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45

1

행인

나쓰메 소세키

친구

우메다 역을 내리자마자 나는 어머니가 당부하신 대로 곧 인력거를 불러 오카다의 집으로 달려가게 했다. 오카다는 어머니 쪽으로 먼 친척뻘 되는 사내였다. 그가 어머니에게 정확히 어떤 친척인지는 몰랐고, 그저 먼 친척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오사카에 내려오자마자 그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 오기 일주일 전, 어느 친구와 약속을 나눴다. 지금부터 열흘 안에 오사카 일대에서 만나자, 함께 고야산에 오르자, 시일이 허락하면 이세에서 나고야로 돌아가자는 내용이었다. 둘 다 지정할 만한 장소가 없었기에 나는 오카다의 이름과 주소를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그럼 오사카에 도착하는 대로 거기로 전화를 걸면 자네가 있는지 없는지 바로 알 수 있겠군.” 친구는 헤어질 때 이렇게 다짐을 받았다. 오카다가 전화를 가지고 있는지 나로서도 미덥지 못했기에, 전화가 없다면 전보든 우편이든 곧바로 보내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친구는 고슈선으로 스와까지 가서 거기서 되돌아 기소를 지난 뒤 오사카로 나올 계획이었다. 나는 도카이도를 단숨에 달려 교토까지 와서 그곳에서 사나흘 볼일을 겸해 머무른 다음, 같은 오사카 땅을 밟을 생각이었다.

예정한 날수를 교토에서 보낸 나는 친구의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듣고 싶어 역을 나서자마자 오카다의 집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쪽의 편의에 지나지 않는, 말하자면 나의 사정이었다. 앞서 말한 어머니의 당부와는 전혀 별개였다. 어머니가 오사카에 가거든 무엇보다 먼저 오카다를 찾아가라며 짐이 될 만큼 커다란 캔 과자를 선물이라 일러 가방에 넣어주신 것은, 옛 시절의 율법 같은 예절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안쪽에 또 하나 실질적인 용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와 오카다가 족보상 어느 줄기에서 갈라져 나와 어떤 가지로 이어져 있는지조차 모를 만한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내게 맡긴 용건에도 별다른 기대나 흥미는 없었다. 다만 오랜만에 만나는 오카다라는 인물 — 차분하고 네모진 얼굴을 한, 아무리 수염을 기르고 싶어 해도 쉽사리 나지 않는, 게다가 머리 쪽은 슬슬 얇아지기 시작할 듯한 — 그 오카다를 만나는 일에는 다소 호기심이 일었다. 오카다는 그간 용무로 종종 도쿄에 올라왔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 술기운으로 짙게 물든 그의 네모진 얼굴을 볼 기회도 번번이 빼앗겼다. 나는 인력거 위에서 손가락을 꼽아 헤아려 보았다. 오카다가 도쿄를 떠난 것이 바로 얼마 전 같으면서도 벌써 오륙 년이 된다. 그가 신경 쓰던 머리도 요즘은 상당히 위태로워졌을 터였다. 두피가 비쳐 보일 만한 부분을 나는 멋대로 상상해 보았다.

오카다의 머리카락은 상상했던 대로 얇아져 있었다. 그러나 집은 생각보다 말끔하고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아무래도 가미가타식이라서 쓸데없는 데에 높다란 담장을 쌓아올려, 음침해서 곤란합니다. 그 대신 이층은 있어요. 잠깐 올라와 보시죠.” 그가 말했다. 나는 무엇보다 친구 일이 마음에 걸렸기에, 이러저러한 사람에게서 아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오카다는 의아한 얼굴로 아니요, 하고 대답했다.

나는 오카다에게 이끌려 이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본인이 자랑할 만은 해서 전망은 꽤 좋았지만, 툇마루 없는 방의 창으로 햇빛이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탓에 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코노마에 걸린 족자도 뒤로 젖혀져 있었다.

“아니, 햇볕 때문이 아닙니다. 일 년 내내 걸어 놓으니까 풀 먹인 게 저리 되는 겁니다.” 오카다는 진지하게 변명했다.

“과연, 매화에 꾀꼬리로군.” 나도 그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그는 살림을 차릴 때 쓸 요량으로 이 족자를 내 아버지에게서 받아, 아주 득의만면하게 내 방까지 가지고 와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오카다 군, 이 고슌은 가짜야. 그래서 그 영감이 자네한테 준 거지”라고 말하며 놀림 반으로 오카다를 화나게 했던 일이 기억났다.

