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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제마(어머니)! 에구 배야!"
박돌이는 이를 갈고 두 손으로 배를 웅크려 잡으면서 몸을 비비 틀기도 하고 벌떡 일어앉았다가는 다시 눕고, 누웠다가는 엎드리고 하며 몸 거접할 곳을 모른다.
"에구, 내 죽겠소! 왝, 왝."
시큼하고 넌들넌들한 검푸른 액(液)을 코와 입으로 토한다. 토할 때마다 그는 소름을 치고 가슴을 뜯는다. 뱃속에서는 꾸르르꿀 꾸르르꿀 하는 물소리가 쉬일 새 없다. 물소리가 몹시 나다가 좀 멎는다 할 때면 쏴― 뿌드득 뿌드득 쏴― 하고 설사를 한다. 마대 조각으로 되는 대로 기워서 입은 누덕바지는 벌써 똥물에 죽이 되었다.
"에구, 어찌겠니? 의원(醫員)놈도 안 봐주니…… 글쎄 이게 무슨 갑작 병인구?"
어머니는 토하는 박돌의 이마를 잡고 등을 친다.
"에구, 이거 어찌겠는구? 배 아프냐?"
어머니는 핏발이 울울한 박돌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이 휘둥그래서 급한 호흡을 치는 박돌이는 턱 드러누우면서 머리만 끄덕인다. 어머니는 박돌의 배를 이리저리 누르면서,
"여기냐? 어디 여기는 아니 아프냐? 응, 여기두 아프냐?"
두서없이 거듭거듭 묻는다.
"골은 아니 아프냐? 골두 아프지?"
그는 빤한 기름불 속에 열이 끓어서 검붉게 보이는 박돌의 이마를 짚었다. 박돌이는 '으흐 으흐' 하면서 머리를 꼬드기려다가 또 왝 하면서 모로 누웠다. 입과 코에서는 넌들넌들한 건물이 울꺽 주루룩 흘렀다.
"에구! 제마! 에구 내 죽겠소! 헤구!"
박돌이는 또 쏜다. 그의 바지는 벗겼다. 꺼끌꺼끌한 거적자리 위에 누운 그의 배는 등에 착 달라붙었다. 그는 가슴을 치고 쥐어뜯고, 목을 늘였다 쪼그리면서 신음한다.
"니 죽겠구나, 응! 박돌아, 박돌아! 야, 정신을 차려라. 에구, 약 한첩 못 써보고 마는구나! 침(鍼)이래도 맞혀 봤으면 좋겠구나!"
박돌이는 낯빛이 검푸르면서 도끼눈을 떴다. 목에서는 담 끓는 소리가 퍽 괴롭게 들렸다.
"에구, 뒷집 생원(서방님)은 어째 아니 오는지, 박돌아!"
박돌이는 눈을 떴다. 호흡은 급하고 높았다.
"제마! 주〔橘〕를 먹었으문!"
"줄으? 에구, 줄이 어디 있니?"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등불을 쳐다본다. 그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그러문 냉쉬(冷水)를 좀 주오!"
"에구, 찬물을 자꾸 먹구 어찌겠니?"
"애고고고……."
박돌이는 외마딧소리를 치더니 도끼눈을 뜨면서 이를 빡 간다.
뒷집에 있는 젊은 주인이 나왔다. 어둑충충한 등불 속에서 무겁게 흐르는 께저분한 공기는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몰려들었다. 젊은 주인은 부엌에 선 대로 구들을 올려다보면서 이마를 찡그렸다.
찢기고 뚫어지고 흙투성이 된 거적자리 위에서 신음하는 박돌이 모자의 그림자는 혼탁한 공기와 빤한 불빛 속에 유령같이 보였다.
"어째 의원은 아니 보입메?"
젊은 주인은 책망 비슷하게 내뿜었다.
"김초시더러 봐달라니 안 옵데. 돈 없는 사람이라구 봐주겠소? 약두 아니 져주던데!"
박돌 어미의 소리는 소박을 맞아 가는 젊은 여자의 한탄같이 무엇을 저주하는 듯 떨렸다.
"뜸이나 떠보지비?"
"그래 볼까? 어디를 어떻게 뜨믄 좋은지? 생원이 좀 떠주겠소? 떠주오. 쑥은 얻어 올게."
"아, 그것두 뜰 줄 모릅네? 숫구녕에 쑥을 비벼 놓고 불을 달믄 되지! 그런 것두 모르구 어떻게 사오?"
"떠봤을세 알지, 내 어떻게 알겠소!"
박돌 어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젊은 주인을 쳐다보았다.
"체하잖았소?"
"글쎄 어쨌는둥?"
박돌 어미는 박돌이를 본다.
"어젯밤에 무스거 먹었소?"
"갱게(감자)를 삶아 먹구…… 그리구 너무두 먹구 싶어하기에 뒷집에서 버린 고등어 대가리를 삶아 먹구서는 먹은 게 없는데."
"응, 그게루군. 문〔傷〕고등어 대가리를 먹으문 죽는대두! 그거는 무에라구 축축스럽게 줏어 먹소?"
젊은 주인은 입을 실룩하였다.
"에구, 그게(고등어) 그런가? 나는 몰랐지! 에구, 너무두 먹구 싶어서 먹었더니 그렇구마. 그래서 나도 골과 배가 아팠던 게로군! 그러나 나는 이내 겨워 버렸더니 일없구먼."
박돌 어머니는 매를 든 노한 상전 앞에 선 어린 종같이 젊은 주인을 쳐다본다.
"우리집에 쑥이 있으니 갖다 뜸이나 떠주오. 에익, 축축하게 썩은 고기 대가리를 먹다니?"
젊은 주인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린다.
"에구, 한심한 세상도 있는게! 의원만 그런 줄 알았더니 모두 그렇구나!"
박돌 어미의 눈에는 또 눈물이 괴었다. 가슴은 빠지지하다. 어쩌면 좋을지 앞뒤가 캄캄할 뿐이다. 온 세상의 불행은 혼자 안고 옴짝달싹할 수 없이 밑도 끝도 없는 어둑한 함정으로 점점 밀려 들어가는 듯하였다.
쫑그리고 무릎 위에 손을 꽂고 불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은 유리를 박은 듯이 까딱하지 않는다. 때가 까만 코 아래 파랗게 질린 입술은 뜨거운 불기운을 받은 가지〔茄子〕처럼 초들초들하다. 그의 눈에는 등불이 큰 물항아리같이 보였다가는 작은 술잔같이도 보이고 두셋이나 되었다가는 햇발같이 아래위 좌우로 씰룩씰룩 퍼지기도 한다.
"응, 내 이게 잊었구나! ……쑥을 가져와야지."
박돌의 괴로운 고함 소리에 비로소 자기를 의식한 박돌 어미는 번쩍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