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5

오늘도 동냥

지하촌

오늘도 동냥

해는 서산 위에서 이글이글 타고 있다. 칠성이는 오늘도 동냥자루를 비스듬히 어깨에 메고 비틀비틀 이 동리 앞을 지났다. 밑 뚫어진 밀짚모자를 연신 내려쓰나. 이마는 따갑고 땀방울이 흐르고 먼지가 연기같이 끼어. 그의 코밑이 매워 견딜 수 없다.

「이애 또 온다.」

「어 아. 」

동리서 놀던 애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칠성이는 조놈의 자식들 또 만나는구나 하면서 속히 걸었으나, 벌써 애들은 그의 옷자락을 툭툭 잡아당겼다.

「이애 울어라 울어.」

한 놈이 칠성의 앞을 막아서고 그 큰 입을 헤벌리고 웃는다. 여러 애들은 죽 돌아섰다.

「이애 이애, 네 나이 얼마?」

「거게 뭐 얻어오니 ? 보자꾸나.」

한 놈이 동냥자루를 툭 잡아채니, 애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칠성이는 우뚝 서서 그중 큰놈을 노려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앞으로 가려든지 또 욕을 건네면, 애들은 더 흥미가 나서 달라붙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바루 바루 점잖은데. 」

머리 뾰죽 나온 놈이 나무꼬챙이로 갓 누은 듯한 쇠똥을 찍어들고 대들었다. 여러 놈은 깔깔거리면서 저마다 쇠똥을 찍어들고 덤볐다. 칠성이도 여기는 참을 수 없어서 막 서두르며 내달아갔다.

두 팔을 번쩍 들고 부르르 떨면서 머리를 비틀비틀 꼬다가 한발 지척 내디디곤 했다. 애들은 이 흉내를 내며 따른다. 앞으로 막아서고 뒤로 따르면서 깡충깡충 뛰어 칠성의 얼굴까지 똥칠을 해놓는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이, 이놈들!」

입을 실룩실룩하다가 겨우 내놓는 말이다.

「이, 이놈들!」

하고 또한 흉내를 내고는 대굴대굴 굴면서 웃는다. 쇠똥이 그의 입술에 올라가자, 앱 투 하고 침을 뱉으면서 무섭게 눈을 떴다.

「무섭다, 바루 바루.」

애들은 참말 무섭게 보았는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였다. 칠성이는 팔로 입술을 비비치고 떠들며 돌아가는 애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웬일인지 자신은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듯 그렇게 고적하고 분하였다.

그들이 물러간 후에, 신작로는 적적하고 죽 뻗어 나가다가, 조 밭을 끼고 조금 굽어진 저 앞이 뚜렷했다. 그 위에 수수밭 그림자 서늘하고...... 그는 걸었다. 옷에 묻은 쇠똥을 털었으나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퍼렇게 물이 든다. 그는 어디라 없이 멍하니 바라보다가 산밑으로 와서 주저앉았다.

긴 풀에 잔 바람이 홀홀히 감기고 이따금 들리는 벌레소리, 어디 샘물이 있는가 싶었다. 그는 보기 싫게 돋은 머리를 벅벅 긁어당기며 무심히 앞을 보았다. 수림 속에 햇발이 길게 드리웠고. 짹짹 하는 새소리 처량하게 들리었다. 난 왜 병신이 되어 그놈의 새끼들한테까지 놀림을 받나 하고 불쑥 생각하면서 곁의 풀대를 북 뽑았다. 손목은 찌르르 울렸다.

큰년이가 살까! 그는 눈이 멀고도 사는데, 난 그보다야 훨씬 낫지. 강아지의 털같이 보드라운 털을 가진 풀 열매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큰년이가 천천히 떠오른다. 곱게 감은 눈, 고것 참! 그는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곁에 놓인 동냥자루를 보면서 오늘 얻어온 것 중에 가장 맛있고 좋은 것으로 큰년에게 보내야 하지 하였다. 어떻게 보낼까? 밤에 바자 위로 넘겨줄까. 큰년이가 나와 바자 곁에 서 있어야 되지. 그럼 누가 나오라고는 해둬야지. 누구가 그래. 안 되어.