두 사람은 족자를 보며 그때를 떠올리고 아이처럼 웃었다. 오카다는 언제까지고 창가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이어갈 기색이었다. 나도 속옷에 양복바지만 걸친 채 그 자리에 드러누워 상대해 주었다. 그에게서 덴가차야의 형세며, 장래의 발전이며, 전차의 편리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별 흥미 없는 문제를 그저 순순히 네, 네 하고 듣고 있었지만, 전차가 다니는 곳에 굳이 인력거를 타고 온 것만은 바보스럽게 여겨졌다. 두 사람은 다시 이층에서 내려왔다.

이윽고 부인이 돌아왔다. 오카네 씨라 하는 부인으로, 용모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피부가 희고 매끈하며 멀리서 보면 아주 좋아 보이는 여자였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어느 관청의 속관 딸로, 그 무렵에는 이따금 부엌 쪽 문으로 맡은 바느질거리를 들고 드나들었다. 오카다는 또 그때 우리 집의 식객 노릇을 하며 부엌에 가까운 서생방에서 공부도 하고 낮잠도 자고, 때로는 군고구마 같은 것도 먹었다. 두 사람은 그런 식으로 서로 얼굴을 익혔다. 얼굴을 익힌 뒤 결혼이 성립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오카다는 어머니의 먼 친척뻘 되는 사내였으나 우리 집에서는 서생이나 다름없이 지냈으므로, 하녀들은 나나 형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말까지 오카다에게는 거리낌 없이 툭툭 던지곤 했다. “오카다 씨, 오카네 씨가 안부 여쭈더라” 같은 말은 나도 이따금 귓가에 스쳤다. 하지만 오카다는 도통 개의치 않는 눈치였기에 그저 아무 뜻 없는 농담이려니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오카다는 고등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오사카의 어느 보험 회사로 가버렸다. 자리는 내 아버지가 알선해 주신 것이라 했다. 그로부터 일 년쯤 지나 그는 또 훌쩍 도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오카네 씨의 손을 이끌고 오사카로 내려갔다. 이것도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중간에 말을 놓아 혼담을 정리해 주신 것이라 한다. 나는 그때 후지산에 올라 고슈 길을 걸을 작정으로 집에 없었는데,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다. 따져 보니 내가 고텐바에서 내린 기차와 엇갈려, 오카다는 새 부인을 맞이하러 도쿄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오카네 씨는 격자문 앞에서 접은 양산을 작은 보따리와 함께 겨드랑이에 낀 채, 현관에서 부엌 쪽으로 빠져나갈 때 잠깐 민망한 얼굴을 지었다. 한낮의 햇볕 속을 걸어온 열기로 얼굴이 땀에 젖어 붉어져 있었다.

“여보, 손님이 오셨어.” 오카다가 거리낌 없이 큰 소리를 내자, 오카네 씨는 “네에” 하고 안쪽에서 부드럽게 대답했다.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예전에 내가 입던 구루메가스리와 플란넬 속옷을 꿰매 주기도 했구나 하는 그리운 기억을 문득 떠올렸다.

오카네 씨의 태도는 분명하고 차분하여, 어디에도 천한 가정에서 자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삼일 전부터 벌써 오실 거라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같은 말을 하며 눈가에 애교를 띄우는 모습은 내 여동생보다 품위가 있을 뿐 아니라, 몸가짐도 얼마간 빼어나 보였다. 오카네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이 정도라면 오카다가 일부러 도쿄까지 올라와 데리고 갈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젊은 부인이 아직 한창 꽃다운 처녀였던 오륙 년 전에, 나는 이미 그 목소리와 이목구비를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친하게 말을 주고받을 기회는 없었기에, 이렇게 오카다 부인으로서 새삼 만나보니 스스럼없이 응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같은 계급에 속하는 낯선 여인을 대하듯 격식 차린 말을 띄엄띄엄 썼다. 오카다는 그것이 우스운지 아니면 기쁜지, 이따금 내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뿐이라면 괜찮겠지만, 때로는 오카네 씨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카네 씨는 태연했다. 오카네 씨가 잠시 용무가 있어 안쪽으로 일어선 사이, 오카다는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내 무릎을 툭툭 치며 “왜 저 사람한테 그렇게 격식을 차리는 겁니까. 원래 알던 사이 아닙니까” 하고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좋은 부인이 되었더군. 저 정도라면 내가 맞이했더라면 좋았을걸.”

“농담 마십시오.” 그러면서 오카다는 한층 큰 소리로 웃었다. 이윽고 조금 진지해져서는 “그런데 당신, 저 사람 험담을 어머니한테 했다면서요” 하고 물었다.

“뭐라고?”

