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4

외과실의 환자

외과실의 환자

1장. 외과실의 환자

툭 솟은 광대뼈 위에 검은빛이 돌도록 움쑥 패인 눈이 슬그머니 외과실을 살피다가 환자가 없을 알았던지 얼굴을 푹 숙이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붕대한 다리를 철철 끌고 문안으로 들어선다.

오래 깎지 못한 머리카락은 남바위나 쓴 듯이 이마를 덮어 꺼칠꺼칠하게 귀밑까지 흘러내렸으며 땀에 어릉진 옷은 유리같이 싯누래서 몸에 착 달라붙어 뼈마디를 환히 드러내이고 있다. 소매로 나타난 수숫대 같은 팔에 갑자기 뭉퉁하게 달린 손이 지팡이를 힘껏 다궈쥐었다. 금방 뼈마디가 허옇게 나올 것 같다.

의사는 회전의자에 앉아 의서를 보다가 흘끔 돌아보았으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른 머리를 돌리고 검실검실한 긴 눈썹에 싫은 빛을 푸르르 깃들이고서 여전히 책에 열중한 체한다. 저편 침대 곁에서 소곤소곤

지껄이던 간호부들은 입을 다물고 우두커니 서 있다. 그중에 제일 나이들어 보이는 간호부가 환자를 바라보자 얼굴이 해쓱해서?오빠!?하고 부르렸으나 다시 보니 오빠는 아니었다.

가시로 버티는 듯한 눈을 억지로 내려 떴다. 마룻바닥은 캄캄하였다. 귀가 울고 가슴이 달막거린다. 꼭 오빠였다. 조금도 틀림없는 오빠이었다. 한데 눈 한 번 깜박일 새 그가 제일 싫어하는 무료과의 입원한 환자가 아니었던가. 내가 미쳤나, 소리를 쳤더라면 어쩔 뻔했어, 하고 다시 환자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저러한 불쌍한 사람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 셈인가! 이러한 생각이 불쑥 일어나자 그의 조그만 가슴이 화끈 뜨거워진다.그는 얼른 알콜 십뿌( :찜질수건)를 가지고 환자의 곁으로 가서 붕대에 손을 대었다. 오빠는 참으로 이런 사람을 위했음인가? 머리가 어찔해지고 손끝이 포들포들 떨린다. 풀리는 붕대에서는 살 썩은 내가 뭉클뭉클 일어난다. 참말 오빠는 사형을 당하였어, 거짓 소리가 아닐까. 손은 환부를 꾹 눌러 누런 고름을 뽑으면서 맘으로는 이리 분주하였다.

뻘건 피가 고름에 섞여 주루루 흘러내린다.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퉁퉁 부은 환부에 손이 옴쑥 들어가며 다리뼈 마디에 맞질리운다. 발그레한 손끝에 피와 고름이 선뜻 묻혀진다. 오빠의 얼굴이 선히 떠오른다. 오빠는 목숨까지 바쳤거든 나는 요만 병자를 대하기도 싫어했구나. 눈이 캄캄해지고 형용할 수 없는 감격이 토실히 부은 그의 눈등에까지 흔흔히 올라오고 있다.

고름은 멈춰지고 피만 흐르매 알콜 십뿌로 환부를 박박 문지르고 핀셋으로 니바노루 가제를 집어 어웅한 환부 속을 헤치고 깊이 밀어넣은 담에 소독한 가제에다 부로시 십뿌를 싸서 환부에 덮고 노란 유지를 놓아 붕대해 주었다. 환자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부비치고 나서 지팡이를 집고 일어나 나간다. 땀내에 머리카락 쉰 내인 듯한 내가 후끈끼친다. 그는 물러났다. 적삼깃을 쓰적이는 환자의 머리털이며 고름을 이겨붙여 말린 듯한 잠방이 밑, 저는 필시 부모도 처자도 없는 게로구나, 하고 돌아서서 스팀 곁에 있는 세면기에 손을 넣었다. 나도 단지 어머님뿐만이 아닌가, 크레졸 물이 그의 손에 가볍게 부딪칠 때 이리 생각되었다. 귀밑에 땀이 뽀르르 흘러내린다.

그는 보느라 없이 의사를 보았다. 양미간을 찌푸린 채 책을 보고 있다. 기분이 좋지 못할 때 언제나 저 모양을 한다. 그런 험한 환자가 다녀간 뒤라 그런지 의서 가운데 난해의 문구가 있어 그런지 딱히 집어댈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뜻하지 않은 옛일을 문득 회상하고 코웃음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십년 전 의사가 이 병원에 갓 부임했을 때는 모든 일에 열과 피가 움직였다. 특히 빈한한 환자에게 한하여는 수술료 같은 것은 반감하였고 또는 사정만 하면 한푼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원장과도 말다툼이 잦았으며, 한때는 사직한다는 말까지 있어 시민들까지 우려하였던 것이다.

때는 흘렸다. 거기에 따라 인심도 흐른 것인가, 십년 전 의사와 오늘의 그는 딴 사람인 것처럼 변하여진 것이다. 하필 의사뿐이랴, 오빠가 떠난 후에 영실의 맘과 몸까지도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것을 비로소 지금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없는 놈이니까 같은 없는 놈을 동정하여야 하고 보다도 이러한 생지옥을 벗어나기 위하여는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누이야.

어떤 날 밤중에 길 떠나면서 매어달리는 그 누이에게 이르던 오빠의 말, 결국 오빠는 그 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오빠 너무해, 너무해, 어머니는 어쩌구 저 모양이 되어, 온 세상이 우리 모녀를 업수이 보고 해치려는데……"

그는 커튼으로 눈을 옮겼다. 정낮 햇볕에 주홍빛으로 물들여진 커튼은 눈물에 어리어 뿌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캄캄도 하였다.

열두 시를 땅땅 친다. 뒤이어 웅 하고 일어나는 저 사이렌 소리. 병원을 즈르릉 울려 준다. "너의 오빠는 사형당하였단다. 우웅우웅." 외치는 듯 호소하는 듯 땅을 울리고 하늘에 솟았다 툭 끊어져버렸다.

의사는 책을 덮어놓고 일변 수건을 내어 얼굴을 씻으면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가죽 슬리퍼 끄는 저 소리, 그는 문득 신발소리를 따라 귀를 세웠음을 발견하고 스스로 조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젠 의사는 그를 잊은 지 오래였고 이미 딴 여자와 약혼까지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자신은 그를 잊지 못하고 입때까지 생각하나. 호! 나오는 한숨을 언제나처럼 꿈쩍 삼키였다가 한참만에야 가만히 내뿜었다.

믿던 사나이도 변하였고, 행여나 나오면 나오게 되면, 하고 주야로 기다리던 오빠마저 영원히 가버리었다. 오빠가 나오면 어머님께도 숨긴 이 비밀을 이야기하여 억울함을 설치하고자 했건만 그 희망조차 툭 끊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번득이는 카제관(罐)을 바라보자 눈에 핏줄이 따갑게 일어나는 듯해서 눈을 감고 침대에 걸어않았다. 소매에서 크레졸 내가 솔솔 품기고 있다.

"아이 언니, 오빠를 생각하지? 그러지 말아요, 이젠 그리된 것을 아끼라메(체념) 해야지 어쩐다나."

효숙이가 깨울하여 본다. 눈에 동정의 빛이 짜르르하다. 통통한 볼에 윤기가 돌고 엷은 입술 사이로 담은담은한 이가 구슬같이 둥글다.

"어서 소지나 해요."

효숙의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까가와[中川]를 보았다.

Chapter 1 of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