나와보지 못하여 병 낫기만 기다리고 그럭저럭 지내더니, 세상이 차차 소요하여 난리가 난다, 피난을 간다, 서 학군을 죽이느니, 동학이 일어나느니 하고 예제 없이 소동하여, 밤이면 좀도적, 낮이면 불한당, 어디 어느 곳이 안정한 땅이 없더라. 동학 난리가 지나고 의병 난리가 일어나서 각 지방의 소동하는 그동안에 유승지는 강원도의 부자라 하는 소문으로 동학에게 잡혀가서 여간 재산 다 빼앗기고 생명만 겨우 보존하여 집으로 돌아온즉, 실인심한 사람은 난리 세상에 더욱 살기 어렵도다. 동학이 가장 창궐한 곳은 삼남 지방이라. 경군이 내려가서 겨우 진멸하매 강원도 일경으로는 의병이 또한 창궐하여 서울서 병정을 파송하여 의병을 토멸하려 할 새, 연대장은 원주에 앉아서 작전계획을 만들어내고 각 대대장과 중대장, 소대장이 각 고을에 출주하여 연대장의 명령을 받아 의병 진정하기에 힘쓰니, 철원 고을에 출주한 군대는 대대장이 김참령이오 소대장이 참위 김용필이라.
당초에 김용필이가 김창령의 백씨 김부령의 말에게 다쳐서 김부령 집에서 여러 날 치료하고, 김참령을 만나서 만초 선생의 편지를 전하고 김참령의 집에서 유련하니, 김부령은 위인이 대단히 인자하여 용필이를 사랑하나, 바라고 찾던 김참령은 도리어 성품이 표독하고 마음이 음흉하여 별양 반갑게 여기지 아니하는 모양이라. 눈칫밥을 얻어먹으며 천대를 받고 지내되 그 큰집에를 가면 김부령이 항상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하고 불쌍히 여기는 모양인즉 자연히 김부령에게 따르더라.
용필의 위인이 똑똑하고 문필이 유려하고 매사에 영리하여 시골아이의 태도가 도무지 없는 고로 김부령이 매양 사랑하더니, 자기 아우 김참령이 강원도 의병 진멸 차로 대대장으로 출주하게 되니, 그 아우 수하에 사람스러운 보좌원이 없음을 한탄하여 김용필이를 병정에 넣어서 김참령의 수하병이 되게 하여 함께 강원도로 출진할 새, 의병과 수삼 차 접전하여 김용필이가 접전할 때마다 비상한 대공을 이루니 이 일이 자연 연대장에게 입문되어, 연대장이 대단히 김용필의 공로를 가상히 여기어 서울로 보고하였더니, 특별히 참위 벼슬에 임명하여 소대장이 되게 하매, 항상 김참령의 하관이 되어 병정 거느리기를 제제창창하게 하고 의병 진정하기를 귀신같이 하여 명예가 더욱 나타나더라.
한 번은 의병 관련한 사람들이라고 잡아 왔는데 그 중에 박참봉이 있거늘 자세히 조사한즉, 당초에 유승지와 박참봉이 부자의 득명으로 의병에게 패하여 달아나는 서슬에 유승지는 총을 맞아 죽고 박참봉은 자기 집으로 돌아와 있더니, 동리 사람 중에 그 인색하고 더러움을 평생 미워하던 사람이 있어 김참령에게 말을 하여 잡히어 왔는지라, 김용필이가 대대장 앞에 가서,
(용) "여쭐 말씀이 있삽나이다. 저 의병 관련으로 잡혀온 박 아무는 자세히 사실하온즉 의병에게 붙잡혀 다니기는 하였으나 죄는 실상 없사오니 무죄 방송하옴이 어떠하오리까."
(대) "그래도 의병에게 전재를 대어주고 함께 따라다닌 놈은 백방(白放)할 수가 있나."
말을 하면서 용필에게 눈짓을 하여 잠깐 이리로 오라 하더니 사람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입을 귀에다 대고 수군수군 말을 한다.
(대) "내가 들으니 박가의 딸이 지금 열아홉 살인데 대단히 절묘한 미인이라네. 아직 시집도 아니 갔대여. 자네 알다시피 내가 아들이 없어서 첩을 하나 두려 하던 차인즉 박가를 살려주고 그 대신에 내가 첩장가를 들겠네. 그리하여서 내가 일부러 병정을 보내어 탐문하여 가지고 잡아 온 것이니 내놓지 말게."
(용) "에―엣. 아이고, 가슴이야."
용필이가 대대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가슴이 꼭 막히고 목이 메어 말을 못하더니, 한참 만에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전후 일을 자초지종 모두 설파할 새, 자기 조부와 박참봉의 부친 박감역이 예혼을 언약한 일로부터 칠팔 세를 지내어 십여 세가 되도록 같이 자라나던 이야기와, 자기 조부 죽은 후에 집안이 결단난 일과, 박참봉이 예혼을 파약하려 하는 심술과 명회가 저를 생각하고 서로 아끼던 정의와, 한 번 담 너머로 넘겨다보고 이야기하려다가 박참봉한테 들키던 일과, 유승지와 박참봉이 동모하여 저를 죽이려 하던 일과, 제가 부득이하여 서울로 올라간 일을 낱낱이 이야기하고 나중에 하는 말이,
"하관은 영감의 아들이나 진배없는 터인즉 하관과 이러한 관계있는 것을 아시면 그 아이는 영감의 며느리같이 생각하시옵소서."
김참령의 시커먼 얼굴이 무안을 보아 붉어지면 마치 아메리카 토인의 홍색 인종 같은지라, 검은 얼굴이 새카매지며 코를 실록실록하고 증을 내어 하는 말이,
"어린 연놈들이 상사라니, 으응."
그러한 후 이삼일이 지난 후에 김용필이 거느린 소대 병정 하나가 촌에나 가서 술 먹고 행패한 일이 있는데, 다른 때 같으면 그 병정을 포살을 하든지 벌을 주든지 할 터이오, 또 김용필이가 그리하였더라도 이 다음에는 그리 하지 말라 하는 말 한마디 훈계로 용서할 터인데, 김용필이가 시킨 것이라고 억지로 죄목을 잡아 이러한 사람은 부하에 둘 수 없다는 연유로 즉시 보고서를 써서 연대소로 보내어 김용필은 갈고 다른 소대장을 보내어 달라 하니, 연대장은 그 보고서를 들어 참위 김용필을 서울 본대로 상환시키고 다른 소대장을 파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