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의 광기
4장. 수술실의 광기
효숙이는 공중 뛰어와서 영실이를 탈의소롤 잡아 끌고 일변 옷을 바꾸어 입히느라 색색거린다. 크림내가 숨결에 따라 몽클몽클 그의 볼에 부딪치고 있다. 그는 맘은 급하지만 몸은 딴 사람의 것같이 임의로 움직여지지를 않는다. 그래서 효숙의 하는 대로 내맡기었다.
효숙이는 그를 끌고 내려와서 수술실 문을 조용히 열고 등을 밀었다. 방안은 화끈하고 더운 김이 그의 머리털에까지 훈훈히 서리고 있다. 갑자기 그는 현기증이 칵 일어 앞이 아득해지므로 벽을 붙들고 멍하니 섰다.
벌써 환자는 수술대에 높이 뉘어놨고 호히[被]로 푹 덮어 놨으며, 오직 오른편 배만은 장방형으로 나타나게 하였고 그 옆에 의사가 서서 주사를 놓고 있다.
두 사람의 조수가 좌우 옆에 갈라섰고 아래 위로 간호부가 서서 병자를 붙들고 있다. 의사의 바로 옆에 수술복에 새하얀 수건을 쓴 나까가와가 수갑 낀 손에 핀셋을 쥐고 테이블에 늘어 놓은 온갖 기계들은 차례로 섬기고 있다. 그 나머지의 간호부들은 세면기에 물을 떠 가지고 간혹 들어온 불나비를 잡느라 쫓아다니고, 혹 의사의 이마에 흐르는 땀이며 조수들의 땀을 씻어 주고, 발이 시원해지라 냉수를 시멘트 바닥에 주르르 하고 붓기도 한다. 저편 구석에 환자의 친족인 듯한 사십 가까워 보이는 중년 부인이 눈이 뒤집히어 입을 헤 벌리고 서 있다.
의사는 영실이를 힐끗 보자 눈이 희뜩 올라가고 푸른 입술에 비웃음을 삐죽히 흘린다. 영실이는 이것을 보자 미안하던 맘이 홀랑 달아나고 어디선지 악이 바짝 치달아 온다. 그래서 얼른 세면기 앞으로 와서 브러시로 손을 닦기 시작하였다. 따끔 부딪치는 브러시를 따라 휭휭 돌던 머리가 딱 멈추어지고 맘이 꽁꽁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아구! 아구!"
환자는 외마디 소리를 냅다 지르고 다리를 함부로 내젓는다.
간호부들은 머리와 다리를 곡 누르니 환자는 더 죽는 소리를 내었다. 힐끗 돌아보니 의사는 방금 칼로 피부를 갈라 놓았고 흐르는 피 속에 지방이 희뜩희뜩 나타났으며, 혈관을 집은 고히루[止血 子]가 두어 개 꽂히어 영실의 눈을 꼭 찌르는 듯하였다. 눈송이 같은 가제가 나까가와의 손에서 의사의 피묻은 손에 쥐어 있는 핀셋으로 옮아와서 수술처에 들어가자마자 빨갛게 핏덩이가 된다.
영실이는 손을 다 씻고 나서 나까가와의 곁으로 갔다.
"미안하게 되었소"
"이상!"
나까가와는 머리를 돌린다. 이마엔 구슬땀이 방울방울 맺히었고 얼굴이 빨갛게 되어 영실이를 보자 시원하다는 듯이 핀셋을 내주고 머리를 설렁설렁 들어 땀을 떨구면서 물러났다. 수갑 낀 손에 쥐어지는 이 핀셋! 매끈하고도 듬직한 감을 주며 무엇이나 집고 싶어지는 이 감촉. 손에 기운이 버쩍 나고 흩어진 맘이 바짝 모인다.
눈감고라도 이 핀셋만 쥐면 어떠한 기계라도 능란히 섬길 수가 있는 것이다.
"후꾸마꾸간즈[ ]!"
