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7
"제마! 애고― 아야! 내 제마!"
하는 소리에 박돌 어머니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문을 내다보는 그의 두 눈은 유난히 번득였다.
이때 그의 눈 속에는 보이는 것이 있었다.
낮인가? 밤인가? 밤 같기는 한데 어둡지는 않고 낮 같기는 한데 볕이 없는 음침한 곳이다. 바람은 분다 하나 나뭇가지는 떨리지 않고 비는 온다 하나 빗소리는커녕 빗발도 보이지 않는 흐리머리한 빗속이다. 살이 피둥피둥하고 얼굴이 검붉은 자가 박돌의 목을 매어 끌고 험한 가시밭 속으로 달아난다.
"애고! 애고― 제…… 제마! 제마!"
박돌의 몸은 돌에 부딪히고 가시에 찢겨서 온몸이 피투성이되었다. 피투성이 속으로 울려 나오는 박돌의 신음 소리는 째릿째릿하게 들렸다.
"으응."
박돌 어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모들뜬 두 눈에서는 이상스러운 빛이 창문을 냅다 쏜다. 그는 돼지를 보고 으르는 개처럼 이를 악물고 번쩍 일어서더니 창문을 냅다 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먼지가 뿌연 그의 머리카락은 터부룩하여 머리를 흔드는 대로 산산이 흩날린다. 입과 코에는 피 흘린 흔적이 임리하고 저고리와 치마 앞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야 이놈아, 내 박돌이를 내놔라! 에구 박돌아! 박돌아! 야 이느므새끼야, 우리 박돌이를 내놔라!"
그는 무엇을 뚫어지도록 눈이 퀭해 보면서 허둥지둥 뛰어간다.
"야 이놈아! 저놈이 저기를 가는구나!"
그는 동계사무소 앞 골목으로 내뛰더니 바른편으로 휙 돌아 정직상점 뒷골목으로 내리뛰면서 손뼉을 짝짝 친다. 산산한 머리카락은 휘휘 날린다.
"에구 저게 웬일이야?"
"박돌 어미가 미쳤네!"
"저게 웬 에미넨구!"
길에 있던 사람들은 눈이 둥그래 피하면서 한마디씩 뇌인다. 웬 개 한 마리는 짖으면서 박돌 어미 뒤를 쫓아간다.
"이놈아! 저놈이 내 박돌이를 끌고 어디를 가니? 응, 이놈아!"
뛰어가는 박돌 어미는 소리를 치면서 이를 간다. 도끼눈을 뜨는 두 눈에는 이상스런 빛이 허공을 쏘았다. 그 모양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소름을 치고 물러선다.
"이놈아! 이놈아! 거기 놔라! 저놈이 내 박돌이를 불 속에 집어넣네…… 에구구…… 끔찍도 해라. 에구 박돌아!"
"응 박돌아, 그 돌〔石〕을 줴라! 꼭 붙들어라!"
박돌 어머니는 이를 빡빡 갈면서 서너 집 지나 내려오다가 커단 대문 단 기와집으로 쑥 들이뛴다. 그 대문에는 김병원 진찰소(金丙元診察所)라는 팔분(八分)으로 쓴 간판이 붙었다.
"저놈이…… 저 방으로 들어가지? 이놈! 네 죽어 봐라, 가문 어디로 가겠니! 이놈아, 내 박돌이를 어쨌니? 내놔라! 내 박돌이를 내놔라! 글쎄 내 박돌이를 어쨌니?"
두 눈에 불이 휑한 박돌 어머니는 툇마루 놓인 방 미닫이를 차고 뛰어들어가서 그 집 주인 김초시의 멱살을 잡았다.
멱살을 잡힌 김초시는 눈이 둥그래서,
"이…… 이……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황겁하여 윗방으로 들이 뛰려고 한다.
"이놈아! 네가 시방 우리 박돌이를 끌어다가 불 속에 넣었지? 박돌이를 내놔라! 박돌아!"
날카롭고 처량한 그 소리에 주위의 공기는 싹싹 에어지는 듯하였다.
"아…… 아…… 박돌이를 내 가졌느냐? 웬일이냐?"
박돌이란 소리에 김초시 가슴은 뜨끔하였다. 김초시는 벌벌 떨면서 박돌 어미 손에서 몸을 빼려고 애를 쓴다. 두 몸은 이리 밀리며 저리 쓰러져서 서투른 씨름꾼의 씨름 같다.
약장은 넘어지고 요강은 엎질러졌다. 우시시한 초약과 넌들넌들한 가래며 오줌이 한데 범벅이 되어서 돗자리에 흩어졌다.
"야 이년아! 이 더러운 년아! 남의 집에 왜 와서 이 야단이냐?"
얼굴에 독살이 잔뜩 나서 박돌 어미에게로 달려들던 주인 여편네는 피 흔적이 임리한 박돌 어미의 입과 퀭한 그 눈을 보더니,
"에구, 저 에미네 미쳤는가?"
하면서 뒤로 주춤한다.
김초시의 멱살을 잔뜩 부여잡은 박돌 어미는 이를 야금야금하면서 주인 여편네를 노려본다.
주인 여편네는 뛰어다니면서 구원을 청하였다.
김초시 집 마당에는 어린애 어른 할 것 없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모두 박돌 어미의 꼴을 보고는 얼른 대들지 못한다.
"응 이놈아!"
박돌 어미는 김초시의 상투를 휘어잡으며 그의 낯에 입을 대었다.
"에구! 사람이 죽소!"
방바닥에 덜컥 자빠지면서 부르짖는 김초시의 소리는 처량히 울렸다.
사내 몇 사람은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이놈아! 내 박돌이를 불에 넣었으니 네 고기를 내가 씹겠다."
박돌 어미는 김초시의 가슴을 타고 앉아서 그의 낯을 물어뜯는다. 코, 입, 귀…… 검붉은 피는 두 사람의 온몸에 발리었다.
"어째 저럽메?"
"모르겠소!"
밖에 선 사람들은 서로 의아해서 묻는다. 모든 사람은 일종 엷은 공포에 떨었다.
"그까짓 놈(김초시), 죽어도 싸지! 못 할 짓도 하더니……."
이렇게 혼자말처럼 뇌는 사람도 있다.
1931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물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