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屍体)가 묻혀 있다!

이건 믿어도 좋은 일이야. 어째서냐 하면, 벚꽃이 그토록 멋들어지게 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일 아닌가. 나는 그 아름다움이 믿어지지 않아 이 이삼 일 불안하였다. 그러나 지금, 마침내 알 때가 왔다.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이건 믿어도 좋은 일이지.

어찌하여 내가 매일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내 방에 그토록 많은 도구 가운데 하필이면 보잘것없고 얄팍한 것, 안전면도날 따위가 천리안처럼 떠오르는가 ― 자네는 그것을 모르겠다 하였지만 ― 나에게도 역시 그것은 알 수 없지만 ― 이것도 저것도 결국 마찬가지 일임이 틀림없다.

도대체 어떤 나무의 꽃이든, 이른바 한껏 절정이라는 상태에 다다르면, 주위 공기 속으로 일종의 신비한 분위기를 흩뿌리는 법이다. 그것은, 잘 도는 팽이(独楽)가 완전한 정지로 맑게 가라앉듯이, 또 음악의 능숙한 연주가 으레 어떤 환각을 동반하듯이, 작열한 생식이 환각시키는 후광 같은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지 않고는 두지 않는, 신비롭고도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어제도 그제도 내 마음을 몹시 음울하게 만든 것도 그것이다. 나에게는 그 아름다움이 어딘가 믿어지지 않는 무엇처럼 여겨졌다. 나는 도리어 불안해졌고, 우울해졌고, 공허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마침내 알았다.

자네, 이 난만하게 흐드러진 벚나무 아래에 하나하나 시체가 묻혀 있다고 상상해 보게. 무엇이 나를 그토록 불안하게 만들었는가가 자네에게도 납득이 갈 걸세.

말 같은 시체, 개나 고양이 같은 시체, 그리고 사람 같은 시체, 시체는 모두 부란(腐爛)하여 구더기가 들끓고 견딜 수 없는 냄새가 난다. 그러면서도 수정 같은 액을 줄줄 흘리고 있다. 벚나무 뿌리는 탐욕스러운 문어처럼 그것을 끌어안고, 말미잘(이소긴챠쿠)의 촉수와도 같은 잔뿌리를 한데 모아 그 액체를 빨아들이고 있다.

무엇이 저 꽃잎을 만들고, 무엇이 저 수술을 만드는가, 나에게는 잔뿌리가 빨아 올리는 수정 같은 액이 고요한 행렬을 이루어 유관속(維管束) 속을 꿈처럼 올라가는 것이 보일 듯하다.

― 자네는 무엇을 그토록 괴로운 얼굴로 있는가. 아름다운 투시술이 아닌가. 나는 이제 비로소 동공을 가다듬고 벚꽃을 볼 수 있게 된 것일세. 어제도 그제도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신비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일세.

이삼 일 전, 나는 여기 골짜기로 내려가 돌 위를 디뎌 가며 걷고 있었다. 물보라 속에서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풀잠자리(薄羽蜉蝣)가 아프로디테(Aphrodite)처럼 태어나 골짜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자네도 알다시피, 그들은 거기서 아름다운 결혼을 하는 것이다. 잠시 걷고 있자니, 나는 묘한 것과 마주쳤다. 그것은 골짜기의 물이 마른 자갈밭에 작은 물웅덩이를 남긴 그 물속이었다. 뜻밖에도 석유를 흘려 놓은 듯한 광채가 일면에 떠 있는 것이다. 자네는 그것을 무엇이었으리라 여기는가. 그것은 몇만 마리인지 헤아릴 수도 없는 풀잠자리의 시체였다. 빈틈없이 물 표면을 덮은 그들의 겹쳐 쌓인 날개가, 빛에 오그라들어 기름 같은 광채를 흘리고 있었다. 그곳이 산란을 마친 그들의 무덤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았을 때, 가슴이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즐기는 변태자 같은 잔인한 기쁨을 나는 맛보았다.

이 골짜기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없다. 휘파람새도 박새도, 흰 햇빛을 새파랗게 안개 지게 하는 나무의 새싹도, 그저 그것만으로는 어렴풋한 심상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참극이 필요한 것이다. 그 평형이 있고서야 비로소 나의 심상은 명확해진다. 내 마음은 악귀처럼 우울에 목말라 있다. 내 마음에 우울이 완성될 때에만 비로소 내 마음은 누그러진다.

― 자네는 겨드랑이를 닦고 있군. 식은땀이 나는가.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일세. 굳이 그것을 불쾌하게 여길 일은 없어. 끈적끈적하기가 마치 정액 같다고 생각해 보게. 그제야 우리의 우울은 완성되는 것이라네.

아아,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도대체 어디서 떠올라 온 공상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시체가, 이제는 마치 벚나무와 하나가 되어,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도 떨어져 가려 들지 않는다.

이제야말로 나는, 저 벚나무 아래에서 주연을 벌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같은 권리로 꽃놀이 술을 마실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쇼와 3년 12월)

Chapter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