의사는 이렇게 부르고 피묻은 수갑 낀 손을 내밀다가 힐끈 영실이를 보고 눈이 꺼칠해서 나까가와를 돌아보았다.
"왜 물러났어. 누가 시키는 게야."
소리를 냅다 지르고 영실이가 들어주는 기계를 홱 뿌리치고 나서 손수 테이블에서 기계를 집어 간다. 나까가와는 울상을 하고 영실의 손에서 핀셋을 빼앗다시피 하여 가지고 그를 밀고 테이블 앞에 다가선다.
영원히 그의 손에서 핀셋을 빼앗는 듯한 이 아픔, 손끝에 짜르르 울리고 뜨끔 찔리어 온 전신에 따갑게 퍼지고 있다. 그는 멍하니 섰다.
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 그를 존경하는 간호부들이며 조수들까지 경멸히 여기는 듯 누구 한 사람 눈여겨 보는 이 없다.
그만 울음이 탁 나오려는 것을 혀를 깨물어 참고 의사를 바라보았다. 한참 수술에 열중한 저 의사, 한 손에 칼을 들고 또 한 손에 핀셋을 쥐고 가제를 굴려가며 칼을 움직이는 저 의사, 누구보다도 저를 믿었고 그래서 일생을 의탁코자 아니했던가.
"아쿠! 아쿠!"
살을 지나 뼈를 할퀴는 듯한 환자의 비명에 그는 얼른 머리를 돌렸다. 환자에게서 툭 튀어오르는 오빠! 순간 그 비명이 오빠의 음성 같아 온 몸이 화딱 달았다. 다음 순간에 착각임을 알았으나 가슴이 뛰고 부르르 떨린다. 그는 얼른 이 방을 나가리라 하고 한 발걸음 옮기었을 때 구역질이 욱 하고 내달린다. 입술을 꼭 물었다. 목이 찢어지는 듯하더니 코로 주먹 같은 무엇이 칵 내달리며 아뜩하여진다. 그 순간 의사가 쥔 칼이 다음에 번득 빛났다.
그 칼이 오빠를 향하여 살대같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아이머니! 저놈이 사람을 죽여!"
영실이는 눈을 뒤집고 나는 듯이 의사에게로 달려드니 의사는 얼결에 주춤 물러서다가 발길로 탁 차버렸다. 영실이는 시멘트 바닥에 자빠졌으나 단숨에 일어나 달려든다. 입술과 코가 터져 온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이놈 이놈! 오빠를 죽여. 아구 오빠 오빠, 호호호, 저놈."
간담이 서늘하게 부르짖는다. 방안은 그제서야 영실이가 미친 것을 알았다. 조수는 달려들어 영실의 손을 낚아챘다.
"김서방! 이 미친년 끌어내!"
의사는 발을 구르며 호통하였다. 밖에서 수술자를 담아내려고 들것을 준비하던 김서방은 너무나 큰 소리에 놀라 들것을 든 채 황황히 달려오다가 조수들에게 끌리어 나오는 영실이를 보고 그만 딱 서버렸다.
"미쳤어, 저리 내가, 내가,"
조수 하나가 급급히 소리치고 나서 영실이를 김서방에게 맡겨버리고 수술실 문을 쾅 닫아 버린다. 벽이 쿵쿵 울린다.
김서방은 어쩔 줄을 몰라 영실이를 뒤집어 업었다. 영실이, 그는 김서방을 쥐어 뜯고 몸부림친다.
"이놈, 오빠, 아구 아구 어머니, 양말만 깁지 말고 빨리 나와요, 하하하 저놈이!"
김서방은 격리 병실로 뛰다가 몇 호실로 가란 말인고 아뜩하여 생각나지 않았다.
이번엔 위층 병실로 뛰어오며 생각하니 역시 아뜩하였다. 그만 다시 수술실 문 앞으로 오다가 그도 모르게 욱 치밀어 오는 감정에 층층 밖으로 뛰어나왔다.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