그럼 칠운이 들려서 보내야지. 아니 아니, 큰년의 어머니가 알게 되고 또 우리 어머니 알지, 안 되어. 낮에 김들 매러 간 담에 몰래 바자로 넘겨주지. 그는 가슴이 설레어서 부시시 일어나고 말았다.

가죽을 벗겨낼 듯이 내려 쬐던 해도 어느덧 산 속으로 숨어버리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풀잎을 살랑살랑 흔들고 그의 몸에 스며든다. 그는 동냥자루를 매만지다가, 어깨에 메고 지척하고 발길을 내디디었다.

하늘은 망망한 바다와 같이 탁 터지고, 저 멀리 붉은 너울이 유유히 떠돌고 있다. 그는 밀짚모자를 젖혀 쓰고 산밑을 떠났다. 걸음에 따라 쇠똥내가 물씬하고 났다.

그가 산모퉁이를 돌아 동리 앞까지 왔을 때, 그의 동생인 칠운이가 아기를 업고 쪼루루 달려온다.

「성 이제 오네. 히, 자꾸자꾸 봐도 안 오더니.」

큰 눈에 웃음을 북실북실 띄우고 형의 곁으로 다가서는 칠운이는 시커먼 동냥자루를 덤썩 쥐어 무엇을 얻어온 것을 어서 알려고 하였다.

「오늘도 과자 얻어왔어?」

「아아니.」

칠성이는 얼른 동냥자루를 옮기고 주춤 물러섰다. 칠운이는 따라섰다.

「나 하나만 응야. 성아. 」

침을 꿀떡 넘기고 새카만 손을 내민다. 그 바람에 아기까지 두 손을 쭉 펴들고 칠성이를 말끔히 쳐다본다.

「이, 이 새끼는---」

칠성이는 홰 돌아섰다. 칠운이는 넘어질 듯이 쫓아갔다.

「응야 성아, 나 하나만.」

「없, 없어---」

형은 눈을 치떴다. 칠운이는 금시로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형을 보았다.

「난 어마이 오면 이르겠네. 씨. 도무지 안 준다고, 아까 아까 어마이가 밭에 가면서 아기 보라면서 저 성이 사탕 얻어다준다고 했는데, 씨, 난 안 준다고 다 일러, 씨 흥.」

칠운이는 입을 비쭉 하더니,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 아기는 영문도 모르고 으아 하고 울음을 내쳤다.

주위는 감실감실 어두워오는데, 칠운이는 흑흑 느껴 울면서 그들의 어머니가 올라가 있을 저 산을 바라보고 뛰어간다.

「어머이. 어머이.」

하고 칠운이가 목메어 부르면, 번번이 아기도,

「엄마, 엄마. 」

하고 또랑또랑히 불렀다, 응응 하는 앞산의 반응은 어찌 들으면 어머니의 -왜-하는 대답 같기도 했다. 칠성이는 칠운이와 영애가 보이지 않는 것만 다행으로 돌아서 걸었다.

동네는 어둠에 푹 싸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나, 동네 앞으로 우뚝 서 있는 늙은 홰나무만이 별을 따려는 듯 높아 보였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해서라도 큰년이를 만날 것과, 또 얻어온 이 과자를 큰년의 손에 꼭 쥐어줄 것을 생각하며 걸었다.

「칠성이냐?」

어머니의 음성이 들린다. 그는 돌아보았다. 나무를 한 짐 이고 이리로 오는 어머니의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웬일인지 그의 머리가 숙어지는 듯해서 번쩍 머리를 들었다.

