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밤
폭풍의 밤
「어제 개똥네 논에 동이 터졌는데, 전부 쓸려 나갔다누나. 에구 무서워. 저게 무슨 바람이냐. 저 바람 ! 우리 밭은 어쩌나.」
어머니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칠운이는 울면서 따르다가 문턱에 걸려 공중 나가넘어지고 시재 가르려는 소리를 하였다. 칠성이는 눈을 부릅떴다.
「저 저놈의 새끼, 주 죽이고 말까부다.」
어머니는 얼른 칠운이를 업고 물러나서 정신없이 밖을 바라보고. 또 나갔다가 들어왔다. 칠운이를 때리다가 중얼중얼하며 돌아간다.
칠성이는 이 꼴이 보기 싫어 모로 앉아 눈을 감았다. 무엇에 놀라 눈을 뜨니, 아랫목에 누워 할락할락하는 아기가 일어나려다 쓰러지고 소리 없는 울음을 입으로 운다. 머리를 갈자리에 비비치다도 시원치 않은지 손이 올라가서 헝겊을 쥐고 박박 할퀴는 소리란 징그러워 들을 수 없었다.
칠성이는 눈을 안 뜨자 하다도 어느새 문득 뜨게 되고 아키의 저 노란 손가락이 머리를 쥐어뜯는 것을 보게 된다. 조놈의 계집애는 죽었으면 ! 하면서 눈을 감는다.
바람은 점절 더 세차게 분다, 살구나무 꺾이는 소리가 뚝뚝 나고, 집 기둥이 쏠리는지 씩꺽 쿵! 하는 소리가 샛문에 울렸다. 칠운이는 방으로 들어와서 눕는다.
「성아, 내일은 눈약도 얻어오렴. 개똥이는 저 아버지가 읍에 가서 눈약 사왔다는데, 그 약을 넣으니까 눈이 낫다더라, 응야.」
칠성이는 잠잠히 들으며. 얼른 가슴에 품겨 있는 큰년의 옷감을 생가하였다. 차라리 눈약이나 사올 것을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으나 사라지고, 어떻게 큰년에게 이 옷감을 들려줄까 하였다.
부엌에서 성냥 긋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머니가 들어온다,
「아궁에 물이 가득하니 이를 어쩌냐. 저것들도 아무 것도 못 먹었는데,.,,,, 너두 배고프겠구나.」
이런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가더니 곧 뛰어들어온다.
「큰년네 논두 동이 터졌단다. 그리 튼튼하던 동두, 저를 어쩌니.」
칠성이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좀 자려무나 요 계집애야, 왜 자꾸만 머리를 뜯니. 조놈의 계집애는 며칠째 안 자고 새웠단다. 개똥어머니가 쥐 가죽이 약이라기, 쥐를 잡아 저리 붙였는데 자꾸만 떼려구 저러니 아마 나으려구 가려운 모양이지.」
그렇다고 해줘야 어머니는 맘이 놓일 모양이다. 큰년네 말에 칠성이는 눈을 떴는데 딴 푸념을 하니 듣기 싫었다. 하나 꾹 참고,
「그래. 큰년네두 논이 떴대?」
「그래 ! 젖이 안 나니,,,,,,」
어머니는 연방 아기를 보고 그의 젖을 주물러본다, 명주 고름끈 같이 말큰거린다.
아기는 점점 더 할딱할딱 숨이 차오고, 이젠 손을 놀릴 기운도 없는지 손이 귀밑으로 올라가고는 맥을 잃고 다르르 굴러 떨어진다. 어머니는 바람소리를 듣더니,
「이전 우리 조는 못쓰게 되었겠다 ! 큰년네 논이 뜨는데 겐디겠니,,,,,, 참 큰년이는 복 좋아, 글쎄 이런 꼴 안 보렴인지 어제 시집갔단다.」
「큰년이가?」
칠성이는 버럭 소리쳤다. 그의 가슴에 고이 안겨 있던 큰년의 옷감은 돌같이 딱 맞질리운다. 어머니는 아들의 태도에 놀라 바라보았다.
「어마이 저것 봐!」
칠운이는 뛰어 일어나서 응응 운다. 그들은 놀라 일시에 바라보았다.
아기는 언제 그 헝겊을 찢었는지, 반쯤 헝겊이 찢어졌고, 그리로부터 쌀알 같은 구데기가 설렁설렁 내달아오고 있다.
「아이구머니 이게 웬일이야 응, 이게 웬일이어.」
어머니는 와락 기어가서 헝겊을 잡아 젖히니, 쥐 가죽이 딸려 일어나고 피를 문 구데기가 아글아글 떨어진다.
「아가, 아가 눈 떠, 눈 떠라 아가!」
이 같은 어머니의 비명을 들으며 칠성이는 「엑!」 소리를 지르고 우둥퉁퉁 밖으로 나와버렸다.
비는 잘좍 쏟아지고 바람은 미친 듯 몰아치는데, 가다가 우르릉 쾅쾅 하고 하늘이 울고 번갯불이 제멋대로 쭉쭉 찢겨나가고 있다.
칠성이는 묵묵히 저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