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
문호가 집에 돌아오면 문호의 모친은 혹 떡도 하고 닭도 잡아 문호를 먹인다. 그러할 때에는 반드시 문해와 문호를 따르는 여러 자매들도 함께 먹인다. 모친은 아랫목에 앉고 문호와 문해는 윗목에서 겸상하고 자매들은 모친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에 갈라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도하고 혹 먹을 것을 서로 빼앗고 감추기도 하면서 방안이 떠들썩하도록 떠들며 먹는다. 문호의 부친이 문밖에서,
" 왜 이리 떠드느냐? "
하면 일동이 갑자기 말소리를 그치고 어깨를 움추리다가 부친이 문을 열어 보고,
" 장꾼 모이듯 했구나. "
하고 빙긋이 웃고 나가면 여전히 떠들기를 시작한다. 이것을 보고 문호는 더할 수 없이 기뻐하건마는 문해는 양미간을 찌푸린다. 그럴할 때에는 난수도 웃고 지껄이기를 그치고 걱정스러운 듯이, 원망스러운 듯이 문해의 눈을 본다. 그러다가 문호의 웃는 얼굴을 보면 또웃는다. 이러다가 식후가 되면 문호와 문해는 윗간에 올라가서 무슨 토론을 한다. 그네의 토론하는 화제는 흔히 중국과 서양의 위인에 관한 것이라. 여기도 두 사람의 성격의 차이가 드러난다. 문호는 이백, 왕창령 같은 중국시인이나 톨스토이, 사옹, 괴테 같은 서양시인을 칭찬하되, 문해는 그러한 시인은 대개 인생에 무익한 뇌타자라고 매도하고 공맹주자 라든가 서양이면 소트라테스, 워싱턴 같은 사람을 찬송한다. 양인이 다 어떤 의미로 보아 문학에 뜻이 있는 것은공통이었다. 그러나 문호가 미적, 정적 문학을 애함에 반하여, 문해는 지적, 선적문학을 애한다. 즉 문해는 문학을, 사회를 교화하는 일방편으로 여기되, 문호는 꽤 분명하게 예술지상주의를 이해한다. 그러므로 문호는 문해를 유치하다 하고, 문해는 문호를 방탕하다 한다. 이러한 토론을 할 때에는 자매들은 자기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한다. 실로 차동중에 양인의 담화를 알아 듣는 사람은 양이 외에 없다. 부모들도 이제는 양인의 지식이 자기네들보다 승한 줄을 속으로는 인정한다. 더구나 자매들은 오직 국문소설을 읽을 뿐이다. 원래 문호의 당내는 적이 풍요하고 또 대대로 문한가라. 석일에는 여자들도 대개는 사서와 소학, 열녀전, 내치같은 것을 읽더니 근래에는 국문조차 불능해하는 여자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호와 문해는 천생 문학을 좋아하여그 자매들에게 국문을 가르치고 또 국문소설을 읽기를 권장하였다. 삼사 년 전에 문호가 그 자매들을 위하여 소설 한 편을 작하고 익년에 문해가 또 소설 한 편을 작하였다. 그러나 자매간에는 문호의 소설이 더욱 환영되었고, 문해도 자기의 소설보다 문호의 소설을 추장하여 자기의 손으로 좋은 종이에다가 문호의 소설을 베끼고 그 표지에, '김문호 저, 종제, 문해 서'라고 뚜렷하게 썼다. 문호의 부친도 이것을 보고 양인의 정의의 친밀함을 찬탄하고 또 그 야들의 손으로 된 소설을 일독하였다.
" 이런 것을 쓰면 사람을 버리나니라. "
하고 책망은 하면서도 십오 세 된 문호의 재주를 속으로 기뻐하기는 하였다. 그러고 과거제도가 폐하지 아니 하였던들 문호와 문해는 반드시 대과에 장원 급제를 할 것인데 하고 아깝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