「왜 오늘 늦었느냐?」

아까 밭에서 산으로 올라갈 때 몇 번이나 아들이 나오는가 하여 눈이 가물가물 해지도록 읍길을 바라보아도 안 보이므로 어디 가 넘어져 애를 쓰는가, 또 애새끼들한테서 돌팔매질을 당하는가 하여 읍에까지 가볼까 하였던 것이다. 칠성이는 어머니의 이 같은 물음에 애들에게 쇠똥칠 당하던 것이 불시에 떠오르고, 코허리가 살살 간지럽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갈잎내를 확 풍기면서 그의 곁으로 다가선다. 그 큰 짐을 이고서 아기까지 둘러 업었다.

「어마이, 나 사탕 성은 안 준다야 씨.」

칠운이는 어머니의 치맛귀를 잡고 늘어진다. 그 바람에 어머니는 앞으로 쓰러질 듯했다가 도로 서서 한 손으로 칠운이를 어루만졌다.

「저놈의 새, 새끼, 주 죽이고 말라.」

칠성이는 발길로 칠운이를 차려 하였다. 어머니는 또 쓰러질 듯 막아섰다.

「그러지 말어라. 원 그것이 해 종일 아기 보느라 혼났다. 허리에는 땀띠가 좁쌀 알 같이 쪽 돋았구나. 여북 아프겠니 원.」

어머니는 말끝에 한숨을 푹 쉬인다. 칠성이는 문득 쇠똥내를 물큰 맡으면서 화를 버럭 올리었다.

「누, 누구는 가만히 앓아 있었나!」

「아니 그렇게 하는 말이 아니어, 칠성아.」

어머니는 목이 메어 다시 말을 계속하지 못한다. 그들은 잠잠히 걸었다.

집에 온 그들은 나뭇단 위에 되는 대로 주저앉았다. 어머니는 칠성의 마음을 위로하느라고 이 말 저말을 끄집어냈다.

「올해는 웬 살쐬기 그리 많으냐. 손이 얼벌벌하구나. 」

어머니는 그 손을 한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것을 참고 아이를 어루만지다가 젖을 꺼냈다. 칠운이는 나뭇단을 퉁퉁 차면서 흥흥거린다. 칠성이는 동생들이 미워서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났다. 그는 어둠 속을 휘 살피고 큰년이가 저 속에 어디 섰지 않는가 했다.

방으로 들어온 칠성이는 이제 툇돌에 움찔린 발가락을 엉덩이로 꼭 눌러 앉고 일변 칠운이가 들어오지 않는가 귀를 기울이며 문을 길었다. 그리고 동냥자루를 가만히 쏟았다. 흩어지는 성냥과 쌀알 흐르는 소리. 솜털이 오싹 일어, 그는 몸을 움찔하면서 얼른 손을 내밀어 하나하나 만져보았다. 역시 그 안에 있는 돈 생각이 나서, 돈마저 꺼내 가지고 우두커니 들여다보았다, 비록 방안이 어두워서 그 모든 것이 보이지 않으나, 눈꼽 같이 눈구석에 박혀 있는 듯했다.

성냥갑 따로, 쌀과 과자부스러기 따로 골라 놓고 문득 큰년이를 생각하였다. 어느 것을 주나, 얼른 과자를 쥐며 이것을 주지, 하고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바작 소리가 이 사이에 돌고 달큼한 물이 사르르 흐른다. 그는 입맛을 다시고 나서 칠운이가 엿듣는가 다시 한번 조심했다.

그는 온 손에 땀이 나도록 쥐고 있는 돈을 펴서 보고 한 푼 한 푼 세어보다가, 이것으로 큰년의 옷감을 끊어 다 주면 얼마나 큰년이가 좋아할까, 고의 가슴은 씩씩 뛰었다. 고것 왜 우리 집엘 안 올까, 오면 내가 돈도 주고 이 과자도 주고 또 큰년이가 달라는 것이면 내 다 주지, 응 .그래. 이리 생각되자 그는 어쩐지 마음이 송구해졌다. 해서 성냥갑과 과자부스러기를 한데 싸서 저편 갈자리 밑에 밀어놓고, 돈도 거기에 넣은 담에 쌀만 아랫방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뒷문 곁으로 바싹 다가앉아서 큰년네 바자를 바라다보았다.

