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
꿈.
모두가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
나오지의 죽음 뒤처리를 하고, 그로부터 한 달 동안 나는 겨울 산장에 혼자 살았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 편지를 물 같은 마음으로 써서 보내 드렸다.
아무래도 당신도 저를 버리신 모양입니다. 아니, 차츰 잊어 가시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행복합니다. 제가 바라던 대로 아기가 생긴 모양입니다. 저는 지금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심정입니다만, 그래도 배 속의 작은 생명이 저의 고독한 미소의 씨앗이 되어 있습니다.
더러운 실책 따위로는 저에게 도무지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전쟁이니 평화니 무역이니 조합이니 정치니 하는 것이 있는 까닭을, 요즈음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모르시겠지요. 그러니 언제까지나 불행하신 겁니다. 그건 말이지요,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여자가 좋은 아이를 낳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는 처음부터 당신의 인격이라든가 책임이라든가를 기대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저의 한 줄기 사랑의 모험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만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뜻이 이루어져, 이제 저의 가슴속은 숲속의 늪처럼 고요합니다.
저는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아가 설령 남편의 아이가 아닌 아이를 낳더라도, 마리아에게 빛나는 긍지가 있다면 그것은 성모자가 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낡은 도덕을 태연히 무시하고 좋은 아이를 얻었다는 만족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뒤로도 여전히 기요틴 기요틴 하면서 신사들이며 아가씨들과 술을 마시고, 데카당 생활이라는 것을 계속하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그만두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 또한 당신의 마지막 투쟁의 형식일 테니까요.
술을 끊고 병을 고치고 오래 사시어 훌륭한 일을 하시라는, 그런 속 보이는 겉치레 같은 말은 이제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훌륭한 일’ 따위보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이른바 악덕 생활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편이 뒷세상 사람들에게 도리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희생자. 도덕의 과도기의 희생자. 당신도 저도 필시 그것이겠지요.
혁명은 대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적어도 저희 주변에서는 낡은 도덕이 여전히 그대로, 티끌만큼도 변하지 않고 저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바다 표면의 물결은 무언가 소란스러워도, 그 밑바닥의 바닷물은 혁명은커녕 꿈쩍도 않고 자는 척하며 드러누워 있는걸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까지의 제1회전에서는 낡은 도덕을 조금이나마 밀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태어날 아이와 함께 제2회전, 제3회전을 싸울 작정입니다.
그리운 사람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
당신이 저를 잊으셔도, 또 당신이 술로 목숨을 잃으셔도, 저는 저의 혁명의 완성을 위해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인격이 얼마나 하찮은지를 저는 얼마 전에도 어떤 사람에게서 이것저것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저에게 이런 강함을 주신 분은 당신입니다. 제 가슴에 혁명의 무지개를 걸어 주신 분은 당신입니다. 살아갈 목표를 주신 분은 당신입니다.
저는 당신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고, 또 태어날 아이에게도 당신을 자랑으로 여기게 할 생각입니다.
사생아와, 그 어머니.
그렇지만 저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부디 당신도 당신의 싸움을 계속 싸워 주십시오.
혁명은 아직 조금도,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더 많은 아까운 귀한 희생이 필요한 듯합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희생자입니다.
작은 희생자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우에하라 씨.
저는 이제 당신에게 아무것도 부탁드릴 마음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그 작은 희생자를 위해 한 가지만 허락을 청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낳은 아이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부인께 안겨 드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저에게 이렇게 말하게 해 주십시오.
“이 아이는 나오지가 어느 여자에게 몰래 낳게 한 아이랍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 그것만은 누구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니, 저 자신도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오지라는 그 작은 희생자를 위해 아무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불쾌하실까요. 불쾌하시더라도 참아 주십시오. 이것이 버림받고 잊혀 가는 여자의 유일한 희미한 심술이라 여기시고, 부디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M·C 마이, 코미디언. 쇼와 22년 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