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소녀 — 5
의심의 소녀 — 5
이는 연전 가정의 (年前) 파란으로 인하여 자살해버린 조국장 부인의 기념으로 끼친 일녀 가희니 외양과 심지가 과히 아름다움으로 그 반대로 그 외조부가 개명하여 범네라 한다.
가희의 모씨는 평양성 내에 그 당시 유명한 미인이기 때문에 피서차로 왔던 조국장의 간절한 소망에 이끌리어 그 부인이 되었었다. 부인은 재산가 황진사의 무남독녀이니 십사 세에 그 모친이 별세하매 그 부친 황진사가 재취도 아니하고 금지옥엽 같이 기른 바이라. 누가 뜻하였으리오. 그 옥여(玉輿)가 형극으로 얽은 것인 줄이야. 조국장은 세세로 양반이라. 농화(弄花)에 교(巧)하고 사적(射的)에 묘(妙)하다. 저는 세 번 처를 바꾸고 첩을 갈기도 십여 인이라. 화류에 놀고 촌백성의 계집까지 희롱하였고 그의 별업(別業)에서는 주야를 전도하고 놀았다. 부인이 그에게 가(嫁)하여 그 딸 가희를 낳았다. 육(肉)의 미(美)는 싫어지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매 남편의 난행은 부인의 불행과 같이 자랐다. 새로 들어온 첩은 남편의 사랑을 앗았다.
남편은 친척 간에도 끊었다. 전처의 딸은 매사에 틈을 타서 부인을 무함(誣陷)한다. 사랑을 원하여도 얻지 못하고 자유를 원하여도 얻지 못하고 이별을 청하여도 안 들어 의심 받고 학대 받고 갇혀 비관하던 나머지에 병든 몸을 일으켜 평양의 별장에서 자살하였다. 길바닥에 인마의 발에 밟힌 이름 없는 작은 풀까지 꽃피는 사월 모일에 인세(人世)의 꽃일 이십사 세의 젊은 부인은 단도로써 자처(自處)하였다. 가련한 부인의 서러운 죽음이 기시에는 원근에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느끼었더라. 고어에 ‘사람은 없어진 후 더 그립다’는 것 같이 기후 조국장은 얼만큼 정신을 차려 얼마큼 서러워도 하였다. 그러나 늦었더라. 기후 조국장은 부인 생시보다도 가희를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 외조부 황진사는 조국장의 첩이 그 총애를 일신에 감으려고 하는 간책이 두려워 가희와 함께 가엾은 표랑의 객이 되었다. 하시에나 표랑객인 가련한 가희에게는 춘양려일(春陽麗日)이 돌아올는지 ─ 절기는 하추동(夏秋冬) 삼계(三季)가 지나면 다시 양춘(陽春)이 오건만 ─ 불쌍한 어머니의 불쌍한 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