바자에 호박넌출이 엉키었고 그 위에 벌들이 팔팔 날았다. 어떻게 만날까, 그는 무심히 발가락을 쥐고 아픔을 느꼈다. 서늘한 바람이 그의 볼 위에 흘러내렸다. 그는 안타까왔다. 지금 이 발끝이 아픈 것보다도 어딘가 모르게 또 아픈 것을 느낀다.

「이애 밥 먹어.」

칠성이는 놀라 돌아다보았다. 어머니가 샛문 밖에 서 있다는 것을 알자, 웬일인지 가슴 한구석에 공허를 아득하게 느꼈다,

「왜 은을 걸었나?」

어머니는 문을 잡아챈다. 과자를 달라거나 돈을 달래려고 저 미도 문을 잡아 흔드는 것 같다. 그는 와락 미운 생각이 치올랐다,

「난, 난 안 먹어!」

꽥 소리쳤다. 전신이 후루루 떨린다.

「장에서 뭐 먹고 왔니?」

어머니의 음성은 가늘어진다. 언제나 칠성이가 화를 낼 땐 어머니는 저리도 기운이 없어진다. 한참 후에,

「좀 더 먹으렴.」

「시, 싫여.」

역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어머니는 뭐라고 웅얼웅얼하더니 잠잠해버린다. 칠성이는 우두커니 앉았노라니 자꾸만 갈자리 속에 넣어둔 과자가 먹고 싶어 가만히 갈자리를 들썩하였다. 먼짓내 싸하게 올라오고 빈대 냄새 역하다. 그는 자리를 도로 놓고, 내일 아침에 큰년이 줄 것인데 내가 먹으면 안되지 하고, 획 돌아앉고도 부지중에 손은 갈자리를 어루쓸고 있다. 큰년이 줘야지, 냉큼 손을 떼고 문턱을 곽 붙들었다.

마침 바람이 산들산들 밀려들어 이마에 흐른 땀을 선뜻하게 한다. 그는 얼른 적삼을 벗어 던지고, 그 바람을 안았다. 온몸이 가려운 듯하여 벽에다 몸을 비비치니 어떤 쾌미가 일어, 부지중에 그는 몸을 사정없이 비비치고 나니 숨이 차고 등가죽이 벗어져 아팠다. 그래서 벽을 붙들고 일어나 나왔다.

몸을 움직이니 아니 아픈 곳이 없다. 손끝에 가시가 박혔는지 따끔거리고 팔뚝이 쓰라리고 아까 다친 발가락이 새삼스러이 더 쏘고. 그는 꾹 참고 걸었다.

울바자 밑에 나란히 서 있는 부초종 끝에 별빛인가도 의심나게 횐 꽃이 다문 다문 빛나고, 간혹 맡을 수 있는 부초 냄새는 계집이 곁에 와 섰는가 싶게 야릇했다, 그는 바자 곁으로 다가섰다.

큰년에 집에선 모깃불을 피우는지 향긋한 쑥내가 솔솔 넘어오고, 이따금 모깃불이 껌벅껌벅하는데 두런두런하는 소리에 귀를 세우니. 바자가 바삭바삭 소리를 내고, 호박잎의 솜털이 그의 볼에 따끔거린다. 문득 그는 바자 저편에 큰년이가 숨어서 나를 엿보지나 않나 하자 얼굴이 확확 달았다.

어느 때인가 되어 가만히 둘러보니, 옷에 이슬이 촉촉하였고, 부초꽃이 물 속에 잠긴 차돌처럼 그 빛을 환히 던지고 있다, 모깃불도 보이지 않고 캄캄하며, 어디선가 벌레소리가 쓰르릉 하고 났다. 고는 방으로 들어서자 가슴이 답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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