“오카다도 딱하지, 저런 여자를 오사카까지 끌고 가다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가 괜찮은 사람을 찾아줄 텐데, 라고 말이에요.”

“그거야 자네, 옛날 일이지.”

이렇게 답했지만 나는 조금 무안해졌다. 잠깐 허둥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야 조금 전 오카다가 묘한 눈짓으로 이따금 부인 쪽을 바라본 의미를 비로소 이해했다.

“그때는 저도 어머니께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답니다. 너 같은 서생이 뭘 안다고. 오카다 씨 일은 아버지와 내가 당사자들한테 좋도록 해둔 거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잠자코 보고만 있어라, 라고요. 단단히 당했지요.”

나는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사실이 변명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로, 그때의 정황을 다소 과장해서 이야기했다. 오카다는 점점 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도 오카네 씨가 다시 방에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 나는 얼마간 민망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짓궂은 오카다는 일부러 부인에게 “지금 지로 씨가 당신을 아주 칭찬해 주셨어. 잘 감사 인사드려야지” 하고 말했다. 오카네 씨는 “당신이 너무 험담을 해대시니까 그러시는 거겠죠” 하고 남편에게 답하면서, 눈은 내 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저녁 식사 전, 유카타 차림으로 오카다와 둘이서 언덕 위를 거닐었다. 드문드문 세워진 집들과 그 둘레를 에워싼 울타리가 도쿄 야마노테를 지나친 교외를 떠올리게 했다. 문득 오사카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의 소식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나는 대뜸 오카다를 돌아보며 “자네 집에는 전화가 없겠지?” 하고 물었다. “저 구조에 전화가 있을 것 같습니까?” 하고 대답하는 오카다의 얼굴에는 그저 기분 좋은 들뜬 기색뿐이었다.

여름날 저녁은 비교적 오래 지속되었다. 두 사람이 걷고 있는 언덕 위는 유독 밝아 보였다. 그러나 먼 나무들의 빛깔이 하늘에 감싸여 차츰 검어져 감에 따라, 하늘빛도 때를 놓치지 않고 변해갔다. 나는 마지막 빛을 빌려 오카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자네, 도쿄에 있을 때보다 훨씬 쾌활해진 것 같군. 혈색도 아주 좋아. 잘됐어.”

오카다는 “뭐, 덕분에요”라는 식의 애매한 인사를 건넸는데, 그 안에 어딘가 기쁜 기색도 섞여 있었다.

이제 저녁상도 차려졌을 테니 돌아갈까 하고 두 사람이 돌아가는 길에 올랐을 때, 나는 불쑥 오카다에게 “자네와 오카네 씨는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군” 하고 말했다. 진지할 생각이었지만, 오카다에게는 그것이 비웃음처럼 들렸던 모양이어서, 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달리 부인하지도 않았다.

얼마 지나 그는 지금껏의 쾌활한 어조를 문득 잃었다. 무언가 비밀이라도 털어놓는 듯한 태도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러면서도 혼잣말을 하듯 발밑을 응시하며, “이렇게 저 사람하고 함께 산 지 이럭저럭 오륙 년 가까이 되는데, 아무래도 아이가 안 생기는군요. 어쩐 일인지. 그게 마음에 걸려서……” 하고 말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게 하려고 아내를 들이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아내를 들이고 난 뒤에 아이가 갖고 싶어지는 것인지 어떤지, 그 점에 이르러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혼하면 아이가 갖고 싶어지는 건가?” 하고 물어보았다.

“뭐, 아이가 귀여운지 어떤지는 아직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아내 된 사람이 아이를 낳지 못하면 어쩐지 한 사람 몫을 해내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카다는 단지 자기 아내를 남들만큼 만들기 위해 아이를 원하는 것이었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아이가 생기는 게 두려워서 조금 더 나중으로 미뤄두자는 고달픈 세상이라고 나는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자 오카다가 “게다가 둘만 있으니 쓸쓸해서 말이죠” 하고 다시 덧붙였다.

“둘뿐이니까 사이가 좋은 것 아닌가.”

“아이가 생기면 부부간의 애정이 줄어드는 겁니까?”

오카다와 나는 실제로 두 사람의 경험 밖에 있는 일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주고받았다.

집에서는 식탁 위에 회며 맑은 장국이며 정갈하게 차려져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카네 씨는 엷게 화장을 하고 두 사람의 술시중을 들었다. 이따금씩 부채를 들어 나를 부쳐주기도 했다. 그 바람이 옆얼굴에 닿을 때마다 오카네 씨의 분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맥주나 고추냉이 향보다도 인간다운 좋은 냄새처럼 여겨졌다.

Chapter 1 of 45