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어가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년 봄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바람은 차고 달은 시리도록 갠 밤 아홉 시 무렵, 야스키치는 세 친구와 함께 어가시(魚河岸) 한길을 걷고 있었다. 세 친구라고 하면, 하이진 로사이(露柴), 양화가 후추(風中), 마키에시 조탄(如丹)이다. 세 사람 모두 본명은 밝히지 않지만 그 바닥에서는 솜씨로 이름난 인물들이다. 특히 로사이는 나이도 위인 데다 신경향 하이진으로서 일찌감치 명성을 떨친 사내였다.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다. 다만 후추와 야스키치는 술을 못하고 조탄은 이름난 주당이었으니, 세 사람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저 로사이만이 어쩌다 한 번씩 발걸음이 다소 위태로웠다. 우리는 로사이를 가운데 두고, 비릿한 달빛이 흘러드는 길을 일본바시(日本橋) 쪽으로 걸어갔다.

로사이는 뼛속까지 에도 토박이(江戸っ児)였다. 증조부는 쇼쿠잔(蜀山)이나 분초(文晁)와도 두터이 교유한 사람이었다. 집은 어가시의 마루세이(丸清)라 하면 그 일대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것을 로사이는 오래전부터 가업을 거의 남에게 맡겨 둔 채, 자신은 산야(山谷) 골목 깊숙한 곳에서 하이쿠와 서예와 전각을 즐겨 왔다. 그래서 로사이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어딘가 시원시원하고 호기로운 풍격이 있었다. 시타마치 기질보다 한층 호기롭고 야마노테와는 물론 인연이 먼, 말하자면 어가시 참치 초밥과 어딘가 일맥 상통하는 무엇이었다……

로사이는 마치 거추장스럽다는 듯, 이따금 외투 소매를 걷어 올리며 우리와 활달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탄은 조용히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어가시 어귀에 다다르고 말았다. 이대로 어가시를 그냥 빠져나가기란 모두가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그곳에 양식집이 한 곳, 한쪽을 비추는 달빛 아래 흰 노렌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 가게의 소문은 야스키치마저도 몇 차례 들은 적이 있었다. “들어가 볼까?” “들어가도 좋겠지.” 그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후추를 앞세워 좁은 가게 안으로 휩쓸려 들어가 있었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둘, 길쭉한 탁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어가시의 젊은이, 또 한 사람은 어딘가 공장에서 일하는 직공인 듯했다. 우리는 둘씩 마주 보게 같은 탁자에 비집고 앉았다. 그러고는 키조개 튀김을 안주 삼아 마사무네(正宗)를 조금씩 입에 머금기 시작했다. 물론 술 못하는 후추와 야스키치는 술잔을 두 번 거듭 비우지 않았다. 그 대신 음식을 비우게 하면 둘 다 꽤 잘 먹었다.

이 가게는 탁자도 의자도 니스를 칠하지 않은 흰 목재였다. 게다가 가게를 두른 것은 에도 전래의 요시즈, 곧 갈대 발이었다. 그래서 양식을 먹고는 있어도 도무지 양식집 같지가 않았다. 후추는 주문한 비프스테이크가 나오자 “이건 칼맛이 좋은 것 아닌가” 하고 말하기까지 했다. 조탄은 나이프가 잘 드는 데 자못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또 전등이 밝은 것이 이런 곳인 만큼 고맙게 여겨졌다. 로사이도 같은 식이었지만, 토박이인지라 무엇 하나 신기할 게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헌팅캡을 비뚜름히 쓴 채 조탄과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변함없이 활달하게 떠들고 있었다.

그러는 한가운데에, 페도라를 쓴 손님 하나가 불쑥 노렌을 헤치고 들어왔다. 손님은 외투 모피 깃에 두툼한 볼을 파묻은 채, 본다기보다는 노려보듯이 좁은 가게 안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더니 한마디 인사도 없이 조탄과 젊은이 사이의 자리에 큰 몸을 비집고 앉았다. 야스키치는 라이스 카레를 떠 올리며 ‘싫은 녀석이로군’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이즈미 쿄카 소설이라면 의협심 가득한 게이샤 같은 자에게 응징당할 녀석일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한 현대의 일본바시는 도저히 쿄카 소설처럼 그렇게 굴 리는 없다고도 생각했다.

손님은 주문을 마친 뒤 거만하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보면 볼수록 악역 치수에 딱 들어맞았다. 기름기 번드르르한 붉은 얼굴은 물론, 오시마(大島) 명주 하오리, 도장이 새겨진 반지까지, 죄다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야스키치는 점점 분위기에 짓눌렸기에 이 손님의 존재를 잊고자 옆자리 로사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로사이는 응이라거나 그래라거나, 적당한 대꾸밖에 해 주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그도 짓눌린 것인지, 전등 빛을 등진 채 일부러 헌팅캡을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어쩔 수 없이 후추, 조탄과 음식 이야기 따위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야기는 도통 흥이 오르지 않았다. 이 살찐 손님이 출현한 뒤로 우리 셋의 마음에 묘한 어긋남이 생긴 일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사실이었다.

손님은 주문한 튀김이 나오자 마사무네 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술잔에 따르려 했다. 그때 누군가가 옆에서 “고 상” 하고 또렷이 부르는 자가 있었다. 손님은 분명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 놀란 얼굴은 부른 이의 모습을 본 듯하더니 이내 당혹의 빛으로 바뀌어 갔다. “아이고, 이거 단나(檀那)님이셨습니까.” 손님은 페도라를 벗으며 부른 이에게 몇 번이고 깍듯이 인사했다. 부른 이는 하이진 로사이, 어가시 마루세이의 단나였다.

“오랜만이네.” 로사이는 시치미 떼는 얼굴로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술잔이 비자, 손님은 빈틈없이 로사이의 술잔에 자기 병의 술을 따랐다. 그러더니 곁에서 보기에도 우스울 정도로 로사이의 비위를 살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쿄카의 소설은 죽지 않았다. 적어도 도쿄의 어가시에서는 여전히 그런 사건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양식집 밖으로 나섰을 때 야스키치의 마음은 가라앉아 있었다. 야스키치는 물론 ‘고 상’에게는 아무런 동정도 품지 않았다. 게다가 로사이의 이야기로 보아 손님은 인품도 좋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쩐 일인지 흥겨워질 수가 없었다. 야스키치의 서재 책상 위에는 읽다 만 라 로슈푸코 잠언록이 있다. 야스키치는 달빛을 밟으며 어느새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이쇼 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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